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은 흔들림 하나없는 눈으로 운을 바라보았다.
"...내가 하동이면, 어쩔건데?"
"..."
그말을 긍정으로 들은 걸까? 운은 연을 구석으로 던지고 칼을 뽑았다. 그리고 그의 목에 칼을 대었다. 연은 끝까지 동요하지 않았다.
"옛날일이야. 그리고 어떻게 보면 연이 죽었기에, 너가 살았어. 이제는 너가 왕이 될 수 있는 상황이고. 그런데 나를 죽여야 겠어?"
"닥쳐."
연은 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보면 볼 수록 닮은 얼굴. 그렇기에 이렇게 화가나는 지도 모르겠다.
"내가 죽어도, 그들은 너를 황제로 만드는 일을 그만두지 않을거야. 괜히 일 복잡하게 만들지 마. 황제가 되고 싶지 않아?"
"...그딴거 난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그냥... 지금 널 찟어 죽이고 싶을 뿐이다."
탕, 순간 운의 검이 운의 손을 벗어났다. 운의 손끝에 강한 진동이 느껴졌고, 방안은 화약 냄세로 가득찼다. 연기를 바람을 후, 하고 날려버린 별은 작게 중얼거렸다.
"다행이 합격이군."
"뭐하시는 겁니까?"
운이 표정을 굳히고 물었다. 별은 잔득 날을 새운 운을 보고 어이가 없어 웃었다.
"지금 큰일을 당해서 앞뒤 분간이 안되는건 알겠는데, 지금 내 앞에서 그 표정은 좀 아니라는 생각이 안드니?"
"냅둬요. 얘는 옛날 부터 그랬어요. 4살 때 버릇 어디가나요?"
연은 태연하게 일어나 몸을 털며 말했다. 운은 고개를 돌려 연을 바라보았다. 연은 싱긋 웃으며 이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니 눈앞에 있는 내가 너의 형제 연이가 맞다는 거다."
***
17년전 그날은, 혁이와 육이가 동시에 태어난 날이었다. 그 날은 황실 모두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잠을 이루지 못하였고, 그 안에는 하동과 대화를 하고 있는 연이도 있었다.
"저희는요. 일단 닮은 애들을 모조리 뽑아요. 그리고 저하의 걸음걸이, 식성, 말투등을 익히죠. 성장도 비슷해야 되요. 키가 너무 빨리 자라도 안되고, 늦어도 안돼요. 얼굴도 연이님이 성장하시는 것에 따라 바꿔야 해요. 연이님의 얼굴을 본따 만든 틀을 한달이랑 얼굴에 강제로 끼워맞추고 살아야 하죠. 그렇게 살다보면 이게 내얼굴인지, 연이님의 얼굴인지 헷갈릴때가 많아요."
"아... 그거 나 죄책감 들라고 하는 말 맞지?"
"아시네요. 알아야 제가 좀 덜 억울할거 같아서요."
하동이 무서운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해준 이야기. 자신과 닮기위해 그렇게 교육받고 자란 아이들의 관한 이야기였다. 이에 연은 자신이 위치에 오른다면, 당장 이제도 부터 없에야 겠다고 마음 먹었다고. 그때 밖에서 작은 새소리가 들려왔다. 하동은 익숙하게 창문을 열었고, 작은 매추리 하나가 발목에 종이를 묵고 나타났다.
"육이 왕자님 태어나셨다고 합니다. 일손이 부족하여 제가 가봐야 할듯 하온데 괜찮겠습니까?"
"진짜! 나도 가면 안돼?!"
"안됩니다."
"히잉..."
단호한 하동의 말에 연은 어깨를 축 처진 모습으로 침구에 푹하고 업어졌다. 그런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하동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할까요? 지금부터 다음날 아침까지, 저랑 연님이랑 바꾸는 겁니다."
"응?"
연은 무슨 소리냐 싶어 고개를 들었다. 하동은 싱긋 웃으며, 제가 연이님 옷을 입고 얌전히 있는 동안 연이님은 제옷을 입고 동생들을 보고 오세요. 라고 말했다. 연은 벌덕 일어나며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동! 고지식 할주만 알았더니 이런 예쁜짓도 하는 구나!"
"뭐, 오늘은 날이 날이니까요."
그 둘은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었다. 옷을 바꿔 입어도, 서로가 뒤바뀐 줄 모를정도로 둘은 똑같았다. 연의 형제들 보다 더욱 연과 형제같은, 쌍생이라 해도 믿을 얼굴이었다.
"운이도 동생들을 좋아할텐데..."
"황실 외인이니, 황실 일을 말하지 않는 조건으로 만나게 해드리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으잇! 역시 고지식 하동 어디 안가!"
하동은 그 세력의 계획을 잘 알고 있었다. 운에게 황실일을 비밀로 한것 역시 그들의 계획이니까. 그들은 운의 가족이 몰살되어 그의 분노가 최고조에 달해 있을때, 이 사실을 알려주고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우두머리로 세울 계획이었다. 그 과정에서 연이는 희생되어야 하는 아이였고. 그래서 하동은 이런 결정을 내린것이다.
"연이님."
하동은 연의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저 연이님 많이 좋아했습니다. 신하가 아니라 친구로써, 더 나가 형제로 여길 만큼 좋아했습니다."
"왜그래? 오늘 이상해!"
"풉, 빨리가시라고요."
연은 아이마냥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제1궁을 벗어났다. 하동은 그를 보며 마음속으로 인사를 했다.
"...그러니까. 슬퍼하지 마. 당연한 거니까. 내동생 연아."
그리고 그날, 연은 지옥을 목격하였다.
***
"무슨..."
"한마디로 그 날 연이로 위장하고 죽은건 하동이라는 거야. 그놈들은 아직도 연이가 하동일 거라 생각하는 거 같지만. 우리 연이 연기 하나는 끝내줘."
"..."
"그렇게 연이가 살아나면서 그들의 계획이 틀어지기 시작한거지. 너가 왕실에 외면을 받고, 고립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은 그들이 너에게 접근할 여지를 만들지 않으려 우리가 얼마나 노력했는지 모를거다."
별의 말에 운은 끝내 헛웃음을 지어야 했다.
"무슨 엿같은 상황인지..."
운은 고개를 돌려 연을 노려보았다.
"나 하나 바보 만드니까 좋았냐? 아무것도 모르는 병신 만드니까 좋았냐고?"
"..."
연은 아무말 없었다. 운은 별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저를 싫어했던 겁니까? 치졸하게 뒤로 숨어서 피해자 인냥 행세하고 있던데 싫었던 거냐구요."
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제 알았느냐. 무능하기는. 너희 세력은 수많은 악행을 시도했다. 연이를 죽일려 했고, 왕을 회유하여 반란을 일으켜 홍빈의 다리를 뺏아갔다. 나 역시 목숨을 잃을 뻔하였고. 그런 집안의 너를 내가 온전히 받아 드릴줄 알았나."
"왜 말하지 않았어요!"
"연의 부탁이었으니까. 그리고."
별은 차분하게 말했다.
"나도 꼴에 누이라고 너가 괴로움에 몸부림 치지는 않길 바랬는지 모르지. 너가 왕이 되기에는 착한 애라는 건 알고 있었으니까."
왕이 되기에는 너무 착하다. 죄책감을 이겨내지 못한다. 그런 아이가 이런 일이 자신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을 알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연은 최악의 상황만은 피하고 싶었던 것이다. 운이 이 일을 알게되어 미치지 않게 되기를,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게 되기를 바란것이다. 그래서 이 일을 알리지 않은 것이겠지.
"괴로움이 죽기 보단, 원망하며 살기를... 바랬으니까."
처음으로 직접들은 연의 진심이었다.
착착, 순간 부싯돌이 부딧히는 소리가 들렸다. 연과 운은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별이 익숙하게 곰방대에 있는 담파고에 불을 붙이고, 깊게 빨아드렸다.
"멱살잡이는 내 연회가 끝나고 풀거라. 나는 지금 내 앞에 걸치적 거리는 똥들을 치워야 겠으니까. 일단 운이 너가 똥이 되지 않았으니 다행이네. 제일 먼저 머리 통에 쏴줄려고 했는데."
"..."
별이는 진심이었다. 권총은 여전히 운을 향하고 있었고, 연이와 운이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야 헸다. 별은 총을 자신의 앞에두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연이와 내가 손을 잡은 목적은, 우리를 뒤에서 휘두르는 그 발직한 것들을 잡는 것이야."
비밀 조직, 흑 소속의 여자가 왕의 자식으로 운이를 낳았다. 왕은 그녀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계획을 꾸며 황비를 죽이고 그 세력을 척살하려 했다.
"너무 성의 없이 계획을 치뤘어. 제대로, 아무도 모르게 일을 치뤄야지. 내 아버지이지만 너무 머리가 안돌아갔어."
"..."
그것은 흑 소속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킨 이 나라를, 자신들이 차지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들의 출신인 왕이 필요했다. 그게 운이었다. 그들은 운을 왕위로 앉힐 계획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원래 죽어야될 연이 하동의 희생으로 살아났다. 하지만 그들은 그것을 모르는 상황. 때문에 연이가 하동으로 그들에게 잔입해서 첩자 역할을 하고 있고, 그들은 일단 대리로 별을 황후에 올려 놓은뒤 적당히 병사로 꾸며 운이를 왕위에 옹립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아 차렸다. 연과 별은 그들을 척살 하는 것을 목표로 손을 잡았다.
"다시 한번 확실히 하자."
별은 운을 바라보았다.
"황제가 되고 싶니?"
"싫습니다."
운은 단호했다. 별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손쉽게 나올 이야기가 아닐텐데 말이야... 저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운은 확신했다.
"황궁에서 변하지 않는단 확신을 하다니... 어리구나. 뭐 일단 지금은 합격. 내일 나 좀 데리고 거기 가자."
별은 그제서야 밝은 웃음을 지었다. 그에, 연은 나지막히 한숨을 쉬었고 운은 자신이 무슨 말을 들은가 싶어 인상을 찡그렸다. 별은 신난 아이 같은 표정으로 '협상해야지.'라고 대답한다.
***
별은 간편한 생활 복장을 하고, 흑 앞에 나타났다. 여자가 입으면 안되는 옷, 민혁에게 반 협박하여 자신의 치마를 이용해 여성이 입는 바지를 만들었다. 바지를 입었지만, 여자인것을 숨기지 않은 별에, 그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좋게 말하면 긴장하지 않은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만만히 본것이다.
"귀하신 분이 여긴 어인 일이십니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왔지. 심심해서 왔을까? 근데 제가 누군지 아는데 말이 좀 안높네요? 건방지게."
별의 당당한 말에 무는 움찔 했다. 자신이 예상한 것과 다르게, 별의 기운은 사방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백성들을 휘어잡는 왕의 자질. 별은 여자의 몸으로 그것을 가지고 태어났다. 그녀는 싱긋 웃고 말했다.
"전하라고 불러주세요. 아직은 공주님이까 공주전하."
"흠흠... 공주 전하를 뵈옵니다."
그제야 무는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완벽한 예는 아니었다. 그건 별이 여자라서가 아니아 운을 자신의 황제로 여기고 있기에 하는 행동이었다. 별은 고개를 끄덕이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거두절미하고 말하겠습니다. 제 밑으로 들어오세요."
그녀의 돌직구에 무는 물론이고 그자리에 있던 흙부족, 그리고 운까지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자리에서 당황하지 않은것은 연과 별 뿐이었다고. 별은 차분이 말을 이어나갔다.
"저는 앞으로 많은 싸움을 할것입니다. 여자라고 반대하는 이들과, 불안해하는 이들, 그외 수많은 분들이 관례에 맞지 않는 다는 이유로 저를 내리려고 안간힘을 쓸것입니다. 저는 대치할 힘이 필요해요. 수많은 눈과 귀가 필요합니다."
별의 말에, 무는 대답했다.
"당신의 아버지가 저의 부족을 죽였습니다."
별은 싱긋 웃으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받들고 싶어하는 운의 아버지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부족 역시 오직 혈연으로만 이어진 것도 아니라면서요? 그런데 뭐그리 혈연 타령인지..."
별은 순간 진심으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놓고 앞뒤가 맞지 않는말을 내놓으신다고 노골적으로 말하는 표정.
"저는 당신들의 공을 인정해 줄것이고, 밖으로 들어나 살수 있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제 지위아래 놓이게 되는 거니, 당신들의 원도 이루는 거고 서로에게 문제 없다고 보는데요?"
그들의 수장, 무는 순간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들과 손짓으로 대화를 주고 받는 모습에, 별은 그들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윽고 대화가 끝난듯 무는 별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외람되오나... 못 믿겠습니다. 후에 저희를 버릴지 어찌 압니까? 그 왕처럼 저희 명단을 얻어서 척살할 수도 있구요. 도움이 되지 못하면 버릴것 아닙니까?"
별은 그럴수도 있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별은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다. 사실 그대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항상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것에 대해 피해가기 보단 돌파구를 찾았다. 별은 다시 생각을 하다 말을 꺼냈다.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에 있으면 안돼는 거 아닌가? 왜 그 당연한 소리를 버려진다고 하죠? 당신들이 아니어도, 나는 내 백성에게 도움이 안돼면 그 관직 내줄 생각 없는데?"
솔직한 답변, 무는 별을 보며 사람을 여러번 당황시키는 재주가 있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무를 보며 말했다.
"그리고 그 관직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은 단지 저에게 도움이 되는 백성에서, 제가 지켜야될 백성으로 돌아가는 것 뿐입니다. 당신들이 백성으로 인정되면, 저는 절대 백성을 버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이걸 어떻게 하면 증명 할까요? 흠... 역시 이걸 보여 드려야 하나."
그렇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던 별이가 서신 하나를 무에게 내밀었다. 무는 잔득 의심한 표정으로 그 서신을 받았고,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그녀과 운, 연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한참을 생각하던 무는 자리에서 일어나 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현 여왕을 뵙습니다!"
무의 행동에, 연 역시 별을 향해 무릎을 꿇었고, 운도 따라 별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곧 그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별이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녀는 그들을 만족스럽게 지켜 봤다고. 연은 그녀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역시 누님의 배포는 못이겨..."
별이가 여자의 몸으로, 왕위를 꿈꾸기 시작했을때 제일 먼저 준비한 것이 아편과 권총이었다. 제 몸을 지키기 위해 준비한 권총과 궁지에 몰렸을때, 단번에 죽기 위하여 준비한 아편. 어쩌면 당연히 될 수 없는 것을 원하는 어이없는 년이, 그 일을 행하기 위해서는 독해져야 한다. 때문에 어떻게 보면 별이 그 왕권 다툼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별이 여성이어서 일지도 모른다. 당연하게 계승권에서 제외된 인물이니까. 그녀는 똑똑 했으며, 무엇이 우선인지 알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았다. 그래서, 왕실에서 일어난 그 사건을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그들과 손을 잡을 수 있던 거겠지.그녀는 제대로 된 세상을 이륙한 왕이 되기 위해서 모든것을 이용할 생각이였다. 설령 그것이 인륜을 배반하는 짓이라고 해도 말이다.
"하아... 별이 누님 입장에선 해결인가?"
"..."
별이 먼저 궁으로 들어가고, 연과 운만이 남았다. 연은 가볍게 기지게를 펴며 중얼거렸다. 운은 연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걸로 정말 해결이 된것일까? 운에겐 아직도 찜찜함이 남아있었다.
"너는 어떻할거야?"
그때, 연이 운에게 물었다.
"계승식이 끝나면 돌아갈거야?"
그 질문은 마치... 궁에 남아서 그 찜찜함을 해결하고 갈것이냐 묻는 질문 같았다.
"아님... 남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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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이 내 동생아라고 한것은 진짜 동생이라는 게 아니고,
너무 친하게 지내어 이미 동생이나 다름없는 아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