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백현 밥 꾸역꾸역 먹이고 나도 밥 다 먹고 교실로 올라갔어. 덕분에 점심시간은 10분도 채 남지 않았고 변백현은 뭐가그리 좋다고 실실 웃으면서 책상에 앉는거야. 나도 대충 변백현 옆에 앉아서 휴대폰 잡고 노닥거리는데 변백현이 휴대폰을 훅 뺏는거야. 내가 다시 뺏는다고 난리치다가 변백현이 폰을 떨궜는데 나의 휴대폰.. 배터리까지 분리되어버렸어. "아, 진짜! " 온갖 짜증을 긁어모아서 내는데 변백현이 지가 주워주겠다고 집다가 내 증명사진을 발견한거야. 내가 어제 폰 케이스 사이에 끼워놨었는데 그게 빠지면서 사진도 떨어져버린거지. "어, 이거 내껀데? 왜 너한테 있어?" "그게 왜 니꺼야? 내 사진인데!" "너 어제 내 방에서 가져갔냐?" "그래, 어쩔건데?" 변백현이 난리치면서 다시 달라고 하길래 교복 마이 가슴쪽에 달린 주머니에 쏙 넣었어. 변백현이 그거 보더니 어떻게 빼지도 못하고 씩씩거리다가 삐져서 책상에 엎드려버리는거야. 삐졌어어?하면서 얼굴 밑에 손집어넣구 꿈지락거리다가 종쳐서 내 자리로 갔지. 수업시작하고 또 나는 열심히 필기만 하다 수업이 끝났지. 일주일중에 유일하게 야자빠지는 날이 오늘인데 썸남이랑 같이 밥먹기로 했으니, 잔뜩 신나서 종례하곤 가방을 챙겼어. 오늘 잘보이려고 교복에 탈취제도 뿌리고 왔거든. 변백현은 항상 열공쟁이라서 야자빠지는 날 없이 매일 야자해. 나는 힘들다고 핑계대면서 일주일중에 한번 빠지는거구. 변백현이 책 챙기고 있길래 어깨 툭 치면서 갈게, 하고 인사했는데 변백현이 갑자기 마이 끝자락을 잡는거야. "어디가?" "오늘 수요일, 나 야자안하잖아." "나도 오늘 병원때문에 뺐는데. 같이 안가?" "아, 맞다. 너 병원.. 나 근데 약속있는데.." "누구?" "아, 그게.." 여기서 걔 이름을 얘기해야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그때 딱 짝꿍이 와서는 가자고 팔목을 잡는거야. 변백현은 걔 얼굴 쳐다보더니 표정 확 썩고 나만 중간에서 당황탔지..변백현이 원래 순둥순둥한 상이라서 그런지 표정 굳으면 확 티나거든. 내가 우물쭈물대면서 얘랑 약속있다고, 하니까 변백현이 내 짝꿍 딱 쳐다보는거야. "어제 약속 깨지지않았나?" "니가 일방적으로 깬거지, 얘는 나랑 가기로 했는데." "내가 손을 다쳐서 얘랑 같이 가야되거든. 다음에 먹어라, 밥은." 변백현이 저 얘기하면서 실실 웃는데 그 표정에 살벌해져가지구.. 내가 눈치만 보니까 변백현이 내 짝꿍 손 잡으면서 다음에 먹으라고 하고 손 딱 떼는데 손에서 뭐가 툭 떨어지는거야. 셋다 동시에 바닥 쳐다봤는데 아까 내가 준 증명사진, 그 변백현방에서 내가 가져온 내 사진인데 내가 아까 짝꿍이 달라길래 그냥 줬거든..변백현이 사진 줍더니 뒷면보이게해서 내 짝꿍 손에 쥐어주더니 갈게,하고 가방들고 나가는거야. 내 짝꿍이 쟤 왜저러냐면서 가자고 하는데 뭔가 사진이 너무 맘이 안좋았어. 변백현이 진짜 기를쓰고 나한테 얻어간 사진인데. 저 사진보면 웃기다고 지갑에 넣고다니다가 지갑 잃어버린적이 있었는데 진짜 이틀동안 말도 잘 안하고 지갑 찾아다녔었거든. 그뒤로 자기 액자에 껴놓은것같아. 쨋든 그래서 내가 짝꿍한테 미안한데 사진 다음에 주겠다하고 사진을 다시 돌려받았어. 그리구 폰 케이스 뒤에 다시 넣는다고 얼핏 뒷면을 봤는데 까만색으로 글씨가 깨작깨작 적혀있는거야. [못냉이 11년4월29일 ^o^ ] 이모티콘이 엄청 활짝 웃고있는데 마음이 엄청 꽁기꽁기한거..아 막 싱숭생숭한 맘을 붙잡고 교문 나가는데 저 앞에 변백현이 가는게 보이는거야. 또 막 손에는 붕대감고 가방메고 나가는거 보니까 안쓰러워보이고, 그래서 계속 고민하다가 변백현이랑 병원에 같이 가줘야 할 것 같아서 짝꿍한테 말했지. "진짜 미안한데, 변백현이 손을 나때문에 다쳐서.. 밥은 다음에 먹자. 연락할게, 미안해!" 하구 그냥 대답도 안듣고 뛰어갔어. 왜냐하면 변백현이 택시를 잡고있었거든. 저거 얻어타야 버스안타고 편하게 갈 수 있으니..막 뛰어서 헉헉거리면서 변백현 가방 잡았더니 얘가 딱 뒤돌아보는거야. "아으, 힘들어. 가자. 병원." "너 약속은?" "그리고 이거, 사진. 내가 다시 뺏어왔어." "그냥 너 해." "아 또 삐졌냐, 택시비 니가 내는거지? 탄다?" 내가 막무가내로 택시타니까 변백현이 조용히 옆자리 들어오더니 앉아서 눈을 감는거야. 아니, 내가 무슨 말도 못걸게 철벽치는건가? 깨우기도 좀 그래서 걍 조용히 앉아서 사진만 만지작거렸어. 병원 도착해서 계산은 변백현이하고. 솔직히 변백현이 넘 조용해서 속으로 더치해야하나 고민했지만 뭐.. 지가 내더라고. 로비까지 걷는데 진짜 단 한마디도 안하고 나 완전 눈치보고ㅠㅠ "백현아, 기분 나빴어?" 내가 진짜, 진짜 뭔가 잘못했을때 부르는 백현아.. 변백현이 저렇게부르면 조금 아주 조금 기분 풀거든. 쨋든 내가 완전 조심스럽게 부르니까 변백현이 나 딱 쳐다보는데 숨이 멈출뻔했어. 무슨말을 할지 무서워서ㅠㅠ "아니, 왜 나빠, 나쁠 이유가 뭐 있어." "근데 왜..말 안해?" "좀 피곤해." 피곤은 무슨, 오늘 하루종일 나 놀릴때는 쌩쌩해놓고. 쟤는 맨날 자기 기분 안좋으면 피곤하다하구 정색해. 내가 그래..그렇구나..이러면서 엄청 풀죽은척했는데. 변백현이 옆에 슥 쳐다보는 느낌이 드는거야. 나 일부러 엄청기죽은척하면서 아..그렇구나..피곤하구나.. 계속 이랬지. 그랬더니 변백현 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길래 고개 딱 들었더니 내 앞머리 마구 비비더라. "아, 귀여워라. 니 짝꿍이랑 놀지마. 니가 조금 아깝다." "내가 너랑 안놀아서 삐진거야?" "응, 나랑만 놀아. " "그럼 나 왕따되는데." "니 친구 많잖아, 너랑 급식소까지 계주뛰는 애들." "너랑만 놀라며?" "걔네는 놀아도돼. 굶어죽진 않을거야." 말 장난 몇번 하다보니까 풀린 것 같길래 흐흐 웃으니까 좋아? 이러면서 자기도 웃는데 아, 웃는게 진짜 예뻐. 그제야 내 손에 들린 사진 쏙 빼서 자기 지갑에 넣는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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