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너 무슨 사고 쳤어?”
아, 깜짝이야. 갑자기 방문을 열며 물었오는 승관에게 내가 되물었다. 왜? 부승관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아니, 윤중관이 너 불러오라고… 하고는 뒷말을 흐렸다. 역시나가 역시나네. 승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벌떡 일어나 문 옆에 서있던 승관을 밀치고 중앙을 향해, 아니 윤정한이 있는 객사로 뛰어갔다. 야, 같이가! 부승관의 말에 손을 흔들며 말했다. 객사 앞에서 기다려!
“나 불렀어?”
“뭐야 진짜 빨리 오네?”
왜 이렇게 빠르게 왔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윤정한에게 전원우랑 김민규가 달려갈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고, 윤정한이 나를 부를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랄까. 어깨를 으쓱하며 오라버니가 부르는데 당연히 빨리 와야지, 하고 말하자 윤정한이 웃었다.
“왜 거짓말 했어?”
눈치 하나는 겁나게 빠르다. 이런 윤정한을 오늘은 한번 골려볼까 싶어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 거짓말을 하면 윤정한은 과연 그것을 잡을 수 있을까, 궁금해졌다. 밖에서는 부승관이 듣고있 — 아, 승관이는 객사 앞에서 기다리고 있겠다고 했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윤정한의 침대에 걸터 앉자 의자를 돌린 윤정한이 다시 물었다. 왜 거짓말을 했어?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가 뭔데?”
“넌 못 숨기잖아.”
“진짠데, 나 윤정한이랑 결혼할껀데.”
내 대답에 말이 없어진 윤정한은 한숨을 쉬며 침대로 철푸덕 엎어져버렸다. 왜 내 말을 못믿어? 내 물음에 윤정한이 말했다. 너무 위험한 발언이라서 내가 뭐라고 할 수가 없다. 적막이 윤정한과 내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찰나, 나는 윤정한에게 거래를 제안했다 — 이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잊어버린 채 말이다.
“윤정한, 나랑 거래해.”
“너 그거 위험한 말인거 알ㅈ”
“오라버니는 날 위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며.”
“…어떤 거래인지 일단 들어보자.”
“날 중관의 힘을 사용해서 이 곳에서 나가게 만들어줘. 영원히. 평범하게 살고 싶어. 일반 사람들처럼.”
“야, 넌 수장이ㅇ”
“수장 그딴 것 필요없어. 그게 너무 파격적인 제안이라 좀 약하게 해줄 수도 있어. 중앙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면 자주 찾아 오기는 할께. 그렇지만 우선, 내가 나가서 가족을 만나게 도와줘. 같이 살 수 있게 도와줘.”
내 말에 윤정한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너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어. 그 말에 나는 웃으며 윤정한에게 너가 이 대가로 얻게 될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아? 하고 물었다. 그게 무엇인데, 라며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윤정한에게 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 윤정한에게 정여주를 줄께.”
“…미쳤네, 이 기집애가.”
종천지모(終天之慕)
이 세상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사모의 정
제 04 장
— 승철 (1)
승철은 처음 여주를 봤던 날을 기억한다. 작은 여자아이가 저가 제일 싫어하는 윤정한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객사를 두리번거리고, 중앙에 왔던 그 날을 기억한다. 여기가 어디라고 계집아이를 데려오냐는 제 말에 저를 바라봤던 아이의 얼굴은 제 심장을 쿵쿵 거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나요? 아이는 저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홍일의 수장이 될 사람이라고 말이다. 달갑지 않은 첫 인사를 끝내고 정한이 아이를 배웅해 준 뒤 저는 처음으로 정한의 객사를 찾았다.
“누구야?”
“응? 아까 말했잖아. 친한 가문에 아기씨라고.”
“홍일 수장이라는 거는 말 안 해줬잖아.”
“내가 너에게 꼭 말을 해야하나.”
항상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이야기하는 정한이, 항상 저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이 하는 그런 정한이 승철은 싫었다. 그리고 몇일 후, 정한이 여자아이를 객사로 데려왔다. 저를 본 여자아이는 바로 고개를 돌리며 저를 보지 못한 척을 했지만, 저는 그 아이를 조금 더 보고 싶어 발을 급히 놀렸다. 어쩌면 저는 그 아이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봐도 봐도 또 보고 싶은 사람이라 정의 내렸을 지도 모른다 — 그 아이가 저를 어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서 정한이 옆에 서라는 스승의 말에 승철은 정한의 옷깃을 꼬옥 잡은 아이를 흘끗 바라보며 정한의 옆에 섰다. 곱다. 객사에 처음으로 여자가 들어왔고 제 3세대의 귀중한 여자 홍일 수장이라는 스승의 말은 객사 안의 사령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이미 알고 있던 승철은 놀라지 않은 척을 했다만, 그 자리가 너무나도 불편했다 — 아이가 정한의 옷깃을 잡고 있는 것이 말이다.
***
“어찌 여자가 수장이 될 수 있단 말이야!”
무예를 담당하는 스승이 문예를 담당하는 스승에게 물었다. 승철과 정한은 두 스승의 앞에서 서로를 흘끗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가 수장이 되면 안된다는 법이 있습니까? 문예를 담당하는 스승이 조용히 묻자 무예스승은 혀를 끌끌 찼다. 여자란 본디 남자보다 약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승철은 저가 정한보다 잘 하는 것이 무예라는 것을 생각해내고는 스승을 붙잡았다.
“최중관! 어디 스승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댄단 말입니까!”
“아 죄송합니다, 스승님.”
스승의 화는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보였다. 얼굴, 얼굴이 보고 싶어서 말인데. 승철은 마음 속으로 몇일 전에 봤던 여주의 정한을 향한 미소를 생각하며 스승에게 입을 열었다.
“제가 가르치겠습니다.”
“무엇을 말입니까.”
“무예, 무예 말입니다. 여자가 수장이 되면 안된다는 말이 없지 않습니까. 제가 홍일을 돕겠습니다.”
승철의 말에 스승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서 내가 너의 무예를 담당할꺼야.”
“…윤…중관님은?”
아이는 승철을 싫어했다. 승철은 그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이럴 줄 알았다면 조금은 상냥하게 처음에 말을 할 껄, 후회했다. 정한은 문예, 승철은 무예에 특히나 재능이 있었기에 정한은 주로 방 안에서 서신을 답하거나 역사를 기록하는데에 힘을 썼다. 승철은 홍일을 다른 사령들만큼 검을 사용할 수 있게 돕기로 했고. 이러한 모든 것을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저가 다가가면 정한을 찾았다.
“검을 높게 들고!”
“윽”
“내리쳐! 목을 내리치란 말이야!”
아이는 은근히 겁이 — 은근히가 아니라 — 겁이 많았다. 훈련을 위해 승철이 만들어낸 검객들을 보면 검을 쥔 두 손을 파르르 떨었다. 분명 환상인 것이 맞는데, 어찌하여 아이는 저리 떠는 것일까. 승철은 손을 휘저어 아이의 앞에 있는 검은 검객들을 사라지게 만들고서는 아이의 뒤에서 아이를 제 품에 안았다. 흐읍, 아이의 숨 참는 소리를 들은 승철은 아이를 토닥이며 말했다.
“내가 있잖아. 여기에 내가 있어.”
아이는 부들부들 떨며 승철의 손을 잡고 작게 답했다. 응 너가 거기 있어.
***
그 뒤로는 아이도 승철을 보면 먼저 인사를 하기도 했고, 승철에게 중관님! 하고는 다가왔다. 승철은 아이를 보면 쿵쿵거리는 심장 소리가 무서워 아이에게 인사만 하고 바쁜 일이 있다며 항상 아이를 피했다. 함께 정한과 황룡반신 수업을 듣던 승철이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 심장이 쿵쿵거리고 열이 나는 것은 무슨 병입니까? 승철의 질문에 스승이 미소를 지으며 승철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모하는 이가 생긴 겁니까, 최중관? 스승의 질문에 승철은 손을 저으며 아닙니다! 하고 말했다. 그런 저를 바라보는 정한의 눈빛에 날이 서 있어서, 저는 정한을 바라보지 못했다.
“심장이 쿵쿵거리고 열이 나는 것은,”
“…”
“누군가를 사모하기 때문입니다.”
승철은 눈을 질끈 감았다. 내가 중관인데 왜 너는 하필이면 수장이어서. 너는 왜 내 앞에 나타나서 내 마음을 헤집어 놓은 것일까.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스승의 말에 정한은 일어나 스승을 따라 밖을 향했다. 승철은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성인식을 치루면 반려를 맞이할 수 있다. 승철은 저가 배운 것들을 머릿 속에서 끄집어 내어 어찌해야할지 고민했다.
그러나 한가지를 기억해내 버린 승철은 눈을 뜨고 제 앞에 놓인 책을 벽에 던져버렸다.
반신은 먼저 수장, 사령, 일반인에게 혼인을 물으면 안된다.
어찌하여 그런 법이 있는 것인지, 승철은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어찌하여 저는 황룡의 반신으로 태어난 것입니까. 어찌하여 그 아이는 제 앞에 나타난 것입니까. 어찌하여, 어찌하여 반신은 먼저 혼인을 물을 수가 없는 것입니까. 승철은 스승이 예전에 해주었던 말을 기억하며 두 눈을 다시 질끈 감았다. 반신은 그 자체로도 귀중한 존재인데, 어찌하여 먼저 혼인을 묻는 것입니까. 스승은 말했다. 반신의 지조, 자존심을 지키십시오, 중관.
그 지조가 뭐길래, 자존심이 무엇이기에 저는 힘들어하는 것일까. 최중관, 오늘은 수업이 없어요? 때마침 저를 찾아온 아이를 바라보자 다시 심장이 쿵쿵거렸다. 아아, 하늘이 밉다.
***
“만만하게 볼 수가 없는데, 내가 그렇게 만만하나 봅니다. 그렇죠?”
순영이 지훈에게 물었다. 지훈은 어찌 사령이 수장을 만만하게 생각한단 말입니까, 라며 준휘 옆에서 미소를 지었다. 순영을 가만히 바라다보던 승철은 그럼 홍일과 백월이 한번 대결해 보시지요, 라며 아이를 원 안에 밀어넣었다. 자신을 노려보며 붉은 검을 두 손에 쥔 아이를 보며 승철이 미소를 지었다. 너가 미모로 수장이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봐, 여주야. 승철의 말에 아이의 눈이 지훈을 향했다.
“정도껏 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수장님?”
객사의 막내인 찬이 백월 수장, 전수장에게 묻자 원우가 말했다. 살살 해야지.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한솔은 모두가 들으라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수장은 수장이니까. 믿는거야. 그러고 따르는거지, 바보들.”
“…허”
“역시 어려서 그런가 잘 모르는 것 같네요, 찬사령.”
“어리다고 모든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 않나요?”
한솔의 말에 찬이 지지 않고 답했다. 어느새 시작된 대결에 승철은 가만히 홍일을 바라보았고 백월과 홍일은 서로 검을 놀리기 시작했다. 단 하나의 장검으로 모든 것을 제압하려 하는 백월과 붉은 두 단검을 두 손에 쥐고 백월을 공격하는 홍일의 모습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승철은 가만히 둘을 바라보았고, 홍일은 승철이 저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 모두가 저를 바라본다는 것을 — 잊어버린 것인지 죽기 살기로 원우에게 달려들었다. 이러다가 정말 전수장 죽을 거 같습니다, 권수장의 말에 승철이 홍일을 잡으라 했고, 승관이 달려가 홍일을, 명호가 달려가 백월을 잡았다.
“목숨 없이는 댓가도 없단다, 아가씨.”
웃으며 말하는 명호의 모습에 원우가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여주는 아무렇지도 않게 미소를 지으며 수고하셨네요, 하고는 뒤를 돌았다.
“수장, 이건 아닌거 같습니다. 미안합니다.”
저를 왜 잡았냐며 승관에게 화를 내는 홍일은 아름다웠다. 미모로 수장이 된 것이 아니지만, 그러한 말이 퍼지게 된 것은 실력을 가릴 정도로 미모가 출중하다는 말이기도 하기에. 승철은 가만히 홍일을 바라보았다. 승관이 미안하다며 홍일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고, 홍일은 너 싫어! 라며 승관을 밀어냈다. 그 모습에 승관과 한솔이 다시 홍일에게 달려가 너가 그러다가 사람을 죽일 거 같아서! 라며 말을 하고 있었다.
수고했다고 전해달라네요, 권수장님이. 지수의 말에 홍일은 웃으며 권수장이랑 잠시 놀다오려구요, 하고 말하자 승관과 한솔이 흐에에에 그건 안돼! 라며 홍일을 말렸다.
“내 할일은 끝났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수장.”
지수의 말에 순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석민이랑 같이 있어, 하고는 홍일을 데리고 사라졌다. 이 모든 것을 보고 있던 승철은 원우가 했던 말을 되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첫번째로 윤정한.
두번째로 부승관.
세번째로 권순영.
그 말을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이 말이다.
***
“홍일 수장 겁나게 예쁜데! 나도 아는데!”
석민의 말에 지수가 웃었다. 나도 데려가지 그랬어! 석민의 투정에 지수는 너 윤중관님 돕고 있었잖아, 라며 답했고 석민은 쳇, 하고는 물을 들이켰다. 근데, 정말 예쁘더라. 지수의 말에 석민은 정말? 하고 되물었다. 지수는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정말 예뻐. 탐이 날 정도로 말이야.”
“정말?”
“응. 죽기살기로 막 달려들어서 검을 쥐고 날아다니던데. 잔인했지만 아름다웠어 — 아아, 한편으로는 말이야.”
“우와아아…”
지수의 말에 석민이 오늘 보지 못한 경기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있을 한편, 홍일의 객사에서는 — 권수장과 정수장은 어디로 간 것인지 돌아오지를 않았다 — 승관과 한솔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걸까?”
“아니, 왜”
“정여주가 예뻐보이더라.”
“? 걔, 아니 수장은 원래 예뻐, 너만 몰랐던거야.”
“아니야 원래 개떡같이 생겼어. 그런데 예뻐보였어.”
“부승관 눈이 삐었네.”
“그것 참 고마운 소리야, 최한솔.”
승철은 두 객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생각했다. 윤정한, 전원우, 김민규. 이 셋으로도 벅찬데 너희들까지 이러면 내가 힘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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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4화가 왔어요!!! 앟ㅎ하!!!!
아까 보신거는 리셋... 하고 봐주세요 ㅠㅠㅠㅠㅠㅠㅠ
음 승철이의 시점에서 본 여주도 나오고 실력으로 수장이 되었다는 것도 증명을 했는데.
너무 위험한 거래네요. 둘이 그러는거 아니야 맴매. 지지. 어허 3분 줄테니 취소해.
그리고 애들이 다 나왔어요 와 ^8^ 헿헿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나의 사령이 되어주오.
채꾸, 애정, 밍구, 1017, 막시무스, 눈보리, 우르신, 우지호우, 라임, 스틴, img, 아루리, 신아, 워눙, 홍화, 우양, 셉요정, 밍지수, 꽃내음, 유블리, 서본, 푸우린, 차디찬, 럽세, 쑤뇨, 러비엠, 자몽몽몽, 논쿱스, 11023, 순주, 단화, 1221, 부루살이승관이, 사다, 템템, 닭키우는순영, 짹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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