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그냥 우리 동아리가 축제에서 우승을 한 날이었을 뿐이었고, 너와 난 인사만 주고받는 사이였을 뿐이었다. 그저 조금 더 보태자면 내가 널 좋아하고 있었다는 것뿐이었고. 시끌벅적한 그 사람들 사이에 네가 내 앞에 앉았다. 물론 나를 보러 온 게 아닌 내 옆에 앉은 부승관을 보려고 온 것뿐이었을 것이다. 너랑 부승관은 그렇게 자주 붙어 다녔다. 난 그게 참 부러웠다. 너는 내게 인사를 건네며 웃었다. 순영 씨, 아까 축제 때 춤 직접 만드신 거라면서요? 승관이한테 들었어요. 하며 웃는 네가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다. 우리 순영이가 모쏠이라 그렇지, 고등학교 때부터 얼마나 인기가 많았는데요. 쓸데없는 말을 하는 전원우와 이석민의 정강이를 한 번씩 차주고 선 아, 감사합니다. 하며 네게 웃어줬던 것 같다. 그렇게 말을 하면 곧바로 승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주도 모쏠이잖아. 그 말에 왜 그렇게 가슴이 떨렸는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너는 쓸데없는 말을 꺼낸다며 승관의 볼을 꼬집었다. 그렇게 투닥거리는 그 모습마저 난 참 부러웠다. 아까 다른 자리에서 술을 많이 마셨는지 볼과 귀가 빨개진 네가 너무 귀여워 계속 그렇게 술만 마셨다. 그러지 않으면 네게 귀엽다고 말해버릴 것만 같았다. 순영 씨, 너무 많이 마시는 거 아니에요? 여주 씨, 저랑 오 분만 사귀실래요? 내 걱정을 해주는 네게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며 나는 다시 술잔을 집어 들고 술을 입에 털어 넣으며 네 눈치를 살폈다. 넌 곧 얼굴을 더 붉게 물들며 네, 좋아요 하고 대답했다. 옆에서 동아리 사람들과 전원우, 부승관, 이석민이 소리를 질렀다. 드디어 모쏠 둘이 모쏠을 탈출했다며 좋아했다. 나도 놀랐지만 애들도 참 많이 놀랐나보다. 그렇게 오 분 동안 우리는 화기애애 한 분위기를 즐겼다. 여주 씨는 원래 이상형이 저렇게 쭉 찢어진 사납게 생긴 상인가 봐요? 아니에요, 원우 씨도 참. 원래 김여주 이상형이 제멋대로 생긴 상이야. 아, 부승관 또 왜 그래! 정말, 전 여주씨 처럼 웃는 게 예쁜 사람이 이상형이었는데 그렇게 웃고 떠드는데 오분이 지나갔다. 누가 당기는 건 아닐까, 할 만큼 오분은 금방 흘렀고 난 십분이라고 할걸 그랬나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선 고맙다며 인사를 건넸다. 여주 씨, 고백받아주셔서 감사했어요. 이제 헤어질 시간 됐네요. 싫어요! 저 정말 좋아요, 안 헤어질래요. 그 말을 하며 두 귀가 빨개지는 널 보며 아, 정말 귀엽다 생각했다. 그렇게 넌 지금 나의 아내가 되었고, 모쏠인 나에게도 인연은 있었다. 뭐라고 얘길 해줘야 내 마음이 다 전해질까 한참을 고민을 했는데도 답이 나오질 않아 어떡할까, 어떻게 해야 하지 근데 널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널 좋아해, 말을 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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