데이지 - 평화
부승관 2학년
최한솔 2학년
채형원 3학년
임창균 3학년
메리골드 -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윤정한 3학년
권순영 3학년
이민혁 2학년
김여주 2학년
라벤더 - 정절
이지훈 3학년
전원우 3학년
이 찬 2학년
한솔) 요즘 공부하느라 고생한다며. 많이 어려워?
여주) 음. 조금? 생소한게 많아서 어렵네.
한솔) 그래도 형들한테 도와달라고 하면 잘 도와줄거야.
여주) 맞아. 물어보면 자료 엄청 많이 줘.
승관이 사라지고 마저 식사를 잇고있는 아이들이었다. 이리저리 족보를 모으던 여주의 소식을 들었는지 한솔이 여주를 향해 말했고, 여주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
한솔) 보기보다 공부 잘하는 형들 많아. 특히 순영이 형.
여주) 필기 진짜 꼼꼼하게 했더라. 진짜 깜짝 놀랐어.
한솔) 의외로 정한이 형이 필기를 잘 안해. 신기하다니까.
여주) 민혁아 넌 필기 잘하는 편이야?
민혁) 나도 필기는 잘 안해. 그냥 밑줄이나 여백에 메모정도?
여주) 음-
민혁) 여주는?
여주) 난-,
순영) 어디!
승관) 저기 저기!
순영) 얽!
원우) …진짜 있네.
여주가 말을 이으려던 찰나 익숙한 목소리가 홀을 가득 채웠고, 여주의 시선은 자연스레 문을 향했다. 순영과 눈이 마주치고, 순영이 걸음을 재촉해 테이블 앞에 섰다. 민혁과 여주를 반복적으로 번갈아 바라보던 순영은 여주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물었다. 어느덧 순영의 뒤엔 승관과 원우, 그리고 지훈과 정한이 서있었다.
순영) 진짜? 진짜야?
여주) 네?
정한) …초콜릿 줬어?
여주) 아 초콜릿 준 건 맞는데-,
정한) 오늘 발렌타인인 거 알면서도? 정말?
여주) 아 알고 준 건 맞는데-,
순영) 야 여주야 내가 진짜 이런 말은 안하려그랬는데 너 입학한지 얼마나 됐다고 연애야~ 엉?
승관) 그래 야 여주야 너 그렇게 빠져갖고 되겠어?
여주) 아니 그니까 그게 아니라,
순영) 여주야 공부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그럼 써? 엉? 초콜릿 어딨어. 없었던 일로 하자. 엉?
순영이 손을 팔락거리며 초콜릿을 찾는 듯 테이블을 살폈고 민혁은 그런 순영의 눈을 맞춘 채 아무 표정없이 말했다.
민혁) 이미 먹었어요.
순영) 아 먹었, 뭐? 먹었다고?
승관) 미친! 그럼 여주의 마음을 받아준거야? 형! 먹으면 받아주는 거 맞지!!?
순영) ….이럴수가.
순영이 허탈한 듯 뒤로 물러서며 헛걸음을 쳤고, 홀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았다. 양 손으로 얼굴을 묻은 순영에 승관도 콧대를 집게손가락으로 잡으며 눈을 감았다. 여주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살짝 벌린 채 고개를 저어댔다.
정한) 그럼 빨리 말을 하지. 깜짝 놀랐네.
여주) ...말을 할 틈을 안줘서.
가야돼. 너 산술학 과제 하다가 온거잖아. 삼십분 뒤면 수업 시작해. 원우가 주저앉은 순영을 일으키며 홀을 나갔고, 아이들은 금방 식사를 끝내곤 몸을 일으켰다. 수업이 있다며 일을 다 키워놓고 사라진 민혁이었고, 사교모임실에 가봐야한다며 한솔이 자리를 떴다.
마지막까지 연애는 안된다며 신신당부하던 승관은 지훈과 함께 도서관으로 사라졌다. 홀에 남은 정한, 그리고 여주는 아이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복도 속에 섞여 걷고 있었다. 진실을 접한 정한은 그제서야 한숨 놓은 듯 웃어보였다.
정한) 그럼 난? 내 초콜릿은 없어?
여주) ..아, 그게..
정한) 응?
여주) 그, 오늘 민혁이랑 수업이 겹쳐서.. 민혁이랑만 만날 줄 알았어요.. 그래서 뭐가 없는데,
여주가 가진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시리 망토를 만지작 거렸고, 미안한 듯 입술을 축이며 앙 다물었다. 정한은 그 모습에 작게 웃었다가 장난스레 입꼬리를 내렸다.
정한) 아- 뭐야- 민혁이 것만 있고 내 건 없는거야?
여주) 아 그게-.. 방에 좀 더 있을 텐데, 이따 기숙사에서...!
정한) 괜찮아~ 장난이야.
여주) ............
정한) 뭐, 정 미안하면 나랑 광장갈까?
여주) ...지금 광장이요?
정한) 나 시간 비거든.
잠깐 놀자.
지훈) 같이 있던 거 아니었어?
순영) 없었는데? 난 오늘 하루 종일 얘랑 있었어.
순영이 원우를 가리켰고, 지훈은 그래? 하며 고개를 갸웃 거렸다.
순영) 너 어딨었는데?
지훈) 난 승관이랑 도서관.
순영) 우린 방금 막 수업 끝나고 오는 길. 어디갈거냐?
지훈) 난 천문학실.
원우) 나도 거기가서 공부해도 돼?
지훈) 도서관 안가고?
원우) 오늘은 좀 공간을 바꾸고싶네.
지후) 그래, 그럼.
순영) 넌?
승관) 난 기숙사 가려고. 졸려서-.
순영) 어엉-.. 난..
지훈) 할 거 없음 너도 천문학실-,
순영) 아아 엉 할 거 생각남. 카페 갈거임!
지훈) ...카페?
순영) 엉. 나 카페 갈거야. 야 빠이!
순영은 천문학실이 가기 싫은 듯 먼저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고, 지훈은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순영의 뒷모습을 보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승관도 지훈과 원우를 향해 손을 휘휘 흔들어보이더니 둘과 다른 방향으로 사라졌다. 둘은 천문학실로 걸음을 옮겼다.
원우) 진짜래?
지훈) 뭐가?
원우) 여주가 민혁이 받아준 거.
지훈) 몰라. 나도 다 못듣고 나왔어.
원우) 음.
지훈) 근데 좀 장난 같지 않았어?
원우) 그래?
난 이상하게, 민혁이 눈이 되게 찐해보였는데.
딸랑-.
창균) ...하이.
순영) 뭐야. 왜 혼자있어?
창균) 아- 형원이는 방금 나갔어. 볼 일 있다고.
여주는 원래 안오는 날이고. 딸랑 소리와 함께 순영이 걸어들어오고, 포스기 앞에 섰을 때 둘은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창균이 홀로 남은 이유를 들은 순영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고개를 조금 들어 메뉴판을 훑었다. 창균은 그런 순영에게 말했다.
창균) 어차피 늘 마시던 거 마실거면서 뭘 또 보십니까 손님-
순영) 제가 기분전환으로 다른 거 시킬지 어떻게 아십니까 직원님-
창균) 그래서 뭐드실 건데요?
순영) 아아요. 아아에 초코 케이크요.
창균) 기분전환을 할 필요가 없으셨나보네요?
순영) 예에-
9펄 여깄습니다~ 순영이 창균에게 펄을 내밀었다. 찰랑- 소리와 함께 펄을 금고에 넣은 창균은 가볍게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영은 계산대에 기대 창균을 향해 입을 열었다.
순영) 아 맞다. 오늘 뭔 날인지 알아?
창균) 뭔 날?
순영) 머글들 이벤트.
창균) ...모르겠는데?
순영) 발렌타인 데이~
창균) 아~ 그 좋아하는 사람한테 초콜릿 주는 거? 여자가 남자한테였나?
순영) 엉. 근데 여주가 누구한테 줬는지 알아?
순영이 턱을 괴곤 입을 살짝 삐죽거렸고, 창균은 그런 순영에게 커피를 먼저 내밀며 물었다.
창균) 누구?
순영) 우리 기숙사 남자애. 이름이 이민혁.
창균) ..난 모르는 애네. 근데 왜. 별로야?
순영) ..몰라? 그냥 난 여주가 우리한테 초콜릿 안주고 그 남자애한테 준게 짱날 뿐이야.
창균) 여주가 너네 거냐. 연애도 할 수 있고 그런거지.
케이크나 먹어. 창균이 순영에게 케이크를 내밀었다.
..............
사삭-..사삭.. 형원이 한걸음 한걸음 옮길 때마다 떨어진 잎들이 밟혀 소리를 냈다. 늦은 오후. 숲에 어둠이 내렸고, 형원의 보폭은 넓었다. 한참을 더 어둠 속으로 들어가던 형원이 한 순간 우뚝 멈춰섰다. 여주가 홀로 숲에 들어갔던 그 공간이었다.
형원) .............
난 안반가운가?
아이들이랑 있을 땐 전혀 찾을 수 없던 형원의 낮은 목소리가 숲을 잔잔히 채웠다. 그러자 우웅-..소리와 함께 나뭇잎들이 거세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형원의 앞머리도 휘날렸다.
"...채씨 집안은 뗄래야 뗄 수가 없구나."
형원) 장난질 그만하지. 더이상 봐줄 수가 없어서.
"개입 그만하는게 좋을거야."
형원) 네가 먼저 관둬.
"너도 똑같이 되고싶은거야?"
형원) 그럴리가.
"그럼-,"
형원) 널 그렇게 만들어 줄 생각이야.
"............."
형원) 네가 계속 이 짓거리를 한다면.
"...재밌네."
하나의 바람이 송곳처럼 변해 순식간에 형원을 향했고, 동시에 형원이 지팡이를 꺼내들었다. 짧은 주문과 함께 형원 앞에 결계가 생겼고, 송곳같은 바람이 닿자 파란 스파크가 일어났다. 형원이 팔을 밖으로 팍-! 휘두르자 송곳도 결계도 사라졌다.
형원) .............
"많이 컸네."
형원) 가만히 있진 않았지, 내가.
그래? 줄곧 형원의 앞에서 들리던 목소리가 형원의 뒤에서 들리고, 형원이 몸을 돌린 순간 나뭇잎들이 길게 붙어 화살을 만들어냈다. 나뭇잎 화살들이 잔뜩 형원을 향했다. 형원이 다시 지팡이를 휘둘렀다. 꽤 센 힘에 형원이 적잖게 인상을 찌푸렸고, 거세게 지팡이로 나뭇잎화살들을 내쳤다. 형원의 힘에 화살을 이루던 나뭇잎들이 흩날렸고, 전부 사라지고 나서 남은 하나의 화살이 형원의 볼을 스쳤다. 순간 붉은 줄이 그였다. 따가움을 느끼지도 못하게, 란드의 목소리가 형원을 향했다.
"제법이야. 탐날정도로 컸구나."
형원) 개소리말고, 그만 둬.
"어쩌나."
이미 시작했는데.
2월 15일|
민혁) 여주 안녕.
여주) 안녕.
민혁) 졸려 죽겠다. 1교시는 좀 빼주시지.
여주) 그러게.
민혁이 책상에 엎드렸던 몸을 일으키며 여주에게 인사를 건넸고, 여주는 민혁의 옆에 앉으며 책을 꺼냈다. 그런 여주의 행동을 눈에 담던 민혁이 턱을 괴곤 여주의 행동을 눈에 담더니 입을 열었다.
민혁) 어제 오해는 잘 풀었어?
여주) 응? 아. 어.. 뭐.
민혁) 반응이 재밌어서 그랬어. 좀 그럤으면 미안.
여주) 아냐. 반응 재밌다는 말, 뭔 지 알아. 순영선배도 그렇고, 승관이도 그렇고.
재밌잖아. 여주가 민혁의 눈을 맞추며 웃었고, 곧 책 페이지를 넘기며 말했다.
여주) 아. 나 오늘은 카페 알바 있어서-,
민혁) 응 알아. 그래서 나 오늘 너 따라서 카페 가려고.
여주) 아 그럼 수업 끝나고 같이 가면 되겠다.
민혁) 응. 아 그리고 이따 기숙사에서-,
형원) 여주야.
여주) ...어, 선배.
민혁이 무언가 말을 하려던 순간 형원이 반을 들어왔고, 여주의 뒤에 앉아 여주의 어깨를 톡톡 건들였다. 그러자 여주가 고개를 돌려 형원을 바라보고, 제 뒤에 있는 형원에 여주가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주) 어, 왜,
형원) 나 시간표가 바뀌어서.
여주) ...그럴 수도 있어요?
형원) ..뭐. 가끔?
형원이 여주와 똑같은 책을 책상 위에 올려두고, 잠시 자신을 바라보는 민혁의 눈을 맞추다가 다시 여주를 바라봤다.
여주) ...근데 여기,
이거 왜 다쳤어요? 여주가 눈 밑 광대 쪽에 자리한 상처에 손을 뻗어 살짝 어루만지며 물었다. 그러자 형원이 작게 웃으며 여주의 손을 잡아 내렸다.
형원) 아, 손톱에 긁힌 것 같아.
여주) ..상처가 꽤 깊은데,
형원) 잠결에 세게 긁었나.
아, 맞다. 오늘 카페 안열어.
여주) ...네?
형원) 오늘 안해.
여주) 어, 왜요?
형원) 오늘 애들 오후수업 거의 없는 날이라 손님 몰릴텐데, 창균이도 못오고, 나도 공부할 게 좀 많아서 못가거든. 너 혼자 하기엔 힘들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여주) 아...
형원) 아쉽겠네. 둘이 카페 가려고 했던 것 같은데.
민혁) 아. 뭐 다음에 가면 되죠. 괜찮아요.
형원) 그래. 다음에 오면 맛있게 만들어줄게.
여주) 근데 어떻게 들었어요? 여기 되게 시끄러운데.
형원) 그랬나? 잘들리던데.
여주) 우리가 좀 크게 얘기했나.
여주가 민혁을 보곤 가볍게 웃었고, 형원은 여주를 향해 말했다.
형원) 여주야.
여주) 네?
형원) 넌 오늘 수업 끝나고 뭐해?
여주) 저는... 글쎄요. 원래 카페 알바였는데 사라져서-,
형원) 그럼 나랑 있자.
여주) 네?
형원) 나랑 공부를 하든 놀든,
나랑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