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여자와 남자.
태초부터 우리가 지니고 태어난 성별은 이러했다
이것은 변함없는 사실이였으며 어릴적부터 나는 여자답고 너는 남자답게를 귀에 딱지가 앉을정도 듣고 자라왔었다
[ 너 또 체육복 안챙겨갔지? 아줌마가 갖다주라고 주시더라 자]
아침 댓바람부터 우리반 교실로 쪼르르 달려오더니 가방을 뒤적여서 초록색 체육복을
떡하니 안겨주고는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내 앞에서 실실 웃는 도경수.
얘로 말할것같으면 여자인 나랑은 정말 정반대의 인간이였다 요리도 잘하고 집안일도 꽤 잘해서 되려 우리집에서 나보다 더 사랑받는 존재이기도 했다
[ 아 아침에 가지고 나온다는게 놓고왔네,뭐 어쨌든 고마워]
덕분에 체육시간에 오리걸음은 면했다는 생각에 안도하며 척하니 손을 들어 고맙다는 성의 표시를 하고는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뭔가 할말이 있는건지 우물쭈물하더니 덥석 내 교복 소매를 잡아끄는 녀석
[ 아 왜 또!]
가뜩이나 추워죽겠는데 왜 자꾸 잡냐는식으로 쳐다보자 이번에도 가방에서 뭔가를 뒤적거리더니 내 주머니속에 쏙 넣어준다
저 가방은 몇년을 봐도 신기하단 말이지 무슨 요술가방도 아니고 뭔가가 필요할때마다 하나둘씩 나오는게.
[ 나 간다 졸지말고 수업 잘들어!]
꼴에 또 남자라고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제법 큰손으로 머리를 몇번 쓰다듬어주더니 후다닥 자기 교실로 뛰어가버린다
경수네 교실은 2층이라 계단도 많고해서 내려오기 귀찮을텐데 매일 아침마다 뭐가 좋다고 우리반까지 오는건지
경수가 가고 교복 주머니에서 왠지 모르게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손을 넣어 만져보자 잘 데워진 핫팩 하나가 자리잡고있었다
수업시간 내내 학교까지 오면서 열심히 핫팩을 흔들었을 경수가 생각나서 웃음이 세어나왔다
.
[ ..저기,니가 00이 맞지?]
쉬는시간 친구들과 어젯밤 봤던 드라마에 대해 신나게 떠들고 있는데 누군가 내 어깨위를 툭툭 치는 바람에
뒤를 돌아보자 우리 학교에서도 예쁘게 생기기로 유명한 여자애가 긴 생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으며 뒤에서 있었다.
무슨 할말이라도 있는건지 잠시 망설이다 복도로 나가자는듯 조용히 손을 들어 복도를 가르킨다
얼떨결에 따라서 복도로 나오자 찬기가 몸에 스며들어서 경수가 준 핫팩을 주머니속에서 열심히 만지고 있는데
내 앞에 도도하게 서서 위아래로 내려다보던 여자애가 나즈막한 목소리로 입을 떼었다
[ 니가 우리학교에서 경수랑 제일 친하다며?]
[ ..? 근데?]
우리학교에서 내가 도경수란 몇년지기인지 모르는애도 있었나 싶어 쳐다보자
[ 그럼 나 부탁하나만 하자, 나 도경수 맘에 드는데 어차피 너네 둘 사귀는거 아니라면 나 좀 소개시켜줄래?]
예상치못한 말에 뭔소리인지 벙찐 표정을 보자 도도하게 끼고있던 팔짱을 빼고 부탁한다는듯 내 손을 잡아온다
그렇다고 그걸 왜 나한테 얘기하냐고 매정하게 뿌리치지도 못하고 그래 좋아라고 단번에 들어주기도 뭐해서 그냥 서 있는데
다행히 뒤에서 수업시작한다고 빨리 교실로 들어오라는 선생님의 불호령에 그 여자애에겐 다음에 얘기하자며 황급히 교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하지만 수업 시간 내내 자꾸만 뭔가가 마음에 걸리는 느낌이였다.잘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연애한번 못하고 살아온 불쌍한 10년지기 친구를 위해 그깟 다리하나 놔주는건 식은죽 먹기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뭐 굳이 내가 오지랖넓게 참견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휘저었다.
.
[누굴 소개해준다고?]
[ 아 왜 우리학교에 00이 있잖아 이쁜애,걔가 너 좋다고 소개시켜달래잖아 ]
결국 학교가 끝나고 나란히 집에 가던중에 경수를 세워놓고 슬그머니 아까전 여자애를 소개시켜 주겠다는 얘기를 꺼냈다
내 말을 듣자마자 실실 웃고있던 표정이 점점 썩어 들어가더니 자기는 여자 만나는일에 관심 없다는듯 손을 휙휙 저으며 다시 앞서서 터벅터벅 걸어가기 시작한다
[ 야 도경수! 그런 예쁜 여자에게 널 좋아한다는게 말이 안된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도 뭐 그래도 진짜 안만날꺼야?]
어찌나 빠른지 서둘러 달려가서 팔을 붙잡고 이리저리로 흔들며 진짜 생각없냐고 묻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내 쪽으로 고개들 돌리더니
대뜸 내 어깨에 턱하니 자기 손을 얻고는 갑자기 진지열매 잔뜩 먹은듯 되묻는다
아니 싫으면 말지 얘가 왜 이러나 싶어 살짝 발을 뒤로 빼려하는데 그래도 남자라고 제법 내 어깨를 잡은 손이 억세서 꼼짝도 할수가 없었다
[ 너는..]
[...?]
[어땠으면 좋겠는데 만날까 만나지말까?]
주저리-
오오 도경수느님.죄송해요 망글망글 전 도경수느님의 팬이랍니다!
눈이 참 이쁜 친구,입술이 하트인 친구 내 사랑을 받아.......죄송해요 이게 아닌데
어쨌든 눈치가 빠르시다면 이 글의 모티는 윤제와 시원이예요
자 이제 상상력을 발휘해서 독자분들이 기호에 맞게 설렘 열매를 드시면서
읽으신다면 나름 달달...............했으면 좋겠네요 ㅋㅋ
마지막 대답은 독자분들의 몫이예요 만날까요 만나지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