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생일이신 모든 분들 너무나 축하드리고요! 마지막곡으로 b.a.p의..]
1시간내내 주저리 주저리 떠들어대던 라디오가 점점 주파수를 잃어가는듯 하더니 이내 지지직 거리고는
마지막 노래 한곡을 남기고는 툭하고 꺼져버린다
라디오 안테나를 이리 저리 돌려 보기도하고 손으로 팡팡 내리쳐보기도 하다가 결국 구석 한켠으로 밀어두고는
멀뚱멀뚱 누워 천장을 올려다봤다 애도 아니고 거실 이곳 저곳에 대현이가 붙여주고간 야광별들이
심란한 내 마음도 모른체 반짝이고 있었다.2시간후면 올해 내 스무번째 생일도 끝이 나는데 생일 그까짓게 뭐 대수냐며
코웃음치던 가족들이 그나마 자취방에 사다주고간 케익만 열심히 퍼먹다 쓸쓸하게 끝날 지경이였다.
[ 많이 바빠?]
더듬더듬 손을 뻗어 핸드폰을 쥐어 기어코 문자 한통을 대현이에게 보내고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명색히 남자친구란 자식이 여자친구 생일날 문자 하나 없는게 말이 되냐고
물론 요즘 새 앨범이니 뭐니 정신없이 바빠서 나 같은건 눈에도 안찰 지경이라는건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어디 그게 마음하고 머리하고 같은가.
이불속에서 분노의 발길질 몇번하고 이대로 생일을 보낼수 없다는 생각에 벌떡 일어나 화장대 앞에 앉았다
그래 어차피 화장이 진하니 옷이 짧니하고 타박할 남자친구도 없는데 내 맘이지 오랜만에 잘 쓰지도 않던 화장품들과 옷들을 꺼내 치장을
하고는 나름 만족스럽다는 표정으로 거울에 이리저리 비친 모습을 살펴보서는 현관문을 나섰다
.
근데 하필 날도 추워져서 길거리곳곳마다 팔짱을 끼고 다정히 걸어가는 커플들 천지라니
나온지 10분도 안되서 이럴꺼면 그냥 집에나 있을껄 하는 생각이 물밀듯 밀려올때쯤 어디선가 째지는 비명소리들과 함께
사람들이 우르르 나를 지나 뛰어가기 시작한다 뭔일인가 싶어 쳐다보자 가운데 설치된 무대위에 조금씩 음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한다
혹시나 내가 요즘 좋아하는 가수라고 온건가싶어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고개를 내밀자
[ 안녕하세요! 우린 BAP Yesh sir!]
헐 비에이피다,헐 정대현이다..........내가 놀란듯 쳐다보자 정대현도 그런 날 발견했는지 놀란 표정을 짓고는
옆에 있는 멤버에게 귓속말로 뭐라 쑥덕대기 시작한다 하나뿐인 여자친구가 여기 나타날줄은 꿈에도 몰랐나보네 하긴 나도 내가 널 여기서 볼줄이야
그나저나 벌써 11시네.내 생일 이제 진짜 생일이 한시간 남았다는 생각에 조금 뾰루퉁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내 속도 모르고 좋다는듯
팔랑팔랑 손을 흔들더니 이내 마이크를 손에 쥐고는 능숙하게 멘트를 이어간다
[ 아 오늘 여기 혹시 생일이신분! 저희 요번 신곡중에 happy birthday 란 노래가 있거든요 그래서 생일이신 한분 위로 모실게요]
대현이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여기저기서 손을 들어대는 사람들.오늘 생일인 사람이 이렇게나 많나 하고 코웃음 치고있는데
[ 거기 맨 앞줄에 계신 분! 생일이시구나? 올라오세요 얼른!]
대뜸 손 들지도 않은 나를 가르키며 위로 올라오라는듯 손짓한다 헐..얼떨결에 조명 잔뜩 받는 무대위로 올라가자
어느세 준비된 의자에 나를 털썩 앉히고는 한명씩 돌아가며 노래를 불러주기 시작한다 왠지 이걸 끝내고 무대밑으로 내려가면
내가 무사히 집까지 갈수있을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스칠 무렵
내 손을 잡고는 의자에서 일으키더니 품에 안아 토닥여주고는 아무일 없듯 다시 노래를 불러가는 정대현.
그러다 자연스레 주머니 이곳저곳을 뒤적이더니 이내 뭔가를 내 목에 쓱하고 걸어준다
저번에 내가 가지고싶다던 목걸이를 용케 기억한건지 마치 준비된 이벤트처럼 걸어주고는
여전히 한손으로 꽉 붙잡은 내 손은 놓지 않은체 팬들에게 다시 고개를 돌리다 마지막 가사에서 다시 나를 보며 불러준다
[ Happy birthday to you 아름다운 내 사랑 니가 있어 행복해]
마지막으로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내 귀를 살포시 막아주는 센스를 잊지않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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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랬다간 농민봉기 날듯 ㅋㅋ
근데 저 좀 현실적이지 않아요?......^^;;하하 뭐라니
여튼 대현군 미안해요 이번에도 망글 희생양으로 낙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