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는 처음인데요
w.1억
올해 서른인 저에게는 파트너가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에게나 있을 법한 그런 파트너 말구요.
남들이 들으면 꺼리는 그런 파트너요. 어쩌다 파트너가 생기게 됐냐면요..
안 어울리게 한 번도 못 가봤던 전시회를 친구가 하도 부탁을 해서 다녀왔거든요. 예술이라곤 관심도 없는 나는 그날 저녁에 친구와 술을 마시면서 그림에 대해 욕을 하고 있었어요.
'솔직히 그 나비라는 그림은 내가 발로 그리는 게 더 잘 그릴 수도 있겠더라.'
친구는 내게 취했다며 혀를 찼고, 옆 테이블에서 통화를 하던 남자와 눈이 마주쳤었어요.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남자가 나를 빤히 봤죠.
'…….'
솔직히 너무 섹시하고, 잘생긴데다가.. 연예인 뺨치는 남자가 나를 빤히 보니 두근거렸어요.
근데 이 남자가 나와 내 친구가 앉은 테이블로 다가오더니 곧 나와 친구를 번갈아보다가 친구에게 말했어요.
'그쪽 친구랑 술 좀 마셔도 되나.'
남자의 무례함에도 친구는 내 표정을 보더니 곧 자리를 비켜줬고, 우리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하게 술을 마시다가 결국 이 남자의 집으로 향했죠.
그렇게 우리의 애매한 파트너 사이는 시작되었어요.
'…그림 그려요?'
'발로 그릴 기회 줄게.'
'…….'
'내 그림보다 더 잘 그릴 것 같다면서.'
'…네?'
'너 남자친구 없냐?'
'없죠! 당연히 없죠. 있으면 이런 짓 못해요."
'그럼 내 파트너 해라.'
'무슨..파트..너요?'
'뭐 그림 파트너겠냐?'
벗은 옷들을 주워 입으며 침대를 턱짓으로 가리키는 남자에 나는 고갤 끄덕였어요. 알아요 나 미친 거.
솔직히 이 사람이랑 파트너가 됐다는 것도 그렇게 싫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했겠죠.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어요. 2주 정도 일주일에 5번 정도는 보고 몸이 닿으면서 안 반하는 게 더 이상하지않나요? 티는 안 냈지만..
그래서 한 번 그림 좋아하는 친구에게 파트너의 그림에 대해서 물어봤어요. 근데 친구는.. 제 파트너가 화가인 걸 절대 모르더라구요.
"야 이우온 그 화가가 얼마나 유명한지 알아? 그림 하나에 몇억씩 해."
"뭐????????????????"
"왜? 갑자기 그림에 관심 생겼냐? 언제는 그림 별로라고 그러더니.."
제 파트너가 이렇게 유명하고 대단한 사람일 거라고.. 전혀 생각도 못했어요.
제 파트너는 경제적 여유도 넘치고, 그냥 인생이, 성격이 여유가 넘치는 사람 같았어요.
그리고 나에게도 여유가 넘쳤죠.
"근데 너 몇살이냐?"
"…몇 살 같은데요?"
"20대같지는 않고.. 서른 중반 정도 되려나."
"네??????"
"20대야?"
"아니요."
"서른 중반 맞네."
"아닌데.. 서른살인데."
"얼추 맞네."
"허.. 그러는 그쪽은 몇살이신데요?"
"마흔셋."
"허어.. 저랑 열세살이나 차이 나는데.."
"뭐 열세살 차이 나는 애한테 파트너 하자고한 게 더럽나."
"아뇨 그런 게 아니라.."
"싫으면 당장 관둬. 상관은 없는데 너도 나랑 하는 거 좋으니까 좋다한 거 아니야?"
"……."
"꽤나 좋아하는 것 같던데."
이 사람은 나와 결이 참 안 맞았아요. 물론! 사귀는 게 아니라 파트너 정도라고 생각해서 이 정도지만...
그래도 좀.. 자는 거 말고는 정말 완전 별로인 사람이에요.
할말 다 하는 스타일에다가, 무심하게 건네는 말 한마디에 무례함까지 포함이 되어있는 사람인데.
잘생긴데다가 어른미에 섞인 섹시함이 날 미치게하는 거죠.
파트너는 처음인데요
w.1억
그러다 친구에게 전시회를 가자고 졸랐어요. 물론.. 제 파트너의 그림이 궁금해서 갔죠.
제가 미쳤었어요.. 제대로 보고, 그 사람이 그렸다고 생각하니까 그림이 더 멋있어 보였어요.
물론! 내가 그림에 대해서 잘 몰라서 그렇지! 이 사람의 그림을 사랑하는 사람이 엄청 많더라구요..
그나저나...
"조폭같이 생겨서는.. 이런 그림을 다 그리네."
그림이랑 사람이랑 진짜 안 어울리는 거 알아요? 그림은 좀 아름다우면서도 복잡한데.. 사람은 좀 또라이같잖아.
"이 화가 얼굴 아는 사람 없을 텐데."
"…아, 그냥.. 어쩌다...본 적이... 있기는 한데.. 사실 잘 몰라요."
"…그림에 관심 있으신가봐요. 2주 전에도 오신 거 봤어요."
그림에 관심이라곤 1도 없는 내가.
이 사람 얼굴을 보고 홀린 듯이 거짓말을 해버렸어요.
"네..! 전시회 오는 걸 좋아해서요...!"
나도 알아요. 나 미친 사람이라는 거.
그치만 이 사람은 정말 안 반할 수가 없는 얼굴이에요.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꼬셨다니까요.(얼굴이...)
"…내일도 오세요?"
"…어, 아뇨..."
"내일 티켓이에요. 두장을 받아서.."
아..., 잠시만요.. 파트너한테 연락이 왔어요!!!
제대로 된 얘기는 다음편에서 해드릴게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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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이 얼굴 조합을 한 번 보고싶었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