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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김태형] 성단이 말했다, 너에게 보낸다고 04 | 인스티즈


브금 필청 부탁드려요!

 

 

 

 

성단이 말했다, 에게 보낸다고

04

 

 

 

 

 

 

 

 

 

 

 나는 이제 완전한 3학년이 되었다. 3월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등하교는 태형과 함께였다. 나는 그가 아프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 그에게 이사 온 이유를 묻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는 갓 피어난 꽃 같기도 했다. 해사한 얼굴로 미소를 띠고 있을 때면 나는 나도 모르게 그를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내뱉을 수 없는 말이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언령관言靈觀을 믿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가진 말의 힘이 신성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따지자면 오히려 저주에 가까울 거였다. 나는 내 가족들에게 어렵게 애정을 표했고, 그들은 나와 멀어졌으니 말이다.

 

 

 

 나는 표현에 인색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넘치는 표현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으니, 딱 알맞은 수준이었다고 생각했다.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투정부리기에 익숙했고, 그러다 내 애정을 표하는 방법을 잠시 잊었을 뿐이었다. 잠시라고 하기에도 그들에게는 꽤나 긴 시간이었다. 사랑해요. 그러니까, 선생님들이 시켜서 의무적으로 하는 고백이나 당연시 학습되어 인사치레가 되어버린 그 말 말고 내 진심을 담은 말이었다. 또, 사랑받길 원하는 말이기도 했다. 나의 아버지는 건강이 좋지 못했고, 자연스레 치료를 받는 수순을 밟았을 뿐이었다. 우연스럽게도 시기가 겹친 것이었고, 그들은 뒤늦은 내 애정에 관심을 쏟을 겨를도, 나를 볼 여유도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들을 탓할 마음이 없었다. 건강은 누구의 마음대로 되는 것이 없었고, 나 역시도 아버지 외의 사람에게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또한 나는 한국에 남아있겠다고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까닭은, 아버지는 완벽히 치료를 받아 깔끔하게 완치되고도, 그들은 한국으로 돌아올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식이라고는 고작 딸 하나를 두곤,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니. 지금보다도 더 어렸을 때 들었던 생각이었다. 오죽하면 나를 버린 것일지도 모른다고 며칠 밤낮을 울었으니 말이다. 그러다 조금 안정을 되찾았을 때쯤 다시 연락이 왔다. 사실 아버지의 병은 완전히 낫지 못해 다시 재발했는데 어쨌거나 지금은 완쾌가 된 것이 맞다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누군가가 내 뒤통수를 세게 후려친 것 마냥 멍했다. 그 중요한 사실을 내게 알리지도 않고 뒤늦게야 말했다는 사실이, 가족이라면 당연히 알고 있어야만 했던 그 사실을 나는 몰랐다는 거였다. 나는 그것이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아렸다. 내게 진정한 가족은,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이모는 내게 걱정할까 이야기 하지 않았을 거라 했지만 나는 그것이 싫었다. 내가 걱정하는 이유는 그들은 내게 애정을 품은 가족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걱정마저도 하지 못하고 마냥 있었다는 게 나 자신을 괴롭게 만들었다. 나는 그들에게 진즉 하지 못했던 애정을 표하고 싶었는데, 그들은 더 이상 내게 연락하지 않았다. 나를 잊어버린 것만 같았다. 그들은 내 사랑에 관심이 없어 보였고, 어쩌면 내가 가진 애정이 저주인 것 같기도 했다. 돌아오는 것은 내 감정의 메아리뿐이었다.

 

 

 

 

 

 

 “아미야.”

 

 

 

 

 

 

 태형이 내 눈앞에 자신의 커다란 손을 들어 휘저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는 어색하게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가 말했다. 나는 멍하니 열려있던 입을 다물었다. 이상하게도 그의 얼굴을 볼 때면 자꾸만 감정이 솟구쳐 올라왔다. 정신이 멍해질 쯤에는 내 입에서 그를 향해 좋아한다는 말이 튀어나갈지도 몰랐다. 나는 그를 잃고 싶지 않았다. 그가 나를 잊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 그 말을 꾹 삼켜냈다. 삼켜진 단어들이 뜨겁게 내 목을 타고 내려갔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그가 검지로 내 볼을 쿡 찌르곤 웃었다.

 

 

 

 

 

 

 “오늘따라 왜 그러지? 무슨 일 있어?”


 “응, 응? 아무 일도 없어.”

 

 

 

 

 

 

 일이 있다면 그건 내 감정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 강력한 감정이 뇌를 흐물흐물 거리게 만들어 판단력을 흐려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가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다가 이내 눈을 깜빡이며 웃었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였지만 그는 웃는 모습이 참으로 특이했다. 그는 이를 드러내고 웃는데, 그 모습은 봄을 닮은 것 같기도 했다. 3학년이 되어서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학생 수가 적었던 탓에 반이 바뀔 리도 없었고, 편의상 교실도 바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내 옆에 앉아 한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괴고 있었다. 고개는 언제나 나를 향해 틀어져 있었다. 가끔씩 보면, 그러다가 담이라도 올까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열린 창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적당히 선선한 온도였다. 물론, 간혹 춥기는 했지만 그런 날이면 그는 내게 자신의 겉옷을 건넸다. 나는 혹시 모를 그의 건강이 염려되어 그것을 거절했으나, 그가 우물쭈물 한참을 고민하며 왜 거절을 하느냐고 물었던 그날 이후로 나는 그의 겉옷을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그의 귀 끝이, 목이 붉었다. 별 수 없이 받아들었고, 스치듯 닿은 그의 손끝에서는 찌릿하고 전기가 흘렀다. 잠시 닿았던 피부에 열이 올랐다.

 

 

 

 

 

 “아미야.”


 “응.”


 “오늘 학교 끝나고 너희 집 가도 돼?”

 

 

 

 

 

 

 응? 그에게 반문했다. 그의 앞에서는 정신이 아득했다. 꿈인 것처럼 아른거리기도 했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저금 더 내게 가까이 들이댔다. 순식간에 코앞으로 다가온 그의 얼굴에 나는 급하게 얼굴을 뒤로 치웠다. 심장소리가 어찌나 크게 울리던지, 그에게 들릴까 걱정할 정도였다. 순간 숨이 막히는 기분이었다. 얼굴이 달아오를까 미리 볼에 양손을 올렸다.

 

 

 

 

 

 

 “왜 그래?”


 “어? 아니…, 갑자기 더워서….”


 “그래? 내 손 시원한데. 잠시만.”

 

 

 

 

 

 

 태형이 나를 향해 자신의 두 손을 뻗었다. 나는 그의 손이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이 아주 느리게 보였다. 그가 내 손목을 살짝 잡았을 때, 약간의 찬기가 느껴졌고 그가 내 손을 내린 탓에 아무 것도 얹어지지 않은 붉은 볼 위로 그가 손을 올렸다. 아뿔싸, 그가 내 붉어진 볼을 보았을 것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더 가까워진 얼굴에, 그리고 완전히 나를 향한 그의 시선에 눈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방황하는 중이었다. 목까지도 뜨거웠다. 어, 진짜 뜨겁네. 내 손 시원하지. 그가 그렇게 말하고는 칭찬을 바라는 아이처럼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나는 어설프게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고마워, 라고 대답했다. 달아오른 얼굴이 식기는커녕 더 열만 오르는 것 같았다. 그도 그것을 느꼈는지 작게 웃었다.

 

 

 

 

 

 

 “가도 돼?”


 “……음, 그래. 와.”

 

 

 

 

 

 

 내 말에 내 얼굴에서 손을 뗀 그가 무엇이 그리도 즐거운지 해맑게 웃으며 박수를 짝짝 쳤다. 떨어진 그의 손에 안심하려던 찰나, 다시 그의 손이 내 볼을 감쌌다. 손이 얼마나 컸던지, 볼만 감싼 것이 아니었다. 어색하게 시선을 옮기자 학생들은 모두 우리를 향해 시선을 돌리고 있었다. 우리가 뒷자리에 앉아있던 탓에, 그들은 우리를 보려면 고개를 돌려야만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호기심 어린 눈을 하고 있었다. 아, 그…, 태형아. 그를 부르자 그가 대답에 응하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애들이 우리 보고 있는데. 말하지 못했다.

 

 

 

 

 

 

 “이것들이, 학교에서 연애질이야?”

 

 

 

 

 

 

 앞자리에서 크게 들려온 한 남학생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깔깔거리며 웃었다. 어, 어. 그가 급하게 자신의 손을 거두었다. 이제는 그의 볼이 붉었다. 나는 괜히 시선을 창문 너머로 옮겼다. 초록색으로 돋아난 나뭇잎이 보였다. 바람이 불자, 그것이 흔들거렸다. 가슴 한 구석이 간질거렸다. 작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열린 창문으로 불어 들어온 바람에 머리칼이 흔들렸다. 이제는 날이 따뜻해지고 있었다. 공기마저 아주 잔잔하고도, 따스했기 때문이었다.

 

 

 

 

 

 

 “근데 갑자기 우리 집은 왜?”


 “음…….”

 

 

 

 

 

 

 가방 끈을 양손으로 꼭 잡았다. 누가 채가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아직 해가 떨어지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했지만, 바람은 낮보다는 조금 찼다. 그래도 낮의 공기는 따스했기 때문에, 저녁이 다 되어간다고 해서 크게 시린 것은 아니었다. 혼자 학교를 다니던 때는, 내 발걸음이 느린 탓에 넉넉잡아 40분이 걸렸지만 그와 함께한 후로는 대략 50분이나 소요되었다. 어쩌면 학교가 매년 반대방향으로 옮겨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내 말에 태형이 입을 꾹 다물고 바닥에 시선을 고정했다. 고민을 하는 듯했다. 이유가 없나 싶어 고개를 끄덕이곤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유가 있든 없든, 그가 나와 함께 집에 들어갈 거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이라고 대답한대도 나는 얼굴을 붉힐 거였다.

 

 

 

 

 

 

 “아! 내가 네 감성이 좋다고 말했던 거 기억해?”


 “응? 아, 뭐…. 기억하지. 그게 왜?”

 

 

 

 

 

 

 

 무언가를 심도 있게 고민하던 그는 이내 떠올랐다는 듯 박수를 짝 쳤다. 그러곤 괜히 신이 나 큰 눈을 접어 웃으며 내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그에 화들짝 놀라 어깨를 크게 들썩였다. 그는 그런 내 모습을 신경 쓰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보지 못한 것인지 여전히 채 다물지 못한 입새로 웃음소리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의문을 표했다. 꼭 쥔 가방 끈이 손에 흥건한 땀으로 축축하게 젖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너는 감성이 막 넘쳐나거든. 감정도.”


 “응? 그게 이유야?”

 

 

 

 

 

 나는 태형의 대답에서 내 질문과의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그게 다가 아니라는 듯, 아직 할 이야기가 많이 남은 사람처럼 입을 꾹 다물곤 고개를 저었다. 그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기 때문에 장난기 가득한 소년으로 보이기도 했다. 바람에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를 냈다. 부스러지는 소리 같기도 했는데, 바스락거리는 뭉툭하면서도 날선 감정이 내 가슴을 긁었다. 고통은 없었다. 다만,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간지러웠을 뿐이었다.

 

 

 

 

 

 

 “너랑 있으면 나도 그렇게 돼.”

 

 

 

 

 

 

 넘쳐나, 그것도 엄청. 그가 말했다. 그의 웃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내게로 스며들어왔고, 나는 그제야 그의 말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 안에서 뜨거우면서도 넘실거리는 무엇이 자꾸만 내 목을 간질였다. 입을 열면 그것이 달게 쏟아져 나올 것만 같았다. 내뱉는 숨마저도 봄을 맞아 아주 적당한 온도에 섞여들어 달콤하게 변해버릴 것만 같았다. 그의 웃음소리가 내 귓가를 맴돌았다. 나는 그의 대답에 무언가에 홀린 사람마냥 또다시 고개를 끄덕거리며 승낙의 의미를 표했다. 아무 이유 없이 가고 싶다고 나를 보채기만 했어도 데려갈 생각이었으니 이상할 것은 전혀 없었다.

 

 

 

 평소처럼 학교가 끝나고, 그는 나를 보챘다. 종이 치자마자 가방을 멘 그는 내가 짐을 챙기는 것을 기다렸다. 학교의 작은 운동장을 지나 교문을 나서면 언제나 아쉬움의 감정이 나를 감쌌다. 작년까지만 했어도 해방감을 느꼈다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그의 목적지가 나와 같았기 때문이었다. 바닥에는 그의 그림자가 있었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기 부끄러울 때는 이렇게 그림자만을 내려다보기도 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올려 태형을 본 순간, 그와는 눈이 마주쳤다. 나를 아래로 내려다보던 그가 흐흥, 하는 웃음소리를 내더니 그대로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시야에 들어찬 그의 귀가 붉었다. 괜히 그의 귀에 손을 뻗고 싶었다. 나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검지를 그의 귀에 가져다댔다. 귓불, 그리고 연골의 시작점 어딘가에 내 손이 닿았다. 그의 귀는 너무나도 뜨거웠다. 내가 그의 귀에 손을 가져다대는 순간, 그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곤 고개를 돌렸고, 나 역시도 내 행동에 놀라 급하게 손을 뗐기 때문이었다. 잠시 닿았던 피부가 화끈거렸다. 녹는점에 도달한 것 마냥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았다.

 

 

 

 

 

 

 “…엄청 뜨거워.”


 “……흐.”

 

 

 

 

 

 

 그가 작게 콧소리를 냈다. 앞니로 아랫입술을 물고는 눈을 감은 채로 웃었다. 그가 어색하게 자신의 귀를 손으로 만지작거렸다. 이윽고, 그의 검지가 내 볼을 쿡 찔렀다. 이미 우리는 거리에서 걸음을 멈춘 채였다. 다행히, 가게가 들어서지 않은 넓은 길이라 우리를 볼 사람은 없었다. 다시 한 번 바람에 나뭇잎이 흔들리는 소리를 냈다. 네 볼도 뜨거워. 그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푹 숙였고, 그의 목소리는 옆에서 들려왔다. 코로 잔잔한 봄내음이 훅 끼쳐 들어왔다. 코를 타고 흘러들어간 공기가 내 온몸을 순환했다.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아직 날씨가 그렇게 더운 것도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왜 그리도 열이 올랐을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는 어색하게 내가 자신의 귀를 건드렸던 내 검지에 내 볼을 찔렀던 자신의 검지를 걸었다. 마치 약속을 할 때 새끼손가락을 걸던 모습이 같았다. 그가 손을 내렸고, 그의 검지가 엮여있는 내 손도 따라 내려갔다. 손을 잡은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놓은 것도 아니었다. 검지, 오직 그것만이 엮여있었다.

 

 

 

 

 

 “지금 집에 누가 계실지 모르겠는데. 괜찮아?”


 “음……, 혹시 집에 누구 들이는 거 싫어하셔?”


 “아니. 너 불편할까봐.”


 “난 좋아.”

 

 

 

 

 

 

 대답을 마친 태형이 콧노래를 불렀다. 좋다니, 보통의 경우라면 괜찮다고 대답하는 것이 일반적일 것 같았지만, 나는 그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는 자꾸만 내게 주문이라도 걸어둔 사람마냥 자신의 목소리로 내 가슴을 후벼 파고 있었다. 대문을 열었고, 익숙하게 현관문을 여는 동안에 그는 목을 가다듬는 사람마냥 목을 큼큼 거렸다.

 

 

 

 

 

 

 “다녀왔습니다.”


 “왔니?”


 “아, 안녕하세요. 아미 친구, 김태형이라고 합니다.”

 

 

 

 

 

 

 집에는 이모와 아저씨, 두 분 모두 있었다. 그들을 향해 태형은 보는 사람까지 기분 좋아지는 미소를 띠우곤 허리를 숙였다. 순식간에 집안 분위기가 밝게 떠올랐다. 이모는 매일 보던 사람마냥, 어쩌면 나한테 하는 것 마냥 그의 등을 쓸어내리며 그를 반겼다. 나에게는 귓속말로 왜 이제야 데려왔냐고 속삭였다. 좋나, 좋아 죽겄지? 그녀가 속삭였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곤 그를 내 열린 내 방을 향해 등을 떠밀었다. 그러나 나는 스치듯 그녀의 표정에 걱정이 서린 것을 볼 수 있었다. 수년 간 그녀를 봐왔기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여기가 내 방이야.”
 “딱 너 같아. 아미, 김아미.”

 

 

 

 

 

 그의 말뜻을 헤아릴 수 없어 가만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갑자기 이모가 접시를 들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접시에 올려져 있는 것은 과자였는데, 이번에 수입으로 들여온 과자라며 내게 자랑을 했던 그것이었다. 바닥에 앉아있던 그가 그것을 받기 위해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 했고, 그녀가 그런 그의 어깨를 지그시 눌러 제지했다. 그녀가 웃으며 방바닥에 접시를 내려놓았다.

 

 

 

 

 

 

 “왜 이제야 왔어.”


 “이모!”


 “감사합니다.”


 “아, 참. 방문은 열어놔?”

 

 

 

 

 

 

 평소보다도 더 들뜬 모습으로 웃어재낀 그녀가 내 방에서 나갔다. 괜히 마지막에 내뱉은 그녀의 말 때문에 숨이 답답했다. 극도의 긴장감 때문이었다. 괜히 그런 말을 해서 신경 쓰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태형에게는 웃으며 이모가 원래…, 라며 뒷말을 흐렸다. 그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좋은 분이신 것 같아. 그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기에 나는 맞아, 라고 수긍했다. 무언가 말하지는 못하고 의문을 가진 것만 같은 얼굴인 그에게, 슈퍼 내부 수리가 있어 두 분 다 일에 나가지 않으신 거라고, 아까까지는 내가 그것을 잊고 있었노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것이 못내 궁금했던 것이 맞는지 내 말에 그렇구나, 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얼굴에서 호기심 어린 표정은 사라진 뒤였다.

 

 

 

 내 책상은 좌식이었고, 정확히 한 사람 밖에는 쓸 수 없었기 때문에 그와 나는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린 채였다. 그는 자신의 가방에서 꺼낸 노트를 펼쳤고, 나는 앞부분이 겨우 풀린 문제집을 꺼내들었다. 그가 필통에서 노란 연필을 꺼내들었다. 새로 깎은 것인지, 끝부분은 날카로웠으며 흠집 난 부분 없이, 일정하게 깎인 모습을 보아하니 그는 칼로 연필을 깎는 것에 능숙한 모양이었다. 반면에 내 손에 들린 연필은 군데군데가 파여 있기도 했다. 연필을 깎는 때면 항상 입을 앙 다물고, 칼을 쥔 손이 엇나가 혹시라도 내 손을 베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깎아야만 했다. 간혹, 내 손을 베어버리는 일도 있었다.

 

 

 

 그는 한참이나 문제를 푸는 내 얼굴을 지켜보다가, 몇 글자를 쓰고 또다시 나를 지켜보다가 이어 쓰기를 반복했다. 연필심이 질 나쁜 종이에 닿아 갈리며 내는 소리가 사각사각하고 울리며 방안을 가득 채웠다. 내가 문제를 푸는 것인지, 의미 없는 글자를 쓰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못나게 깎인 내 연필이 뭉툭하게 내 가슴에 글자를 새기는 것 같기도 했고, 그의 잘 깎인 연필이 나를 콕콕 찔러, 무엇인가 터지는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 같기도 했다. 톡톡 튀는 것만 같이 터지는 감정은 청량한 것 같기도 했고, 내 피부를 간질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감정의 온도를 걷잡을 수 없었다. 시원했다가, 어느 순간 보면 내 온몸을 녹여버리고 있었다.

 

 

 

 언제까지 볼 거야? 내 말에 그는 자신이 쓰고 있던 공책을 팔로 보이지 않도록 완전히 감추어 버렸다. 그의 볼이 붉었다. 연필을 얼마나 세게 잡았던 것인지 그의 중지 끝부분의 굳은살이 붉게 변해 있었다. 널 보면 글이 잘 써져. 네 감정이, 내 감정까지도 넘치게 만들어서……. 어디선가 이름 모를 꽃의 향기가 창문을 통해 새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 그의 손에서 난 땀 때문인지, 살짝 가려진 틈으로 보이는 공책의 종이가 울퉁불퉁했다. 그가 맑게 웃었다. 나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밖에는 꽃이 만개했고, 바람이 불었다. 계절이 봄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내 감정의 골짜기 저 너머에서 졸졸 흐르던 물이 이제 막 초록빛을 띤 잔디들 틈에 끼어있는 갓 피어난 꽃에게로 흘러간 것만 같았다. 그 물에 꽃은 피어나고, 꽃향기를 맡은 나비가 질 새라 찾아와 내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다. 팔랑팔랑 거리는 날개가 내 머릿속을 잔뜩 헤집어 놓았다. 가만히 뜬 눈으로 그를 내 눈에 담았고, 그는 한참이나 그렇게 있었다. 네 감정이 좋아, 그리고……. 그가 말끝을 흐렸다.

 

 

 

 

 

 

 

 

 

<암호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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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 해주신 분들 사랑해요. 쪽쪽 ♥3♥
거부는 거부합니다.
계속 신청 받아요, 주저 말고 해주세요!!!

 

<사담>

ㅎ..ㅎ.. 여러분 반가워요.(면목없음)

매주 주말마다 4화 올려야 하는데만 반복하다가 벌써 3주가 지나가버림.

그렇게 지나간 줄 몰랐어요

심지어는 금요일 7시에 올려야지 하고 8시에 잠.

아무튼 저를 잊지 않고 찾아와 주신 독자분들 오늘도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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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1
탄산수입니다 ! 이번편도 풋풋하면서 따뜻한 기분이 드네요 (๑╹ω╹๑ ) 글을 읽으면서 제가 다 설레는 기분입니당 ㅠㅠㅠㅠㅠㅠ 잘 읽고가요 작가님 ❤️
7년 전
소슬
탄산수님, 오늘도 고마워요.♥
7년 전
독자2
를르슈입니다! 그리고.. 그리고..!!! 하 글을 보고 있니 마음이 간질간질하네요ㅠㅠㅠ둘이 은근 스킨십에, 태형이의 고백 아닌 고백에..설렙니다ㅠㅠㅠㅠ정말 봄 같아요ᅲᅲᅲᅲ오늘도 감사합니다 작가님!!!!
7년 전
소슬
를르슈님, 오늘도 고마워요!
7년 전
비회원196.74
땅위입니다! 글이 뭔가 아련하네요! 그리고 태형이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을지 짐작이 가면서도 무슨 말을 했을지 궁금하네요!
7년 전
소슬
땅위님, 오늘도 고마워요. :)
7년 전
독자3
[윤맞봄]으로암호닉신청합니다!
분위기도 그렇고 그냥 뭔가다좋네욯ㅎㅎㅎ
너무설레옇

7년 전
소슬
윤맞봄님, 저번 화에서 암호닉 신청해 주셨던 걸로 기억해요. 오늘도 고마워요!
7년 전
독자4
작가님이간질간질거리는마음을잘풀어내서표현하주신것같아요!!!힐링되는글이네요!!잘읽고갑니다~~♡♡♡
7년 전
소슬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59.231
융봄이에요! 불가항력 때 자주 찾아뵀었는데 기억하고 계실지는 잘 모르게써요 히히 :-)
현생에 치이며 사느라 자까님 신작 나온 것도 모르고... 저를 매우 치세요ㅠㅠㅠㅠㅠ 엉엉 진짜 처음부터 읽는데 엄청 감탄하면서 읽었어요. 특히 시부분이 너무 좋아서 정말 다섯번도 넘게 읽었던 것 같아요. 작가님 글은 표현이 너무 예뻐서 마음 속으로 꼭꼭 새겨넣으면서 읽게 돼요 :D
이번 화도 풋풋하면서도 간질간질한 분위기가 글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어서 한참 미소지으면서 읽었답니다!
요즘 일교차가 심해서 감기 걸리기 쉽습니다ㅠㅠㅠ 튼튼이라면 자신 있던 저두 감기 몸살로 앓아누워버렸으니... 작가님은 아프지 말구 꼭꼭 따듯하게 입고 다니셔요!
예쁜 글로 힐링받게 해줘서 고마워요♥ 매번 감사히 읽고 갑니다♥

7년 전
소슬
융봄님, 당연히 잘 기억하고 있지요. 융봄님께서도 어서 건강 회복하시고 따뜻하게 입고다니셔야 할 것 같아요. 예쁜 댓글 감사해요.❤
7년 전
독자5
lunatic 입니다!! 이번 글에서도 태형이와 여주의 순수한 감정들이 묻어있네요 뭔가 깨끗한 두 사람이 서로 호감을 가지고 대하는 행동들을 보니 마음이 정화 되는 기분입니다 이번 글들은 뭔가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는 것 처럼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는 느낌이예요 좋은 글 감사해요♥
7년 전
소슬
lunatic님, 좋은 댓글 감사해요.❤
7년 전
비회원18.230
하루종일이에요. 오랜만이에요. 항상 잊지않고 기다리고 있어요. 이제 둘이 많이 친해졌나봐요. 요상한 분위도 생기고. 둘 다 진짜 설레네요. 여주의 기족 얘기가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은 태형이가 있으니까 괜찮겠죠. 다음편도 기다릴게요.
7년 전
소슬
하루종일님, 오늘도 고마워요. :)
7년 전
독자6
순이
7년 전
소슬
순이님, 또 잊으셨다.ㅠㅠ
7년 전
독자7
[팡팡]
태형이가 여주 곁에서 있으면 여주 감성처럼 되서 좋다는 게 좋네요 ㅠㅠㅠ 고백하는 것 같아 간질간질하고요 ㅠㅠㅠ

7년 전
소슬
팡팡님, 오늘도 고마워요. 좋은 하루 되세요. :)
7년 전
독자8
암호닉 신청하구가두될가요 ㅠㅠ 불가항력 오늘 쭈욱 읽구 태형이 글도 읽었는데 필력이 넘나 제 스탈 ㅠㅠ [B612] 암호닉 신청하구갈게여! 태형이가 많이 아픈 게 아니었으면 좋겠네요 8ㅅ8
7년 전
소슬
B612님, 반가워요. 감사합니다. :)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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