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금 필수입니다~)
길들여지지 않는 반인반수 늑대 김민규 X 늑대에게 길들여진 너봉
비락
그 날은
1월의 서늘함이 온몸을 적시는 겨울 밤이었다.
평소와 다를게 없는 그런 평범한 밤이기도 했고
어쩌면 내 일생에서 가장 특별한 날 이기도 했다.
일을 마치고 온 세상이 암흑으로 뒤덮여진 그런 날에
집으로 들어서는 골목 안에서 고통스러운 숨소리가 불규칙적으로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냥 지나치자 했지만 걸음을 걸을수록 간절한 다급함이 느껴져 발걸음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갈 수록 보이는 검은 그림자와
그곳엔
"...."
골목 한 쪽 안에는 버려진 쓰레기 더미 위에 곧 꺼지기 직전의 생명이
나를 바라보며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저기요, 괜찮아요?"
"...."
진득한 피로 물든 모습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온 몸의 상처. 끊어질 것만 같은 숨. 겨울 밤.
혼란스럽기 그지 없었다.
금방이라도 의식이 사라질 것 만 같았다. 한 마디로 위태로웠고 불안했다.
그 와중에도 힘겹게 뜬 그 눈은 왜 이리 서늘했을까.
"..나 좀 데려가 줘."
"네?"
"아무것도 안 바래. 숨겨만 줘."
힘없는 손을 뻗어 내 손목을 애처롭게 잡는 그 생명은 곧바로 어린 늑대로 돌아갔고
차가운 눈 바닥 위에 쓰러졌다.
1월의 추운 밤 이었다. 까만색 인 줄만 알았던 밤 하늘은 자세히 보니 짙은 남색이었다.
이윽고
생명이 다시 눈을 떴다.
"괜찮아요?"
"...."
"꼬박 이틀동안 누워있었어요. 상처는 곧 아물거고."
무작정 집으로 데려온 아기늑대에게 내가 해 줄수 있는 건 정해진 딱 한가지였다.
돌아다니며 이리저리 긁히고 찔린 곳에는 피가 범벅이 되어있었고 몸은 지나치게 차가웠다.
결국 그를 동물병원에 데려갔다.
상처를 치료하고 있는 동안에도 늑대는 단 한번도 눈을 뜨질 않았다.
치료가 끝난 후 늑대를 품에 안았다. 그리고 의사는 나를 의심스럽게 여겼다.
예상은 했지만 그를 찬찬히 살펴본 후 나를 잠자코 바라보던 의사의 말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이 아이. 야생 늑대네요. 파출소에 신고 하셨어요?'
그의 정체를 예상은 했었지만 막상 사실을 접하고 나니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파출소에 신고 하게 되면 그는 격리된다.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겠지.
그런데 애처롭던 늑대의 마지막 말이 아른거렸다.
'..나 좀 데려가 줘.'
'아무것도 안 바래. 숨겨만 줘.'
괜한 죄책감이 들었다.
어쩌자고 데려왔을까. 그 날 골목에서 데려온 것이 후회가 된 건 아니었지만 난감한 건 사실이었다.
보통 늑대가 아니라 반인반수라니. 머리가 지끈거려왔다.
이윽고 나는
'사냥용으로 기르는 늑대라서요. 곧 축사로 돌려보낼겁니다.'
내 품으로 파고드는 그의 온기가 눈물이 날 만큼 따뜻해서.
차마 그를 다시 겨울산으로 보낼수 없었다.
*
"..고마워."
"...."
"..혹시 나 다시 나가야 해?"
"..에?"
안절부절 못하던 내 표정을 읽었는지 조심스럽게 내게 묻는다.
나가라는 얘기를 어떻게 면전에다 대고 하지. 그렇다고 여기 있으라고 할 수도 없잖아.
빤히 쳐다보는 눈빛에 이어 대답을 하지 못하고 그저 입술만 앙 다물고 있었다.
"아, 저기. 어쩌다가 여기까지 오게 된거에요?"
아무리 어리다고 해도 늑대인 건 사실이었다.
서늘한 눈동자와 흘러나오는 사나운 분위기는 은근히 날 압박하고 있었다.
"...."
"곤란하면 얘기 안 해도 되는데.."
"..버려졌어. 가족들한테."
"...."
태어났을 때 부터 다른 형제들에 비해 몸집이 작았어. 몸도 약했고.
그래서 엄마랑 형들은 그런 날 매정하게 대했어.
슬플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어. 혼자가 아니라서.
그런데 어느날 몸이 갑자기 인간으로 변하면서
더이상 날 받아주지 않았어.
가족들은 결국 날 두고 북쪽 산으로 떠났어.
한동안
먹을것도 없고 아무도 함께있어주지 않아서 마을로 내려왔는데
사람들이 날 보고 놀라더니 죽이려고 했어. 내가 미웠나봐.
날 죽이려던 사람을 피해서 도망다녔어.
골목에 들어왔는데 몸이 너무 아파서 그냥 쓰러져있었어.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는데 누가 다가온거야.
그게 너였고.
"...."
묵묵히 얘기하던 아기 늑대는 금방이라도 터질것 만 같은 울음을 애써 누르고 있었다.
나 여기 있고싶어. 갈 곳이 없어. 물기젖은 목소리가 내 귀까지 적셨다.
가족에게도 버려지고 사람들에게도 버려진 그를 내가 다시 한 번 버린다는 건 지독할 만큼 잔인했다.
어린 생명에게 삶이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 버거운 숙명을 지닌것도 그 생명의 운명이긴 했지만
"..안아줄까."
난 도저히 저버릴 자신이 없다.
"...."
어쩌면 나를 보고있는 것 같기도 했다.
제대로 된 사랑이라고는 받아본 적 없는 어린날의 내 모습이 그의 모습과 겹쳐졌다.
내게 안겨 뜨거운 울음을 토해내는 그를 어떤 감정으로 대해야 할 지가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이었다.
그저 등을 토닥여주며 달래주었다. 늑대의 비애를 품어주었다.
*
어린 늑대를 받아주고 나서 그는 슬슬 모든것에 적응 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름을 알려주고 부르고 모든 것에 대해 궁금해 하고 알아나가며
나를 적응해 나갔다.
"김..민규"
"어때, 마음에 들어?"
"응. 특히 네가 불러 줄때가 더 좋은 것 같애."
"왜?"
"네가 지어줬잖아. 내 이름."
그 때마다 살아 숨쉬는 기분이 들어.
순수하다면 지나치게 순수했다. 모든 감정에 대해 궁금해 할 줄 알았고 진심으로 느낄줄 알았다.
감정과 본능 앞에서는 누구보다 솔직했다.
"가족들이 그립진 않아?"
"가끔. 그런데 괜찮아."
"적응 된 거야?"
"응. 난 이제 네가 있으니까"
"...."
"충분히 따뜻해."
이럴 때는 어떻게 반응을 해 줘야 할까.
지나치게 솔직한 그의 모습마다 매번 곤란해 지는건 나였다.
"근데 여주야."
"응?"
"사랑이 뭐야?"
어느날 거실에 나란히 누워 티비를 보면서 나에게 툭 던진 질문이었다.
얘 드라마 너무 많이 보여준 것 같아. 앞으로 줄여야 겠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대충 설명해 주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번엔 진심의 무게가 느껴지는 질문이었다.
"갑자기 그건 왜 물어?"
"우리가 하고 있는거 같아서."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도대체 어디서 배워오는지.
당황해진 탓에 눈이 커지고 볼이 달아올랐다.
"..뭐?"
"우리 같이 밥먹고 웃고 잘때도 늘 같이 자잖아. 저기도 저래. 근데 서로 사랑한대."
그가 매끈하게 뻗은 손 끝은 티비를 가리켰고 역시 티비를 갖다 버려야 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아, 어디서 부터 고쳐줘야 하는거지. 무슨 애기들 질문하는것도 아니고 어디까지 그의 동심을 지켜줘야 할까.
"단순히 그게 다가 아니야. 사랑은 애초에 다른 거야."
"뭔데?"
"음.. 사랑하는 그 사람이 웃는 것만 봐도 행복하고"
"...."
"그 사람이 없다면 숨이 막힐 정도로 화가 나고"
"...."
"상대방도 나랑 똑같은 감정이었으면 하고 늘 기도하게 되는 것."
내 말이 끝나자 마자 세상 심각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하는 그가 퍽 귀여웠다.
애초에 내가 받아본 적도 준 적도 없는 감정이긴 하지만.
그의 사고에 내가 전해준 지식이 올곧게 정립되길 바랬다.
"엄청 좋은 건 알겠는데 잘 모르겠어."
"받아보면 알아. 느껴져 그게."
그게 단순히 말로만 그쳤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너도 나도 그런 비극이 없었을 텐데
"그럼 나 사랑해줘."
"뭐?"
"..나도 사랑해줘. 그게 뭔지 느껴보고 싶단 말이야."
마냥 어미에게 사랑을 갈구하던 아이의 투정처럼 다가오진 않았다.
진심으로 누군가가 고픈. 숨결의 냄새가 결핍된 아이처럼
내게 굴면 내가 어떻게 굴어야 할까.
단호하게 쳐내지도, 그렇다고 끌어안아 줄 수도 없는
딱 그런 곤란함.
그것이 전부였다.
*
그렇게 서로를 배워가던 그 늑대는 금방 자라기 시작했다.
늑대는 성장속도가 사람과 비교될 만큼 빨랐다.
순식간에 그는 변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키는 내가 한참 쳐다봐야 할 만큼 커지고 서늘한 눈동자는 더 깊어져갔다.
"..김민규. 너 뭐해?"
"보면몰라? 안고 있잖아."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었을 찰나에 소리없이 다가와 내 몸을 번쩍 들어올리는 그였다.
키가 나보다 몇 뼘이나 높았기 때문에 발은 어느 새 바닥과 훌쩍 떨어져 있었다.
내려올 방도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그저 그의 어깨를 부여잡으며 내려달라고 야단을 쳤다.
더 이상 여리던 아기 늑대가 아니었다. 본능을 마음껏 표출하고 싶은 그의 모습은 더이상 예전의 그가 아닌 것이다.
"귀여워."
"장난하지마. 빨리 내려줘."
"이젠 내가 키우고 살아야 겠다. 그치?"
"..빨리."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는 표정이 싸늘해 진 나를 보더니 이내 나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이제 끝났구나 싶어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는데 그런 나를 응시하더니 그는 고개를 숙이며 순식간에 내게 입을 맞춰왔다.
당황스러운 장난이었지만 매번 달라지지 않는 사실이 있었다.
늑대에게서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매번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소용이 없다는 걸 이제는 김민규 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누가 이기나 한 번 해 보자. 그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도 내 마음을 읽었는지 한 번 웃더니 정색을 하고 내게 달려들었다. 겹쳐진 입술의 틈은 그들의 숨결과 타액으로 가득찼다.
서로의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교차로 음미해대더니 금방 서로를 끌어안고 본능을 만끽했다.
"..민규야. 잠깐,"
"가만히 있어."
매번 먼저 지치는 건 나였다. 숨이 차서 그를 살짝 밀어내고 말하자
그런 틈도 아깝다는 듯이 다시 내 입을 물고 놓아주질 않았다.
한 참을 물고 빨고 핥더니 집안을 채우던 농염한 소리가 드디어 멈췄다.
풀려버린 그의 눈이 올곧이 나만 바라보고 있었다.
색색거리는 우리 둘의 생각은 서로가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네가 원하는게 뭔지 잘 안다. 누구보다.
"..안돼."
"여주야."
"너도 잘 알잖아. 지켜야 할 선이라는게 있다고."
그러면 너도
내 생각을 알겠지. 그 누구보다.
늘 잘 흘러가다가 흐름을 끊어버리는 나 때문에 그는 항상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오늘만큼은 그가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너도 이런 내가 어이없겠지. 그런데 정말 민규야. 아닌것은 정말 아닌거야.
내가 누구보다 널 잘 알아서 그래.
제발.
"지켜야 할 선이라는게 있다고 했지."
"...."
"넘을수 있는 선도 있다는거 잘 알겠네."
"김민규."
"네가 얘기했지. 그건 사랑하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그럼 잘됐네. 네가 날 사랑하고 내가 널 사랑하면 되잖아.
말 한마디가 쉽지 정작 그게 가능할 것 같아?
넌 왜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늘 말했잖아. 넌 야생 늑대야. 곧 자연으로 돌아가야 해."
누구보다 미련한 년인거 나도 잘 안다.
"..또 그 소리야?"
넌 또 이런 나를 이해 못 하겠지.
"아무리 반인반수라 하더라도 네 부모가 늑대인 건 잊지마."
나도 이런 나를 이해못 하는데. 너는 오죽할까.
"애초에 넌 길들일수 없는 야생 늑대야."
내 말을 끝으로 서로 굳게 입을 닫았다.
머리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른 것 같은 너는 올곧이 날 쳐다보고 있다.
둘 사이에 정적이 오고갔다.
소름끼칠 정도로 시린 기운이 둥둥 떠다니기만 했다.
네가 지금 나한테 어떤 모진말을 뱉어도 난 할 말 없어.
늘 먼저 선을 그어온 건 나니까.
나도 내가 헛소리 한거 잘알아. 말도 안되는 사실이니까.
인간과 함께 살아온 늑대는 자연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거 누구보다 잘 알고있다.
네가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건 불가능하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병신처럼
널 밀어낸다.
"내가 떠났으면 좋겠어?"
"...."
"내가 바란게 너에게는 그렇게 벅찼던 거야?"
"...."
"넌 날 사랑할 생각 조차 없었구나."
내가 무모한 걸 원했네.
원한다고 해서 가질수 있는게 아니었구나.
나 같은게 감히.
너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칼이 되어서 날 수도없이 난도질했다.
그게 아니야. 제발.
마음속으로 고함을 지르며 울부짖었다. 몸이 꿈쩍도 하질 않았다.
널 위해서야.
씨알도 안 먹힐 변명들이 머릿속을 무수히 맴돌았다.
애초에 길들일 수 없는 야생늑대인 네가
내 안에 가둬진 채 스스로를 잃어가는 모습을
어떻게 내가 지켜보란 말이야.
난 너를 담기에 너무 초라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말도 없이 집 밖으로 사라졌다.
늑대가 되어 뒷산으로 멈추지 않고 달렸다.
네가 떠난 자리를 말없이 응시했다.
너와 내가 있던 집이 공허했다. 이젠 네가 없이 나만이 존재하는 이곳이 되어버렸다.
비참함이 온몸을 쓸어내렸다.
그날 밤 나의 늑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
며칠이 지나고 민규가 집에 돌아왔다.
초점을 잃은 그의 두 눈이 내 가슴을 찔렀다. 보고만 있어도 눈물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다녀왔어."
"..그래."
"..나 네 말대로 돌아갈거야."
"...."
"북쪽산으로 떠나려고."
네가 말을 할 수록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난 아쉬워 할 자격조차 없다.
내가 자초한 모든 일들이다.
모든 질타와 책임은 나의 몫이다.
"..언제 떠나?"
"새벽 동 틀때."
"...."
"..그동안 날 구해주고, 많은 걸 알려줘서 고마워. 덕분에 잠시나마 가족을 잊을 수 있었어."
"..민규야."
"네 말대로 이제 또 적응해야지. 처음 여기왔던 것 처럼."
여기서 배운 것들은 하나씩 잊고 완전한 늑대로써.
네 말대로 나는 길들일 수 없는 야생 늑대니까.
고마웠어 여주야.
네가 마지막까지 웃어야 내가 보낼수 있는데
왜 너는 그 와중에 눈은 울고있는거야.
그러면 내가 웃으면서 보낼 수 없잖아.
"오늘 같이 잘까?"
"...."
"우리 한동안 같이 잔 적 없잖아."
심
*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은 자정을 넘어 새벽을 맞이할 순간을 조용히 준비하고 있었다.
침대에 나란히 누운 우리 둘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규칙적은 서로의 숨소리 만이 방 위를 둥둥 떠다니고 있을 뿐.
너의 성장기가 시작되고 나와 한시라도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 너에게 이제 따로 자자는 말을 내뱉는 순간
집이 떠나가라 울면서 베게를 쥐고 울부짖던 너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래서 그 날은 울던 너를 달래주다가 결국 같이 잠이들었잖아.
그게 우리의 마지막 동침이고.
"..잠이 안와?"
"..응. 너도?"
"조금."
뒤척거리는 소리에 신경이 쓰여서 조심스레 말을 건네자 망설이는 듯하더니 이내 대답을 하는 그였다.
조금 있으면 새벽이 오고 네가 떠난다. 울음이 목끝까지 차올랐다.
머저리 같은 년. 끝까지 자존심 부리다가 결국 모든 걸 잃게 됐잖아.
내가 시작한 거야.
붙잡고 싶은데
붙잡는 다고 네가 머무를까
떠나라고 밀어붙인 내가 이 말을 할 자격이나 될까
좆같다. 내가
입술을 수도 없이 깨물었다. 결국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
물론 손으로 입을 막고 네가 듣지 못하게.
너에게 등을 돌리고 벽을 바라보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 와중에 너는 내 울음을 눈치챘을까.
눈치 채더라도 모른척 하겠지.
민규야. 그런데
구차한거 진짜 잘 아는데
내가 붙잡는다면
한 번이라도 망설여 주면 안될까
제발
"...진짜 못하겠다."
순간 등 뒤로 따뜻한 너의 몸이 겹쳐지고 귓가에 너의 흐느낌이 내 귀를 꽉 채웠다.
들썩이는 너의 몸 때문에 덩달아 나의 몸도 우는 것 처럼 떨렸다. 어렸을 때 내게 안겨 엉엉 울던 너의 모습이 겹칠만큼
넌 나를 끌어안고 서럽게 울어댔다.
"..나 사랑해 주지 않아도 돼. 이제 안 바랄게."
"곤란한 장난도 안칠게. 응?"
"나 너랑 있고싶어. 제발. 안가면 안될까."
"너랑 떨어지는거 못하겠어 여주야."
"나좀 살려줘 응?"
뒤를 돌아 널 끌어안았다. 참았던 숨을 토해내며 너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정신없이 울었다.
내가 잘못했어 민규야. 울지마. 울려서 미안해.
이 세 마디가 간절히 하고싶었다. 너에게 상처만 줬구나.
너에게 끝없는 사랑만 받기만 하고
정작 너에게는 애정의 갈증만 안겨줬어.
"가지마 민규야."
한 가지 모르고 있었던 사실을
"너 없으면 나 죽어."
비로소 깨달아 버렸다.
"제발 가지마."
난 너에게 이미 길들여졌구나.
서로의 품에 안겨 그 동안 솔직하지 못했던 속마음을 토해냈다.
간절히 원하던 서로의 감정을 하나로 포개며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원없이 서로를 만끽하고싶어.
귀를 핥고 목에 입맞추고 마주잡은 두 손으로는 뭐든지 갈망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뜨거운 혀가 얽히며 민망한 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한 순간이라도 놓치기 싫은 틈을 다급히 매웠다.
아까는 애절한 숨소리가 방안을 채웠다면
지금은 무언가를 간절히 바라는 욕망을 가득 품은 숨소리가 모든 것을 대신했다.
더 이상 너만 애정을 갈구하는 일이 없도록
그동안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서 미안해.
마음 껏 안아주지 못해서 미안해.
"꿈인 것 같아."
너의 그 한 마디가 나를 얼마나 행복하게 할 지 너는 알까
"나도. 깨기 싫다."
네가 그르렁 거리며 웃었다. 품을 파고드는 네가 간지러웠지만 황홀했다.
매섭게 내게 돌진 하는 네가 평소같으면 밀어냈겠지만
왜 지금은 내가 더 안달이 났을까.
"..아."
아프지 않게 목을 깨물고 천천히 입을 맞추며 내려오는 너를 온 힘을 다해 담고싶었다.
정신이 멀어버릴 것 같았다.
그 와중에 내 눈은 너만을 담고 있었다.
"여주야."
"..응."
"사랑해."
네가 웃기만 해도 덩달아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해.
네가 사라지면 이대로 죽을 수도 있겠다 싶어.
그런 내 마음이 늘 너와 같기를 몰래 기도했어.
"날 사랑해?"
난 이미 널
"사랑해."
오랜만입니다ㅠㅠ늦어서 죄송해요ㅠㅠ
브금 달라졌죠? 최종 검토 후 바꾸는게 더 어울리겠다 싶어서 결국 바꿨습니다!
암호닉정리본은 내용 설명과 함께 다음 공지에 가져올게요!
이번편.. 부담감이 너무 심해서 고치고 고치다가 가져왔어요..
늘 기대에 못미치는 자까가 아닌지 모르겠네요ㅠ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