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택운아!! 정택우운!! " 듣고있어. 왜. " - 나, 나 합격했대!! 다음주 월요일부터 회사나오래!! 신입사원 차학연! " 정말? 축하해. 너 좋아하는거, 어. 치킨 사가지고 갈께. 집에 마실 거 있나? " - 치킨엔 맥주지! 그치만 오늘은 내 특별히 와인을 먹어야겠으니까! 와인 사와! " 알았어. 수고했어 차학연. " - 사랑해 일찍 들어와~ " 응. " 학연의 목소리는 수화기 너머로도 들뜬 감정이 충분히 느껴질만큼 높아져있었다. 흥분할때마다 조금씩 나오는 사투리 억양도 들리는걸 보아하니 아마 오늘 밤은 차학연의 합격과정 일대기로 잠을 못 이룰게 뻔하다고 택운이 짐작했다. 한번 말하면 잠도 재우지 않고 중간중간 대답까지 받아내는 학연이 사실 피곤하고 귀찮을 때도 많았지만, 오늘 만큼은 축하해주기 마땅했다. 룸메이트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2년 6개월. 처음엔 정말 정반대인 성격탓에 잘 맞지 않을까 고민도 많았던 자신이었지만 예상과는 반대로 학연은 자신을 정말 잘 챙겨주었다. 그리고 지난 여름, 택운은 고백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것같다고. 싫으면 지금 말하라고. 학연의 작은 고갯짓과 함께 새롭게 시작된 둘의 생활은 그렇게 조금의 흔들림없이 평화롭고, 또 평화로웠다. " 나 왔어. " " 택운아아아- 보고싶었어- 우리 택운이는 나 안보고싶었어어? " 택운의 코트 속에 고개를 묻고 도리도리 비벼대던 학연의 여린 등을 택운이 조심스럽게 쓸어내렸다. " 학연아. 이거부터. " " 우와 치킨! 짱이야 역시- " 엄지를 척 치켜세우며 자신을 올려다보는 학연이 귀여웠는지 택운이 학연의 갈색 머리칼을 쓰다듬곤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건장한 남자 두명이 치킨을 동내는데에 걸리는 시간, 10분. 치킨을 다 헤치우곤 자랑스럽게 택운의 허벅지를 배게 삼아 누워버린 학연이 감고 있던 두 눈을 살포시 떴다. " 운아 " " 응. " " 나 잘했지. " " 응. " " 뽀뽀. " 학연은 자기무덤 파는걸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항상 자기무덤을 열심히 파댔다. 그러나 문제는, 자기가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차학연의 자기무덤 파기는 언제나 네버엔딩이었다. 택운이 제 발로 기어들어온 기회를 찰 이유는 없다. 와인 몇잔으로 취기가 올라온다고 하기에는 둘 다 술을 어느정도 마시는 편이지만, 변명거리도 딱히 없으니 취기때문이라고 하자. 그래야 차학연이 억울하지도 않을테니. 위태롭게 빛을 발하던 전등이 택운에 의해 꺼졌다. 그리고, 그렇게 둘은 다시 옥탑방의 터진 보일러보다 훨씬 더 뜨거워졌다.
이런 글은 어떠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