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주목"
교탁을 탁,탁, 치지며 우리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선생님을 턱을 괸채 바라보았다.
"자, 다들 내일이 수능인거 알테고"
"아~~~"
선생님의 말 한마디에 아이들의 탄식이 들려온다. 벌써부터 긴장을 한 친구는 제 가슴을 부여잡기도 했고, 머리를 감싸며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친구 등 너와 같이 벌써 대학에 합격해 여유만만한 아이들까지 다들 가지각색이다. 그 중 난 혼자 생각을 정리하는 친구 쯤에 속하겠지,
"뭐 지금 합격해서 수능이 남일인 그런 세상 편한 얘들도 있겠지만,"
"..."
"여기서 절 반은 수능에 목숨을 걸어야 할 거야 그체?"
"..."
"더도 말고 한 마디만 해주자면"
"..."
"내일 수능장 나오는 순간까지만!"
"..."
"수고하자"
내일까지만 수고하자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들은 긴싸움이 내일에서야 드디어 끝난다는 생각에 조금의 안도를 한 모양인지 하나둘씩 조금씩 웅성됐다.
"자 그럼 인사하자. 반장"
"차렷-"
-
수고하셨습니다.
수능 전 날이여서 오늘은 야자가 없었어 수업이 끝나는 데로 누구라도 할 것 없이 모든 학년이 집으로 하교했다. 아이들은 하나 둘씩 수능 잘보라는 인사와 함께 밖으로 나갔고, 나는 멀뚱히 앉아있다. 주섬주섬 가방을 싸며 집 갈 준비를 했다. 몇 없는 아이들이 교실에 남아있을 쯤, 나도 이제서야 짐을 다 싸고 자리에 일어섰다. 내 자리는 창가자리였는데 창문 넘어 운동장에 하교하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뭐해"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나는 뒤를 돌아보자 여느때와 다름없는 네가 서있다.
"구경"
"들어줄게"
내 손에 들려있는 여러 자습서와 문제집을 구준회가 들어준다며 가져갔다. 가방에도 터질듯 구경 넣은지라 더 이상 들어 갈 자리가 없어 할 수 없이 손에 들었지.
"이거 매"
고맙다는 말과 함께 내 가방을 매려고 하자 구준회는 내 가방을 가져가고 자신의 가방을 나에게 던저준다. 내가방 보다 훨씬 가벼웠던 구준회의 가방을 엉겁결에 받아버렸지만,
"야 됐어 줘 그거 무거워"
"가자"
결국 책과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가는 구준회.
아 답장너같잖아 나.
_
"야 무거우면 그거 나 줘"
"응"
결국은 내 가방과 책은 지금 구준회가 들고 있다. 그냥 생각없이 이것도 이것도 이것도! 하면서 담아버린탓에 전과목을 가져오건같은데,
"근데 수학은 왜 하냐? 너 수포자 미술 특기생아님?"
거봐.. 내가 그냥 다 담아왔다고 했...
*
"오늘도 독서실 갈 거야?"
"당여하지"
2주전인가 3주전인가 김지원과 나란히 야자를 끝난후에도 새벽 3시까지 독서실을 다녔다. 야자를 구준회와 같이했었지만 구준회는 날 따라 독서실까지 따라 오지 않았다. 매번은 아닐지라도 가끔 데리러 올 정도. 그 정도 였다. 구준회는 한달 전 내 동생이 한 말이 지금까지도 신경쓰이는 모양이였다.
"좀 쉬면서해 다크서클봐"
"누군 안 쉬고 싶어서 이러냐?"
"수능 끝나고 우리 영화나 보자"
"뭔 영화를 봐"
"재미있는거 많이 나왔던데"
"됐어 안 봐"
"아니면 밥이라도.."
"아 좀..!"
틱틱, 또 내 버릇나왔다. 남생각 안 하고 톡 쏘는듯한 말투. 구준회도 나름데로 힘들어하는 날 위해 그러는 걸 텐데. 나는 또 네생각 안하고 내 마음데로 틱틱되지.
"아 나 그냥 오늘은 바로 독서실갈게"
"지금? 밥은"
"..알아서 먹을게"
결국 미안하다는 말 또한 없이 독서실가겠다는 핑계로 너와 헤어졌다.
그냥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져서 그래.
미안해,
_
"내일이래~ 내일이란다~"
"..."
"내일 수능장 밖에 나오면 무슨 생각 들까?"
"생각은 무슨,"
"존나 논다"
"참 나"
"개새끼처럼 놀거라고"
"얼씨구"
"내가 김지원한테 주는 선물이지."
라면이나 쳐 드세요.
독서실에 와 보니 먼저 와서 공부하던 김지원과 함께 휴게실로와 간출한 저녁을 때우면서 나눈 대화였다. 희망사항을 줄줄이 이야기하는 김지원의 말들을 무시하고 먹지도 않은 라면을 국물 버리는 칸에 쏟아부었다.
"안먹냐?"
"어 입맛이 없어"
"어디아프냐?"
정수기에서 물 한모금 마시고 나는 김지원에게 먼저 올라가보겠다는 말과 함께 휴게실로 나왔다. 오늘따라 적막이 더욱 깊게 깔린 이 복도를 지나쳐 안으로 들어가기가 무서워 잠깐 밖으로 나왔다. 그저 바람을 맞으면 혼자 생각하고 정리하고 싶었다는 핑계일지도 모른다. 밖에 나와 하나 있던 가로등도 곧 꺼질 모양인지 아주 약한 빛을 내고 있었지만 그 적막 깊은 복도 보단 무섭지 않았다.
내일이면 모든것이 끝나
내일까지만 수고하자
내일 존나 놀자!
오늘 하루 들었던 내일을 기대하는 또는 내일을 응원하는 말들이 나에게 크게 와닿지않았다. 나는 미술 특기생으로 내일 수능을 치고 나온다고 하더라도 또 다시 시작되는 실기에 또 다시 밤을 새우며 그림을 그리겠지. 다시 미술학원을 등록했다는 엄마의 문자와.
[고시텔 구해놨어 수능 끝나고 그 다음날 바로 들어갈수있게 준비해]
또 다른 문자 한 통이 나를 울적하게했다. 물론 나도 이렇게까지 노력해야된다는건 안다.
하지만 누군가는 수능전 합격 발표를 받으며 즐거워했고, 누군가는 내일끝나는 행복해 즐거워했다. 그저 난 그 즐거움을 늦게 느낀다는 불만, 얄미운 질투정도 딱 그런 느낌에 사로잡혔었나보다. 이제 고시텔에 들어가면 준회도 김지원도 친구도 그 누구도 안 만나면서 외롭게 그림 그림 그림만 그리고 있겠지
아 싫다.
걷다가 걷다보니 사거리와 멀지않게 있던 골목에 와버렸다. 그러고보니 입고 나온것도 그냥 마이하나만 덜컥 입고왔네, 11월 달 밤은 몹시 추웠다. 언제 이렇게 날씨가 추워졌는지 부들부들 떨며 뺨에 스쳐가는 바람에 몸을 움츠렸다. 결국 그 추위에 자주들렸던 슈퍼가 보였는데 생각없이 덜썩 들어가버렸지
"여주네?"
"..아..안녕하세요"
알아보신 아주머니가 내 이름을 불러 반갑게 인사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덜썩 들어온탓에 멀뚱히 서있던 나는 눈 만 깜빡였고 아주머니는 긴가민가 하다 옳다쿠나! 하며
"매번 동생이 아빠 심부름 오더만"
하면 담배 한갑을 내주신다. 그리고는
"3000원이여~"
_
'라이터도 있나요?'
털썩 공원에 앉았다. 나는 이걸 왜 덜컥 받아서 사온건지 심지어 라이터도 사왔어, 주머니에서 꺼내 두 손에 들린 담배와 라이터를 보며 나도 참 가지가지 한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도 호기심에 하나정도.. 펴봐도 되겠지? 라는 생각은 결국 한개비를 꺼내들었고 나는 볼세라 조심스럽게 불을 붙였다.
"켁.. 아 미친 이딴걸 왜 펴"
결국 한모금채 마시지 못한채 목에서 턱 막혀오는 괴로움에 담배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나는 밟으며 남아있는 불씨를 껐다.
'매번 동생이 심부름 오더만'
넌 디졌다.
그렇게 몇십분을 공원에 쪼그리고 앉아있던걸까 발 앞에 놓인 담뱃재만 발 끝으로 툭툭 건드렸다. 불씨꺼진 담뱃재가 꼭 아무 쓸모없는 나같아.
"요즘 고딩한테 담배는 아무것도 아니죠?"
나에게 향하는듯한 물음에 쳐다보자 어떤 예쁘장한 남자가 내 옆에 털썩 앉는다.
"뭐 이해해요 그 나이때하는 어느정도의 일탈이겠죠"
"일탈이요?"
"그래도 담배는 몸에 안 좋은데..."
"..."
"여자한테는 더 안 좋고,"
남자의 말에 제발 저려 담배곽이랑 라이터를 등 뒤로 숨겼다.
"냄새도 나요"
"많~이"
고작 한모금 펴 본건데 그게 벌써 냄새가 배긴건지 냄새가 많이 난다는 남자의 말에 킁킁 되며 냄새를 맡아보았다. 나는 도통 모르겠는데.
"제 동생 놈도 어디서 담배를 배워와가지고"
"..."
"고등학생이 말이에요"
"..."
"그래서 한번 혼내킨다고 혼냈는데도 지도 이제 머리좀 컸다고 도통 말을 들어야말이지"
주저리 주저리 혼잣말 하듯 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이상한 남자를 이상하게 말없이 쳐다보고만 있자 내 눈빛을 느꼈는지 나를 한번 보더니 크게 웃는 남자.
"죄송해요"
"네?"
"오랜만에 반가워서 혼자서 주저리 말이 길었네"
"반가워요? 제가요?"
나를 알고 있는 다는 듯한 남자의 말에 꽤 무서워질려고한다. 기억에 없는 낯선 남자가 아무 꺼리낌없이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는 내가 누군지 알고있는 상황은 의심해볼만하지.
"기억 안 날려나.."
"네?"
"초면은 아니죠?
"초면이 아니라구요?"
"네..뭐.. 잠시만."
초면이 아니라니 도대체 내 기억에 없는 이남자를 난 언제 만난거야,
남자의 핸드폰이 울렸고 남자는 전화를 받았다.
"응 같이있어"
남자는 상대방과 몇 마디 주고받더니 짧은 통화를 끝냈다. 그러고선 나를 보고 씩하고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보이며 웃더니,
"도망가야겠다"
"네?"
"성격 더러운 놈이 찾으러올거에요"
"누구요?"
"어디가지말고 여기있어요"
아니.. 그렇게 말씀하시며 요즘같은 세상에 누가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어요..
"담배는 끊고!"
"아 저 담배 안 펴ㅇ...!!"
"비밀로해줄게~~"
'이런말 해도 힘은 안나던데..'
'...?'
'그래도 힘내요.'
'...'
'모두에게 꼭 내일이 마지막은 아니잖아'
"세상 참 이상한 사람 많아"
남자가 그렇게 떠나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다리라고한다고 기다릴 사람이 어디있어, 탁탁 엉덩이에 붙은 먼지를 털어내고 독서실에 다시 들어갈 생각으로 걸음을 천천히 옮기자 내 처지를 잘 알고 있는 마냥 내뱉던 남자의 말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오늘하루 복잡하고 날 피곤하게 했던 생각들이 나름 정리된 기분이랄까. 나도 내 자신이 모른채 그저 다른 아이들이 부러워하고 있었나보다. 나는 내일이 마지막이 아니니까.
"무슨 유난이야.."
괜히 이런생각을 하는 나를 생각하니까 되게 유치한것같기도하고 웃기기도하고.
"야!!! 김여주!!"
생각없이 앞에 놓인 돌을 툭툭 차며 천천히 독서실로 향하고 있는데 뒤에서 크게 들려오는 내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았다.
"가만히 있으라니까 말 더럽게 안 들어요!"
"?뭐야 너 언제 나왔냐"
"지금 몇시인줄 아냐? 구준회도 난리났어 너 찾는다고 넌 이제 디졌다"
"구준회? 걔는 왜!"
"12시에 나간얘가 더럽게 안 돌아오니까 연락한거지"
"어지간히 잘 들어오지 내가 알아서!"
"아 어쨋든 너 구준회한테 가서 잘해라. 속 좀 그만 썩이고 기지배야!"
얼굴을 쓸어내리는 김지원 때문에 머리가 엉망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굳이 그걸 왜 구준회한테 전화해가지고 이사단을 만들어 내가 어지간히 알아서 잘 들어가지. 핸드폰은 무음이여서 내가 못들었나보다. 핸드폰을 꺼내들고 시간을 확인하자 ....? 3시 42분...? 아니 무슨 미친 시간을 달려가세요? 도대체 뭘 했다고 시간이 이렇게나 지난거야. 부재중과 문자 카톡은 김지원과 구준회로 가득찼고 내가 미친 짓을 했다는걸 자각했다. 거의 4시가 다되어가면 집에 들어가고도 남은 시간인데 말이야. 서둘러 구준회에게 연락하려 하자.
"야! 구준회!"
마스크를 낀 구준회가 성큼성큼 나에게 다가왔다.
"아아 야 나 먼저 들어가서 짐싼다 둘이 이야기해;"
김지원은 심각하다고 느꼈는지 서둘러 독서실 안으로 들어갔고 결국 나와 구준회 둘만 그 자리에 남겨졌다.
"입어"
"..."
입으라며 자신의 옷을 벗어 나에게 건냈지만 나는 멀뚱히 겉 옷을 바라볼뿐 받아 들지 않자 구준회는 답답했는 모양인지 나에게 옷을 입혀줬다.
"진짜 모르겠어"
"뭐가"
"너 왜그래 오늘"
"..."
"내일 때문에 그래? 그런거면 마음.."
오늘 하루 내가 답답했던 구준회는 나에게 왜 그러냐 물었고, 나는 너를 불렀다.
"나 내일부터 학원가 "
"그거야 너 원래.."
"고시텔 들어가"
"..."
"그래서 나 수능 끝나도 이제 너 못봐.."
"..."
"너랑도 밥도 같이 못 먹고 영화도 같이 못 보고 아무것도 못 해"
"..."
"나도 지원이랑 친구랑 준회 너랑 같이 놀러다니고 싶고 그런데"
"..."
"나 이제 진짜 혼자서 있어야해"
"..."
"너한테 언제까지 기다려달라고도 할 수도 없고.."
"..."
"같이 있고 싶은사람들과 떨어져야되는게 복잡하고 심란한 문제인지 몰랐어"
"..."
"나는 너랑 같이 있고싶은데.."
"..."
"너 보고싶어서 어떻게해......."
결국 혼자 주저리 이야기를 늘어놓다 이제서야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벌써 몇 달을 기다려준 준회에게 또다시 몇 달을 더 기다려 달라고 하긴 너무 미안하잖아. 고시텔 들어가면 아마 연락도 잘 안될텐데.. 보고싶어 어떻게해
"우리 그냥 사귈래?"
"...어?"
"아.. 이건 아니였는데"
"..."
"사귀자 우리."
딸꾹,
사귀자는 너의 말에 딸꾹질이 나왔다. 사실 너도 나도 지친줄 알았다. 기다리고 있는 시간에 네가 많이 지친줄 알았어 그래서 내 상황을 말하면 네가 너무 지쳐할까봐 그게 너무 무서웠었다. 그만큼 내가 이기적인거였고,
"너 때문이 아냐"
"..."
"내가 널 너무 좋아해서 그래"
"..."
"이제 못 본다며 기다려야하는데"
"..."
"이렇게 보내기에 내가 너무 불안할거같아서 그래"
"..."
"내 잘못이야"
"..."
"여유가 있을때 쯤 만나자고 한 내말을 지키기고 싶고"
"..."
"네 동생이랑 한 약속도 지키고싶었는데"
"..."
"못 지켜서 미안해"
"..."
"다 내 잘못이야"
"내가 너무 이기적인거야"
꽃에물을주네 /기묭 / 뿌요 / 콘순이 / 구주네 / 준회가 사랑을 준회 / 0418 / 준회가먹으라고준회 / 초딩입맛 / 마그마 / 미스터쿠 / 기프티콘 / 벚꽃 / 쪼꼬렛 / 포마토 /봄 / 혀니 / 아이키커 / 김동동/ 음표 / 콘치즈 / 쭈꿁히푸/ 초코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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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늙은재주꾼입니다. 여러분 몇 주만이에요 ㅠ 늦었죠.. 죄송해요.. 분량을 어디서 끝내야할지 몰라서 주춤 하다 여기까지 왔네요. 네.. 드디어 그날 입니다. 그 날이 왔어요..!! 예.. 일단 말씀드리고 싶은건 다들 조금씩 눈치채고계시던데..^.^.. 네 제소원은 아이콘 친구들 모두 글을 써보고싶어요. 하지만 제 소원일뿐. 머리가 돌아가고 손이 써지는 까지만 일단 이어서 계속 써볼려구요.! 네, 그럼 기다려주세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