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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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 늦잠 자지도 못하고,
앞집은 왜 이렇게 시끄러워?"
이 평화롭고 좋은 날에
대체 무슨 일인지
우당탕, 쿠당탕 별 소리를 내는
앞집 덕분에
나는 헝클어진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빗으며
투덜투덜대었다.
"고3인데 주말에도 늦잠을 자는 동생을 보니
여전히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 같아
오빠 맘이 참 뿌듯하네."
오랜만에 얻은 휴가라고
집에 들어온 오빠는 설거지하고 있다가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비꼼 만땅으로 날 반겼다.
"웬 시루떡?"
식탁 위에 가지런히 올려져있는 떡을
대충 바지에 쓱쓱 닦은 엄지와 검지로 들어
한 입 가득 넣어 우물거리자
오빠는 설거지를 하다말고
금세 젓가락을 내와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앞집에 새로 이사왔어.
집 나간지 얼마 안돼서
벌써 들어온 사람이 있네."
"진짜?
역시 우리 아파트가 잘 나가긴 하나봐.
우리 아랫집도
일년전에 이사가자마자
새로 들어왔잖아."
"얼씨구,
김여주 아주 그냥
이 동네 이장이네, 이장이야."
어린게 별걸 다 안다며
헛웃음치는 오빠를 보면서
나는 씨익, 웃었다.
"우리 아파트 시세 정도는
알고 있어야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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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나 오랜만에
오빠와 단 둘이 마트에서 장을 보고
두손 가득한 짐을 들고선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인지 우리 층에서
한참동안이나 머물러있는
엘리베이터를 보다가
화가난 나는 짐으로 인해
꼼짝없이 잡혀있는 두손을
어찌하지 못하고
그저 얼굴을 잔뜩 찡그리며
혼자서 열을 내고 있던 중이었다.
"아니, 이삿집 센터도 불렀으면서
엘리베이터를 뭐 쓸일이 있다고
이렇게 민폐를 끼쳐, 첫날부터?
이사온다고 아주 동네방네 다 소문내고 싶나!"
"또또 김여주 흥분한다,
원래 이삿날엔 정신없잖아.
우리가 이해해주자."
"오빤 또 첫날부터
이렇게 굽히고 들어간다?
이번에도 앞집한테
꽉 잡혀서 아무말도 못하게?"
쓸데없이 배려 가득한 오빠의 말에
나는 더 천불이 나
뒤에 사람이 오는지 신경도 안쓰고 궁시렁댔다.
이렇게 속 없는 우리 오빠의
유일한 단점이 있다는 걸 말하자면,
나와 꽤 오랜 앙숙이었던
우리집 앞집은 한마디로 '민폐'였다.
푹푹찌는 여름에
떡하니 음식물 쓰레기를
문 앞에 내놓지를 않나,
부부싸움하는 날이면
술 먹고 기어들어와
우리 집 문 앞에서
문을 두들기지를 않나,
이 외에도 여러 문제 때문에
아무말 못하는 오빠 대신
내가 문을 두들겼으나
끝까지 대답도 없고,
그러다 가끔 돌아오는
영양가없는 사과를 들었던 나는
드디어 앞집이 이사를 간다며
이틀 내내 성대하게 축제를 열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날이 무색하게
첫날부터 민폐끼치는 새 앞집에다가
이번에도 이해하자며
고구마 답답이인 오빠를 보고
맘에 들지 않아
나는 계속해서 이 상황에 대해
한풀이를 이어나갔다.
"하여간,
아무리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없어지고 있다는 요즘이지만
최소한 서로한테 피해는
주지 말아야하는거 아냐?
누군 이사 안해봤나,
이렇게 아직도 개념없는 사람들이
이사랍시고 동네방네 피해나 주고 다니니까
나같이 조용히 살고싶은 사람들도
피켓들고 일어나는거야.
이번에도 민폐 쩔기만해봐,
진짜 가만 안둔다, 내가."
씩씩대며 있는 화, 없는 화를 내자
그런 나를 보고 오빠는 말없이 웃다가
슬쩍 뒤를 돌아보고는
어? 안녕하세요, 라고
급히 인사를 했다.
오빠가 여러 이웃들과
그래도 몇번 인사를 나눈 적이 있기 때문에
윗집 아저씨인가 싶어
나도 뒤돌아 힐끔 쳐다봤더니
한번도 본적 없는 내 또래의 남자아이였다.
양손엔 큰 봉지를
고쳐 잡은 그 남자애는
인사를 해오는 오빠에 대고,
"아, 안녕하세요."
라고 맞인사를 해왔다.
그러고 옆에 있는 나를 보더니
여전히 눈을 마주치고
가벼운 목례를 하길래
나는 잔뜩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나도 똑같이 어쩡쩡하게 목례를 했다.
그러고 조용히 다시 앞을 바라본 나는
슬슬 내려오는 엘리베이터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슬쩍 오빠를 보고 입모양으로
'누구야?'하고 물어보았다.
오빠는 내 질문을 보고도
말없이 모르는 척 하길래
무슨 일인가 싶어, 고개를 갸우뚱하고
이제 막 도착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12층]
두 손 가득한 짐 덕분에
낑낑 거리며 겨우 12층을 누르고
내 뒤에 따라 탄 그 남자도
층수를 누를 수 있도록
비켜섰던 내 배려를 보고도
남자애가 멀뚱멀뚱이 서있길래
난 한번 보고는 먼저 말을 걸었다.
"몇 층가세요?"
그 사람도 우리처럼 꽤나 많은 짐을 들고 있어
어쩌면 누르지 못할 것이라는
괜한 오지랖에 내가 먼저 물어보자
그 남자애는 갑작스런 내 질문에
아... 하더니 12층이요,
하고 대답을 해왔다.
순간적으로 정적이 흐른 엘리베이터 안에서
나는 소리없는 경악을 지르고는
고개를 돌리며 오빠를 바라보자
오빠는 난감해하며 내 눈을 피했다.
아까 1층에서 앞집 욕을 그렇게 해댔는데
글쎄 이 남자애 집이였나 싶고,
어떻게 해야할까, 사과라도 해야할까,
이 오빠는 왜 아무 말도 없는 것일까,하는
혼란스런 내 머릿속과는 다르게
이 남자애는 말없이
그저 올라가는 층수를 바라보기만 했다.
"아까 시루떡 잘 먹었어요."
오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시루떡을 잘먹었다며
사람좋게 말을 걸었고
그 남자는 그렇냐며,
시루떡 아직 많이 있으니 언제든지 말을 하라고
싹싹하게 대했다.
"우리 여주도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치 여주야?"
눈썹을 씰룩거리며
어서 친절하게 대답하라는
오빠의 무언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 남자애에게 말을 건넸다.
"아.. ㄴ..네,
오랜만에 시루떡 먹어서
그런지 맛있더라구요.
요즘처럼 사는게 각박한 세상에
이사한다고 떡 돌리는 집도 흔치 않은데...
되게 좋은 분들이 오셔서
맘이 따뜻해지네요.... 하하..."
아까 1층에서 내 모습과는 다르게
어색하게 말을 잇자
그 남자는 풉, 하고는
웃음을 참으며 입을 열었다.
"아, 아까는 죄송했어요.
이삿집센터에서 올릴 수 없는 물건도 있어서
엘리베이터로 옮기느라...
본의 아니게 피해를 드렸네요.
저희 부모님한테 말씀 드릴게요.
엘리베이터는 최대한 쓰지 말자고."
열심히 열불내며 욕한 나에 대한 복수인가싶어
내가 깜짝 놀라며 입을 열려고 하자마자
이 남자 애는 미리 선수쳐 나를 안심시켰다.
"부모님께는 비밀로 할게요,
저도 이사하는 거
동네방네 소문내는 것 같아서
조금 창피하거든요."
씨익, 웃으며 악의없이 말을 해오는
남자애 얼굴에 대고
나는 여전히 경련 일어날것같은 얼굴로 대했다.
12층에 도착해서야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떼며
쭈뼛쭈뼛 우리 집으로 향하면서
슬쩍 앞집을 보자
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열심히 움직이는
이삿집 센터 직원들이 보였다.
"그럼 다음에 뵐게요."
끝까지 예의있게 인사하는 남자애의 말에
나는 나만 들릴 목소리로,
제발 다시는 뵐일이 없었으면 하네요.....
라고 대답했다.
먼저 집에 들어서는
오빠의 등에 대고
나는 끙끙거리며
장 봐온 것들을 식탁위에
내려놓으자마자 입을 열었다.
"오빠는 그 남자가
우리 새 앞집이라는 거 알면서도
그렇게 가만히 있었어?"
"나도 몰랐지,
슬쩍 보니까 그제야 알았는데.
내가 알았으면 가만히 있었겠냐?"
"첫날부터 이게 뭐야.
서로 얼굴이나 붉히고."
"그래도 떡 줄때부터
그 남자애가 싹싹하니
맘에 들더라.
너랑 동갑이래.
너 다니는 고등학교로 전학간다는데?"
"동갑이건 같은 학교건,
이제 마주치지 말아야지.
괜히 있는 말, 없는 말 다 내뱉었네.
이래서 사람은 어딜가나 입을 조심해야돼."
"역시 우리 ## 여주,
이렇게 평범하게 스쳐지나가는 삶에서도
교훈을 찾네."
-
"그래서 첫날부터 찍힌거지 뭐.
하필 딱 그때 같이 있어가지고.
내 또래에다가
우리고등학교로 전학온다는데
나 이제부터 마스크 쓰고다닐라구.
급식실에서 만나면 어떡해."
-이제 황사며 미세먼지며 난리일텐데
마스크도 좋은 방법이죠.-
"아니면 이제 집 앞에 나가기 전에
마주칠수도 있으니까
현관문 구멍으로 미리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요즘 세상도 흉흉한데
조심해서 나쁠 건 또 없죠.
그런 습관 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
-....-
내 말을 열심히 들어주는 것 같으면서도
뭔가 이상하게 빗나가는 대답에
나는 너무 내 얘기만 했나 싶어
조심스럽게 저녁 먹었냐며, 물었다.
-일찍도 물어보십니다, 김여주 선배.-
이미 뾰루퉁한 정재현의 말투에
나는 9시를 가르키는 시계를 보고
머리를 긁적이면서 금세 애교를 부렸다.
"에이~ 나는 그냥 아까 있었던 일이
신기하기도 하구 창피하기도 해서...
너무 내 얘기만 했다. 그치."
-선배 얘기만 하면 다행이게요,
얼굴도 모르는 어떤 남자분
얘기만 하는 선배말을 듣고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할까,
머리 굴리고 있었어요.
수학문제보다 더 어렵네.-
그제야 뾰루퉁했던 이유를 듣자마자
나는 소리내어 웃으며 폰을 고쳐 잡았다.
"질투하는 정재현 좋다고 했더니
금세 나 띄어주려고 드네, 센스있게."
-밤새도록 띄어줄 수 있어요, 센스있게."
실실 웃으면서 정재현과
통화를 이어가는 것도
얼마 지나지않아
누군가 초인종을 눌러
나는 급히 정재현과 통화를 그만 두었다.
저녁을 먹자마자
오빠에게 회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전산에 문제가 생겨
짧은 휴가를 끝까지 즐기지 못하고 집을 나섰다.
때문에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는 우리 집의 초인종을
누르는 사람이 누군가 싶어,
인터폰을 보자
아까 낮에 내가 창피해하며 얼굴 붉힌
앞집의 내 또래 남자애였다.
나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어
수화기를 들어서
여전히 문도 열어주지 않은 채
무슨 일이냐며 묻자,
그 남자애는 화면에 대고
얼굴 옆으로 들고 있던 봉지를
흔들며 말을 했다.
"이거 귤인데...
아까 낮에 죄송해서."
죄송할 사람은 오히려 난데
사과의 의미로
이사 첫날에 쉬지도 못하고
귤봉지를 들고와
쫄래쫄래 우리 집에 찾아온
그 남자애한테 끝까지 미안해서
나는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
"뭐, 이런 것 까지...
아까 제가 죄송했죠... 몰라봬서..."
"저 같았어도 화났을거에요."
"그럼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아, 아까 떡 돌리다가 여기 형한테 들었는데..
우리 동갑이라고..."
당당하게 죄송하다고 말한 아까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쭈뼛쭈뼛 말을 잇는 그 남자애가
심히 당황스러워,
나는 아.. 네, 네. 라면서 대답을 했다.
그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당황해하는 내 얼굴은 보이지 않는 건지
활짝 웃으면서 친화력 끝내주게 다가왔다.
"저 이제 바로 스엠고등학교로 전학가거든요,
어차피 앞집으로 이사왔고,
또 마침 동갑이고...
친해지면 좋을 것 같은데...
말 놓을까요?"
본지 얼마나 됐다고,
얼마나 자주 봤다고....
애가 참 좋게 말하면 사회생활 잘하고,
나쁘게 말하면 면이 얇지는 않다는 생각에
나는 속으로 놀라면서 어쩡쩡하게 대답을 했다.
"아.... 네... 네... 편하실대로.. 하ㅅ.."
"난 이태용이고, 19살이고.
오늘 이사왔고."
"아... 저는, 아, 나는... 김여주고...
19살..."
"친하게 지내자,
전에 살던 집에서는
앞집에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살고 계셔서
진짜 심심했는데
여기는 내 또래 살고있으니까 완전 신기해.
그럼 내일 보자."
"어... 어.. 그래..."
또래 살고 있다고 신기해 하는 이태용의 모습과는 달리
여전히 이 상황이 신기한 나는
끝까지 말 끝을 끌며 대답했다.
문이 닫힌 앞집을 멍하니 보면서
뭐가 왔다갔는지 정신 없다가
손에 들려있는 검은 봉지를 깨닫고
나도 얼른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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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암호닉 신청을 받고선 처음이네요...ㅎ
요즘 병원실습을 시작해서
정신없이 지내다가
딱 하루 시간이 나 급히 올립니다.
정말 오랜만이죠?
이제 앞으로 시간 날때마다 글을 쓰긴 할건데
어쩌면 글이 늦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ㅠㅠ
연재 텀이 불규칙해서 참으로 죄송합니다 ㅠㅠ
그나저나 많은 분들께서
암호닉을 유지하고 신청해주셨어요,
아무쪼록 번외도 열심히 준비해서
암호닉을 신청해주신 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담을게요 ㅎㅎ
오늘 새로 등장한 인물이 있어요,
이! 태! 용!
소리질뤄~~~!!!!!!!!
이번에 애들 컴백... 넘나 좋은것...
취저 탕탕한 노래 한번 듣고
하루종일 흥얼거려요.... 하핳
앞으로 여주와 태용이의 관계가 어떻게 변할지!
관심 부탁드릴게요!
밖에 있으면 뼈가 시릴정도로,
콧길이 얼어붙을정도로 추운 날씨인데
여러분 모두 감기 조심하시고
이제 곧 다가오는 설날, 즐겁게 보내시길 바랄게요.
여러분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사랑합니다.
+) 아쉽게도 현재는 암호닉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다음에 암호닉 추가신청이 있을테니 그때는 꼭 신청해주세요 :)
암호닉 꼭 확인 부탁드립니다 |
숫자 0128 / 0201 / 0101 / 5022 8ㅁ8 / 0614 / 0808
간zi성 / 고기로케 / 그러지망고 끄앙 / 꼬미 / 꿀돼지
ㄷ 달과별
레몬 ㅁ 민교 / 밀르 / 묘묘재니 / 맠맠 / 미묘 민윤기를고소합니다 / 메리127 / 문뫄뫄 맠음이 / 맠킹 / 무한적아 / 마시멜로 ㅂ 복숭아젤리 / 비데 / 불낙지 뿡뚱 / 빵재니 / 뿌꾸뿌꾸 / 빵싯 / 뿌우 ㅅ 소방차 / 소용돌이 / 션 / 순하미 / 손시 스타일 / 시리 / 설렘
우리집엔신라면 / 오감자 / 아리아이 ㅇㅇㅈ / 유닝 / 연가온 / 윤오재현 우리재현이 / 유끄리
ㅈ 재효니의샤프 / 쟈는거니 / 진진♥ 지성맛빼빼로 / 재둥이 / 자몽몽몽 / 쟤니 정정재재현현 / 정재현오빠 / 조아 / 지민 찌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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