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와아."
"아, 1반이 여자반이라 남자교사만 갈 수가 없어서요, 2학년부 여자교사가 한명 뿐이라 3학년부에서 다른 썜이 가시기로 했습니다. 누가 갈지는 아직 미정!"
"아아.."
"3학년부 쌤들도 가는거에요?!"
"네, 3학년들은 학교에서 자습하기 때문에.. 수업 없으신 두 분이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아싸, 원우쌤이랑 간다!"
"아이들이랑 재밌게 한번 다녀와봅시다!"
"2학년부!"
"화이팅!!!!!!!!!"
"어떡하냐."
"내일도 안멀쩡하다에 내 핸드폰을 건다."
"내일 출발인데, 내일부터 그럼 완전 생이별이네, 둘이."
"응?"
"내일, 아니 그냥 2박3일동안."
"응."
"수련회 가서 웬만하면 김민규랑 연락하지 마."
"뭐?"
"아, 그냥, 연락할거면 제발 숨어서 해."
"???"
"부승관 앞에서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나 절대 하지말고."
"아, 당연하지..!"
"그냥 연락을 아예 안 하는건 어때?"
"아, 갑자기 무슨 소리야!"
"연락 3일동안 안해보는 것도 서로의 사랑에 좋은 방…"
"헛소리야, 또!"
"들킬일 있냐!"
"히익."
"방금 큰일 날 뻔 한거 맞죠."
네 뒤에 몰래 서있던 원우쌤이 네 위로 쏟아질뻔한 박스를 한 손으로 받쳐주었고, 넌 얼른 그 사이를 빠져나왔어. 아무렇지도 않게 그 무거운 박스를 한 손으로 내려주는 원우쌤에게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한 넌 네가 박스를 들겠다고 원우쌤에게 말을 하지. 그냥 귀엽다는 듯이 널 쳐다본 원우쌤이 네게 자신이 들고 있던 작은 가방 하나를 주고는 말했어.
"그거나 들고 가요."
"아까 보니까, 국어쌤이 박스를 드는건지 박스가 국어쌤을 드는건지 모르겠던데?"
"...다, 다 보셨어요?"
"네, 사실 아까부터 뒤에 서있었는데."
"진짜요?!"
"뻥이에요."
귀여운 캐릭터 가방을 손에 들려준 원우쌤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짓곤 박스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어. 넌 얼른 그 뒤를 졸졸 따라갔지. 원우쌤을 따라 나온 학교 밖은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많이 와 있었어. 얼른 넌 눈으로 민규를 찾아보지만, 민규가 아직 안 왔는지 보이지 않는 탓에 시무룩해졌지. 운동장 한가운데로 온 너와 원우쌤은 너가 낑낑거리며 들고 온 박스를 하나하나 풀기 시작했어. 지퍼백에 담아주기 위해 엄청 많은 지퍼백을 들고 온 권부장님과, 원우쌤, 그리고 너는 운동장 한 구석에 앉아 열심히 간식을 포장하기 시작했지.
"저 초코파이 하나만 먹으면 안돼요?"
"안돼요."
"..."
"ㅋㅋㅋㅋ 장난이에요, 먹어요. 두개 먹어도 돼요."
"양심이 있지, 하나만 먹을게요."
"그럼 난 세 개."
"부장님은 안돼요."
"아, 왜!"
"김너봉 어디갔어?"
"지금 저기서 간식 포장 중."
학교에 도착한 승관이가 오자마자 너를 찾았어. 두리번거리다가 석민이의 말에 널 캐치한 승관이가 한숨을 쉬며 얼른 네가 있는 쪽으로 달려갔지.
"저는 누누히 말씀 드렸습니다."
"어!"
"프로멀미러 김너봉씨는 멀미약을 챙기셔야 한다고."
"아, 맞다."
"하지만 프로멀미러는 내 톡을 보지 않았고~"
"..."
"결국 착한 승관이는 멀미약을 가져오게 되었다."
"...역시 너밖에 없어!"
"카톡!!!!!읽으라고 몇번 말했는데!!!!!"
열심히 간식을 포장하던 넌 프로잔소리러 승관이에 의해 멀미약을 먹었어. 고맙다는 의미로 초코파이 하나를 주자 신이 나서 까먹고는 어느새 네 옆에 앉아 열심히 과자를 포장했지. 권부장님이 아이들 통제를 위해 먼저 가고, 남은 원우, 승관, 너가 포장하기에 열을 올렸어. 출발하기 전까지 남은 시간은 5분, 5분 안에 남은 과자를 포장하기 위해 너는 임용고시를 치던 시절의 집중력을 발휘했지. 여담으로, 과자포장을 하던 셋을 멀리서 지켜보던 지훈쌤은 그 쪽에 불이 난 줄 알았다고.
"다 했다!"
"으아!!!!!"
셋의 외침과 동시에 버스 출발을 알리는 종이 학교에 울려퍼졌어. 3학년 아이들은 창문에 다닥다닥 붙어 해탈한 표정으로 운동장에 모인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었지. 지퍼백에 담긴 간식세트를 한 아름 들고 운동장 가운데로 달려간 너는 잠시 상자를 내려놓고 한숨을 돌리다가, 민규가 생각이 나 얼른 주위를 둘러봤어. 버스 출발하기 전에 꼭 얘기하고 싶었는데, 간식 때문에 민규를 찾지도 못하고 떠나버릴 판이었어. 얼른 1반 쪽을 살펴보지만 민규는 아이들을 확인하러 갔는지 보이지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며 계속 1반 쪽을 확인을 하지만, 끝내 보이질 않았어.
어쩜 한번도 보이질 않는지, 살짝 속상해진 넌 계속 고개를 내밀고 민규를 찾아봤지만 꽁꽁 숨어버린 밍쌤의 머리카락 하나 볼 수 없었지. 결국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되어 버스에 올라타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네 이름을 크게 불렀어.
"김너봉!"
익숙한 목소리에 넌 얼른 버스에 올라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지.
널 부르곤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민규는 빤히 널 쳐다보기만 했어. 민규가 있는 쪽으로 얼른 달려가려던 넌 민규의 입모양에 걸음을 멈췄지.
'오지 마.'
오지 말라는 민규의 말에 심장이 쿵한 넌 민규를 바라봤어. 오지 말라는 말만 하곤 가만히 널 바라보던 민규는, 여전히 무표정한 채로 네게 이렇게 말하곤 버스에 올라타버렸어.
'3일동안, 다치지 말고 잘 다녀와.'
'연락 안 할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