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미안해, 내가 많이 늦었지?”
“늦었으니까 아메리카노 한 턱 쏴. 그럼 용서해준다.”
아니면 뽀뽀라도? 제 여친과 장난을 치며 실실 웃어보이는 그를 보며 나는 입술을 지긋이 깨물었다. 그만 바라본지 벌써 3년 째다. 허나 여태껏 고백하지 못한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면 나는 게이고 그는 호모포비아···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처음엔 고백할 마음이 없었다. 단지 가까이서 그와 웃으며 이야기하고 친구처럼만 있으면 될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그와 친해지고 이야기를 나눌수록, 그를 알게 될 수록 내 마음은 풍선마냥 불어났다. 끝도 없이.
“우리 애기가 좋아하는 걸로?”
“아, 오빠 오글거려.”
하지마라? 하면 주둥이로 때림. 소름돋는다며 팔뚝을 쓸어내리며 입술을 삐죽 내미는 그의 여친은 사랑스러웠다. 그래, 나와 전혀 다르다. 사랑스럽고, 좋은 화장품 향이 난다. 나는 마시고 있던 커피 잔을 반납하고 자리에 일어났다. 오늘따라 항상 달게만 느껴지던 카라멜 마끼야또가 쓰다. 영화를 뭐 볼지 정한 건지 팝콘을 사러가는 그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나도 그들 뒷자리를 예매했다. 타이타닉 3D··· 진부하기 짝이 없는 로맨스에 대한 환상만 심어주기에 딱 좋은 영화다. 곧 영화가 시작할 시간이라 나는 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3D 안경을 가지고 내 자리로 들어가려고 할 때 그녀가 나를 쳐다본 것 같았지만 신경쓰지 않고 자리에 착석했다. 시선을 아래로 내리면 바로 그가 보인다. 나는 편하게 앉아 팔걸이에 팔을 올려두고 그를 관람했다. 시도 때도 없이 그녀와 눈을 마주치고, 미소짓는 그를 바라봤다. [ㅇㅇ이랑 있는 거 거슬려.]
영화가 끝나고 집에 데려준다고 하는 그가 보였다. 그녀는 괜찮다며 손사래 쳤지만 기어코 데려다주겠다며 그녀의 손을 꼭 잡은 그는 그녀와 발걸음을 맞추며 정류장으로 걸어가고 나는 지나가는 사람처럼 조용히 그들의 뒤를 쫓아갔다. 그녀의 집은 그와 다섯 정거장 차이다. 나는 버스를 기다리면서 춥다고 안아달라는 그녀를 보며 주먹을 쥐었다. 그는 웃으면서 그녀의 뒤에서서 따뜻하게 안아준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그에게 문자를 보낸다. [그 년이랑 언제 헤어질거야? 기다리기 힘들어.] 진동을 느낀 그가 휴대폰을 꺼내 들고는 표정이 굳는다. 그런 그의 표정마저 나를 벅차게 만든다. 아아─
“오빠, 왜 그래?”
“어? 아니, 아무 것도 아니야. 누가 장난 치나봐.”
버스 왔다, 가자. 굳어버린 표정으로 거칠게 그녀의 손을 잡고 버스에 올라탄 그의 모습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나는 쓰고 있던 후드를 벗어버리고 내 친구이자 사랑하는 그에게 카톡을 보낸다. [야ㅋㅋ여친이랑 데이트 잘햇ㅇ냐?] 그러자 곧 바로 그에게서 전화가 온다.
“야, 이정환 나 오늘 존나 식겁.”
나는 그의 소꿉친구이자 그녀를 소개해준 단짝이다.
이게뭐ㅕ여;;; 미안 미안 바나들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냥 날 죽ㄱ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