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범님, 저랑 밥 한번만 먹어요!" "키 170 안 넘는 사람이랑은 안놀아." "그러면서 왜 이지훈사범님이랑은 놉니까?" "야!!! 이여주!! 넌 체육관 20바퀴야!!" "아! 그게 뭡니까? 아악!! 쫓아오지 마십시오!" 결국 이지훈한테 잡혀서 귀에도 안들어오는 잔소리를 들으면서 권순영을 힐끗 쳐다보면 의자에 앉아 내게 메롱 하는 권순영이 보였다. 얄미운데 엄청 잘생겼네. 내꺼같이 생겼네, 진짜. "넌 내가 170 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 "제가 그걸 어떻게 모릅니까." 괜히 맞는 말 했다가 이지훈한테 꿀밤을 세대나 맞았다. 쪼꼬만게 때리는건 또 엄청 아프게 때렸다. 체육관을 돌고 있는데 권순영이 쫄래쫄래 다가와 내 옆에서 같이 뛰었다. "사범님, 가십시오." "왜? 같이 뛰어주잖아." "저 지금 사범님때문에 혼난겁니다." "그게 왜 나때문이야?" 미쳤나? 하는 심정으로 한껏 째려봐주고 고개를 돌리면 권순영은 또 미친듯이 웃었다. 억울해서 말도 나오지않아, 체념하는 기분으로 대답을 안하고 뛰고 있으면 권순영이 내 이름을 불렀다. "이여주." "대답 안할겁니다." "그럼 그건 뭐야, 대답 진짜 안해?" "대답 안할겁니다." "그래, 그럼 밥 먹지마." 밥먹지 말자 그럼. 하며 발걸음을 멈추는 권순영에 놀래 멈춰서 뒤를 돌면 권순영은 살짝 웃었다. 저거 분명 나 죽으라는거같애. 너무 멋있잖아! "사범님, 내일 죽습니까?" "죽긴 누가 죽어." 걸음을 옮겨 권순영의 이마에 손을 올리면 권순영은 고개를 뒤로 빼며 죽긴 누가 죽냐며 이지훈을 불렀다. 이지훈, 얘 안 뛰어. "야, 이여주 빨리 뛰어라." 빨리 뛰라는 이지훈의 말에 네! 하고 큰 소리로 대답을 하면 이지훈은 쟤 미쳤어? 하며 고개를 저었다. 미친게 맞는것 같다! 권순영이 나랑 밥 먹어준다는데 안 미치는게 이상하잖아! "자, 오늘은 여기까지. 다들 곧장 집으로 가. 특히 김민규, 부승관, 이석민. 너희들은 또 피시방에 가서 잡히면 다음주는 단체훈련이야." "네! 수고하셨습니다!" 마지막 운동을 하고 인사를 하고 탈의실로 가 옷을 입고 나오면 권순영이 내게 휴대폰을 들어보였다. 뭐라는거야. "사범님 뭐라고 하시는 겁니까?" "연락하라고, 멍청아." "제가 멍청이면 작은사범님은 바보죠." "이여주, 너 오늘 집 알아서 가라." "아, 오빠!" 이지훈에게 달려가며 오빠, 같이 가! 엄마한테 이를꺼야! 하면 이미 택시를 타고 사라진 이지훈이였다. 아, 저 미친놈이 정말. "순영오빠, 지금 이지훈이 나 버리고 간거 맞아?" "그런거같애. 잘가라." "아, 그럼 오빠라도 나 데려다줘! 어제 우리 집 근처에서 바바리맨 봤단 말이야." "괜찮아, 그런 사람도 눈은 있대." 권순영이 얄미워 어깨를 축 늘인채 알겠어, 그러다 죽으면 내탓이지 뭐. 하며 터덜터덜 걸어가면 권순영이 걸어와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여주야, 가자. 어차피 데려다 줄꺼면서 되게 튕긴다. 아, 이지훈은 우리 엄마 아들. 태권도장에서는 사범님이라고 부르지만 밖에서는 오빠라고 부른다. 권순영은 사실 우리 오빠 파이어에그 친구인데 처음에는 권순영이 매일 나보고 귀엽다, 예쁘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권순영은 매일 그저 날 동생 취급했다. 사실 나도 처음부터 권순영을 좋아한건 아니였는데 고등학교때 우연히 본 권순영의 태권도 시범을 보고 좋아해서 미친듯이 쫓아다녔다. 다니던 검도 학원을 때려치고 권순영네 태권도장을 다닌것도 다 그 이유에서 였다. "오빠, 내일 진짜 나랑 밥 먹을꺼야?" "그럼, 왜? 먹지 말까?" "아니! 같이 먹어! 밥도 내가 사고, 영화도 내가 사고, 오빠도 내가 사고!" 으이구. 하며 머리를 툭 치는 그런 권순영이 좋아 웃으면 권순영은 내게 내가 좋아? 하고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결혼도 할꺼야! 하고 말하면 여자가 너무 그러면 안돼. 그런건 남자가 해야지. 했다. "집 데려다 줘서 고마워! 근데 진짜 안자고가? 이지훈이랑 자." "됐어, 이모한테 안부 전해드리고, 얼른 들어가서 자. 내일 열시에 데리러 올께." 잘가라며 손을 흔들면 권순영은 얼른 들어가라고 했다. 자고가면 편할텐데. 물론 내가. 아, 되게 아쉽네. 집을 들어가자 마자 이지훈 방문을 미친듯이 두드렸다. "야! 오빠! 너 당장 문 열어봐!" "아, 진짜 미친년이. 권순영이랑 데이트 잘 했을꺼 아냐, 근데 왜 지랄이야." "그래서 고맙다고, 물 떠다줄까?" "아.. 진짜 네가 내 동생인게 놀랍다. 그냥 문 닫고 나가서 자." 잘자라며 불을 꺼주고 나왔다. 아, 우리 지훈이 덕분에 권순영이랑 같이 집에 왔네. 사랑스러운것. "아, 엄마! 엄마 사위가 엄마한테 안부 전해달래!" "미친년, 너 권순영한테 성희롱으로 신고 당해!!" 아, 진짜 저 오빠새끼를. 팩도 하고 뭘 입을지 고민하다 원피스를 꺼내 책상위에 올려두고 잠에 들었다. 아, 너무 설레서 잠이 안오네. 는 무슨 엄청 잘자고 일어났다. 아주 나이스를 모닝콜로 맞춰놓고 잠에서 깨니 세상이 아름다웠다. 씻고 나와 어제 꺼내놓았던 원피스를 입고 나오면 이지훈이 날 보며 한마디 했다. "가지가지하세요." "왜 또 시비야." "하나도 안 예뻐. 치마가 너무 짧잖아." 우리 지훈이 말은 상큼하게 무시하고 신발장에서 연분홍 단화를 꺼내신었다. 문을 열며 방금 생각난듯 이지훈에게 한마디 건네는것도 잊지않고. 아, 참! 오빠, 거울봐! 오늘 아침에는 못 본거 같네. 문을 열고 나오면 대문 앞에 기대있는 권순영이 보였다. 놀래켜주려고 다가가면 권순영이 휙하고 돌아섰다. 아, 깜짝이야! "와, 오늘 엄청 예쁘네." 오랜만에 듣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 웃으면 권순영이 날따라 웃었다. 웃는거봐, 너무 예쁘잖아. "오빠, 손 잡아도 돼요?" "안돼." 철벽도 이런 철벽이 없다며 권순영 뒤를 졸졸 쫓아가면 권순영은 느리게 걸음을 맞춰줬다. 이게 설레는 거라고! "와, 사람 엄청 많다!" 영화관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여기저기 치이면서 걷다보면 갑자기 누군가 내 손을 탁하고 잡아끌었다. "위험하니까 잘 좀 쫓아와." "응! 알겠어! 손 놓으면 안돼!" "안놓을테니까, 꽉 잡아." 손을 움직여 깍지를 끼면 권순영이 손을 더 꽉잡으며 내 몸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영화를 보는데 죽은 견우가 안타까워 울고있으면 권순영은 어디서 난건지 내게 휴지를 건넸다. 휴지로 눈물을 닦고 권순영을 보면 권순영은 스크린만 쳐다보며 내게 집중해. 했다. 집중이 되겠냐고, 네가 너무 잘생겼는데! "오빠, 영화 정말 재밌어! 마동석아저씨랑 결혼하고 싶어!" "나랑 결혼한다면서." "뭐? 사람들 너무 많아서 못들었어!" "밥 먹으러 가자고." 근처에 있는 닭갈비 집에 들어가 닭갈비를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오빠, 오빠는 왜 여자친구 안만들어?" "여자친구 생겼으면 좋겠어?" "미쳤어? 당연히 아니지." "근데 왜 물어봐?" "너무 안사겨서 혹시 오빠 게이일까봐. 혹시.." "혹시 뭐?" "이지훈 좋아하는건 아니지?" "너 미쳤어?" 아니면 아닌거지 너무 정색하고 그런다 하며 웃으면 권순영은 닭갈비나 더 먹으라며 얹어줬다. "볶음밥은 내가 볶을래!" "내가 해도 되는데?" 자기가 볶겠다는 권순영을 말리고 내가 볶겠다며 주걱을 뺐어들어 밥을 볶았다. 하트 만들어줘야지! "오빠, 이것봐! 내 마음이야!" 밥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여주면 권순영은 이게 뭐냐며 웃었다. 아, 웃는거봐. 잘생긴것봐! 카페에 앉아 아이스초코와 아이스티를 한잔씩 시켜놓고 이지훈 욕을 엄청 하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다가 보니 벌써 시간이 저녁이 되었다. "오빠는 여자친구 생기면 뭐 제일 해보고싶어?" "일단 너처럼 짧은 옷은 못 입게 할꺼야." "아니, 그런거 말구! 예를 들면 같이 공원을 가고 싶다거나." "음, 그런거 생각 안해봤는데?" "그게 뭐야, 이지훈처럼 모쏠도 아니면서" "그러는 너는 뭐가 하고싶은데?" "내가 요즘 보는 드라마가 있는데 그 드라마에서 남자가 여자 집앞에서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해주는게 제일 설렜어!" 그건 드라마라 얘기하는 권순영에 그건 그렇다며 다시 쓸데없는 얘길 하다보니 집 앞에 도착했다. "오빠, 이제 가!" "너 먼저 들어가." "그래, 그럼! 먼저 들어갈께! 얼른 가!" 인사하고 돌아서는데 갑자기 권순영이 내 어깨를 잡고 돌려 날 안았다. "우리 사귀자." 작은 번외) "엄마! 밖에 순영이형아랑 여주누나랑 둘이 껴안고 있어!" "찬아, 일로와." 막내 찬이의 뒷목덜미를 잡은 지훈이 조용히 커튼을 쳤다. "아, 형아!!" 조용히 하라며 찬이를 방으로 돌려보낸 지훈은 다시 커튼을 살짝 열어 그 둘을 바라봤다. "권순영, 이여주 둘 다 죽여버려." 두 주먹을 꽉 쥐는 츤데레 오빠 이지훈이였다. "다녀왔.. 악!! 이지훈!!" "너는!! 여자애가!! 남자애를 막 안고!! 죽을 줄 알아!!" "아! 엄마아!! 이지훈이 자꾸 쫓아와!!" "형아! 일단 그 골프채 좀 내려놔!" 순영은 그 사실을 모른체 이지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넌 또 뭐야! 연락하지마!" 순영은 끊긴 전화를 보며 이게 뭔가 싶었지만 들뜬 걸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오늘 심플 대신 달달한 순영이로 왔습니다! 사실 심플 쓰다가 제가 우울해 죽을거 같아서.. 암호닉은 다음 심플03 에서 적어드릴께요! 읽어주시는 분들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추천해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노래는 '너만보여' 나 '아낀다'를 들어주시면 좋겠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