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는 잘 이겨내고 계신가요? 저는 카페로 피난을 몇 번 갔다가 커피값에 무너져 오늘은 집에 있었습니다, 만
정말 덥네요.
예.
더워요.
여러분 더위 조심하세요….
서늘한 밤이 내려와 윤기, 태형이, 정국이가 있는 거실에는 하얀 형광등 빛이 대신 주위를 밝혀주고 있었으면.
그리고 그 사이에는 끊임없이 정국이와 태형이의 목소리가 채워졌으면 좋겠다.
조금 더 가끔은 윤기의 목소리도 더해졌으면 좋겠다.
저녁을 다 먹고 나서 씻고, 또 티비를 보면서 소파의 자리를 두고 티격태격, 티비 채널을 또 고르느라 티격태격.
윤기는 태형이의 핸드폰을 잡고 게임을 하느라 소파 구석에 앉아있고 그 옆은 태형이가, 태형이 옆은 정국이가 자리하고 있었으면 좋겠다.
둘은 내내 투덜거리고, 티격태격거리고, 툭하면 장난을 치면서도 허벅지를 꼬옥 맞닿고 있었으면.
윤기는 자신에게 어린 녀석이 너무한 거 아니냐면서 칭얼거리는 태형이를 보면서 작게 웃고는 머리만 두어번 툭툭 쓰다듬는
그런 밤이 되었으면 좋겠다.
형. 형은 나랑 침대에서 자고, 정국이 너는….
지금 외간남자랑 둘이 자겠다는거예요?
야. 윤기 형은 외간남자가 아니거든.
우리 윤기 형한테 왜 그래. 태형이가 정국이 말에 울컥해서는 쪼르르 윤기의 옆으로 가 허리를 꼭 끌어안고 너무하다는 듯이
입술을 삐죽 내민 채로 정국이를 바라보고 있었으면 좋겠다.
윤기는 한 손에는 태형이의 핸드폰을 쥐고 있는 상태로 다른 생각에 빠져있었으면.
누가 거실에서 혼자 잘 것인가. 윤기를 내보내는 것은 태형이가 결사반대를 하고, 정국이도 거실에서 자기 싫다고 우직하게 우겨대는 통에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아 윤기가 귀찮다는 듯이 제 머리를 헝클인 뒤에 침대 밑에 이불 하나 깔아서 다같이 한 방에서 자면 되지 않겠냐고 말했으면.
그제야 태형이와 정국이가 수그러들었다가
이번에는 누가 바닥에서 잘 것인가를 두고 다시 2차 언쟁을 일으키려고 했으면.
윤기는 또 한 번 짧게 한숨을 내쉬고 정국이와 태형이 사이에 들어가 주먹을 들어올렸으면 좋겠다.
가위
바위
보.
전정국 너 졌네. 네가 바닥에서 자.
아, 잠깐. 잠깐. 이러는 게 어딨어요. 한국은 삼세판!
가위
바위
보.
어. 연속으로 너 졌으니까 네가 바닥에서 자.
아, 이거 짠 거죠! 토끼 형!
뭘 짜, 임마.
윤기가 고개를 절레절레 지으면서 손은 아직 보를 낸 그 상태로 굳은 정국이를 보다가 제 허리를 끌어안으면서 똑같이 정국이를 놀리는 태형이를 보며 이번에는 짧게 웃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늦어서 한참 잘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윤기는 태형이의 핸드폰을 꼬옥 쥐고 있었으면 좋겠다.
정국이가 의아한 얼굴로 다가와 왜 태형이 형 핸드폰을 그렇게 보고 있냐고 할 정도로.
연락, 기다리는 게 있어서.
무슨 연락인데 태형이 형 핸드폰으로 와요?
나는 핸드폰이 없으니까.
아. 아아. 그래서, 안 와요?
정국이의 물음에 윤기의 고개가 끄덕, 작게 움직였으면 좋겠다.
그 뒤에 윤기가 대학교 MT를 갔다는 말에 제 형이 갔을 때 어땠더라, 싶어 머리를 굴렸으면.
보통 가면 노느라 정신 없어서 전화 안 하던데. 우리 형도 한 번 놀러가면 연락 두절 됐거든요.
….
정국이는 그렇게 말하다가 허리에 딱 베개 하나 끼우고 다시 고개를 돌려 윤기를 바라보다가 흠칫 놀랐으면 좋겠다.
표정은 비슷한 것 같은데 윤기의 하얀 토끼귀가 추욱, 늘어져있는 것을 보고 내가 뭘 잘못 말했나 싶었으면.
옆에서 보고 있던 태형이가 눈치가 없다며 정국이 허리를 팔꿈치로 꾸욱꾸욱 눌렀으면 좋겠다.
태형이와 마주보고 누운 윤기가 가만히 태형이를 바라보고 있다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뜨고는 작게 웃었으면 좋겠다.
침대아래를 연신 힐끗거리는 태형이를 보고 조용히 손짓으로 태형이를 가까이 불렀으면.
그리고 귓가에 작게 소근소근 속삭였으면 좋겠다.
토끼로 있을까?
윤기의 말에 태형이가 괜찮다고 손사래를 쳤으면.
윤기는 태형이 대답은 상관없다는 듯 토끼로 변해 그 사이 제 머리를 누르고 있는 옷가지 틈으로 주섬주섬 나왔으면.
태형이는 또 오랜만에 윤기가 이런 모습으로 있는 거 본다고 품에 안고 부둥부둥거리고,
그 소리에 뭔가 싶어 올라온 정국이도 윤기의 모습에 작게 놀랐다가 괜히 이마나 볼을 톡톡 두드리면서 신기해했으면 좋겠다.
정국이가 윤기가 누웠던 자리에 대신 눕고, 태형이의 고집으로 윤기는 그 가운데에 딱 몸을 둥글게 말아 자리했으면.
방의 불이 꺼지고,
태형이와 정국이가 장난을 치는 소리가 조금 들렸다가
서서히 잦아들어 이불이 스치는 소리만 잔상대신 남았으면 좋겠다.
윤기는 옅게 잠들었다가 갑자기 무언가 밝은 빛이 탁 터지는 것 같아 천천히 눈을 떴으면.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태형이의 핸드폰의 화면이 반짝반짝 빛을 내고 있는 것을 발견했으면.
하얀 토끼 한 마리가 입에 티셔츠를 물고 질질 끄는 상태로 침대에 내려갔으면 좋겠다.
바닥에 주저앉은 모습으로 사람이 되어 티셔츠를 얼른 걸치고 핸드폰을 든 채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여 소리없이 문을 닫고 거실로 나왔으면 좋겠다.
문이 닫히자마자 바로 전화를 받았으면.
딱 귀에 대었는데,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술만 벙긋거리는데 조금 요란한 소리를 뒤로 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으면 좋겠다.
[여보세요?]
아. 김남준 목소리다.
예민한 귀를 통해 들려오는 목소리에 윤기가 방에서 떨어져 거실 한복판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전화를 받았으면 좋겠다.
너 왜 이제 전화해.
[윤기 형? 태형 씨 집에서 잘 있었어요?]
너 왜 이제 전화했는데.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마지막 말은 삼킨 윤기의 목소리를 들은 남준이가 허둥지둥, 배터리가 없었다, 보조 배터리 들고 와서 딱 갈아끼웠는데 그 보조 배터리를 내가 충전을 안 해놨더라 등등.
이제야 겨우 충전기 꽂아놨다가 눈치봐서 빠져나온 거라는 말에 윤기는 대답없이 고개를 끄덕였으면 좋겠다.
너무 늦어서 전화 안 받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이라는 말에 윤기는 속으로 그런가 싶어 고개를 끄덕였으면.
늦은 밤 거실에서 윤기와 남준이는 그제야 서로의 하루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를 목소리로 그려내어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핸드폰이 뜨거워지고, 남준이도 이제 다시 돌아가야겠다는 말에 윤기는 아무 말도 안 했으면.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남준이가 먼저 말을 걸었으면 좋겠다.
[형. 나 안 보고 싶었어요?]
어.
[진짜요? 나는 형 보고 싶었는데. 토끼는 안 보고 싶었구나. 와, 상처.]
….
[토끼야.]
왜.
[진짜 나 안 보고 싶었어요? 나 내일 모레는 되어야 볼텐데.]
남준이의 말이 끝나고 조용한 정적이 흘렀으면 좋겠다.
서로의 숨소리가 얄팍하고 뜨거워진 핸드폰 사이로 흘러나왔으면. 윤기는 널찍한 유리창을 바라봤다가, 그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 다음에는 눈을 감고 가만히 남준이 주위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 산 속인 듯 모래가 버석버석거리는 소리,
그리고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남준이의 숨소리.
조금, 보고싶네. 뭐. 조금.
윤기가 작게 대답했으면 좋겠다. 금방 작은 웃음소리가 윤기의 귓가에 닿아 흩어졌으면 좋겠다.
[나도 보고 싶어요.]
그 뒤에 이어진 대답에 윤기는 입꼬리를 울려 조용히 웃었으면 좋겠다.
술마시고 개가 되어 오면 아무리 온다고 해도 네 집으로 안 갈거라는 경고를 마지막으로 통화가 끊겼으면 좋겠다.
끊기고 나서도 윤기는 한참 그 자리에 서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으면 좋겠다.
고작 하루 이틀일 뿐인데
나도 참 청승을 떤다고 생각하면서도
한참 서 있다가 새벽이 깊어질 즈음에서야 침실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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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자랑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림 감사합니다. ♥
초콜릿 좋아하는 귀여운 민트토끼 윤기 그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귀엽고 아기자기한 글귀 감사합니다. ♥
귀여운 윤기 그림 정말 감사합니다. ♥
예쁜 부농부농한 윤기 그림 선물 감사합니다. ♥
[암호닉은 정리중입니다. 곧 정리할겁니다. 아마도요. 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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