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1회 도쿄도 주관 젊은 예술인상 수상자는,
우 지 호 !"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올려다보기 힘들 정도로 높은 단상 위로 훤칠한 청년이 뛰어올라갔다.
단상 아래에선 신문사의 카메라 플래쉬 세례가 이어지고 있었다.
"풍경화의 떠오르는 신인, 우지호 작가는
지난 3월 파리에서 열린 비엔날레에서
눈부신 데뷔를 선보이며 각광받는 아티스트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로써 우지호 작가는 올해 연말 일본과 한국이
협력하여 주관하는 도쿄 예술 엑스포에
일본을 대표하여 참가하는 영예를 얻게 됩니다."
하얀 얼굴에 소년 같이 앳된 미소를 지닌 청년은
기자들의 함성에 고개를 돌려 반응했다.
한 손에는 상금 500만엔이라는 문구가 적힌 판을,
한 손으론 도쿄 예술협회장이 내민 손을 잡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크린에서는 그의 작품들이 느린 속도로 비춰지고 있었다.
살짝 정신이 없는 듯 두리번거리던 그는 단상 아래의 누군가를 확인하고 웃어보였다.
"역시 내 새끼야. 떳떳하게 내 뒤를 잇는구나.
내가 비행기에서 확 데리고 오길 잘했지. 암, 암."
손도 흔들고 싶고 박수도 치고 싶어서 이도저도 못하고 즐거워하는 태일이었다.
그의 옆에는 열심히 박수를 치면서도 태일을 탐탁치 않게 바라보는 하얀 머리의 청년이 있었다.
"보긴 얼마나 봤다고 내 새끼래?
역시 내 친구야! 자랑스러워 지호쨩!"
둘은 각자가 하고 싶은 말을 외쳐대며 정신없이 박수를 치고 있었다.
무대 위 조명이 눈부시게 가을 하늘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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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의 공기가 제법 쌀쌀했다.
지호는 그의 그림 속에 있었던,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한적한 분위기와 맑은 풍경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곳이었다.
여느 때처럼 눈을 감고 주변의 소리를 귀에 담았다.
나뭇잎이 살랑이는 푸른 소리가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아찔하게 시원하고-
청량한 느낌.
풍경화의 빛나는 신인으로 떠오른 그였지만
자신이 느끼는 이 감정을 그림에 고스란히 담지 못하는 것이 한이었다.
하나 둘씩 새로운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여유로운 이 시간이 너무 좋아.
공원의 공기도 너무 좋고.
지금 나의 생활도 그리고-
"우지호."
지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여기서 들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던 목소리였다.
눈부시게 푸른 그 목소리.
눈커풀을 파고들던 햇살은 이제 누군가의 그림자에 가려졌다.
지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앞에는 어렸던 그 날처럼, 환하게 웃고 있는
청년이 서 있었다.
소년의 얼굴을 잃지 않은 그 모습에 지호의 눈이 글썽했다.
잠시 눈을 깜박이던 지호도 환한 미소로 답했다.
"보고 싶었어. 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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