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가자는 친구들의 말에도 괜찮다며 손사래를 치고는 미련하게 버티기를 일주일째
결국 온몸을 꼼짝할수없을만큼 앓고난뒤 겨우 정신이 차리고 눈을 뜨자
텅 비어있는 방안이 여전히 너란 공기로 가득한건지 가쁘게 숨을 내쉴때마다 몸 안으로 밀려들어와 머리를 부여잡게 만들었다
.
[ 이번주 일요일이래..진짜 갈꺼야?]
[...]
애꿎은 커피만 빨대로 몇번 휘적이다 친구의 말에 조용히 고개만 끄덕일뿐이였다
조금씩 시간이 다가올수록 주변에서 한마디씩 하는 말들에 온몸이 베어지는듯한 느낌에 누군가 너에 대한
얘기를 꺼낼때마다 웃음으로 포장하며 애써 내 스스로를 괜찮다고 위로하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 그자식 완전 나쁜놈이라니까 어떻게 널 두고..]
친구의 한숨섞인 말에 오늘도 아무렇지도 않다는듯 웃다가 조금씩 답답해져오는 마음을 식히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카페 문을 나섰다
어느덧 뜨겁던 여름이 가고 옷깃을 여밀 가을이 온건지 얇은 소매 사이로 바람이 스며들어와 자동으로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바닥에 겹겹히 쌓인 낙엽을 하나씩 밟고 걷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나도 모르게 너와 처음 만났던 대학교 교정 산사나무 아래 서있었다.
.
[ 이 산사나무 꽃말이 뭔줄 알아요?]
[...?]
나무 아래 앉아 책을 읽고있던 내게 활짝 웃는 얼굴로 다가와 옆에 서있던 나무를 몇번 쓰다듬고는 이 나무의 꽃말이 뭔줄 알냐고 대뜸 물었던 너
학교를 오다가다 몇번 마주쳤던 사람이라 얼굴은 알았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얘기해본적은 처음이였다
[ 유일한 사랑이래요.그래서 우리학교내에서 이 나무아래에서 고백하면 그 두사람은 영원히 사랑한다나봐요]
산사나무 아래에서의 고백이라.그 말을 끝내고 너는 수줍게 웃으며 나에게 우리 만나볼래요? 라고 넌지시 말을 떼었고
그 날을 계기로 우리는 차츰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고 어디든 함께하며 그렇게 6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
미련한 생각인걸 알면서도 그날처럼 이렇게 산사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앉아 있으면 니가 와줄까.하고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그날 밤 잔뜩 술에 취한체 나를 찾아와 이제 곧 결혼한다고 미안하다고 니가 내 품 안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쏟아내던 날
너의 말에 하얗게 변해오는 머리를 부여잡고 그저 따라 숨죽여 울던 나,더 이상 우리의 사랑이 앞으로 갈수없음에 온몸으로 아파하던 날
그날의 기억을 하나씩 더듬어 갈수록 꾸역꾸역 차오르는 슬픔을 애써 억누르다 결국 숨쉴 틈조차없이 밖으로 설움을 토해냈다
.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결혼식장앞 차마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입구쪽에 서서 서성이다 결국 들어가는 사람에게 축의금 봉투를 부탁한다며 건네고는
몸을 돌려 멋지게 턱시도를 차려입은 너를 슬쩍 쳐다보다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고개를 돌려버렸다
시간이 흐르면 너는 한 여자의 남편으로,또 한 아이의 아빠로 그렇게 살아가겠지.
나 역시 마찬가지로 누군가의 옆에서 지금을 떠올리며 그땐 참 많이 아팠구나 하고 넘길 날이 오겠지 그렇겠지 지호야.
주머니를 뒤적여 꺼낸 핸드폰에 여전히 1번으로 등록되있던 니 번호를 찾아 짧은 문자 하나를 하나 남기고선 번호를 삭제했다
[ 그동안 고마웠어.정말]
그리고나서 썼다 지웠다를 계속 반복하다 결국 보내지못하고 마음한켠에 영원히 사랑한다는 말을 간직한체 식장을 등지고
내 마음과는 정반대로 너무나 밝은 햇살에 얼굴을 한번 찌푸리고나서야 걸음을 옮겼다.
-
제 이야기는 아니고 제 주변분 실화인데
정말로 사랑하셨던분이 사정상 다른분하고 결혼을 하게 되셔서
그 분께서 결혼식장을 나오시면서 고맙다는 문자 한통을 남겼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글 솜씨가 부족해서 그게 표현은 잘 안됬지만 독자분들이 읽으시면서 제 글을
읽으시고 그냥 무슨 얘기인지 대충 아실것같아서 한번 써봤어요.
주인공이 지코군인건..지금 제 폰배경이 지코군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