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 :: 에픽하이 - 춥다
전날 너무 늦게 잠든 탓일까,
늦은 저녁에 일어나 핸드폰을 확인해보았다가 적잖게 당황했다.
수십 개의 카카오톡 메시지, 그리고 부재중전화들.
영문도 모른 채 졸린 정신을 깨우기 위해서 화장실로 향하려다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문을 열었다.
“야이 미친냔아! 왜 전화는 안 받고 난리야 카톡은 왜 씹어? ”
“어..?”
“꼬라지를 보아하니 얼굴에 나 지금 일어났어요. 하고 광고하고 있네.”
“........그건 그런데.. 왜?”
“너네집 TV 케이블도 나와? 지금쯤 하겠네.”
“응. 근데 뭐가?”
마치 제집처럼 성큼성큼 TV앞으로 걸어간 경리는,
리모컨으로 전원을 켜고 소파에 털썩 앉더니 옆자리를 톡톡 두드려
나에게도 앉으라는 시늉을 해보이고, 나는 그 자리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TV에 나오는 사람은, 종대가 확실했으니.
“뭐..뭐야 이게?”
“내가 묻고 싶다. 진짜 몰랐어?”
“어.. 진짜 몰랐는데 이게 뭐야? 저거 시상식 아니야?”
놀란 내가 입을 쩍 벌리고 경리를 바라보자,
한숨을 푹 내쉰 경리는 핸드폰을 몇 번 두드리더니 내게 다시 핸드폰을 내밀었다.
‘SM의 초대형 신인. 오늘 한 멤버가 그 베일을 벗다!’
‘2012 MAMA.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이 무대에 서다?’
“포털사이트고 뭐고 우리학교 애들도 난리 났어. 이근방애들 페북은 김종대 얘기로 가득할걸?”
“............아........”
" 너 어제 바로 잠들었지? 알만하다. 어제 밤에 이거 시상식 했잖아."
".............."
“그동안 너한테 정말 한마디도 안한 거야?”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제야 휴대전화의 잠금을 풀어 메시지들을 확인하니 하나같이 다 비슷한 소리였다.
결론은 ‘아이들의 행방’을 묻던 아이들은 지금. ‘아이들의 데뷔’에 대해서 묻고 있었고,
그에 추가적으로 ‘내가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 질문해왔다.
물론, 나는 단 하나도. 모르고 있었는데 말이야.
경리는 멍해져있는 내 볼을 톡톡 치더니 혀를 끌끌 차며 돌아갔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해봤자 들리지도 않을 것 같다며, 밥 먹고 자라! 소리치곤 홀연히 사라졌다.
나는 그에 반해서 너무 크나큰 충격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나머지 무대들을 바라보고 있었을 뿐.
정신을 겨우 차린 나는 컴퓨터를 켜고, 몇 가지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종대는 자신에게 주어진 무대를 정말 잘 해냈다.
그래서 오히려 다른 논란이 붉어졌다.
새로운 신인의 실력을 의심하는 분자들은 대타에 대한 의구심을 제시했고,
큰 무대인만큼, 회사의 푸시를 비난하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하나하나 읽어가며, 나도 모르게 그런 비난의 글에 소심하게 반대를 누르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어떡하지.
나는 뼛속까지 너희 편 인가봐.
한참을 컴퓨터 화면에 고개를 박고 있었을까,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모르는 전화에 조심스레 응답했다.
“ 여보세요? ”
- 네, 그때 뮤직비디오 촬영 오디션 보셨던…….
나와 너희가 함께한 그 시간들이 정말 존재했던 시간인지 생각을 해봤다.
그런 내게 보인 건 너희가 내게 안겨줬던 수많은 선물들과 편지들.
그리고 수많은 추억들.
꿈만 같은 시간에, 그리고 정말 꿈만 같던 추억들에.
지금 내 곁에 남아있는 이가 없다는 사실은
지난 모든 시간들을 환상으로 착각할 만큼 깊이 다가왔다.
지금 어디로 향해야 닿을 수 있을까.
종대야. 너는 어떤 마음으로 그 무대에 서서 노래를 했니.
우선 지금은.
보고 싶다. 많이.
[EXO/징어] 너징과 EXO의 콩알탄썰 +0.5
부제 :: 내가 본 너희들의 이야기
좋아했다. 순수한 마음으로 그 아이를.
임원수련회에 가기 전부터 눈에 띄던 아이였다.
주변의 친구들은 모두 포기하라고 했다.
저런 철통 방어를 어떻게 뚫냐. 혀를 쯧쯧 내두르던 아이들에게
살짝 웃어주고 말았다.
내 마음은 간절한 갈망의 수준은 아니었기에.
그저 멀리서, 지켜보다 차츰 가까워진 거리에 만족했다.
그리고 그 해 가을이었을까,
그 철통 방어막이 내게 먼저 다가왔다.
"부탁좀 할게."
"근데 왜? 지금 너희.."
"난 쟤 맘에 안들어."
"조용히해 그래서 뭐 어쩔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
"너 손대기만 해봐. 진짜 산속에 묻어버릴거야."
"변백현."
"알았다고..."
알 수 없었다. 그들은 마치 영원할 것 같았다.
그들은 하나의 공동체로서 영원히 공존할 것만 같았는데,
한명을 제외한 열두명은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날짜 하나를 가르쳐주면서, 그 날에 편지를 전해달라고 했다.
자물쇠가 꼭꼭 잠긴 상자 안에 든 편지는.
그 열쇠가 어디있는지 행방도 알지 못한 채 내 수중에 있게 되었다.
정말로 그들은 떠났고, 홀로 남은 아이는 나를 자신의 기둥처럼 여겼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깨닫게 되는 하나.
나는 죽어도. 그 아이들을 대신할 수 없었다.
이미 친구 이상이 되어버린 그 아이들의 빈자리를
내가 메꿔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밤새 손이 부르트도록 차가운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면서 기다려도.
가 보았던 장소를 또 들러서 그들의 부재를 확인하면서도
그리고 TV화면에서 그들중 하나를 발견한 그 아이의 눈에서도
단 한점의 원망도 찾을 수 없었다.
TV에 등장한 후 기사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단 몇십초의 장면을 휴대전화 안에 다운받고,
시도때도없이 돌려보던 그 아이는 기어코 눈물을 터트렸다.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이 약속한 날짜구나.
그리고 그 아이의 친구인 박경리와 마주쳤다.
그 아이의 반 앞에서.
자물쇠가 달린 상자를 들고있는 나와. 열쇠를 들고오던 박경리.
그리고 우리 둘은 녀석들의 치밀함에 고개를 내저었다.
나랑 박경리는 서로 말을 섞을 일이 없었기에.
우리는 서로가 서로의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것을 그 긴 시간동안 전혀 몰랐다.
상자 안에는 편지 여러장이 있었다.
보나마나 열두명의 편지 열두장이겠지만.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천천히 읽어 내려가던 그 아이는.
결국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경리야. 미안해서 어떡해..
속고 있었다는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자신이 부린 어리광을 탓하며 자책하는 모습에 우리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떼써서 그래. 그래서 모자란 시간도 다 나랑 보낸거야.
더 잘해줄걸. 떼쓰지 말걸.
나와 박경리는 서로 눈을 마주했다.
그리고 서로의 눈에 담긴 말을 읽어낼 수 있었다.
우리는 이들의 정애를.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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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만난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순간도
너를 거짓으로 대한 적은 한번도 없었어.
우리에게는 피해야 하는 눈이 너무 많았고,
그때문에 정말 소중한 사람인 너에게. 우리를 숨길 수 밖에 없었어.
이런 우리가 이해도 안되고 많이 밉겠지만
정말로 우리가 널 많이 아끼고 있다는 점 알아줬으면 좋겠어.
너를 만나서 힘들었던 준비기간이 행복했고,
너는 비로소 우리의 빛이 되어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어.
고마워 정말 많이.
보고싶을거야.
준면이의 편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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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라는 단어는 따뜻한 사랑을 의미하는 말이에요.
문득 책을 읽다가 너무 이 아이들에게 잘어울리는 단어다 싶어서 가져왔네요.
정말로, 완결이 껑충 다가왔어요. 아이들의 숨겨진 이야기도 거의 다 풀어냈고.
아, 그 루한이랑 민석이 만난 그 거리도 '가로수길'로 선정해둔 것도 나름의 힌트였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이제 더 이상의 복선은 언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우린 아직 훤칠한 분도 못 만났잖아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사실을 숨기면서 괴로워했을 마음과.
그 아이들을 원망도 않는 예쁜 마음과. 이 사이의 끈끈한 정애를 지켜봐주세요.
행복한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게 응원해주세요
오늘도 감사하고, 또 사랑합니다♡
+ 혹시몰라 덧붙이는 몇마디.
징어가 연예인이 될 확률은 0프로 입니다.
저는 아이들을 괴롭게 하고싶지 않아요. 꼭 다시 만날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