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철아, 너는 무슨 계절이 제일 좋아? 음, 난 더운 건 딱 질색이니까 겨울? 난 봄이 좋더라. 그래, 그럼 나도 봄이 좋아. 그게 뭐야, 그럼 난 가을! 나도 가을. 아, 진짜! 따라 하지 마! 내가 언제 따라 했어? 난 사실 여름이 제일 좋아! 이건 못 따라 하겠지? 너 여름 안 좋아하잖아. 아니? 나도 여름 좋아! 난 다 좋아. 참나, 그게 뭐야. 최승철 욕심쟁이! * 난 너와 함께 하는 사계절은 다 좋았다. 그 봄에는 꽃구경을 가자며 노란 원피스를 입고서 내 손을 잡아끄는 네게 옷이 그게 뭐야, 치마는 안된다니까. 하고 말하면 내게 승철아, 넌 마스크 써야겠다. 잘생겨서 절대 안돼! 라고 말해오는 네가 예뻐 꼭 안아주면 불어오던 그 좋은 바람과 꽃과 함께 찍은 우리의 사진을 프사로 올려놓으면 잘했다며 칭찬해주는 네가 있어 좋았고, 그 여름에는 너와 함께 시원한 카페에 앉아 빙수를 먹고 무서운 영화를 보고 집을 데려다줄땐 내내 무서워 눈을 꼭 감고 있던 널 놀리면 자기가 언제 그랬냐며 삐쳤다가도 아이스크림 하나를 사주면 양손에 쥐고 선 집 가는 내내 신나라 하던 너의 모습과 비가 내리면 우산 하나를 쓰고 막걸리를 손에 들고서 집에 가면 파전을 만들어 주던 너, 바다에 놀라가자며 비키니를 입겠다는 널 말리면 뾰로통한 표정으로 내내 심술을 부리다가도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그새 풀려선 그럼 너도 긴팔 긴 바지입어라! 하고선 장난을 치며 웃어주는 네가 있어 좋았고, 그 가을에는 역시 가을에는 책을 읽어줘야 한다며 서점으로 가 서로에게 추천하는 책을 한 권씩 사주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에 들려 우리가 좋아하는 군것질거리를 잔뜩 사고는 서로 침대에 엎드려 두 시간, 세 시간 내내 책만 읽다 잠에 들기도 하고, 프렌치코트를 입고 낙엽이 떨어진 동네 거리를 돌아다니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동네 비디오방에서 빌려온 영웅본색을 보며 주윤발을 따라 하는 날 보며 승철아, 네가 더 멋있어! 말해주는 네가 있어 좋았고, 그 겨울에는 눈사람을 만들러 가자며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으로 가 눈사람을 만들다가 먼저 눈 뭉치를 던지면 넌 아, 최승철!! 하며 나름 커다랗게 만든 눈 뭉치를 들고 쫓아오고 그럼 난 도망가고 그렇게 장난치다가도 서로의 옷을 털어주다고선 근처 편의점으로 가서 호빵을 하나씩 사. 주머니에 캔커피 하나씩을 넣은 채 집으로 걷다가 다 먹었는지 내 손을 잡아오는 네 손을 잡고선 내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캔커피보다 따뜻한 네 손에 얼었던 내 손이 녹아내리고, 따뜻하다, 우리 승철이 손. 하며 내 손에 깍지를 껴주는 예쁜 네가 있어 좋았어. 이렇게 너랑 있으면 매일이 좋은데 어떻게 단 하나의 계절을 고를 수 있겠어. * 여주야, 넌 무슨 계절이 제일 좋아? 난 봄도 좋고 여름도 좋고 가을도, 겨울도 좋아. 너 겨울 싫어하잖아. 추워서 그런데 너랑 있을 때 겨울은 좋아. 나도, 너랑 있는 여름은 좋아.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최승철 씨. 잘 부탁드립니다. 김여주 씨. 무슨 계절을 좋아해요? 너랑 지냈던 1년은 내내 좋았다. 그럼 너랑 함께 보내게 될 앞으로의 1년도 내내 좋을 테니 난 사계절이 다 좋은가 보다고 대답했다. 아마도 네가 좋은 거겠지. 매번 읽어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달빛천사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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