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트라이앵글written by. 글리아
" 김여주, 잘하는 짓이다. "생각보다 더욱 알콜이 내가 되고 내가 알콜이 되는 대학 새내기의 하루하루에 지쳐가고 있던 중이었다. 전날 무슨, 엠티 뒷풀이의 뒷풀이라는 명목으로 또 한차례의 술자리가 열렸고, 금주하리라 마음 먹은지 4시간 만에 이미 꽐라가 되어버렸던 나. 대학교 가면 더욱 책임감 있고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는데 나는 합법적으로 술을 마실 수 있는 어린이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그래도 자체휴강만은 (아직) 하지 않으리라 스스로와 약속했던 터라 쓰린 속을 부여잡고 오전 수업에 흡사 좀비와 같은 모습으로 엎드려있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같이 다니게 된, 지겨운 내 친구 박지훈과 함께.동네에서 알아주는 주당이신 그의 부모님을 닮은 박지훈은 술을 몇 잔을 마시던, 몇 병을 마시던, 그 하얀 피부를 유지하며 조금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법이 없었다. 그에 반해 알콜 쓰레기인 나는 소주 3잔만 마셔도 눈이 풀렸고, 마침 옆 집에 사는 죄로 박지훈은 술자리마다 나를 케어해서 집에 데려다주곤 했다." 어젠 고맙다, 친구야. "" 고마우면 술 좀 작작 먹을 생각은? "하지만. 알콜 쓰레기에게도 술자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있었으니.바로.
" 여주야, 괜찮냐. "이 남자. 베이글남이란 말은 바로 이 남자를 위해 탄생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 과 뿐만 아니라 대학 캠퍼스에서도 베이글 남으로 유명한 바로 이... 남자." 선배님은 괜찮으세요? 어제 저보다 많이 마신 것 같았는데. "강 다니엘. 무려 군필자, 과탑에, 선망의 대상인 댄스 동아리 회장. 새삼 스펙을 나열하고 보니 더 대단한 선배잖아?하여튼, 만인의 아이돌과 다름 없는 이 선배님을 내가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에." 괜찮다. 지훈이는 괜찮냐? "" 저는 늘 끄덕 없죠, 형. "타고난 잘생긴 얼굴로 어릴 때부터 모든 사람들에게 예쁨 받고 사랑 받았던 녀석은 대학에 들어와서도 어딜가나 인기 만발이었다. 나는 아직도 선배님이라고 부르는데, 특유의 친화력 (이라고 쓰고 외모라고 읽고 싶다.) 으로 벌써 형, 누나들의 귀염둥이로 등극했다. 다니엘 선배도 지훈이가 귀여운 듯 환하게 웃으며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준다.아, XX 부럽다. 나도 오빠라고 부르고 싶다. 오빠한테 머리 쓰다듬 받고 싶다. 오빠랑 사귀고 싶다, 오빠랑..." 수업 나온 게 대단하네, 여주 어제 역대급으로 취했던데. "" 아니에요, 오빠. "" 오빠? "미쳤다. 오빠 생각하다가 무심코 튀어나온 오빠 소리에 박지훈이 눈썹을 꿈틀인다. 정작 다니엘 선배는 그게 뭐 문제냐는 듯 눈을 살짝 크게 뜨고 고개를 살짝 갸웃거린다. 아니, 근데. 어제 술 많이 마신 사람이 오늘 저렇게 잘생겨도 되는 걸까. 하필 또 내가 환장하는 블랙 후드티를 입고 왔다. 진짜 잘생겼네." 야, 김여주, 차라리 형이라고 해라. 형 놀라시겠다. "" 맞는 말이네, 지훈아. 쳐맞는 말. "나와 박지훈의 지극히 일상적인 대화에 다니엘 오빠(이미 마음 속에선 오빠로 굳어졌다.) 가 웃음을 터뜨린다. 내가 무의식적으로 지훈이의 팔을 찰싹 때리자, 박지훈 저 여우같은 것이 심하게 울상지으며 맞은 곳을 문지른다." 너네 진짜 친하구나, 여주랑 지훈이. "" 형 이거 봐요, 얘가 생긴 건 이래도 사내 새끼라니까요? "" 털털한 매력이 있네. 엄청 청순하게 생겨서 몰랐어. "저게 무슨 소리실까. 청순하게...? 아, 박지훈 얘긴가.하기야, 내게 청순한 부분은 야외활동이 싫어 집안에 쳐박혀 있어서 얻은 흰 피부와 미용실 가기가 싫어 쭉쭉 기르기만 한 긴 생머리 뿐이지.절대 다니엘 오빠가 말한 청순하게 생긴 사람은 내가 아니란다. 착각하지 마라 김여주." 얘는 태어날 때부터 청순했어요. "" 푸핫, 아니, 지훈이 말고 너말이야. 지훈이는 잘생긴 거지. "" 아무래도 오빠 술이 덜 깨신 거 같은데. 잘생긴 건 오빠가 잘생겼죠. "표정 하나 안 바뀌고 말하는 나를 경악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박지훈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나는 굴하지 않았다. 잘생긴 것을 잘생겼다고 표현한 것은 죄가 아니지 않은가. 내 말에 다니엘 오빠가 뒷머리를 긁적인다. 어제 술자리에서 옆에 앉았던 언니가 말해줬던 것 같은데. 다니엘 오빠가 쑥스러울 때 나오는 행동. 머리 긁적이기. 오빠는 머리를 긁적이다가 교수님이 들어오신 것을 보고 미리 맡아둔 앞자리로 가신다. 그래서 꾸벅 인사를 한 뒤 오빠의 잘생긴 얼굴을 마음에 품으며 고개를 숙여 교재를 펼치려는데,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진다 싶더니 큰 손이 내 머리를 가볍게 헝클인다.
" 너도 예뻐. "세상에서 가장 봄 같은 미소로 활짝 웃으며 저 폭탄 발언을 남기고는, 다시 앞자리로 돌아가는 다니엘 오빠. 예쁘단 말은 울 엄마만 해주던 말이었는데, 이렇게 심장 떨리는 말이었나...?" 야. "" 부르지 마라, 친구야. "" 저 형 저거 빈말인 거 알지. 착각하지마라. "" 알고 있으니까 고 예쁜 입을 다무는 게 좋겠다, 지훈아. "
"착각, 하지 말라고. "박지훈이 옆에서 뭐라고 하든지 말든지,나는 이 감정이 단순히 잘생긴 오빠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첫사랑이 찾아오고 있는 것임을 깨달아버렸다.-----------------------------------------------------------------------------------------안 쓰던 글을 거의 2년만에 써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S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