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7일 중 4일, 양요섭은 우리집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김성규가 온다.
"아, 가기싫다.. 우리 집보다 우현이 집이 훨씬 좋네."
"빨리 가요, 연락 할테니까."
그리고 제법 우린, 바람피는 티가 나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에 바빴다.
그 감정이, 무슨 감정인지는. 알 수 없지만.
"아, 아쉽네. 우현이 한번 확! 덮쳐버렸어야됬나?"
"까분다, 또. 형이 덮치긴 뭘 덮쳐요, 키도 나보다 작은 주제에."
"내 키나 너 키나 도토리 키재기야, 도토리!"
그래, 양요섭은 사랑스러웠다.
여전히 아이처럼 웃기를 잘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저게, 양요섭의 본 모습일 것이다.
"가요, 형. 멀리 안나갈께요."
"매너라곤 도토리만큼도 없어요, 우리 우현이. 간다, 내일 봐!"
양요섭이 나가자, 집은 급격히 조용해지고. 순식간에 썰렁해졌다.
김성규가 돌아오면, 뭐라고 해야할까.
나는 김성규를 사랑하는가?
나는 김성규가, 돌아오지 않았으면.
차라리 이별을 고하는게, 김성규한테나 나한테나 편할 수 도 있다.
남우현은 끝까지, 멍청하다.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에 액정이 밝아지면서, 진동이 울렸다.
양요섭이였다. 그런데, 느낌이 낯설었다.
저 테이블에 울리는 진동이. 괜히 낯설었다.
"집에 들어갔어요, 형?"
-"..나와, 우현아."
"..형, 울어?"
-"안,울어. 나와, 우현아. 공원, 으로."
때로는 여자의 직감보다, 남자의 직감이 더 정확할 때가 있다.
그리고 그 직감은, 재수없게도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날씨 개념도 없이 입고있던 가디건만 걸친 채로, 정신없이 공원으로 뛰었던 것 같다.
그 공원은 여전히 사람이 없었고, 어두웠다.
그리고 양요섭의 목소리가 들렸다.
"출장? 아주 속아주니까, 좋냐? 좋아, 윤두준?"
"양요섭, 내 말 들어."
"닥쳐, 내 얘기 안끝났어. 왜, 5년동안 지지고 볶으니까 이제 질렸냐?"
윤두준과 김성규
그리고 홀로 서있는 양요섭.
등을 진 채로 서있는 양요섭은, 위태로웠다.
외로운 싸움을, 하고있었다.
"너네는 한 달동안 잘 숨기고 만나서 행복했나봐? 근데 어떡해, 윤두준. 너 나한테 너무 빨리 걸렸어."
"내 말 좀 들으라고, 양요섭!"
"어디까지 하나, 언제 헤어지자고 하나 보고있으려고 했더니. 둘이서 쌍으로 바람피니까, 좋으셨겠어요?"
발악, 이다.
여리고 약한 양요섭은, 곧 무너질 듯이.
"..형,"
안절부절 못하던 김성규의 표정이,
나를 보고 순식간에 굳어졌다.
"우현, 아."
"...형, 진정해요."
김성규의 손이, 내 옷깃을 잡았다.
내 이름만 하염없이 부르고있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김성규."
"우현..우현아."
"..출장, 잘 다녀왔어?"
김성규의 손이, 내 옷깃에서 떨어졌다.
양요섭은 여전히 부들부들 떨면서 울고있었다.
"나랑 헤어지기는 또 싫었어? 아, 난 그냥 몸 대주는 놈인가? 술집여자처럼?"
"말 좋게 안해? 술집여자? 미쳤어, 양요섭?"
"미친건 너야, 윤두준. 미친건 너랑 김성규라고, 미친새끼야!"
기어코, 양요섭은 무너졌다.
그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는 무너졌다.
"바람핀거 걸린거 치고, 굉장히 당당하게 말하네요."
"우현아.."
"차라리, 그냥 헤어지자고 하지 그러셨어요."
거의 실신할 것 처럼 우는 양요섭을 일으켜세웠다.
지금 이 공간엔,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버림받은 두 남자가, 있다.
"사람..진짜, 비참하게."
"저희 일에, 관여하지 마셨으면 하는데요. 제 3자가 끼어들 일은,"
"제 3자 아닙니다. 제가. 성규, 애인 이거든요."
누가 우릴 보면 미쳤다고 할 만큼.
하나같이 정상인 사람들은 없다.
"그리고 지금 제가, 양요섭한테 딴 맘 품고있거든요."
김성규를, 사랑한다.
나의 연인.
나의 연인이였던, 성규야.
"성규랑, 헤어지겠습니다."
"..우현아, 우현아.."
"그러니까, 양요섭이랑..헤어져주세요."
이게 모두다, 꾸며진 연극이길 바란다.
그렇지만, 이렇게.
우리의 연애는. 종지부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