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
"미안..."
"왜요? 난 좋은데..."
씨발... 그러니까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냐면...
지금 내가 너에게 안겨있었다. 그것도 내가 먼저 달려들어서 내가 너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망할. 이게 다 저 두 사람 때문이야...
반존대 연하남이 설레는 이유
05
w. 갈색머리 아가씨
"그 여자애 인스타나 페북 해?"
"요즘 여자애들 치고 안하는 사람 거의 없을 걸요?"
"... 난 안해."
"선배는 좀 예외."
오늘은 회의가 있는 날이었다. 명목상으로는.
역시나 여자와 남자는 카톡을 보지 않았다. 아직까지도 그 놈의 숫자 2는 사라지지 않았다.
세상이 참 좋아져서 아니 좁아져서 그런지 여자의 인스타 계정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너는 흥흥 작게 콧노래를 부르며 핸드폰 화면을 바라보았다.
자기만 보고 있어...
핸드폰 화면을 같이 보기 위해 조금 가까이 다가가자 네 입꼬리가 슬쩍 말려올라갔다.
새끼. 노린 게 틀림없었다.
"여기 있네요."
"찾았어?"
"네."
인스타 계정은 화려했다.
보자마자 와... 소리가 나올 정도로.
역시 사람은 셀카랑 실물이 다를 수 밖에 없구나. 새삼 신기했다.
화면을 쭉쭉 내리다 여자와 남자가 같이 찍은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오빠랑 데이트 #CC의_위엄 #맥주_맛있다.
...
데이트를 한 것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저 사진을 올린 날이 처음 우리가 회의를 하기로 했던 날이라는 것이었다.
그래. 그 날 있잖아.
할아버지 제사고 할머니 기일이었다는 그 날.
남자가 나한테 카톡으로 술 먹자고 한 그 날.
너무나도 바보같아서 화도 나지 않을 지경이었다.
어떡하면 좋니... 이 아이는...
"민현아."
"네."
"지금 나만 어이없는 거 아니지?"
"에이."
"얘 왜이렇게 멍청하니?"
"선배. 그래도 말이 너무 심해요."
"그런가..."
"멍청한 사람한테 멍청하다고 하는 게 얼마나 큰 팩폭인데요."
네가 제일 나빠.
"뭐 다른 거 있어?"
"음... 이거?"
"이건 또 뭐야..."
간만에 볼 연극이 생겼다 #오랜만에_대학로나들이 #와플_너무커
이 아이는 먹는 게 참 소중한 아이구나.
그나저나 대학로? 지금 내가 잘못본 것이 아니겠지.
오늘 회의 있다고 떡하니 말했는데 대학로?
"선배."
"응."
"증거 잡으러 갈까요?"
"가야지."
교수가 말한 그 확실한 증거. 오늘 단단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근데 선배 아까 나한테 민현아 라고 했죠?"
"그게 왜?"
"나 심쿵."
"...아?"
-
주말도 아닌데 대학로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 사람 많은 거 질색인데.
내 앞에서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 때문에 앞으로 가기 힘든 건 정말인지 딱 질색이었다.
더군다나 키도 작아서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고개를 돌려 너를 보았다.
처음으로 네가 부러워졌다. 어릴 때 밥 좀 잘 먹을걸. 그러면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았겠지.
너는 고개를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여자를 찾는 건가? 여자가 인스타에 올린 연극 시작시간은 꽤나 늦은 저녁 타임이었다.
진짜 멍청한 사람이 틀림없었다. 인스타에 떡하니 티켓 사진까지 올린 걸 보면 말이다.
"뭘 그렇게 찾아?"
"선배..."
"응?"
"이따 우리 갈비찜 먹으면 안돼요?"
"갈비찜?"
"저기..."
(축) 오픈기념! 커플이 오면 갈비찜 中 -> 大 업그레이드! (축)
간판보고 있었구나...
말하는 것만 조금 어른스러울 뿐 너도 그냥 애라는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갈비찜 좋아하나보네. 푸스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너는 또다시 개죽이 웃음을 지어보였다.
"좋냐?"
"그럼요!"
"아직 시간 꽤 남았는데 그냥 지금 먹을래?"
"그래도 돼요?"
"저녁 먹을 시간은 맞잖아. 조금 이르지만."
"안일러요! 나 점심도 오늘 안먹었어요!"
"잘한다."
앞장서서 네가 말한 갈비찜 집으로 향했다.
뒤에서 네가 따라오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가벼우면서도 뭔가 탁탁거리는 발소리였다. 키가 커서 그런가. 보폭이 넓어서 그런가.
발소리와 발소리 사이에 텀이 조금은 긴 듯 싶었다.
발소리가 갑자기 들리지 않았다. 뭐지? 무슨 일이 있나 싶어 뒤를 돌아보았다.
(찰칵)
"..?"
"이따 보내줄게요. 사진 잘나왔다."
"...뒤질래?"
"뒷모습 찍으려고 했는데 선배가 갑자기 뒤돌았어요."
"뒷모습 찍으려고 한 것도 문제거든..."
"근데 너무 아깝잖아요."
"뭐가."
"선배 쫑쫑거리면서 걷는 거 선배도 봐야하거든요."
"뭐래..."
"아 진짜! 선배는 평생 못보잖아요! 얼마나 귀여운데!"
"너 지금 나 다리 짧다고 디스하지?"
"... 들켰어요?"
개새끼.
만날 개죽이처럼 웃는 게 이유가 있었어.
나쁜 놈.
-
갈비찜은 맛있었다.
기름진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너는 쉬지않고 오물거리며 갈비찜을 먹고 있었다.
엄청 많이 씹네. 그리고 엄청 깔끔하게 먹네.
얼굴에도 옷에도 양념이 튀는 일 없이 깔끔하게 먹고 있었다.
나는 이런 거 먹을 때마다 옷에 다 튀어서 앞치마 필수인데.
얼굴에 또 묻은 모양이었다.
네가 나에게 물티슈를 내미는 것을 보면.
벌써 세 번째 받는 물티슈였다. 오늘 화장을 거의 안한 게 다행이었다.
선크림만 발라서 그런지 물티슈로 문질러도 괜찮았다.
고맙다고 고개를 까닥이며 네가 준 물티슈를 받아들었다.
이미 테이블 위에는 내가 사용한 물티슈들이 동글동글하게 뭉쳐져있었다.
"원래 잘묻혀요?"
"이렇게 잡고 뜯는 건."
"제육 먹을 때는 안그랬으면서."
"네가 신기한 거거든."
"근데 이 편이 더 좋아요."
"뭐가?"
"내가 들어갈 틈이 생겨서."
정말...
이런식으로 훅 들어오는 건 반칙이라니까.
괜히 더워지는 기분이 들어 손부채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창 밖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는 모습이 보였다.
길거리 음식을 먹으려 기다리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있었고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 사이에 여자가 있겠지.
남자도 같이 있으면 일타이피였다.
둘이 같이 있으면 나는 그러면 좋아해야하는 건가?
"무슨 생각해요?"
"여자 어디있을까..."
"선배 그거 알아요?"
"응?"
"선배 교수님하고 말할 때 말고는 영훈 선배도 선미도 이름 안불렀어요."
"...그래?"
"남자는? 여자는? 만날 이러고."
뜨끔했다. 솔직히.
잠깐 이름을 불러야할 때 말고는 부르지 않았으니까.
교수에게 말을 할 때는 당연히 불러야했다. 거기서 남자애는 여자애는 이럴 수는 없잖아.
"근데 아까 저는 민현아 이랬잖아요."
"..."
"그래서 좋았어요. 뭔가."
"뭐 그런 걸로..."
"원래 작은 일에도 의미 부여하고 그런 거에요. 좋아하는 사람이면."
잠깐 괜찮아지나 싶더니 다시 더워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나 지금 되게 좋아요."
"갈비찜 맛있어서?"
"데이트하는 거 같아서."
"..."
"이따 연극도 보잖아요. 이게 데이트지."
"...빨리 먹어. 공연시간 다돼간다."
"네. 네."
네가 준 물티슈를 꼭 그러쥐었다.
물티슈에 남아있는 차가운 물기가 느껴졌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았다.
갈비찜이 매워서 그런 것 같았다. 비록 갈비찜 안에는 고추가 보이지 않았지만.
아마 그럴 것이다.
-
"얼마나 남았지?"
"한시간 조금 안되게요."
"뭐 마실래?"
"선배는 아메리카노 맞죠?"
해가 완전히 저버렸다.
겨울 때보다는 해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한강 가서 책 읽으면 좋은데. 과제 끝나고 시간 나면 한 번 가던지 해야지.
멀지 않은 곳에 쥬시가 있었다.
나는 아메리카노 너는 딸기 바나나주스. 빨리 가서 주문을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달려가는데 내 눈 앞에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이 나타나고 말았다.
"선배?"
"...마..."
"네?"
"엄마!!!!!!!!!"
제기랄. 씨발. 엄마... 비둘기였다.
징그러 징그러 징그럽다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어보면 비둘기였다.
차라리 바퀴벌레 잡으라면 잡을 수 있었다.
벌레 잡는 건 사실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진짜...
비둘기는 아니었다.
우선 생긴 거 부터 너무 징그럽게 생겼잖아.
생긴 것도 징그러운데 게다가 더러워. 평화의 상징은 개뿔.
닭둘기라고 말하는 것도 닭들에게 미안해질 지경이었다.
"저... 선배..."
"아..."
"..."
"미안..."
"왜요? 난 좋은데..."
비둘기 때문에 너무 정신이 없었나보다.
나는 거의 네 품에 파고들었다 싶을 정도로 꼭 끌어안고 있었다.
네 허리를 끌어안은 채로 가슴팍에 이마를 기대고.
조심스레 손을 풀어 네 품에서 나왔다. 아니. 그러려했다.
"선배. 잠시만."
"응?"
"여기 머리카락."
네가 내 턱을 살짝 그러쥔 채로 내 얼굴에 묻은 머리카락을 떼어주었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너와 눈을 마주치면 안될 것 같았다.
어떡하지. 다시 더워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너와 너무 가까이 있어서 그런 듯 싶었다.
"됐어?"
"네."
"고마워."
"뭘 이런 걸로."
"..."
"선배는 아메리카노 맞죠? 아이스로."
"...응."
나 진짜 이상해졌나봐.
아까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던 너의 개죽이 웃음이 무서워졌다.
네가 그렇게 웃으면 얼굴이 터질 듯이 달아올랐다.
너무 더워서 못견딜 정도로 발갛게.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건가.
아무래도 감기에 단단히 걸린 모양이었다.
-
〈암호닉>
짱요 / 응 / 뿜뿜이 / 책상이 / 너우리 / 0713 / 모기 / 아몬드 / 황제님충성충성 / 책민현 / 샘봄 / 붐바스틱
여주 눈치고자 아니에요. 다만 현실부정을 할 뿐...
본격 입덕부정기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