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유부녀
w. 희익
클러치를 쥔 손에 힘이 꾹 들어갔다. 하얗게 질린 손을 내려다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잠겨버린 민윤기씨 방문앞에서 30분간 빌고빌며 부탁했지만 아무대답이 없어 결국 혼자 오고 말았다. 아오 빌어먹을 민윤기.
진짜 얼굴만 한번 비치고 가자 하는 결심으로 새로 지어진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미용실에 들러 한참을 지지고 볶은 머리를 손으로 다듬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난생 처음 신어보는 킬힐에 발목이 남아나질 않을것 같다. 처음 입어보는 파티드레스도 찢어발기고 싶었다. 아오 그건 그렇고 누가 누군질 알아야지. 쓸모없는 민윤기.
"어머, 오랜만이에요 오주연씨."
"…네? 아, 네."
갑자기 말걸어오는 여자에 순간 나를 지칭하는지 모르고 멍때리다 뒤늦게 고개를 까딱,하고 숙였다. 미치겠네, 오주연 언니는 이런 자리에선 어떻게 하는거야. 내 성격대로 하면 안될거같은데. 내 뒤집어지는 속을 모르는 상대 여자는 쥐잡아먹은듯한 시뻘건 입술로 씩 웃으며 자꾸 친한척을 해댄다. 가주세요 제발.
"근데 남편분…은 어쩌고 이렇게 혼자 오셨어요?"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가만보니까 이 여자, 꽈배기마냥 말을 비꼬아댄다. 표정도 거만함의 끝을 달리고있다. 엄마 나 부잣집 여자한테 견제당했어. 어쨌든 대충 상대하고 보내자 싶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혼자 보려고 숨겨두고 왔어요."
"하, 아 그래요? 그러고보니 손목 다치셨나봐요? 이런 자리에서까지 이런걸 하고 오시고."
"뭐, 좀 다쳤어요. 정이 많으신가봐요 이런것도 신경써주시네. 고마워요."
세상에서 제일 같잖다는듯 헛웃음 치며 내 손목에 둘러져있는 붕대를 보더니 또 딴지를 건다. 이분도 오주연 언니처럼 친구가 없는건가.
별거 아니라는듯 여자의 얼굴에 들이대며 보여주자 뭐 이딴게 다있냐는듯 날 아래위로 훑어보더니 가버린다. 뭐야, 시비는 지가 먼저 걸어놓고.
이리저리 돌아댕기다 인정하긴 싫지만 오주연언니와 똑 닮은 잘생긴 부잣집 아저씨가 날 발견하고 다가온다. 설마 회장님? 드라마의 비주얼이랑 많이 다르군요.
"주연이 왔느냐."
"아,예. 안녕하세요."
거참 되게 반가운척 하시네. 민윤기씨한테 팔아넘기고 아는척도 안했다던 분이. 좀 껄끄러워 대충 어색하게 인사하자 회장님 표정이 약간 이상하시다. 얘 뭐지?하는 듯한 표정. 왜요, (겉으로는) 회장님 딸내미입니다. 당당하게 마주바라보자 정신차리신듯 아.하더니 허허 웃으시며 뒤쪽에 서있던 얼굴에다 네,제가 오주연 언니입니다.라고 쓰여있는 여자를 부른다. 손에 샴페인 잔을 들고 다른사람들과 하하 웃으며 얘기를 나누던 여자가 부름에 뒤를 돌아보더니 내 얼굴을 보고는 곧 어색하게 굳어간다. 뭐요, 나도 그쪽 맘에 안들어요.
"어, 그래, 왔구나…."
"그래. 명색에 자매인데 얘기도 좀 나누고 그래야지, 정없이 살아서 되겠니?"
아 불편해. 차라리 민윤기씨랑 있는게 더 편하겠다. 집에서 편하게 쉬고있을 빌어먹을 민윤기가 떠올라 갑자기 화가났다. 꼭 이렇게까지 안나와야 속이 후련했냐…!
셋이서 서있는데도 전혀 대화가 오가질 않았다. 회장님은 당황하신듯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기위해 재미없는 얘기들을 하시는데, 안돼, 이러지마세요. 분위기가 더 가라앉잖아요. 가시방석이 따로없어 뒷머리를 슥슥 긁었는데, 하필 붕대감은 손이라 회장님과 언니분이 그걸 발견했다. 회장님의 표정은 돌처럼 굳었고, 언니분은 표정을 일그러트리더니 결국 자리를 떴다. 회장님은 어지간히 민윤기씨랑 친해지고 싶은건지 애써 모르는척 말을 꺼냈다.
"그,그나저나 민사장은 어디에 있나?"
"음. 이, 일이 되게 바쁘신가봐요."
내 자존심. 이로써 나는 엄밀히 말하면 가족행사에 남편없이 참석한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사는 쇼윈도 부부인걸 공식적으로 광고한 셈이다. 내가 보기엔 다들 모르는척해도 손목 다친 이유도 아는것 같기도 하고. 아 망했네. 그냥 나가자. 주변에서 나를 흘끔 바라보며 숙덕이는 여자들에 애써 모르는척 출구로 향했다. 아니 회장님은 왜 그렇게 깊숙히 있었던거야. 또 오주연언니는 적이 뭐이리 많아. 여긴 내 성격과 맞지 않은 곳이야. 화병나기전에 어서 벗어나야겠어. 도망치듯 걷는 내 곁에 한 익숙한 목소리가 내 발을 붙잡았다.
"엇, 오사모님!"
"…에."
"안녕하십니까!"
"설마, 김비서?"
"예, 유능한 김비섭니다."
찾았다 요놈. 주변 눈치를 보며 누구보다 빠르게 킬힐로 깨끗하게 닦아놓은 검은 구두를 꾸욱, 눌렀다.
"아악!"
큰 소리에 주변 사람들이 힐끔 쳐다보는걸 느끼고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잠깐 뒤를 돌아보니 김비서가 원망스럽다는듯 발을 부여잡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뭘 쳐다봐, 확마. 주먹을 휘두르는 시늉을 하며 다시 뒤돌아 도도하게 걸어나갔다. 슬슬 가볼까 하려는 참에 내 눈에 군침돋는 비주얼의 디저트들이 띄고말았다. 아, 이왕 여기까지 온거 좀만 먹고갈까, 낄낄.
손가락만한 조각케익이 놓인 접시 하나를 집어 콩알만한 포크로 집어먹었다. 아니 부잣집이면 입이 다 콩알만해지나. 한입거리도 안되는걸 포크로 나눠먹다니. 맛은 좋군. 그렇게 집어먹고 있는데 한 네,다섯은 되보이는 여자들이 몰려왔다. 아 설마 또 기싸움하려는건 아니지? 제발 아니라해줘. 나 여기 온지 10분도 안됐어.
"사장님은 어디 계시고 사모님 혼자 계세요~"
"그러게요, 누가보면 미혼이신줄 알겠어요, 얼굴도 동안이신데."
"모르는 남성분이 관심보이시면 어쩌려구."
"하긴 사장님께서는 바쁘신분이라 부인이랑 함께 할 시간도, 지위도 안되시잖아요."
먹을땐 개도 안건드린다는데, 돌려까기와 칭찬을 동시에 하는 고도의 기술을 선보이는 여자들을 슬쩍 노려봤다. 그래요 전 남편이 없어요. 밥맛도 떨어지는거 한마디하고 집에 가야겠다 싶어 접시를 탁,소리나게 내려놓고 입을 여는데 누군가 내 허리를 감싸고 섰다. 비웃음 가득하던 여자들의 표정은 놀라움과 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으로 가득 물들었다. 뭐야 누구야, 설마 우리 회장님?싶어 고개를 돌리면, 아마 내 표정도 저 여자들과 같았을거다.
"안녕하십니까."
집에서와 달리 아주 스윗한 미소로 서있는 만인이 찾던 민사장이 서있었다. 내 허리를 감싸는 손은 의외로 다정했다. 경악에 차 민윤기씨의 얼굴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그 미소 그대로 나를 내려다보더니 아주 작게 나만 들릴정도로 속삭인다. 엇, 뭐야 두근거려. 나 왜 설레.
"망신당하기 싫으면 웃어."
아, 예. 웃으라면 웃어야죠. 이를 악물은 발음에 곧장 굳은 근육을 움직여 씩 웃었다. 출렁했던 심장은 언제 그랬냐는듯 차게 식어있었다. 그래, 설레긴 뭘 설레 저런 놈한테.
어찌됐건 민윤기씨가 거물이긴 한가보다. 그의 등장만으로 모두가 술렁이며 시선을 집중했다. 아 이러다가 대인기피증 생길거같아. 그리고 언제 안건지 회장님께서 헐레벌떡 품위를 잃으시고 급하게 뛰어오셨다. 곁에 언니분을 데리고. 그냥 나 말고 민윤기씨만 따로 초대하시든지.
"아이고, 민사장! 바쁘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왔구만!"
"안사람 데리러 왔습니다. 오늘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해서."
"아…그렇군."
반갑게 달려온 회장님의 말에 격식있게,하지만 거만하게 대꾸하며 민윤기씨는 허리에 감은 손에 힘을 주어 나를 끌어당겼다. 슬쩍 위를 올려다보니 민윤기씨의 턱선이 보였다. 또 다시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기분이 들어 얼른 시선을 돌려 회장님을 바라봤다. 회장님은 방문 목적이 연회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지 실망한 빛을 내보였다. 다시 굳어가는 입매를 힘껏 끌어올리고는 민윤기씨의 가슴팍에 머리를 기댔다. 그러자 민윤기씨는 주춤하더니 곧 태연하게 행동했다. 민사장, 연기해도 되겠어…!
"그럼 이만 가보겠습니다. 아,오조연씨 개업 축하드립니다."
오조연씨는 어색한 낯빛으로 고개를 슬쩍 숙인다. 그리고 우리는 모든 이의 주목을 받으며 호텔을 벗어났다…와 동시에 민윤기씨는 손을 거뒀지만 나는 얼른 민윤기씨 허리에 팔을 둘렀다. 그에 민윤기씨는 정말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날 노려봤다.
"떨어져."
"이히히히."
"뭐하는거야."
"에~뭐야~안그런척하면서 내가 걱정됐구나~?"
"안 떨어지면 던져버린다."
"어어, 아직 보는 눈이 많아요?"
"…하."
"그리고 이 기회가 아니면 언제 진짜 부부처럼 있어보겠어요."
말은 이렇게했지만 사실 다리에 힘이 빠져 민윤기씨에게 매달리다 싶이 걷고있다. 아주 잠깐 들어갔다 나오는 사이에 멘탈이 먼지가 되어 날아가버려…☆
민윤기씨 없었으면 아마 아직도 저기서 망신당하고 있었겠지. 긴장이 풀리니 발에 고통이 배가된듯하다. 발을 내려다보니 힐속에 갇혀 하얗게 질려버린 애처로운 발등이 보였다.
"민윤기씨…기사님은 안데리고 오셨어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세단 앞에 다다르자 뒷문을 열어 나를 쑤셔넣는다. 악,소리와 함께 곧장 구두를 벗어던졌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발을 주물주물하며 슬쩍 옆을 보자 인상을 찡그리며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래 또 업무관련이겠지. 일벌레자식아.
그래도 무슨 바람이 분건지 데리러 와준것에 벅찬 감동이 들었다. 약간 복잡미묘한 감정과 함께 민윤기씨의 의외의 면도 보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슬쩍 미소를 지었다. 짜식, 츤데레구나.
어쩌다 유부녀 |
에...음...제가 연회를 해본적이 없어서...걍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파티를 떠올렸어요. 금수저들은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ㅎ.ㅎ...주식이나 회사얘기하려나..금수저들의 세계란... 그래서 저기 나오는 부잣집 여자들이 다소 음...품위가 없습니다. 막 유치하게 까내리고.킥킥 이런거 꿀잼 전 약간 막 심경의 급격한 변화 이런건 별로 안좋아해서 아마 민윤기씨가 저렇게 도와준 이유가 잇을거예요 그거슨 아마도 사랑?킥... 농담이구요 일단 민윤기씨...보다...여주를 먼저 뽈인럽하게 만들어보자구요.! 민윤기씨 마음돌리기 어려워서 그런건 딱히 아.아니라굿...!! 아 그리고 잠깐 나왔긴한데 오주연씨 언니 이름 오조연이예여.왠줄아세요? 조연이라서요.킥킥킥...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마 님들이 별로 크게 신경안쓰셨을 김비서는 사실 태태였어요.헤헤 사랑스럽군(흑심) 믿기 어려우시겠지만....1일 1연재를 하려고 노력하는데...항상 시간을 보면 12시가 넘어있네여..젠장할...! 마음같아서 오주연씨 얘기도 동시에 올리고싶은데 제 필력이 따라주질 않네여...!!!!!!!!! 우럭...!!!! 오늘도 둘리의 코코볼과 함께 치얼쓰...☆ 여러분 코코볼드세요 짱맛잇음 우유도 코코볼에 우려져서 초코우유돼요 최고. 그럼 아마도 내일 이 시간에 만나요! 더 일찍 만나기를 바라며...☆ |
♥우리 사랑둥이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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