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
*
한 소녀가 있다.
남들보다 앞서 나가기를 강요하는 사람들 틈에서 항상 맨 마지막을 차지하는,
사람을 마주하는 것 보다 먼 산을 바라보는 시간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하기보다 듣는 것이 익숙한
그런 소녀가 있다.
* * *
와아아-
하필이면 교체수업이 체육이라니, 소녀는 환호하며 체육복을 꺼내드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덤덤한 표정을 지었다. 시끌벅적한 소리가 사라질 즈음 그제서야 소녀가 빨간 가방 속에서 체육복을 꺼내들었다. 교실문을 잠궜다고 생각하고 상의를 갈아입는데 앞 문에 서있던 소년과 마주쳤다. 아-.. 발그레진 소년과는 다르게 소녀는 무심한 표정으로 마저 상의를 내리고 소년을 쳐다보았다.
그, 저기.. 소년의 떨리는 목소리가 소녀의 귓가를 간질거렸다.
" 선생님이 나보고 너랑 같이 오라고 하셔서, "
" .... "
" 그.. 그럼 나는 밖에 있을게. "
저번 주 체육시간에 체력장을 하다가 호흡곤란으로 쓰러졌던 일을 회상하며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교실을 나서며 소녀는 담임이 굳이 반장을 붙여준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아, 반장은 그러라고 있는건가 하며 소년을 마주했다. 소년은 소녀가 먼저 발걸음을 뗄 때 까지 기다렸다. 소녀에게서 두어걸음 떨어져 걷는 소년의 눈에 소녀는 너무나도 여려서 바람이라도 불면 날아갈 것만 같아보였다.
소녀가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하자 소년은 황급히 소녀의 옆에 서서 소녀를 부축하려 했다. 그러자 소녀가 고개를 들어 약간은 냉소섞인 어투로 말했다.
" ...나 그정도로 아프지 않아, "
" 아.. 미안. "
소녀는 다시 천천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머쓱한 손을 감춘 소년은 화끈거리는 얼굴을 손으로 식히며 소녀를 쫓았다.
운동장에 도착하자 이미 반 아이들은 피구를 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로 달려가려던 소년과는 다르게 소녀는 마치 제 자리가 거기라는 마냥 운동장의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 소년은 잠시 망설이다 소녀의 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녀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가던 소녀는 곧 운동장을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소년은 소녀의 옆에 빠르게 붙어 소녀의 그림자를 따라 걸었다.
그런 소년이 마음에 걸린 소녀가 입을 열었다.
" 가서 놀아, 걷는건 괜찮아. "
" 아니야. 나도 오늘은 다리가 아파서.. "
" 그럼 앉아서 쉬어야 하는거 아니야? "
" 아.. 아 걸을 수는 있어, 심각한건 아니라서. "
소녀는 말을 얼버무리는 소년을 보다 다시 땅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벚꽃잎들이 하나 둘 떨어지며 만든 길을 소녀와 소년이 나란히 걸어갔다.
소년은 다시 한 번 소녀를 힐끔 훔쳐보고 자신의 운동화 앞코를 쳐다보았다. 운동장을 반 바퀴 돌았을 때 소녀는 자리에 멈춰서 잠시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았다. 무릎 사이에 얼굴을 뭍고 심호흡을 하는 소녀의 옆에서 소년은 걱정스런 얼굴로 소녀에게 함부로 손을 뻗지도 못하고 허공에 맴돈체 괜찮아? 라고 묻기 바빴다.
말없이 숨 쉬기를 마친 소녀가 고개를 들었다. 소녀의 앞에 무릎을 끓고 앉은 소년이 얼굴을 가까이 하며 재차 물었다. 소녀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 저.. 저기 힘들면 교실로 들어갈래? "
" 괜찮아, 안 죽어. "
소녀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런 소녀를 보는 소년은 저가 다 심장이 콩닥거리며 불안했다.
겨우내 운동장 한 바퀴를 돈 소녀는 숨이 차올라 힘겹게 계단에 털썩 주저 앉았다. 소년이 다급히 물을 건내자 소녀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소년을 말없이 쳐다보았다. 그리고 손을 뻗어 물병을 받아들었다. 한 모금, 두 모금. 물을 마신 소녀가 소년에게 도로 건내주자 소년도 목이 말랐는지 바로 물을 들이켰다. 소녀는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 아, 미안.. 병에 입 대고 마셨는데.. "
" 어? .... 아, 괜찮아. "
소년은 물병을 보다 다시금 낯이 뜨거워지는 걸 느끼고 괜스레 붉게 물든 귀끝을 만지작거렸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소녀와 소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어색한 둘의 틈을 메꾸었다. 하얗게 만개한 벚꽃을 보며 봄이 곁에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녀가 넌지시 중얼거렸다.
" 봄이 왔네. "
소년이 고개를 돌려 소녀를 보았다. 앞을 보던 소녀가 시선을 느끼고 소년 쪽으로 시선을 돌리려 하자 소년은 급히 그 눈길을 피했다. 두근두근- 가만히 앉아만 있는 지금 심장이 두근거리는 이유는 뭘까. 소년은 작게 속삭이듯 읊조렸다.
" 그러게 봄이 왔네. "
소녀의 시선이 머무른 곳은 아직까지도 붉게 물들어 있는 소년의 귓가였다. 그런 소년을 보는 소녀의 입가에 은은하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내 첫사랑을 너에게 바친다_
+)
예~ 공강은 사랑입니다. ㅎㅎ
문득 저희 동네에 벚꽃이 너무 예쁘게 펴서 생각난 소재로 글을 써봤어요.
글이 짧은 이유는 정식 연재할지를 아직 모르겠어서.. 그리구 손 봐야할 곳이 많아서 맛보기로 먼저 올려봐요!
(사실 독자님들 보고 싶어서.. 라고 한다면 믿어주실려나요 ㅎㅎ ♥)
최근에 하늘이 꽤 푸르렀어요. 어째 파란 하늘이 반가워지는 요즘이 조금 슬프기도 하지만 ㅜㅜ
분홍분홍, 꽃내음 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역시 무리였나봐요. 그래두 가볍게, 재밌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신혼일기는 주말 중 올리겠습니다. 오늘도 감사하고 사랑해요
아! 암호닉은 항상 받고 있습니다. 신혼일기 10편과 함께 갱신된 암호닉 올릴게요! ♥
예쁜 꿈 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