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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박지훈] 견주 A | 인스티즈



또 이미 죄를 짓고도 
자기가 범한 부정한 일과 음행과 색욕을 
회개하지 아니한 많은 자들로 인하여 
내가 슬퍼할까 염려하노라.

-고린도후서 12:21-











제 1 장 






내가 그 아이를 만났던 날은 더위가 기승을 부려 입은 옷들이 살갗에 다닥다닥 붙어있게 만든 여름이었다. 아버지의 큰 손을 잡고 따라간 곳은 매캐한 연기들이 끊임없이 코 끝을 찔러왔고 깜깜하기 그지없는 그 곳을 비추는 것은 다 낡아빠진 전구에서 나오는 빨간색의 불빛뿐이었다. 두 눈을 제대로 뜨기도 어려운 그 곳에서 아버지께서는 말씀하셨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라고. 그 때 당시에는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았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열일곱의 나이는 참으로도 어렸던 것 같다. 골목들 사이마다 보이는 어두운 곳에서 무엇이 나타날지 몰라 그 무서움을 달랠 곳은 아버지 밖에 없었으면서도 나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그가 한편으로 사무치도록 미웠고 증오스러웠으니.






려주세요! 제발, 제발 살려주세요!






아, 그래. 그 곳에서 제일 많이 들은 말들은 목숨을 구걸하는 말들이었다. 타의든 자의든 제 몸을 파는 여자들도, 그 옆에서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덩치 큰 사내들도 아닌 그 목소리들의 주인공들은 철창 안에서 몸을 가득 웅크리고 있는, 아무리 나이를 많이 잡아본다고 한들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어린 아이들이었다. 내가 제 옆에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철창 안에서 나를 보는 눈빛들은 처절함과 두려움만이 공존했다. 그 때였을까. 내 하얀 원피스 자락을 덥석, 하고 잡아오는 시퍼런 멍과 때가 묻은 손에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던 나와 아버지가 갈 길을 멈추게 된 것은.






으으-.







문득 바라본 아이는 간신히 제 몸을 가릴 수 있을 정도의 옷자락만을 입고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들이 한데 엉켜 눈 앞을 가로막고 있었음에도 내 옷을 잡은 아이의 손은 굳세기만 했다. 차마 아버지가 얼른 오라는 말에도 내가 움직일 수가 없었을 만큼. 키나 몸집을 보아선 나와 비슷한 나이대인 듯 했는데도 그 아이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두 눈망울에 닭똥 같은 눈물만 그렁히 달고선 가까스로 신음소리만 내는 아이의 모습은 아까 전 아버지가 한 말들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련.


이 세상에는 우리가 가엽게 여겨야 할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단다.


그들에겐 동정심만큼 중요한 것도 없지.






이미 하얀색의 원피스의 끝자락은 그 아이의 손으로 인해 더렵혀져 있었고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그 남자아이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 거리는 나라에서도 손을 뗀 곳이었다. 돈과 탐욕에 찌들어버린 사람들이 자신보다 약한 자들을 데려다 노예로 삼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도 없었다. 말이 좋아야 까다로운 입양절차를 피할 수 있는 고아원이었지 실상은 이다지도 참혹했다.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핼쑥하니 말라버린 두 볼과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손과 발만이 좁디 좁은 철창 사이로 나올 수 있었으니. 이것은 맘씨 좋은 부부들이 한 아이를 제 자식처럼 보듬어 주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 아니었다. 부모도, 일가 친척들도 없는 즉, 세상에서 없어져 버려도 그 누구 하나도 신경 써줄 사람이 없는 아이들을 가져다 좋은 값을 매겨 파는 곳 밖에 되질 않았다. 빨간색의 전등들이 비추는 곳에서 그들은 한줌의 고깃덩이리에 지나질 않았다.






우리 아가씨께서 갖고 싶은 거라도 있으신가 보구나.






진하게 화장을 한 여자는 한참을 쭈그려 앉아 넋만 놓고 있는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주 좋은 값으로 애완견 하나, 사라고. 그 어디를 둘러보아도 애완견이라 칭할 만한 것들은 없었다. 값비싼 향수를 몸에 두르고 있으면서도 시궁창 냄새가 사라지지 않아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쳐다본 여자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제가 키우는 애완견들이라고 말했다. 인권은 함부로 침범할 수 없는 고유의 영역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세상에 제 편 하나 없는 이 아이들은 흔하디 흔한 이름도, 소속된 곳도 없었다. 하물며 말을 듣지 않으면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 인간의 권리라는 게 있을 리가.






아버지, 저 갖고 싶은 것이 생겼어요.






아버지는 매년 나의 생일마다 내가 갖고 싶다고 말하는 모든 것들을 사주셨다. 아버지의 애정 어린 시선이나 감정을 제외하면 세상에 현존하는 모든 것들을 사주시겠다고. 그래서 나는 바랬다. 이제는 내 검지 손가락을 동아줄로 삼아 쥐고 있는 이 아이가 갖고 싶다고. 부모에게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한 아이는 후에 지금의 나처럼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끊임없는 결핍에 애정을 갈구하면서도 남이 나에게 주는 모든 것들을 의심하기 시작했으니. 허나, 50만 위안으로 내게 온 하나뿐인 나의 아이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 어떤 개도 자신의 주인을 버리는 일은 없었으니까.






탐탁지 않게 나를 보던 아버지를 등 뒤로 하고 바라본 그 얘는 바들바들 온 몸을 떨어댔다. 집으로 가는 차 안의 온도가 추위를 느낄 만큼 낮지도 않았는데 아이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떨림을 멈추지 못했다. 추위에 약한 건가, 생각 외로 신경 쓸게 많은 얘네. 여적 내 손만 잡고 있는 아이를 처음 내 곁에 두었을 때 드는 생각은 그것뿐이었다. 차의 구석에 놓여져 있던 담요를 몸 위로 둘러주는 내 형색이 마치 구원자라도 된 듯이 잠시나마 멀어져 있던 내 손을 다시금 놓칠세라 세게 잡아오는 아이의 행동은 정말이지, 열일곱이란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희열감을 가져다 주었다.






남아있는 손으로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자 보이는 아이의 얼굴은 조만간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정도로 메말라 있었다. 이대로 죽지나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눈동자만큼은 생기가 넘쳐흘러 나로 하여금 이상한 감정이 들게 만들기 충분했다. 여기저기서 버림받는 것이 익숙한 개가 주인이라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이러지는 않을까. 고동색과 검은색이 어우러져 나를 가득 담은 아이의 눈동자는 여러 감정이 한데 섞여 나타나 있었다. 아직도 잔여해 있는 두려움과 조금의 희망 그리고.








나를 버리지 말아달라는, 애원.


























[워너원/박지훈] 견주 A | 인스티즈


견주(犬主)



MADE BY LIGHTER















아가씨!

내가 열한 시 넘으면 부르지 말라고 했을 텐데.






그게, 도련님께서 악몽이라도 꾸셨는지 자꾸 아가씨만 찾으셔서…. 우물쭈물 거리며 운을 떼는 하녀의 말에 깊은 곳에서부터 탄식이 나오는 기분이었다. 어느덧 나는 스물이라는 나이를 넘어 스물하나를 바라보게 되었고 내가 데려온 아이와 함께 지낸 해도 횟수로 언 4년이 되어가고 있었다. 처음 집으로 데려와서 재웠던 밤부터 지금까지 아이는 무엇 때문에 이리도 잠을 이루지 못하는지 종종 이렇게 내가 잠자리에 들기 전, 집 안의 하녀들이 나를 찾는 꼴이 허다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늦게 잠이 드는 내 성격 때문에 아직 잠을 이루지 못했기에 망정이었지 아마 잠을 자고 있는 나를 건드려 깨울 정도가 되었다면 아무리 예쁜 아이여도 나는 솟구치는 성가심을 견딜 수 없을지도 모른다. 모두들 제 할 일을 끝마치고 잠에 들어야 하는 이 밤에 드낫없이 그 얘의 방으로 갈 때면 매번 생각한다. 내가 아이를 잘못 교육 시켰구나, 하는 약간의 죄책감과 허망함이 번갈아 가며 머릿속을 떠돌아 다녔다.






아가.






방 문을 열며 짧게 부르자 뭐가 그리도 급한지 나에게로 달려와 품을 파고드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구슬프기 짝이 없었다. 이 얘를 내게 팔던 여자가 나에게 준 정보에 의하면 나와 아이의 나이가 똑같다고 했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 정보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잘못되어도 한참이나 잘못된 정보인 듯싶었다. 침대로 데리고 가 등을 여러 번 쓰다듬어주고 나서야 숨을 들이마시고 내쉴 수 있는 법을 알게 된 이 아이가 어떻게 나와 나이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지금의 모습은 마치 어미의 젖을 찾아 다니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을. 자신보다 한참이나 작은 나를 숨도 못 쉴 만큼 안는 그 얘의 팔과 눈물과 식은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은 이미 성인 남성의 태가 확실히 날만큼 선 하나, 하나가 짙게 자리 잡히기 시작했다. 쓰고 듣는 것은 제 또래보다 한참은 더 앞서 나가 있었으면서 말하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스스로 차단을 해놓은 아이였다. 조금이라도 의사소통은 해야 될 것 같아 겨우 말을 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제는 아이에게 어른의 형색을 갖추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만 같았다. 부모가 아이를 가르칠 때 이런 기분인가. 아니, 아니지.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하라고 가르치는 그들의 교육과 오직 주인만을 섬기라고 가르치는 내가 어떻게 같을 수 있으랴.






자, 이제 그만 자야지.







베개에 머리를 뉘인 아이는 천천히 눈을 감아왔다. 내가 하는 소리를 잘 들어. 열까지 세면 우리 아가는 꿈나라로 가는 거예요. 하나, 둘, 셋, 넷…. 이불을 덮어주며 토닥여주자 고르게 퍼지는 아이의 숨결이 느껴졌다. 숫자의 크기가 점차 커질수록 나를 더욱 꽉 안아오는 아이의 손길은 내가 감히 상상했던 것보다 더 포근하고 듬직했다. 너른 남자의 품을 가져 나를 쉬이 안는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지금처럼 나를 필요로 하는 아이를 가만히 보고 있자면 온전한 내 것이 생겨난 듯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여덟.






4년이란 시간은 짧다고 하기에는 길고, 길다고 하기에는 짧다. 애매한 시간 속에서 나는 아버지를 잃었다. 간신히 붙어있는 숨으로 내게 말한 것이라고는 내가 앞으로 받을 유산에 대한 것이었다. 나를 사랑하기는 했었나, 라고 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었으나 온전히 내 명의로 자신이 살아 생전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내어주겠다는 그의 말을 듣고 있자니 그 문장 한 마디가 쉽게 입 밖으로 나오지를 않았다. 내게 있어 부모란 의식주를 채워주는 보호자 같은 느낌이어서 차디찬 그의 죽음을 맞이했을 때에도 나는 슬픔 속에서 나오는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다. 자신을 지켜주는 존재와도 같은 부모가 죽게 되면 보통의 자식들이 가장 많이 하는 걱정은 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이다. 나에게는 그가 남겨준 감히 어림잡기도 힘든 돈과 부와 권력이면 따라오는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이렇게 커서 이미 약속이 되어있는 사람과 결혼이라는 단어로 맺어지는 계약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에라도 그렇게 된다면 이토록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이 아이는 나라는 그늘을 벗어나 잘 살아갈 수 있을까. 이 나이대에 생각하기에는 꽤 웃긴 발상이었지만 아이가 내가 있는 곳 외에는 그 어떤 곳에서도 행복해지지 않기를 하는 이기적인 생각들을 쉬이 떨쳐내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아홉.






우리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상주를 맡게 된 사람은 다름 아닌 내 옆에서 이제야 잠이 들기 시작하는 이 아이였다. 나에게 주었던 관심의 반도 미처 안된 것들을 아버지는 아이에게 주었지만 그가 평소에도 습관처럼 말하는 동정심은 변함없이 잃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사람으로서의 명분만큼은 지켜주자는 취지로 아버지는 제 밑에 있는 사람의 다 무너져가는 가문에 아이의 호적을 올려주었다. 호적도, 핏줄도 모두 우리 가문과는 전혀 연관이 되어있지 않았지만 이 얘가 상주를 맡게 된 이유는 단 하나였다. 미리 정해져 있는 약혼자도 아닌 이 아이가 나의 미래 배우자라고 반은 우스갯소리로 했던 내 말 때문에 실어증에서 간신히 말을 떼게 된 아이가 처음으로 했던 일은 내 농간에 시끄럽기만 했던 손님들을 맞이하는 일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아이에게 모진 사람이었구나. 이따금씩 아이에게 미안해지는 때가 있었지만 별 다른 수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것이 내가 그에게 애정을 주는 방식이었으니까.






열.







곤히 잠든 아이의 볼에 입을 맞추며 침대에서 일어나자 이미 하늘은 어슴푸름한 색깔로 변해있었다.








어여쁜 나의 아가, 잘 자렴.









* * *













지금쯤 경성은 나라를 되찾아 보겠다고 제 목숨을 바치는 목소리들과 그들을 제제하려는 일본인들의 총성이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소란스러운 상황들은 이가 갈릴 만큼 싫었다. 나의 조국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스스럼없이 대답할 수 있다. 대한제국의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는 뼛속부터 남의 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돈과 권력에만 눈이 멀어 일본인과 결혼한 아버지도 그렇고, 그 권력을 얻고자 했던 천한 기생이었던 일본인 어머니도 그렇고. 제 앞의 이득만을 바라보며 살기에도 부족한 삶이라고 곁에 있는 사람들은 누누이 말을 했다. 그들의 말은 하나도 빠짐없이 틀린 게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하나 남은 아버지와 만주로 도망친 이유도 거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간질을 해서 얻은 부와 권력은 달콤했지만 그 끝은 언제나 쓴 법이었다. 세상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언제 목숨이 날아갈지도 모르는 판국에 더 이상 일본과 조선에는 머물러 있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만주로 넘어와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크고 휑하기만 한 저택에서 갇혀 바깥세상과 일절 관계도 갖지 않고 살아간 터라 내가 겪고 얻은 경험을 말해달라고 한다면 나는 안타깝게도 해줄 말이 없었다. 아, 우리 예쁜 아가를 얻은 일은 내 생에 있어 잊지 못한 날이었지만서도.






아가씨.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아이는 어느새 내 곁으로 와 의자에 앉아있는 내 허벅지에 제 머리를 파묻었다. 아이가 우리 집에 온지 세 달이 지났을 무렵부터 나는 꾸준히 아이에게 글 공부를 가르쳤다. 일본어와 중국어, 그리고 제 모국인 조선말까지. 여러 선생님들을 비싼 돈 주고 붙여놓은 만큼 성실하게 임해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나를 올려다보며 짓는 햇살 같은 눈웃음과는 다르게 아이는 순수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우리 얘가 이렇게 됐지, 하고 그 해를 가늠해보려고 해봤지만 그마저도 역부족이었다. 내 앞에서는 정말 갓 태어난 아이처럼 저를 사랑해주세요, 라고 갖은 사랑스러운 짓은 다 하면서 내가 없는 곳에서의 모습은 전혀 다르다고들 한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제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고도 남았고 무엇보다 내 앞에서는 언제나 이렇게 사랑스러운 모습만을 보여주기 때문에 나는 딱히 아이의 행동들을 통제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앞서 붙여놓았던 선생님들이 왜 하나 둘씩 그만두겠다고 하는지, 왜 때문에 그들이 이 집에서 나가는 마지막은 항상 다리를 저는 절름발이가 되거나 제 신체를 가누지 못할 정도의 모습으로 나가는지에 대해 저택에 있는 모든 이들은 입을 모아서 말을 하는 것들이 간간이 들려왔을 뿐이다. 






저, 오늘도 열심히 공부했어요. 칭찬해주세요.

 


도련님께서 선생님을 중앙 계단에서 밀으셨다고, 그러더라구요.






잘했어요, 우리 아가. 내 손을 제 머리 위로 가져다가 쓰다듬어달라는 식으로 보채는 행동에 살풋, 웃음이 나왔다. 그래, 나는 다 알고 있었다. 왜 아이가 그토록 저를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싫어하는지, 그릇된 성품이 어디에서 비롯된 건지, 모두 알고 있었다. 나는 웬만하면 숨어 지내고 싶었다. 세상이 조용해지는 그 날까지, 더이상 소란스러워지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이에게 붙여주는 선생님들이란 존재들은 하나 같이 나와 연이 깊은 사람들이었다. 특히나 조선말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나와 가끔씩 만나 시답잖은 이야기를 할 정도로 친분이 있었다. 그리고 내 아이는 그들과 나의 사이가 깊으면 깊을수록 계단에서 사람을 미는 강도가 더욱 세졌다고 한다. 내가 아이에게 나만을 섬기라고 가르쳤기 때문인 건가. 어느새 아이는 사랑에 걸신들린 나를 닮아가듯 저만이 내 곁에 머무르는 존재였으면 하고 흘러가는 이야기로 말을 꺼내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었다. 내가 아이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둔한 사람도 아니었거늘 몇 번씩 제 존재를 나에게 각인시키려고 하는 행동은 뭐라 말로 형용할 수 없이 당혹스러움을 가져다 줄 때가 있었다.






아가, 내가 지어준 이름 한 번 써볼래?

후박나무 박, 뜻 지에 가르칠 훈.






맞죠? 박지훈(朴志訓)이라고 손바닥에 천천히 한자의 횟수를 따져가며 적는 모습이 꽤나 귀여워보였다. 창씨 개명이 일어나고 난 뒤로 조선말로 이루어진 이름은 찾기가 어려워졌다. 설사 쓰더라도 그건 암암리에 써졌다. 내 이름 또한 온전치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거둬들인 아이만큼은 제가 태어난 곳의 언어로 지어주고 싶었던 내 바램이었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이에게 이름을 주었던 날, 그 때 아이는 얼굴에 왠지 슬퍼하는 태가 가득했으면서도 기쁘다고 말해왔다. 연도가 바뀌면서 빠르게 변하고 있는 아이의 얼굴은 여자아이 못지않게 곱게 생긴 이목구비와 대비되게 남자다움이 물씬 묻어났고 집 안에 있는 하녀들부터 가끔씩 만나게 되는 손님들까지 혀를 내두를 정도로 아이는 아름다웠다. 이제와서 알게 된 깨달음이었지만 이름 하나를 가지고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또 고민해 정성들여 지은 보람이 있는 듯했다. 아가씨가 지어주신 이름이라서 더 예쁜 것 같아요. 해사하게 웃으며 대답해 왔던 그 날의 얼굴이 떠올라 괜스레 아이의 뺨을 어루만지자 금세 아이는 내 손을 감싸 쥐고선 제 얼굴을 가만히 기대왔다. 적막하기만한 저택은 나와 아이, 둘 밖에 없는 듯이 고요했고 나를 향한 아이의 눈길은 어떻게 거둬야 할지도 모를 정도로 저돌적이기 그지없었다.






오늘, 아가씨랑 같이 자면 안돼요?






아이에게 몹쓸 해를 당했다고 빗발치는 그들의 연락들을 언제까지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땅 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간이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사력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했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쌓아가는 친분이었다. 이득을 얻기 위한 수단이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이던, 그것들은 하등 상관이 없었다. 그저 필요에 의해 서로를 찾는 것이었고 우리들은 그 수단에 익숙해져 온 것일 테니.






그래, 같이 자자.








만, 나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관계가 내 아이였고 그 맘 때쯤 아이는 질투에 눈이 멀어있을 뿐이었다.

































[워너원/박지훈] 견주 A | 인스티즈



*

안녕하세요 LIGHTER입니다! 

여기서 이렇게 글을 써보는 건 처음이라 괜히 막 떨리고 설레고 그러네요. 

많이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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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94.122
헐...완전 취향저격당했어요ㅜㅜㅜㅜ너무 좋아요ㅜㅜㅜ
7년 전
Lighter
취향저격이라니....읽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1
와....분위기 완전 취향저격....대박인데요 이거 계속 연재하시는건가요 작가님?ㅠㅠㅠㅠ단편으로 있기에 넘 아까운데요ㅠㅠㅠㅠ작가님 글 진짜 잘 쓰세요...진짜 최고
7년 전
Lighter
넵! 계속 연재하려고 합니다....아직 많이 부족해서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좋아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 :)
7년 전
비회원6.239
와 작가님 필력 대박이세요 보면서 대박이다 대박 이런 말만 혼자서 중얼 거리면서 본 거 같아요 8ㅅ8 다음 화도 기대하겠습니다!
7년 전
Lighter
대박이라니....(눈물) (감격) 부족한 글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다음화에서도 만나길 바래요!
7년 전
비회원102.71
헐...대박... 분위기 있고 진짜 레알 대박..ㅜㅜㅜ
7년 전
Lighter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다음화에는 더 좋은 글로 또 만나뵈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사랑해요(하트)
7년 전
비회원243.247
와 진짜 퀄리티 장난아니예요..계속 보고싶어요
7년 전
Lighter
이렇게 댓글도 달아주시구 읽어주셔서 정말 너무 많이 사랑하고 감사해요! 다음에 또 만나요 독자님!!
7년 전
독자2
와 작가님... 글써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필력 대박이세요...❤️
다음화 기대하겠습니다!!!

7년 전
Lighter
아직 부족하기만 한데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화에서 더 좋은 글로 또 만날 수 있으면 좋겠어요(하트)
7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7년 전
Lighter
읽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열심히 다음화 써오도록 하게씁니다! 예쁜 댓글 너무 고맙구 사랑해요! :D
7년 전
비회원170.252
아 이런글 너무 좋아요ㅠㅠㅠㅠㅠ 딥다크 ㅠㅠㅠ
7년 전
Lighter
댓글 달아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데 이렇게 좋아해주셔서 또 정말 많이 감사하구 사랑해요! (하트)
7년 전
독자4
롸 작가님 필력 대단해요,,,, 와,,, 신알신하고갈게요!
7년 전
Lighter
신알신이라니....정말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ㅠ더 좋아진 글로 다음화 들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7년 전
독자5
와,ㅔ 대박이으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이거 시대배경이 일제인가요?
7년 전
Lighter
넵 일제강점기 시대 때를 배경으로 쓰고 있어요! 읽어주시구 댓글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사랑해요)
7년 전
독자6
미쳤어요....... 너무 좋아요......... ㅠㅠㅠㅠㅠㅠㅠ 분위기 진짜 대박잊니다 신알신 하고 가요!!
7년 전
Lighter
신알신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 빨리 들고 다시 돌아올게요!!(하트)
7년 전
비회원76.176
작가님 진짜 대박이에여ㅠㅠㅠㅠ 분위기 설정 너무 취저입니다,,ㅠㅠ♥ 다음편 기대할게요
7년 전
Lighter
댓글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해요ㅠㅠㅠㅠ다음편 열심히 써서 얼른 데리고 오겠습니다!
7년 전
독자7
ㅛㅔ상에 지ㅜㄴ아 ........아 진짜 분위기 대박이에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와 ....아가 ....아가 지훈아 ...
7년 전
Lighter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에요ㅠㅠㅠㅠㅠ댓글 정말 감사하구 읽어주셔서 또 감사합니다 독자님!!
7년 전
독자8
세상에..다음화도 얼른 보고싶네요 와....막 제눈 앞에 아른거리는 것같습니다 와 브금까지.. 제 인생영화 브금이네요...와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암호닉신청이 된다면 [99]로 부탁드리겠습니다!
7년 전
Lighter
다음화를 이렇게 기다려주시다니 하루 빨리 열심히 써서 데리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니 정말 정말 다행이에요! 암호닉 신청이라니....당연히 받고 있습니다! 신청해주셔서 감동일 따름이에요ㅠㅠㅠㅠㅠ많이 부족한데 좋아해주셔서 감사합니다....(하트)
7년 전
독자9
아ㅠㅠㅠㅠ완전 제 인생작품이 될것같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너무좋아여ㅠㅠㅠㅠㅠㅠㅠㅠ
7년 전
Lighter
인생작품이라뇨.....저야말로 감동 받아서 울지도 몰라요ㅠㅠㅠㅠㅠ읽어주시구 댓글도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비회원154.14
[달다리]로 암호닉 신청해도 될까요 너무너무 좋네요 필력너무 좋아요 작가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감사해요ㅠㅠㅠㅠㅠㅠㄱ ㅡㄹ 써주셔서ㅠㅠㅠㅠㅠ
7년 전
Lighter
허류ㅠㅠㅠ암호닉 신청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부족한 글인데 이렇게 좋아해주시니까 완전 감동입니다! 예쁜 댓글 달아주셔서 또 감사드려요(하트)
7년 전
삭제한 댓글
(본인이 직접 삭제한 댓글입니다)
7년 전
Lighter
재밌게 봐주셔서 저야말로 너무 감사합니다ㅠㅠㅠㅠ암호닉 신청과 댓글 정말 모두 감사해요! :)
7년 전
독자11
우와 바로 신알신 했어요ㅠㅠㅠㅠ♡♡
7년 전
Lighter
신알신 정말 감사해요....이렇게 댓글까지 써주셔서 또 많이 감사하구 사랑합니다(하트)
7년 전
독자12
헐이건뭐랄까 대박 분위기 어쩜 기대되여!!!
다음편보러갈께요!!

7년 전
Lighter
기대해주셔서 감사해요ㅠㅠㅠㅠㅠ다음화도 재밌게 읽으셨길 바래요! 댓글과 관심 정말 감사합니다 :D
7년 전
독자13
와 처음읽어보는데 분위기고소재고지훈이캐릭터고그냥 다 발리네요..
7년 전
Lighter
이렇게 마음에 들어해주시다니 정말 감동이에요ㅠㅠㅠㅠ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14
헉 처음엔 견주 라길래
음 지훈이가 멍뭉이처럼 귀여워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진짜 소설 한권 읽은 거 같아요ㅠㅠㅠㅠㅠㅠ

7년 전
Lighter
많이 부족한데 이렇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화에는 더 열심히 써서 갖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고맙구 사랑해요(하트)
7년 전
독자15
우와...느낌이 색달라요 글이 되게 섹시한 느낌이에요. 조근조근 읊지만 또 긴장감 넘쳐서 한문쟁도 허투루 넘길수 없는...? 그런 느낌입니다ㅠㅠ
7년 전
독자16
와지훈이.....이런컨셉도 찰떡이네요...ㅠㅜㅜㅜㅜㅠ분위기있어오!ㅜㅜ
6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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