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모범심즈
모범생 정재현 X 날라리 너심 썰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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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29대 학생회 앞으로 나와주시기 바랍니다."
큰 강당 한가운데서 궁시렁대는 정수정을 뒤로하고
난 단상쪽을 눈이 빠지도록 쳐다보고 있는 중이다.
그건 바로,
드디어 스엠고등학교 정재현이
전교회장이 되었다는 희소식 덕분이다.
"저렇게 보니까 전교회장 태가 나긴 나네, 뭐."
팔짱을 끼고서는 크게 인심쓰는 척
정수정은 정재현을 보고
평을 남기는 것을 애써 무시한 채
나는 숨기지 못하는 표정으로 실실대며
괜히 머리카락만 쓰다듬었다.
*
"나 아까 학교 끝나자마자 오빠한테 전화걸었어."
"전화?"
"응, 내 남친 전교회장 됐다구."
손을 꼭 잡은 채 내가 활짝 웃으며 말하자
정재현은 크게 웃으며 잡은 손을 더욱 당겼다.
"그래서 태일이 형이 뭐래요?"
"내가 사귀었던 남자친구들 중에 너가 제일 낫대."
"좋은 말이죠?"
"당근 좋은말이지. 우리 오빠가 널 인정했단 뜻이야."
그제서야 안도의 웃음을 지은 정재현은
갑자기 나를 빤히 보고나서
다시 시선을 앞을 향했다.
"왜?"
"아무것도 아니에요."
웃을 듯 말듯 입꼬리가 씰룩 거리는 정재현을 따라
내가 달라붙으며 왜애애, 하고 말꼬리를 늘리자,
"아무것도 아니에요."
라고 되풀이하는 정재현의 옆구리를 콕, 하고 찌르자
정재현은 다른 손으로 내 손목을 잡고선
더 크게 웃었다.
"오늘 정재현 뭔가 이상해."
"선배, 손목."
"손목?"
갑자기 대화하다말고 손목을 말하길래
무심코 손을 들어 손목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는데
정재현은 내 손목을 탁, 잡더니
못 보던 시계를 내 손목에 차주었다.
"이거 뭐야?"
"시계요, 선물."
"나 생일 아직 멀었는데 벌써 줘?"
쑥스러워서 일부러 농담하며 정재현 얼굴을 보니
정재현은 활짝 웃더니 내 손을 잡고 말을 이었다.
"내가 전교회장이 될 수 있게 도와준
소중한 한 표의 주인한테 해주는 감사 선물이에요."
"되게 이쁘다.."
정말 정재현은 센스가 넘쳐나서
교복, 사복 이 사이에서 잘 어울리는
시계를 초이스한 것 보니
어떤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넋놓고 그저 내 손목만 바라보았다.
그러자 내 손목 옆으로 뭔가가 불쑥, 들어왔는데
나와 똑같은 시계를 한
정재현의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우와, 커플 시계야?"
정재현은 여전히 날 보며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내 입술에 쪽, 하고 뽀뽀를 해왔다.
"진짜 고마워, 맨날맨날 하고 다닐거야, 나."
"고마워요, 맘에 들어해줘서."
그러더니 정재현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감싸고
한동안 내 얼굴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나는 괜히 민망해서 이리저리 눈을 굴리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정재현은 보조개를 보이면서 씩, 웃다가
다시 내 입술에 뽀뽀를 하고는
그제서야 내 얼굴에서 손을 떼었다.
"오늘따라 정재현이 애교를 부리네~"
"오늘따라 김여주가 더 예뻐보여서요~"
나 따라 말꼬리를 늘린 정재현은
자신의 시계를 확인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떼었다.
"오늘 어머니가 일찍 들어오라고 하셔서 먼저 가볼게요."
"얼른 가, 오늘도 데려다줘서 고마워."
"이따가 집에 들어가서 전화할게요."
"응, 조심히 들어가구."
내가 뒷걸음질하면서
정재현을 향해 손을 흔들자
정재현은 뒤에 조심, 이란 말과 함께
발걸음을 빨리 했다.
정재현이 다른 건물 사이로
가려진 것을 보자마자
나도 가방을 고쳐메고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12층에 다다르는 그 순간까지
나는 정재현으로부터 받은 시계를
계속 이리저리 보고 있다가
거울을 통해
괜히 내 얼굴 옆에 보이기도 했다.
그러고나서 혼자 머쓱해하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고
현관문 앞까지 발걸음을 했다가
문고리에 걸려있는 까만 봉지를 확인하고
문에 붙어있는 포스트잇을 발견했다.
[이거 사과야. 맛있게 먹어.
ps. 꿀사과임!]
누구인지는 포스트잇에 써져있지 않았지만
난 무의식적으로 이태용임을 확인했다.
이사온 그 당일부터 귤을 내밀더니
하루에 한번씩 꼭 과일, 아님 과자,
그것도 아님 밑반찬 등을
나한테 퍼다나르기 시작했다.
내가 집을 비운 날이면
이렇게 놓고가기도 해서
난 혹여나 내가 이태용의 이삿날에
험담 아닌 험담으로
이렇게 뇌물을 갖다바치는 건가 해
언제 한번은 이태용에게 필요 없다며
한사코 거절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자 이태용은 아주 천진난만한 얼굴로,
'우리 집에 많아,
엄마가 갖다 먹으라고 챙겨주는 거야.' 라며
말을 하니 계속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한숨을 푹 쉬고
걸려있는 봉지를 빼서 집 안에 들어갔다.
뭐, 오빠도 없는데 잘 챙겨먹으면 나야 좋지.
*
고 3이 된 후로 나는
정재현과 등교하지 못하게 되었다.
1,2학년과는 다른 등교시간 덕분이었는데
정재현은 그런 나와 함께 등교하려고
자신이 더 일찍 일어나겠노라고 우기는걸
나는 겨우겨우 말릴 수 있었다.
그 후,
나의 등교 파트너는
이태용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개학 첫날,
내가 먼저 문 밖을 나서자마자
앞집에서 바로 나온 이태용은
나를 향해 씩 웃더니
신발을 고쳐메고 나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나랑 같이 등교하자.'
거절할 이유는 없었던
나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 후로도 우리집 도어락 소리를 시작으로
자연스레 앞집이 열리면서
여전히 환한 이태용이 보였다.
"마셔."
이미 자신은 두유를 들고있었고
나를 향해 쭉 내미길래
나도 받아 어느새 빨대 껍질을 까고있었다.
"못 보던 시계네?"
"남친이 사줬어, 이쁘지?"
두유를 마시다말고
손목을 내밀어 자랑하자
이태용은 우와, 하면서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비싸보이는데 니 남친 등골 휘겠다."
시계를 요리조리 살피던 이태용은
다 마신 두유곽을 구기면서
내 주머니에 쏙 넣더니
지는 재빨리 엘리베이터에
발걸음을 옮겼다.
"야! 이씨."
내가 버럭하며 때리려는 시늉으로 손을 들자
이태용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알았어, 알았어. 하며
다시 두유곽을 빼고서
내 등을 토닥였다.
"한번만 더 장난치면 큰일나겠네, 아주."
"해봐 한번. 어떤 일이 벌어지나."
"니 남친 진짜 불쌍하다,
너 이러는 거 걔는 모르지."
"내가 사랑스럽다는 건 알지."
내 말을 끝으로
진심으로 기분이 상한 듯
표정을 썩힌 이태용은
나를 흘겨본 후 고개를 저으면서
주먹을 쥔 채, 자신의 가슴께를 툭툭 쳤다.
"두유 나올 것 같다."
*
"야, 너 요즘 이태용이랑 등교하더라?"
열심히 문제집에
코박고 수학풀던 나는
갑작스런 정수정의 목소리에
꽂았던 이어폰을 빼고
뭐라고? 하고 다시 물어보았다.
"너 이태용이랑 등교하냐구."
"아아, 어. 왜?"
내가 왜? 라며 물어보자
정수정은 눈썹을 찡그린채
할말을 잃은 표정을 했다.
"몰라서 묻는거야?"
"응, 진짜 몰라서 물어본건데?"
"니 남친 누구야."
"정재현."
"그럼 등교하는 걔는 누군데."
".....앞집 친구?"
내가 눈을 열심히 굴리며
기껏 말한 앞집 친구의 말에
정수정은 코웃음을 치더니
내 앞자리의 의자를 땡겨선
아예 자리를 잡고 입을 열었다.
"연필잡이는 너가 걔랑
매일같이 등교하는거 알고 있대?"
"음.... 내가 말한 적 없으니까 모르고 있을걸?"
"일부러 모르게 한거야, 아님 그 반대야?"
"말할 기회가 없었어. 말할 필요성도 없고."
마치 스무고개처럼
일방적인 질문과 일방적인 대답은
점점 퀴즈로 변하고 있었다.
이내 답답해진 정수정은
아니이, 하며 내 책상을 다시한번 두들겼다.
"너 애가 등신이 됐네,
야. 내가 볼땐 너네 둘이 이상해 보여."
"나랑 정재현?"
"아니 등신아, 너랑 이태용."
여전히 정수정의 말뜻을
알아채리지 못한 나는
샤프를 내려놓고 다시 한번 물어봤다.
"그니까 나랑 이태용이 이상해보인다고?"
"그래, 등신아."
"걘 그냥 내 앞집 친구야."
"그래, 내 눈엔 너네 둘이 사귀는 것 같아."
드디어 직접적으로
입 밖에 꺼낸 정수정의 본심에
나는 혹여나 누가 들을새라
주위를 한번 둘러보고선
정수정을 탓했다.
"야, 이년아. 누가 들음 오해하겠다."
"벌써 니네 보고 오해할 사람들이 천지겠다, 이년아."
내 머리를 향해 주먹쥔 정수정은
쉬지 않고 바로 말을 이었다.
"너 괜히 오해할 일 만들어서
또 싸우지 말고
혼자 등교하거나
아님 정재현한테
이태용이랑 등교한다고 말해, 얼른."
"막상 정재현은 괜찮은데
괜히 나 혼자 오버하는 것 같잖아."
"얼씨구, 잘한다. 잘해.
몰라, 나는. 경고했다 분명히."
검지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엄한 표정을 지은 정수정은
훽, 하고 돌아서더니 다시 나를 째려보았다.
"또 싸우고 나한테 와서 울고불고 하지마라."
"안 할거거든요!"
*
아까 학교에서 괜히 이상한 말만 한
정수정 덕분에
나는 정재현과 통화에
쉽게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이태용은 나랑 아무 사이도 아닌데,
그렇게 이상해 보이나?
딱히 이태용과 오해할만한 행동을 전혀 하지 않은 나는
기억 하나하나 되짚어보며
대충 정재현의 말에 대꾸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정수정의 말대로
오해할일이 생기는 건
그것보다 더 억울할 일도 없겠다 싶어
이제 막 말을 끝낸
정재현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재현아."
-응, 선배.-
"너 3학년에 이태용이라고 알아? 이번에 전학온 애.
아, 넌 모르겠다. 암튼 이태용이라고 있는데
우리 앞집에 이사왔었단 말이야.
어떻게 하다보니까 같이 등교하게 됐는데
아까 정수정이 너가 오해할 것 같다고 하길래
그럴 수 있겠다 싶어서...."
말끝을 흐린 나의 말을 끝으로
정재현은 한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나는 혹여나 통화가 끊겼나,
뺨으로부터 폰을 떼서 확인했지만
여전히 연결되어있는 통화 화면을 보고서
다시 여보세요?, 라고 말을 했다.
-아, 네. 듣고 있어요.-
"괜찮지?"
-뭐, 선배 혼자 등교하게돼서 심심할텐데
말동무가 있으면 좋죠, 뭐.-
"이해해줘서 고마워. 아까 정수정한테 혼났어, 나.
괜히 너가 오해할 것 같다고."
-저야말로 말해줘서 고마워요.-
통화를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뭔가 어색해진 분위기에
나는 얼른 다른 화젯거리를 꺼냈다.
-
여러분 안녕, 정말 오랜만이에요 그쵸?
매 편을 들고 올때마다 오랜만이라면서
인사를 건네는게 죄송하네요.
변명 아닌 변명이라고 말씀 드리자면
실습이 빡세네요...... 눙물 8ㅅ8
사실 이제 막 과제 끝내고
새벽에 글을 써서 그런지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 같네요
헤롱헤롱 해요 지금도.
여전히 제 글을 사랑해주시고
재밌게 봐주시는 여러분들이
정말 제 독자님들이어서 고마워요.
신알신 울리자마자 달려와주시는 분들.
잊지 않고 있다가 찾아와서 읽어주시는 분들.
비회원임에도 댓글 꼬박꼬박 달아주시는 분들.
그런 분들 하나하나 잊지않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그냥 모든 분들이 편안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 전공 특성상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모든 일상들이
생각해보면 참 감사한 일이라는 걸 깨닫게 해줘서 그런지
제가 새벽에 잠을 못자고 헤롱헤롱한 지금 순간까지도 감사합니다.
감성이 충만해서 말이 길어졌지만
짧게 말하자면 그냥 여러분이 좋아여... ㅎ
여러분 굿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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