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성]perfume
w.운현
'향수-케이윌,전우성(노을)'과 함께 듣는것을 추쳔합니다.
"형, 컴퓨터에 노래 틀어놨어."
"응. 고마워."
"혹시라도 꺼지면 맨 아래 스페이스바,"
"알아 알아, 얼른 다녀와."
"그래. 금방 올게 형."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남을 가진다며 아침부터 준비하는 명수의 소리를 집중해서 듣던 성규가 소리나는 쪽으로 몸을 튼다. 신발을 급하게 신는 듯한 명수는 항상 외출을 할 때 마다 틀어주는 노래에 대해 설명을 하는가 싶더니 늦은 것 같으니 얼른 나가보라는 의미담긴 제 말에 부리나케 달려나간다. 그리고 항상 하는 인사도 빼놓지 않으며. 불미스러운 사고로 2년동안 눈이 보이지않게 된 나는 다행히도 부모님에게 틈틈히 받는 생활비로 명수와 생활을 꾸려나갔다. 보이지않는 것에 불만을 가져본 적은 적었지만 다른 것들이 많이 발달해서 더 좋다는 생각은 많이해봤다.
창가에 기대어 왠지 부시시할 것만 같은 앞머리를 매만졌다.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들로만 가득 찬 노래리스트엔 예전부터 들어오던 익숙한 노래들이 많아 가사를 따라 흥얼거렸다. 노래 가사들을 하나 둘씩 새기며 눈을 감고 창 밖으로 보이는 집 마당을 떠올렸다. 2년 동안 앞을 못 봤다지만 자신이 오래 살아왔던 집 마당마저 기억 못할리가 없었다. 너무나 선명하게 그려지는 풍경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묘했다. 처음에 시력을 잃었다는 결과를 들었을 땐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시련을 견뎌낼 수록 이런 생활도 어쩌면 조금은 힘들겠지만 아프진 않겠다고 생각했다.
"노래 되게 잘 부르시네요?"
"…누구.."
"아, 죄송합니다. 조향사 남우현이예요."
"..조향사요?"
"홍보차원으로 여기 돌아보다 노랫소리가 들리길래."
"그러시구나..근데, 저.."
"예? 아, ..냄새 나시죠? 여기 있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앞이 안 보이는 사람이라서. 창틀을 더듬거리며 안절부절해 보이는 성규의 코 근처로 제가 만든 향수를 바람을 일어 맡게 해주니 바로 눈을 맞추는 어딘가 묘한 사람. 뒷머리를 긁적이며 미안한 표정 가득한 얼굴로 겨우 눈을 맞추는 그가 이상하다고 생각되기보단 귀여워보였다고 해야 맞았다. 초점이 살짝 흐린 것 같아 보이지만 어느정도는 또렷했던 동공과 그에 어울리는 오똑한 코와 연붉은 입술. 되게 남자치곤 예쁘다고 생각 된 나는 그의 손에 향수병을 쥐어주었다.
"돌아다니면서 하나씩 드리는거에요."
"아, 감사드려요."
"뭘요.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걸요."
"되게 열심히 하시나봐요?"
"2년정도 밖에 안 배워서 잘…"
"근데 냄새 되게 좋아요."
"하하, 다행이네요."
목소리를 들어보니 목소리만큼 얼굴도 되게 잘 생겼을거라고 생각했다. 향을 만드는 남우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의미모를 궁금증과 호기심이 생겼다. 그렇게 낮지도 않은 적당한 톤의 목소리와 거기서 우러나오는 자상함, 자신보단 선명할 것만 같은 그의 눈동자를 최대한 맞춰보려 노력했다. 저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보고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서였는지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 창가 너머로 우현의 두 볼을 감쌌다. 더듬거리며 눈두덩이를 살살 만져보다 손가락을 주욱 내려 콧대를 쓸어내렸다. 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슥슥 비비는가 싶더니 살짝 나온 턱선도 쓸어본다.
"어때요?"
"..네?"
"만져보니까 좀 알겠어요?"
"뭐,뭘요..?"
"제 외모가 어떤 것 같냐구요."
"잘 생기셨을 것 같아요."
"진짜요?"
"잘 생기셨어요."
그가 웃는다. 손가락으로 제 볼을 꾹 누르며 재밌는지 예쁘게 웃는다. 앞을 볼 수 없어 저를 못 본다는게 너무 안타까웠다. 이 동네를 떠나면 다시 이 사람을 보러 오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도 홍보를 해야했기 때문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한 우현이 옆에 놓아두었던 가방을 들고 성규를 올려봤다. 눈을 맞추지 못해서 불안한지 또 두리번 두리번 거리는게 꼭 귀여운 유치원생 같았다. 우현씨, 가신거 아니죠? 제 이름은 성규에요, 김성규.
"네. 성규씨. 될 수 있으면 매일 올게요."
"…이제 가야되는거죠?"
"내일 또 좋은 향 가지고 올게요."
"..네, 조심히가요."
"저 보고싶다고 울지말고요."
"…장난치지 마세요."
"진짜 울려고 하면 어떡해요."
성규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은 우현이 마지막 인사를 남기곤 뒤를 돌아 대문을 나섰다.
녹이 슬어 듣기싫은 소리를 내며 열렸던 대문이 다시 닫혔다. 이럴줄은 몰랐지만 우현이 가버렸다는 게 생각보다 너무 아쉬웠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보다 눈이 안 보이는 이런 나에게 저런 자상함을 내비췄던 사람은 찾아볼 수 없었기에. 우현과의 만남으로 노래가 꺼진 것도 몰랐던 성규는 창문을 닫고 슬픈 표정을 지었다. 다시 올거라고 했지만 또 보고싶었다. 우현이라는 향을 만드는 사람을.
…어떤 문제에서든 그가 다시 왔으면 좋겠다.
우현을 만난 뒤로 우현은 매일, 아니면 이틀에 한번씩 저를 보러왔다. 창가 너머로 만남을 가지는 것도 정말 좋다고 생각했다. 서있는게 힘들면 잠시 들어오라는 말도 거절하며 자신은 이게 더 좋다고. 서로가 아는 노래가 나오면 같이 따라부르고 웃으며. 얼마전엔 우현과 나의 만남을 명수가 보고 따지려들 뻔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의 설명을 들은 뒤로는 우현에게 조금씩 기회를 줘도 된다고 생각한 나머지 요즘은 우현이 오는 시간에 맞춰 외출을 나가는 시간이 잦아진 명수였다. 그리고 우리들도 변해가기 시작했다. 우현과 성규도.
"오늘도 명수 없어요?"
"네가 맨날 같은 시간에 오니까."
"에이, 그걸 다 계산해요?"
"응, 명수가 너 마음에 든다 그랬어."
"좋은데요?"
"나보다?"
"네."
"헐… 야, 남우,"
가끔 보면서 생각한건데, 형 되게 잘 속아요. 우현을 더욱 가까이하고 싶었는지 명치 부근 까지 창을 넘어 내민 성규의 입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갑작스런 입맞춤에 놀란 성규가 그 상태 그대로 움직이질 못했다. 성규의 양볼을 잡고 꾹 누르니 깜짝 놀라며 몸을 뒤로 뺀다. 뭘 그렇게 놀라요, 저번에도 했잖아.
"아, 그렇게 갑자기 하면 어떡해!"
"왜요, 좋으면서 괜히 그래."
"…야!"
"알았어요, 알았어. 미안."
"미안할 것 까진 없고.."
"좋았죠?"
"이게 진짜."
얼굴이 새빨개져선 고개를 숙이는 성규를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창가까지 바짝 붙어 다가간 우현이 성규를 불렀다. 성규형. 왜 그러냐며 뒤로 뺐던 몸을 앞으로 당긴다. 그대로 성규의 양볼을 끌어와 입을 맞췄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길게. 당황한 성규가 제 볼을 잡고 있던 우현의 손목을 꽉 붙잡았다. 으음, 우혀, .. 성규의 밑입술을 살짝 빨아당기자 알아서 열리는 틈으로 혀를 밀어넣었다. 움찔 떨리는 성규의 손을 제 목에 둘러준 뒤 입안을 마음대로 헤집고 다녔다. 고개를 조금 더 틀어 더욱 가깝게 서로를 느낄 수 있게 한 우현이 키스를 하는 도중에도 입꼬릴 올려 웃었다.
성규의 눈도 빠르게 감기며 우현의 리드에 맞춰 서툴게 혀를 얽혔다. 해보지 못한 경험에 살짝 두려웠던 성규가 둘러진 팔로 우현을 더 당겨안았다. 우현을 더 보기 위해 의자 위로 무릎을 꿇은 상태에서 일어서있던 성규가 무릎에 힘을 더 싣고 우현을 조금 더 느꼈다. 그리고 이런 나도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게 해준 우현의 배려깊은 행동에 감동을 느끼곤 그대로 눈물을 쏟아냈다. 입 안으로 짠 맛이 들어오고 성규의 양볼을 잡고 있던 우현의 손가락 틈새로도 눈물들이 갈라져 스며들었다. 깜짝 놀란 우현이 입을 떼고 성규를 보니 우현에게 둘러졌던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곤 숨 넘어가듯 울어제낀다.
"형, 미안해요.. 울리려던게 아닌데…"
"아니야, 너 때문, 흐으… 끅,"
"그럼, 왜 울어요. 응?"
"좋아서… 좋아서 그래, 너무.."
"아, 뭐야. 놀랐잖아요."
"하아.. 우현아."
"응? 네, 여기있어요 나."
금새 우현을 찾으려 또 창가를 더듬거리는 성규의 손을 가져와 제 볼에 갖다대었다. 손에서 우현의 얼굴이 느껴지자 마자 아까처럼 우현의 목을 당겨안는 성규. 우현이 당황하며 왜 그러냐 묻자 지금까지 우현에게 하고싶었던 말들을 줄줄이 쏟아낸다. 그 말을 들은 우현은 또 한번 성규를 탐했다고 하고.
너무 미안해. 내가 눈이 안 보여서 네 얼굴을 볼 수 없으니까. 사실 아직까지도 네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잘 알지 못해. 당연히 난 안 보이니까. 근데 이렇게 너랑 같이 있으니까 다 떠오르고 상상되고 너랑 있는 것 만으로 너무 좋아. 너랑 있으면 눈이 안 보이는게 너무 고맙다고 느낀 적도 있어. 내가 눈이 보였다면 이 창가에 항상 앉아있을리도 없었을거고 너도 내 노래를 못 들었겠지. 그리고 고마워. 이렇게 불편한 생활을 하는 나를 좋아해줘서. 욕심일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내 옆에 있어줘. 맨날 보고싶고 맨날 듣고싶으니까. 그리워 죽겠어 남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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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하길 잘한거같죠??ㅠㅠㅠ
나도 보고 놀랐어요ㅋㅋ큐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