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석이 오른쪽 발을 살짝 움직였다. 새까만 먼지가 발에 밀리며 부스스한 소리를 냈다. 위태로운 판자위에 등을 마주하고 서서 민석은 꿋꿋히 버텨냈다.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가장 보고싶은거야. 마지막 전화선을 탄 루한의 목소리가 웅웅거리며 수채화빛 하늘에 녹았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죽어버린 등에 민석은 조금더 힘을 주어 밀어보았다. 하지마라는 말도 작은 비명도 없이 루한은 굳어있었다. 발끝부터 소름이 돋았다. 오두막집 안에 알수없는 굉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땅을 파고드는 두더지의 발톱처럼 맹렬한 기세로 커지며 민석을 뒤엎었다. 루한? 루한. 루한. 애타는 목소리에 대한 화답은 마주닿은 루한의 등이 사라진것 뿐이었다.민석이 꿈에서 깬건 전화벨소리 때문이었다. 밝고 경쾌한 음이 방을 울렸다. 뜨거운 전기장판에 땀으로 범벅이 된 민석이 전화기 쪽으로 몸을 틀었다. 벌려진 옷 틈사이로 맨살에 찬기운이 닿았다."..여보세요?"「민석아 지금 일어났어?」"..응. 너는?"「아까 일어났지. 꿈에 너 나오니까 목소리 듣고싶어서. 아무리 불러도 대답한번 안해주드라. 못된놈.」루한의 목소리는 끝이 낮게 갈라진채로 전해졌다.「민석아. 말해봐.」"무슨 말."「아무 말이나 나 듣기 좋은걸로.」"언제 올꺼야.."「..그거 좋은말 아닌데.」"그럼 끊어."「잠 설치면 전화해. 잠 안와도 전화하고. 그냥 보고싶으면 언제든.」민석은 잠깐 손이 미끄러졌다. 알 수 없는 긴장감에 손이 축축했다. 겨우 침대에 떨어진 핸드폰을 고쳐잡고 민석이 웅얼거렸다."나도..꿈에 너 나왔다. 너도 대답안했어."「오늘은 대답할께. 대답도 하고 대화도 하자.」"응.."민석이 눈을 감았다. 빛이 들어오며 빨갛게 변한 눈 앞을 느꼈다.「민석아.」모든게 뒤바뀐다면 얼마나 좋을까.「꿈에서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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