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꼬부기 덕후
"하지마아..."
영민이 자고있는 여주의 뺨을 쓰다듬는데 잠이 살짝 깼는지, 여주가 하지말라며 인상을 찌푸렸어. 그러자, 익숙하게 그런 여주를 토닥여 달래는 영민이였어. 여주가 자다 일어난지 얼마 안되면 잠투정을 부리는걸 알았으니까. 팔배게를 한 채로, 여주를 안는 영민의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어.
"나 잘꺼야..."
"어, 자라. 안깨울께"
"응..."
잠에 취한채 웅얼대며 대답을 하는 여주가 귀여운지, 영민은 여주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춰줬어. 그러면서도 살짝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면서 예뻐죽겠다는 눈으로 쳐다보는 영민이야.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10시가 조금 넘어서야 일어난 영민과 여주야. 늦은 아침을 시리얼로 대충 챙겨먹고, 창밖을 턱을 괴고 보던 여주가 방에 있는 욕실로 달려갔어. 안에서 면도를 하고있던 영민을 끌어안으면서 말해.
"영민아, 우리 오늘 영화보러갈까?"
"영화는 무슨 영화. 그저께도 봤으면서"
"아니..오늘 날씨 엄청 좋잖아"
"언제는 안좋았나"
여주가 영민을 올려다보면서 자꾸 나가자고, 조르자 영민은 입꼬리가 올라가려는걸 억지로 참고, 그저께도 갔었지않냐며 다시 거울을 쳐다봤어. 그러자 여주는 밖에 날씨가 좋다. 오늘 안나가면 진짜 슬플거같다며 영민에게 투정을 부렸고, 면도를 마친 영민이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여주와 마주보며 눈높이를 맞췄어.
"그렇게 보고싶나"
"엉...사실 그냥 오늘 데이트하고싶어..."
"집 가서 옷 갈아입고 온나. 가자 영화보러"
"어? 진짜로? 진짜 갈꺼야?"
웬만큼 졸라도 평소에는 안갈텐데, 꽤나 쉽게 수긍을 하는 영민에 여주의 눈이 커졌어. 그러다가 진짜 가냐며 재차 되묻고는 신이 나서 집으로 가는 여주였어. 그 모습을 뒤에서 보며 영민은 흐뭇하게 웃고있었어. 여주의 집은 영민의 집에서 5분정도밖에 안걸리는 거리였으니까 말이야. 집에 도착한 여주가 재빨리 씻고나와 옷을 뭐입을까 고민하다가, 이것저것을 꺼내놓고 영민에게 전화를 걸었어.
"영민아, 나 오늘 뭐입을까?"
"아무거나 입어라"
"니가 좋아하는 원피스? 아니다, 나 오프숄더 입어도 돼?"
"거울은 보고나서 말하는거가-"
"거울..? 거울이 왜?"
오프숄더를 입어도 되냐고 여주가 배시시 웃으며 묻자, 낮게 웃는소리가 들리더니 거울은 봤냐고 영민이 물었어. 거울? 웬 거울이지? 여주가 곰곰히 생각하다가 못봤다고 말하자, 거울 보고나서도 입을수 있으면 입으라며 전화를 끊었어. 여주가 뭐지 하고 전신거울 앞으로 가자마자 이럴줄 알았다며 한숨을 내쉬어. 쇄골과 어깨에 영민이 새긴듯한 키스마크가 가득했기 때문이야.
"아 진짜 임영민!!!!"
평소에도 자기꺼라며 여주의 어깨와 쇄골에 자주 키스마크를 남기는 영민이였어. 여주가 하지말라고 말해도 항상 한두개씩 만들어놓는 키스마크에 여주는 골머리가 아플지경이였어. 다행인건 목에 새기지 않아서, 옷을 너무 파인것만 아니면 다 입어도 대충 티는 안난다는거? 그래도 오프숄더를 입기에는 무리라는걸 안 여주가 한숨을 쉬며 옆에 걸어둔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했어.
"이제 나오나"
"야 임영민, 진짜 너 죽을래?"
"내가 뭘"
"어 어깨에! 그거 하지말랬잖아"
집앞에서 기다리고있던 영민이 여주가 나오자, 자연스레 여주를 데리고 지하철을 타러가는 영민이야. 그러다가 여주가 아 맞다 하고 영민에게 얼굴을 찌푸리며 살짝 화를 내. 그러자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그게 왜 하고 묻는 영민이야. 여주가 이제 옷 어떻게 입냐며 투덜대자 뭐가 문제냐는듯 말해.
"어깨 나오는 그거만 입지마라 그러면 된다이가"
"왜애..그거 이쁜데"
"어깨 다 나오는데, 그게 그래 입고싶나"
"아 몰라...그러면 안입을테니까, 나 손"
평소에 꽤 무뚝뚝한 영민이라, 스킨쉽을 안해주는건 아니였지만 항상 여주가 먼저 하거나 자주 해주진 않았었어. 여주가 그러면 안입을테니까 잡아달라며 애교스럽게 웃으며 손을 내밀자, 무슨 손을 잡냐고 타박하지만, 여주의 손을 조심스레 맞잡아 깍지를 끼는 영민이야. 그에 기분이 좋은지 배시시 웃은 여주가 가자. 하고 말하며 팔을 살살 흔들어.
2
"영민아, 나 나쵸 먹을래"
"살찐다 그러다가"
"아 진짜, 넌 여자친구가 먹고싶다는데 그거 하나 못사주냐?"
살찐다며 장난을 치는 영민에 여주가 툴툴대며 그거 하나 못사주냐며, 방방 뛰었어.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영민은 여주에게 줄 나쵸를 사러 간 상태였어. 한참 화를 내는데 어느새 영민이 없자, 여주가 두리번 거리며 영민을 찾다가, 나쵸와 콜라를 들고오는걸 보고 함박웃음을 지었어.
"이거 내꺼야~?"
"내가 먹을껀데"
"나 안줄꺼야..?"
말은 그렇게 하면서, 치즈소스를 찍어 여주의 입에 나쵸를 넣어주는 영민이야. 그제서야 배시시 웃더니 영민의 팔에 팔짱을 끼면서 들어가는 여주에 영민이 웃음을 지으며 여주를 따라 들어가. 누군가가 둘을 봤으면 여자가 엄청 사랑받고있구나를 느낄정도로 사랑스럽게 여주를 쳐다보며.
"니 공포영화 보지도 못하면서 왜 예매했는데"
"여름에는 원래 한번쯤은 봐도 된대"
"무섭다고 나가자고 하지나 마라"
"영민이 니가 손 잡아줄꺼니까 괜찮거든?"
여주가 그렇게 말하며 영민의 손에 깍지를 끼자, 손에 힘을 살짝 주고 고개를 끄덕이는 영민이야. 그리고 영화가 시작 되고, 공포영화를 못보는 여주였지만, 그걸 티내기 싫었는지 움찔대면서도 끝까지 영화를 보고있었어. 옆에서 영민은 따분하다는듯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있다가, 여주를 쳐다보고있었지. 깜짝 놀라는 표정도 영민에게는 왜이리 예뻐보이는지. 여주 몰래 웃고있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오자, 눈을 살짝 가려줬어.
"어?"
"됐다. 무서운거 지나갔으니까 봐라"
3
영화를 다 보고, 여주가 좋아하는 초밥을 먹으러 온 영민은 초밥이 먹고싶었다며 재잘거리며 말하는 여주를 턱을 괴고 보다가, 초밥을 나오자 자신의 접시에 있는 초밥에 와사비를 다 빼주고는 여주와 접시를 바꿔줬어. 와사비를 못먹어서 항상 초밥을 먹을때마다 울상을 짓는 여주를 알기에.
"이거 먹어. 와사비 다 빼놨다."
"헐 고마워 영민아. 잘먹을께. 영민이 너도 많이먹어"
"어, 니도 많이 먹고. 천천히 먹어라 또 체할라"
한참 먹고있는데, 여주가 영민이 좋아하는 연어초밥을 젓가락으로 집어 영민의 입가에 가져갔어. 영민은 멀뚱하게 여주를 쳐다보고만 있었고, 여주는 아 빨리 아 해 하면서 재촉했고, 자신이 손이없냐, 발이없냐며 조금 투덜대던 영민이 입을 벌려 초밥을 받아먹었어. 그러면서도 귀끝이 조금 붉어져있었어.
"맛있어? 내가 먹여줘서 더 맛있지?"
"어..맛있네"
"너 연어 좋아하잖아. 그치?"
"어, 기억하고있었네."
기분 좋은듯해 보이는 영민이 여주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어 줬어. 마치 예뻐죽겠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야. 그에 여주도 기분 좋은듯 배시시 웃었어.
4
밥도 먹고, 돌아다니다가 저녁 늦게가 되어야 집으로 돌아온 둘은 헤어지기가 아쉽기만 했어. 그래서 그런가, 한참동안 집앞에서 영민의 손을 꼼지락 대며 만지고있는 여주였어. 나 집가기 싫어. 하고 투정부리듯 말하는 여주에 영민은 집 들어가야지, 하고 여주를 달랬어.
"영민아, 나 집 들어가기 싫은데..."
"왜, 늦었다. 들어가야지"
"넌 빨리 집에 가고싶은가봐? 난 아쉬워 죽겠는데"
"나도 아쉽다. 여주야"
여주가 빨리 집에 들어가라는 영민에 서운하다는듯 말하자, 여주의 뺨을 붙잡고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춘 영민이 여주의 볼을 살짝 쓰다듬으며 아쉽다고 말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주는 헤어지기 싫다며 영민을 끌어안아. 가기싫어- 하고 말하면서.
"여주야"
"엉?"
"진짜 들어가기 싫나?"
"나 진짜 너랑 계속 있고싶단말이야..."
들어가기 싫냐는 영민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간절하게 영민을 올려다보는 여주에 영민이 피식 웃더니 짧게 여주의 입술에 입을 맞추곤 말해.
"여주야, 오늘도 자고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