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왜 울어. 안울어도 되는데. 그만 울어."침대를 세워 앉은 루한은 제 허벅지 부근에 엎드려 잔뜩 움츠러든 등을 토닥였다. 단답식의 위로는 이미 진이 다 빠져버렸다. 코를 찌르는 병원냄새에 킁하고 콧바람을 냈다. 민석이 다시 고개를 슬몃 들었다. 얼굴은 엉망이었다."미안해..내가 발. 으응, 발. 미안해."울다가 사과하다 또 울다가, 벌써 한시간 째였다. 루한은 이불이 점점 축축해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얼핏 들었다. 눈물샘은 마르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흐르는 눈물 방울을 살짝 닦아주자 민석은 다시 엉엉 울며 엎드렸다."나 안죽어. 이러다 너도 입원하겠다. 그만 울자 애기야."등을 토닥이다가 문득 이제 등이 아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오래 두드렸다. 루한이 머리를 살살 쓰다듬자 민석이 한번더 고개를 들었다. 방금 전 얼굴보다 더 눈물 범벅이었다. 침대를 살짝 내려다보자 얼룩처럼 진 눈물자욱이 커다랗게 남아있었다."나 괜찮아. 너 우니까 더 아프다. 그만 울고 물 마셔."민석이 부은 눈을 깜빡이며 자꾸만 눈물을 떨궜다. 루한이 힘겹게 물통에 손을 뻗자 민석은 뚱한 얼굴로 물통을 손에 쥐어주었다. 울면서도 간호는 다 해주네. 루한이 빙그레 웃자 민석은 한층 더 뚱한 표정을 지었다. 물을 한컵 건네자 민석은 얼른 물을 쭉 들이켰다."이제 뚝. 세수하고 와."눈도 붓고 볼도 부었네. 루한이 놀리자 민석은 허벅지를 탁 내려치곤 병실을 나갔다. 이 상황이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는가. 루한은 어제일을 상상하며 붕대가 칭칭 감긴 발을 바라보았다.이주후에 중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민석과 짐 정리를 하던 중이었다. 당장 필요없는 물건을 하나하나 싸던 중 루한은 문득 유자차가 떠올랐다. 손재주도 없어서 낑낑거리며 만들었을 민석의 생각에 루한이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귀여워. 미리 유자차를 보내놔야 겠다는 생각에 루한은 유자차를 가지러 부엌으로 향했다. 찬장에 고이 모셔둔 유리병을 꺼내 조심히 들고 거실쪽으로 걸어나왔다."어!""어 조심!"난데없이 방에서 뛰쳐나오던 민석과 정면으로 부딪힌것이었다. 결국 날아간 유자차병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파란 리본만이 겨우 뚜껑에 붙어 있었다. 단내가 코를 찔렀다. 루한과 민석이 서로를 곤란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어떡해..미안 내가 치울께."민석은 안절부절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두리번 거리며 일어섰다."가지마. 위험해. 기다려봐."루한이 일어서서 바지를 툭툭 털었다. 민석은 하얗게 질린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빗자루는 깨진 병 너머 베란다에 있었다. 루한이 씩씩하게 그쪽으로 다가섰다."야아, 위험해."민석이 말렸지만 루한은 괜찮다며 조심조심 발을 디뎠다. 그러던 와중에 미끄러운 유자조각 하나를 밟고 발을 헛디뎌 큰 조각 하나를 콱 밟아버린것이 지금 상황을 이끌어냈다. 민석이 놀라서 달려오자 루한은 발에 피를 철철 흘리면서 민석을 말렸다. 응급차에 실려가면서부터 민석은 울기 시작했다.세수를 마친 민석은 한층 뽀얘진 얼굴로 물을 뚝뚝 흘리며 들어왔다. 앞머리에서 아까 눈물방울처럼 물방울들이 떨어져 내렸다. 왜 물기 안닦았어."수건이 없어.."민석이 손으로 앞머리를 털었다. 물이 여기저기 튀었다. 젖은 강아지 같다는 생각에 루한이 팔을 뻗었다."이리와."민석은 잠깐 머뭇거리다가 이내 한걸음에 달려갔다. '폭'하는 소리라도 날것 같았다. 루한이 다시 등을 토닥이자 민석이 다시 입을 삐죽이며 울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루한은 화들짝 놀라며 민석을 떼어놓았다."울지마!""..안 울꺼야."민망한듯 민석은 조용히 간이 침대에 앉았다. 착하다 멍멍이. 루한이 중얼거리자 민석은 볼이 빨개졌다. 볼 빨개졌다 멍멍이. 루한이 놀려대기 시작했다."오글거려."민석이 들키지 않으려 살짝 고개를 돌렸다. 루한의 웃는 소리가 들릴때마다 얼굴은 조금씩 더 상기되어갔다. 한참을 놀리다가 이크 화내겠다 싶은 시점에서 루한은 다시 부드럽게 민석을 불렀다."민석아 빨리, 빨리 일루와."아주 작게 툴툴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민석은 아직 가라앉지 않은 얼굴을 묻으며 안겼다. 작은 머리통을 끌어안고 루한이 이리저리 흔들었다. 민석이 루한을 팡팡 내리쳤지만 루한은 계속해서 꽉 끌어안았다."사랑스러워서 미치겠다. 그치 민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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