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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틴/권순영] 歲萬立獨韓大 | 인스티즈



大韓獨立萬歲(대한 독립 만세)












1918년 늦겨울, 삼천포에 있는 삼천 보통학교 졸업반이었다. 삼천 보통학교는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 자본가들의 자식들이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어 소수의 조선인 부호(富戶)의 자식들도 일본어를 강제로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약 2개월 후인 1919년 2월이 졸업이어서 국내의 고등교육기관을 고려해보았지만 자신이 갈 수 있는 기관이라곤 일제가 세운 대학교밖에 없어 중국 충칭에서 유학하기로 결심했다.



날이 지나갈수록 교실 내 조선인들이 줄어가 몇 남지 않게 되었다. 같은 학급이었던 여학우는 종로에서 즉결심판권을 소유한 정복 순사를 쳐다봤다는 이유로 태형령으로 비참하게 죽어버렸지만, 조선인 동급생들조차 자신의 목숨을 지키느라 정신이 없어 애도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녀의 옆자리였던 입장에서 어젯까지만 해도 그녀가 앉아서 공부하던 책상을 바라보며 그저 좋은 곳에 가라, 선해야. 라고 속으로 나즈막하게 뱉어볼 뿐이었다.



제복을 입고 허리춤에는 칼을 찬 일본인 교사가 모두들 앉아주세요.라고 말을 했다. 이 일본인 교사는 같은 일본인에게는 다정한 스승이라며 존경받았지만, 조선인에게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안하무인(眼下無人)한 사람이었다. 예전에 일본인과 조선인이 동시에 삼천 보통학교에 전학을 왔었을 때 그 조선인이 월등하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하였으나 일본인은 수(秀)의 성적을 거뒀고 조선인은 가(可)의 성적을 받게 되었다. 일본어 교사가 둘의 성적을 바꿔버린 것이 분명했지만 그것에 대해 항의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卒業を控えた今が重要な時期です。 誇らしい皇国の市民として正しいことをするように努力しましょう。
(졸업을 앞둔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입니다. 자랑스러운 황국 신민으로서 옳은 일을 하도록 노력합시다.)

はい、先生!
(알겠습니다, 선생님!)




학급을 이끄는 학우가 선생님의 경례, 안녕하십니까를 외친 후에야 수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따분한 산수 수업이었지만 혹독하게 진행되는 덕분에 정신없이 시간을 보냈다. 쉬는 시간이 돼서야 책이 읽는 것이 취미인 제게 새로운 책을 읽을 시간이 찾아왔다. 고별(告別)이라는 제목을 갖고 있는 연애 소설이었다. 목차를 한 번 훑은 뒤 첫 페이지의 문장을 읽으려는 순간 제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자 남학우가 자신에게만 들리게끔 조선어로 속삭였다.




안녕, 곧 졸업인데도 너랑은 얘기를 나눈 적이 없구나.

얘, 정말 그렇네. 앞으로는 우리 친하게 지내보자.




학급 정원이 80명을 넘는 터라 졸업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도 모르는 얼굴은 많이 있었다. 저 남학우 또한 학급 내에서 말하는 것을 잘 본 적이 없어 존재감이 옅은 학우였다. 꽤나 훤칠하게 생긴 외모는 제법 제 맘에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친하게 지내자는 자신의 말에 해맑게 하하, 하고 웃더니 그래라며 자신에게 햇살 같은 미소를 뽐내었다.



조선어로 인사를 수줍게 주고받은 이후로는 금방 그 남학우와 친해질 수 있었다. 남학우는 일본어로 된 이름을 갖는 것을 미룬 채 권순영이라는 이름만을 갖고 살고 있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이후로 그에게 종종 좋은 이름이야.라며 칭찬해주곤 했었다. 그와의 돈독해진 우정과는 달리 2월이 되어 졸업이 코앞으로 다가온 현재, 시간은 우리의 이별을 재촉하고 있었다. 물론 졸업을 하고 나서도 그와 연락을 하며 지낼 수는 있겠지만 4월 중순에 저는 충칭으로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얼굴을 보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곧 불가능해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쉬운 마음에 충칭으로 가는 것을 포기할까 했지만 조선인의 차별 없는 교육을 위한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충칭의 국립 사범대학교는 필수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그와의 작별해야 할 순간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시간을 보내자 자신이 순영을 좋아함을 깨닫게 되었다. 고등보통학교를 다니면서 연애를 하는 것은 남사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 지라 부정을 해보아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나서도 종종 일본어로 적은 우편을 주고받으며 연락을 하곤 했다. 집 안에서 충칭에 대한 기사를 읽을 때쯤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에 순사가 불령선인(不逞鮮人)을 조심하라고 순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문을 열어보자 해맑은 미소는 잃어버린 채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기는 제 벗우, 순영이 서 있었다.




어머! 얘, 무슨 일이니?

너 파리강화회의 때 나온 민족 자결주의... 알고 있지?




파리강화회의에서 신한청년당의 김규식이 조선의 독립을 요구한 덕분에 조선에서 파리강화회의를 언급했다가는 고문을 일삼는 검문을 당할 확률이 높았다. 정복 순사가 혹 자신과 순영의 대화를 들을까 두려워 일단 집 안으로 순영을 안내했다. 다관에 뜨거운 물을 담아 찻잔에 따른 후 어느 정도 데워지자 찻잔에 담긴 물을 퇴수기에 흘려보내었고, 찻잔 바깥에 있는 물기를 다건으로 조심히 닦아낸 뒤 다시 다관에 우린 녹차를 찻잔에 따라 차를 순영에게 건네주며 파리강화회의, 당연히 알고 있지.라고 말했다. 자신이 차를 우리는 모습을 가만히 보던 순영이가 제 말을 듣곤 찻잔에 담긴 투명한 녹색의 녹차를 비워내서야 입을 뗐다.




그 소식을 들은 우리 친척이 3월 1일에 만세 운동을 할 거래. 우리 조선인이니까 우리도 우국지정(憂國之情)을 세상에 알리도록 힘써보자.

... 언제 하는 건데?

내가 내일 네 집으로 다시 올 테니까 같이 탑골공원으로 가보자.

알겠어.




그제야 일상적인 얘기를 순영과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순영이에게 근심이 가득해 보였다. 순영이의 근심을 굳이 캐낼 필요는 없다고 판단을 하고 하늘이 제법 어두워진 후에야 순영은 내일 보자는 작별 인사를 하며 밖으로 나섰다.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조선인의 차별에 대해서는 설움이 많았지만 독립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조선인의 우국지정(憂國之情)을 세상에게 알리는 일을 하게 된 지금은 독립이 남의 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약속대로 다음 날 찾아온 순영이었다. 부모님께는 학교 친구들을 만나고 오겠다고 거짓말을 한 뒤 탑골 공원으로 향했다. 탑골 공원을 가면서 순영은 침묵을 유지했다. 탑골 공원에 가까워질수록 많아지는 인파는 조선인의 독립에 대한 열망을 실감케 했다. 탑골 공원에 도착하자 순영이 만년필로 여주에게, 라고 적은 편지를 건네며 이거 만세 운동이 끝난 후 집에 돌아가 혼자 읽어줬으면 해.라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순영을 주시하며 편지를 제 치마 주머니에 소중히 넣고선 민족대표들의 독립선언서 낭독을 기다리기만 했다. 하지만, 계속 기다려봐도 민족대표로 추정되는 사람들은 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지친 사람들은 수군수군할 때쯤 제 또래의 여학생이 독립선언서를 낭독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에 우리 조선이 독립한 나라임과 조선 사람이 자주적인 민족임을 선언한다. 
이로써 세계 만국에 알리어 인류 평등의 큰 도의를 분명 히 하는 바이며, 이로써 자손만대에 깨우쳐 일러 민족의 독자적 생존의 정당한 권리를 영원히 누려 가지게 하는 바이다.




여학생의 당찬 낭독이 끝나자 탑골공원에서 민족대표들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대한독립만세!를 목소리가 찢어질 정도로 연신 외쳐나갔다. 탑골 공원을 벗어나 시가지로 걸어나가는 상태에서도 사람들은 애국가를 제창하는 등으로 독립의 욕망을 마음껏 뽐내어왔다. 저 또한 그런 인파 속에 젖어들어 대한독립만세를 외칠 때 저와 같이 외치는 순영과 눈이 마주쳤다. 아무 대화도 오가지 않은 채로 그저 서로를 주시하며 웃어 보일 뿐이었다.




何してんのよ! やめて!!
(뭐 하는 거야! 그만!!)




조선인들의 행동을 본 몇 백 명의 순사들은 권총을 들어 조선인들을 향해 조준하기 시작했다. 술렁이는 인파 속에서 들려오는 총소리는 제 머릿속을 하얗게 만들었다. 벌벌 떨리는 몸을 어찌해야 할지 사고 회로가 정지한 채로 순영을 바라보자 자신을 따뜻하게 안아주면서 제 등을 토닥이며 너무 무서워하지 마. 네 걱정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라며 저를 달래주었다. 분명 순영 또한 무서울 것이 분명한데 저를 우선으로 달래주는 순영을 울먹이며 바라보다가 순사들을 향해 대한 독립 만세를 다시 외쳤다.



대한 독립 만세를 목이 나갈 정도로 계속 질러대자 뒤에서 자신의 목을 갑자기 조여오는 순사를 느낄 수 있었다. 미친놈이라고 자신에게 향하는 말에 아무런 저항을 하지 못 한 채 캑캑 거리자 순영이 아... 안, 안돼!라고 소리치며 저를 조여오는 손을 있는 힘껏 깨물었다. 덕분에 저는 벅차오르는 숨을 다시 진정시킬 수 있었지만 순영은 순사에게 발로 연신 차이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을 지켜보자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지만 순영은 저에게 울부짖으며 말을 했다.




여주, 김여주!!! 어서 집으로 가! 제발!!! 집으로 가서, 내 편지를 부디 읽어줘!!




순영이의 말을 들어야 하나 고민을 하자 순영이 제발 가, 제발... 하며 재차 부탁하는 말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하려는 순간 제 뒤에서 총소리가 크게 울렸다. 순영이의 죽음을 말해주는 총소리가 아니라고 믿었지만 두려워서 뒤를 돌아볼 수는 없었다. 집으로 죽을힘을 다해 돌아가자 어머니가 저를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아버지께 돌아왔다고 인사를 드린 후, 제 방으로 들어가 치마 주머니 속에 있는 편지를 꺼내 읽자 흐르는 주체할 수 없었다.









나의 벗, 여주에게.
그동안 너를 좋아했다.
사내 주제에 수줍음이 많은 터라 졸업하기 전에야 용기 내어 너에게 말을 걸었어.
사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독립운동을 하고 있어서
가족들은 나 역시 독립운동을 하길 원했고,
내 인생의 끝도 조선을 위한 죽음이길 원했어.
숨겨서 미안하다. 그래도 이러한 민족운동을 나와 해주어서 정말 고맙다.
이 만세 운동이 끝나고 나서 나랑 만나는 건 어때? 좋아한다. 김여주.
충칭으로 가서 유학 생활 잘 하고 와. 너 생각 많이 하면서 기다릴게.
















어쩌고 저쩌고

현생에 치여서 연재 속도가 많이 늦었읍니다... 머리 박을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함미당! 역사알못 일본어알못이라 부족한 부분이 있을검미다... 예뿌게 봐주세욤..

연재 속도가 5월까지 매우 느릴 것 같지만, 5월 연휴에 정말 1일 1글 도전할 거예요ㅠㅠㅠ 정말루..



 
비회원122.170
어쩌다가 첫댓이 되어버렸네요... 와 작가님 필력 대박이세요.. 정말 엄청 대박이고요.. 너무 슬퍼요ㅠㅠ 브금도 너무 잘 어울리구요ㅠㅠㅠ 와 진짜 작가님 필력.. 와.. 진짜 함부로 말할 수가 없어요... 정말 대단하세요.. 작가님 최고이십니다...♥
7년 전
성윤
아 근데 암호닉이 모예요?ㅠㅠㅠ 저두 암호닉 같은 거 해버고싶구... 근데 뭔지 모르겠구... 알려주실 사랑스러운 지식인분을 모집함미다...
7년 전
비회원218.190
헐ㅠㅜㅠ작가님ㅠㅜㅠㅜ마지막편지에서 울컥했어여ㅠㅜㅠㅠ이런종류의 글은 세상처음보는거같아서 더욱더 새로웠어요ㅠㅠㅜㅠ작가님 감사해여 사랑해요❤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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