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두 명의 남사친이 있는데요, 01
내가 대학교에 들어가 처음 사귄 남친은,
"우리 아빠도 사업하시는데, 너희 아버지도 사업하신다며?"
그렇게 다가온 복학생이었다.
사귀자마자 그의 생일이 다가와서
그가 갖고 싶다던 고가의 신발을 사주었고
"아 나 오늘 카드 두고 나왔나 보다..어쩌냐.."
"아냐, 오늘은 어차피 내가 내려고 했어."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 새끼는 연애 전부터 지갑을 가지고 온 적이 없었다는걸,
"오늘은 내가 미안해서 집에 데려다줄게."
함께 있다가도 친구들을 만나기로 했다며 늘 먼저 가버렸다는걸,
"저기...아직은 좀..."
100일여를 사귀면서 손에 꼽을 정도로 데려다준 적이 없었는데, 매번 데려다줄 때마다 벽에 몰아붙이고, 입술을 들이밀었던 새끼였는데 대체 왜!!!
그게 데이트 폭력이라는 걸 몰랐던 걸까.
첫 연애, 게다가 cc라 조심스러웠는데.
왜 그 자식이 쓰레기인 것도 몰랐던 걸까,
뭔가 이상함을 느꼈으면 헤어졌어야지!
난 결국 일이 닥칠 때까지 꾹꾹 눌러 참았더란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본인이 안 좋은 일이 생겼다며
연거푸 따라주었던 그 날.
결국 그 쓰레기 자식 등에 업혀서
그래, 그런 이상한 곳으로 끌려가고 있는데.
"ㅇㅇㅇ!!!!!"
"꾸웩!!!!!"
어떻게 알고 온 건지, 강다니엘이 나를 발견하자마자 달려와
내가 업혀 있던 그대로 그 자식을 발로 걷어차버려서
함께 날아가 버린 바람에 내가 밑에 깔려 돼지 멱따는 소리를 내고 나서야
'나 큰일 날 뻔했구나'
깨달았다.
"뒤질래, 니? 애 데리고 어디 갈라 했는데?"
"이 미친 새끼야!!"
"묻는 말에나 대답해, 이 새끼야!"
다니엘이 그 자식의 멱살을 잡아 단숨에 들어 올렸다.
얘는 또 언제 온 건지,
세운이 저 멀리서 타닥타닥 발소리를 내며 내게 달려왔다.
"괜찮아?"
한 여름에 왜 외투를 입었던 건지 의문,
그걸 나한테 왜 벗어주는지 의문.
"우리 사귀는 사인데, 뭔 상관이야!"
그 자식이 다니엘의 손을 떼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 쟤가 어릴 때부터 맷집이랑 힘은 알아줬지.
"사귀는 사인데 왜 애한테 술을 저빠이 먹이고 업어서 데려가는데?"
언성이 높아질 때마다 사투리는 더 심해지고.
"너무 취해서 쉬었다 가려는 게 왜!!"
"이 새끼가! 취하면 집에 데려다줘야지 왜 이런 데를 데려오는데?"
"쟤..쟤가 먼저 쉬었다 가자고 한 거거든?"
그 자식이 나를 가리키자 둘이 동시에 나를 돌아봤다.
뭐야, 니취팔러마?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니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다니엘의 주먹이 그 자식의 얼굴 근처까지 갔다가 멈췄다.
눈을 질끈 감고 있던 그가 슬며시 눈을 뜨니
"쫄기는. 니 학교에서 마주치면 죽이삔다, 알았나?"
사투리까지 써가며 말하니 더 무섭게 느껴졌다.
저렇게 착한 멍뭉이 같이 생긴 얼굴로 화가 엄청났나 보네.
다니엘이 멱살을 놓자마자 그 자식은 부리나케 달아났다.
"넌 애가 업혀있는데 발로 까냐?"
"쬐깐해서 안 보였다."
무릎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힝.."
그래도 술기운인지 엄청 아프지는 않네.
손을 탁탁 털고 일어나려는데
"니 빙신이가?"
다니엘의 말에 가만히 세운을 바라보니
"너 병신이냬."
알아들었는데 굳이 그렇게 쌍으로..말해 줄 필요는..
"저 새끼 니 집에 데려다줄 때마다 뭐 어떻게 해볼라고 주디 들이밀고 그랬다매.
근데 뭐 한다고 저런 새끼랑 술을 쳐마시는데."
어떻게 알았지.
가만히 허공을 바라보며 눈만 껌뻑였다.
"에효, 하여간 내가 병신을 키워요.저거 뭐가 예쁘다고 남자가 꼬이는지 모르겠네."
사실 이랬던 적이 처음은 아니었다.
물론, 이렇게 위험한 경우 말고 찔러보는 남자가 많았다는 말씀.
모두 하나같이 연상이었고, 사귀기 전에 내가 낌새를 알아채서 단칼에 잘라버렸었는데.. 아마 내가 진짜 병신 같아서, 다들 만만해서 그러나 봐.
근데 매번 내가 세운이나 다니엘에게 남자 얘기를 하면 둘 다 딱히 듣고 싶지 않다며 신경도 안쓰더니 대체 어떻게 알고 온 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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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고향은 부산, 작은 동네에서 태어나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 다닌 친구들이 있었다고 한다.
일명 삼총사.
셋이 주야장천 붙어다녔다고 하는데, 아빠가 서울로 대학을 오면서 떨어지게 되었고 대학교를 다니면서 우리 엄마를 만나 나를 낳았다.
그리고 내가 5살이 될 무렵에 요식업을 삼총사 중 한명과 함께 시작하면서 나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시간이 더 흘러 우리 둘이 10살이 되던 해에, 사업이 더욱 확장되면서 삼총사가 모이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도 셋이 되었다.
5살 때부터 쭉 다니엘은 옆집에, 10살 때부터는 세운이가 앞집에. 그 옆에는 우리 가게가 있었다.
나이가 모두 같은 탓에 가까워지지 않으려해도 붙어있을 수 밖에.
같은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렇게 나에게는 두 명의 남사친이 늘 붙어다녔다.
다니엘은 어릴 때부터 또래보다 덩치가 큰 편이었다,
나는 아주 왜소했고.
동네에서 나를 조금이라도 괴롭히는 아이가 있으면 다니엘이 나서서 혼을 내주었었다. 물론 내가 본인만의 장난감이길 원했기 때문에.
세운이는 어릴 때부터 차분하고 아주 침착한 편이었다.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의사표현은 아주 확실했고.
둘은 너무나도 달랐다.
같은 것은 성별, 그리고 사투리를 쓰는 편이라는 것 뿐이었다.
둘의 성격을 비유하자면,
다니엘은 활활 타오르는 불같았다.
잠잠해지는 것 같다가도 다시금 활활 타오르는 큰불.
그리고 세운이는, 잔잔하게 흐르는 물 같았다.
하염없이 조용히 흘러가는 물. 큰 파도나 일렁임 없이 그저 잔잔하게.
그 예로 본다면, 아마 열두 살 때였던 것 같다.
"ㅇㅇ야, 어디 가?"
"우나?"
운동장에서 놀다가 축구공에 세게 맞아 넘어져 상처가 났을 때였다.
히끅히끅 울면서 친구 부축을 받아 양호실을 가는데 세운이와 다니엘이 다가와 물었다.
"아, ㅇㅇ가 넘어져서 약 바르러 가."
"또 넘어졌나? 아이고. 조심 좀 하라니까!!"
"괜찮아?"
둘은 내심 걱정이 됐는지 졸졸 쫓아오며 물었다.
다니엘은 시종일관 다그치듯 캐물었고, 세운이는 그저 안쓰럽게 바라보았다.
양호실에서 약을 바르고 나왔을 때는
"걔, 누군데?"
"누구?"
"공 맞았다매, 누가 맞혔는데?"
"많이 아프지? 여기 앉아"
둘은 하나부터 열까지 합이 맞는게 없었다.
다니엘은 공 맞혔다는 애를 끝까지 찾아가 한 소리를 해야 속이 풀리는 애였고,
세운이는 많이 놀라지 않았냐며 나를 달래주는데 온 신경을 쓰는 애였다.
아! 세운이랑 고등학교는 다른 곳을 갔다.
그래도 멀어지지는 않았다. 늘 마주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부모님이 모두 같이 사업을 하기 때문에 출근 시간이나 퇴근 시간이 같았고
그로 인해서 우리는 늘 함께 밥을 먹었으니까.
더 어릴 때는 간식 하나도 따로 먹는 법이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스무 살이 되었고, 모두 같은 대학교를 왔다.
"난 진짜 니랑 같은 학교 올 줄 몰랐다니까."
다니엘은 상향 지원을 했지만 운이 좋게 합격했고,
"정세운, 너는 왜 하향 지원했어? 성적도 좋고 수능도 잘 봤는데."
"다니엘이랑 너랑만 붙어 다니니까."
?
세운은 알 수 없는 대답을 하고 먼저 저만치 걸어갔다.
나와 다니엘은 제 자리에 멈춰 서 서로를 바라보며 물음표를 띄웠다.
"쟤 뭐래?"
"몰라"
.
.
.
셋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마치 짠 것처럼 조리학과를 선택했다.
하여간 아주 지긋지긋한 인연이라니까.
"오늘 신입생 환영회 할 거니까 1학년 전부 빠지지 말고 모여."
?
입학 첫날부터요?
술은 질색인데...
내가 처음 술을 마시게 된 건, 얼마 전이었다.
불과 두 달 전. 고등학교 졸업식을 앞두고 집에서 빈둥거리다가 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는데, 다니엘이 소주를 까고 있었다.
아마 얘는 이미 경험이 있었을 터.
"뭐 하냐?"
"세운이랑 너랑 술 가르쳐주려고."
"에? 지랄. 아빠한테 다 이를 거."
"아빠와 삼촌들에게 이미 허락 받았구요~"
다니엘은 의자까지 빼주며 앉으라고 팡팡 쳤다.
나는 아빠를 닮았는지 한 모금에 얼굴이 붉어지고
두 잔에 헤롱거렸다.
그리고 다니엘과 세운은,
.
.
.
"야 너 적당히 마셔라?"
"본인이나 잘 챙기시지? 한 모금 마시고 한 병 마신 척하지말고."
이게, 누구는 그러고 싶어서 그러는 줄 아나!!!!!
술집으로 들어서자마자 우리는 또 짠 듯이 구석에 모여 앉았다.
그걸 본 2학년 여자 선배들이
"근데 너희는 어떻게 그렇게 붙어 다녀?"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래 남자 셋이라면 별말 안 했겠지만
난 여자니까...
"부모님 세 분이 같이 사업을 하셔서 어릴 때부터 쭉 같이 살았어요."
세운이 늘 그렇듯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처음에 다른 아이들이 그렇게 질문을 하면
'그게 왜 궁금한 건데?'
'무슨 상관이야?..'
본인이 더 의아한 듯 물었었지만, 몇 번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돌고 나서는 한결같이 대답해왔다.
"가족이에요, 가족."
다니엘은 자리에 수저를 놓으며 물어본 사람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신입생 환영회라기보다는, 그냥 술을 부어라 마셔라 판이었다.
"야, 일어나!!!!!"
저건 진짜 술도 잘 못 마시면서 왜 저러나 몰라.
처음 술을 마셨을 때 술을 가르쳐주겠다는 다니엘이 엄청난 술고래일 거라고 생각했지만 술을 2잔만 마셔도 얼굴이 붉어지는 나와는 다르게 다니엘은 아무 변화도 없이 5잔을 마시고는 그 자리에 뻗어버리는 스타일이었다.
누가 누굴 가르쳐?...
술은 왜 세 병씩이나 까놨던 건데?
반면 술이 약할 거라고 생각했던 세운이는 다니엘이 까놓은 술을 마저 다 마시고도 멀쩡했다.
허세였는지, 오늘따라 평소 하지도 않던 나의 흑기사 노릇을 자처해서
거하게 뻗어버린 다니엘.
마음 같아서는 두고 가고 싶었는데 세운이 주섬주섬
다니엘의 옷가지와 가방을 챙겼다.
"나 줘, 내가 들게."
"넌 다니엘 들어야지."
에?
안녕하세요, 본인입니다:)
새로운 글을 써봤어요, 재밌게 읽어주시고 신알신과 댓글 부탁드려요!!♥♥♥
그럼 안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