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CC는 절대로 하지 마세요.
完
“ 야, 종강 3주 남은 거 실화냐? ”
“ 빨리 종강했으면 좋겠다. ”
잔뜩 밀려있는 과제 탓에 학교가 끝난 후 집에도 가지 못하고 학교 앞 카페에 박지훈과 마주 앉아 서로 노트북만 켜놓은 채로 멍때리기 바빴다.
벌써 정신은 이미 종강 후에 있는데 아직 밀려있는 과제들과 시험 공부들이 현실을 와닿게 도와줬다.
그렇게 일이 있고 나서 시간이 꽤 흘렀다.
많은 게 변한 것 같으면서도 많은 게 변하지 않았다.
일단, 임영민과는 아직 사귀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그냥 사귀라며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지만 전 조금 더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런 제 마음을 아는 지 임영민은 별다른 말은 없이 묵묵하게 제 옆을 지켜주며 저를 기다려주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한 가지 변한 것은,
“ 어, 왔냐? ”
“ 밖에 겁나 더워. ”
박우진과는 전처럼 다시 돌아왔다.
둘이 다니는 횟수는 줄었지만 다시 웃는 얼굴로 장난을 칠 수 있는 그런 사이로 돌아온 것만으로도 굉장히 고마웠다.
알게 모르게 계속 박우진의 눈치를 보던 저를 향해 박우진이 먼저 마음을 열어주었다.
방법도 딱, 박우진다웠다.
‘ 못생긴 사람들끼리 만나고 싶다는데 잘생긴 내가 빠져줘야지. ’
‘ …? ’
‘ 아니, 근데 솔직히 영민이 형보다 내가 더 잘생긴 건 인정해야지. ’
‘ 야. ’
‘ 저번에 수지 닮은 여자가 와서 내 번호 따갔다니까? ’
지랄을 해요.
박지훈의 날카로운 한 마디와 박우진의 뒤통수를 가격한 손에 의해 박우진의 입은 멈췄고,
박우진이 나와 박지훈을 번갈아보며 씩 웃었다.
이건 박우진의 화해 신청 신호였다.
그렇게 박우진이 먼저 내밀어준 손을 놓칠 수는 없었다.
그 일을 계기로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 같아 많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 아, 교수님 과제 오바라고. 진짜 미쳤잖아. ”
“ 이거 다 하려면 오늘 밤은 무조건 새야겠네. ”
그런 여유를 즐길 틈도 없이 과제라는 큰 장애물은 저희를 향해 미친듯이 굴러왔다.
지금은 그 장애물을 넘으려 끙끙 애를 쓰는 중이지만.
“ 가자, 여주야. ”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임영민이 수업이 끝난 건지 제가 앉은 테이블 옆에 서있었다.
자연스레 박지훈과 박우진도 임영민 쪽으로 시선이 쏠렸고 다들 가볍게 고개를 까딱거리며 인사를 했다.
“ 형 왔으니까 음료수 하나만 사주세요. ”
“ 맡겨놓은 거 있냐? ”
“ 선배가 후배 사줄 수도 있죠. ”
“ 꺼져. ”
임영민과 박우진은 사이가 나쁜 것 같으면서도 나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관계를 유지 중이다.
아마 둘이 술을 마신 날 무슨 일이 있긴 있었나 본데 제게는 하나도 얘기를 안 해줘서 잘 모른다.
투닥거리는 임영민과 박우진을 보다 주섬주섬 제 짐들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은 건 마저 집가서 해야지.
“ 나 간다, 빠이. ”
“ 오냐. ”
“ 빠이. ”
박우진과 박지훈에게 손을 흔들어주곤 카페에서 나오자 임영민이 제가 들고 있던 노트북을 자기가 가져가 안았다.
그런 임영민을 빤히 쳐다보다 노트북을 달라고 손을 뻗자 임영민이 제 팔을 제지시켰다.
“ 내가 들어줄게. ”
“ 괜찮아요. 제가 들게요. ”
“ 아, 내가 들어준다니까. ”
“ 괜찮다니까요. ”
“ 제발 내가 들게. 내가 들어주고 싶어서 그런다고. ”
꼭 이렇게 이상한 부분에서 열을 낸다니까.
굳이 자기가 들겠다며 박박 우기는 임영민에게 결국 포기를 선언하고 다시 길을 걸었다.
이제 정말 여름인 건지 쨍쨍한 햇빛에 조금 걸었다고 벌써 이마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임영민을 쳐다보자 더운 건지 남은 손으로 얼굴을 부채질하고 있었다.
“ 오늘 진짜 덥다. ”
“ 더워? ”
“ 네, 선배도 덥죠? ”
“ 아, 잠시만. ”
임영민이 들고 있던 노트북을 제게 다시 돌려주곤 먼저 가고 있으라며 갑자기 어디론가 뛰어갔다.
당황스런 마음에 임영민이 사라진 곳만 빤히 쳐다보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길을 걷자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지하철 역에 다시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진짜 나 먼저 가라는 건가?
말도 안 해주고 간 임영민이 괜히 얄미워 입술을 삐죽거리며 지하철 역 안으로 들어가 카드를 찍고 의자에 앉아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었다.
꼭 이렇게 한 번씩 사람 애를 태운다니까.
“ 선배. ”
곧 누군가 뛰어오는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임영민이 땀을 뻘뻘 흘리며 손에는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제 옆에 서있었다.
아, 설마 그거 사러 간 거였어?
“ 먼저 지하철 탄 줄 알고 깜짝 놀랬다. ”
“ 선배 지금 그거 사온 거에요? ”
“ 어. 너 덥다며. ”
“ 아니, 지하철 안은 그래도 시원한데. ”
“ 이따 집갈 때 이거 하면서 가. ”
제 옆에 앉아 휴대용 선풍기를 내미는 임영민의 이마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이 날씨에 그렇게 뛰어갔다오면 엄청 더울 텐데.
휴대용 선풍기를 켜 제 얼굴에 해주는 임영민을 보다 고개를 돌렸다.
이 미련한 인간아.
“ 선배, 지금 저보다 선배가 더 더워보여요. ”
“ 아닌데. 나 별로 안 더워. ”
숨은 쌕쌕 몰아쉬면서 이마엔 땀이 뚝뚝 흐르는데 별로 안 더워?
헛웃음을 내뱉고 제 앞에서 돌아가고 있는 휴대용 선풍기를 임영민 쪽으로 돌렸다.
나한테 잘해주는 것도 좋은데 본인이나 좀 챙기면서 잘해주던가.
“ 이거 살 거면 이왕 2개 사지 그랬어요. ”
“ 왜? ”
“ 선배 하나, 저 하나 이렇게 들고 다니면 되잖아요. ”
“ 뭐 하러 그래. 어차피 우리 계속 같이 다닐 건데. ”
“ 아… ”
이럴 땐 또 사람이 할말이 없게 만든다.
괜히 민망한 마음에 입술을 꾹 다물고 앞만 쳐다보자 옆에서 임영민이 웃는 게 느껴졌다.
놀리지 마라, 진짜.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임영민을 흘겨보자 제 손목을 잡아왔다.
꼭 이렇게 손이 잡고 싶을 땐 손 대신 손목을 잡는다.
“ 이번 주 주말에 뭐해? ”
“ 아마 과제요. ”
“ 종일? ”
“ 네. ”
“ 음… ”
임영민이 제 단호한 대답에 곧 고민에 빠진 듯 미간을 찌푸린 채로 가만히 앉아있다가 제 쪽으로 몸을 틀었다.
그리곤 저를 보며 씩 웃더니 제 무릎 위에 놓여있던 노트북을 자기 쪽으로 가져갔다.
“ 왜요. ”
“ 그럼 어차피 나도 과제를 해야 되니까 만나서 같이 하자. ”
“ 집도 멀면서 뭘 만나요. ”
“ 넌 그냥 집에 가만히 있어. 내가 갈게. ”
“ 저희 집으로요? ”
“ 응. ”
뭐가 그렇게 당당한 지 고개를 힘차게 끄덕이는 임영민을 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집에 한 번 드나들기 시작하면 이렇게 계속 들어온다니까.
“ 저희 집은 안 돼요. ”
“ 왜. ”
“ 외간남자는 못 들어옵니다. ”
“ …나 외간남자야? ”
“ 그럼 선배가 가족이에요? ”
“ 가족 시켜줘. ”
뭔 말도 안 되는.
임영민이 안 된다는 제 말에 입술을 삐죽거리더니 곧 들어온다는 지하철 안내 멘트에 제 손목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행히 지하철에 자리가 넉넉한 터라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었고 임영민은 제 옆에 앉았다.
“ 그냥 각자 집에서 과제해요. ”
“ 싫어. ”
“ …… ”
“ 그럼 너네 집 근처 카페에서 하자. ”
“ 선배 오는 거 안 귀찮아요? ”
“ 어. 너 보러 가는 거잖아. ”
“ …… ”
“ 이거 진짜 뻥 아니고 주말에 못 보면 너무 보고 싶어. ”
담담하게 제게 얘기하는 임영민의 목소리에 순간 얼굴에 열이 확 오르는 게 느껴졌다.
아, 임영민…
아무렇지 않은 제 표정과는 다르게 심장은 난리가 나선 이리저리 날뛰는 게 적나라하게 느껴져 애써 침착하느라 고개를 숙였다.
그런 저를 모르는 건지 임영민은 옆에서 쉬지 않고 계속 제 팔을 잡고 과제를 같이 하자며 졸라댔다.
이제 이런 것도 안 싫은 거면 나 완전히 넘어간 건가.
“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
“ 응, 조심해서 들어가고 들어가자마자 연락해. ”
“ 네. ”
어느새 제 집에 도착해 손을 흔드는 임영민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곤 가라며 손을 흔들었다.
요 근래엔 항상 이렇게 헤어질 때 임영민이 집을 데려다주는 게 반복이 되었다.
안 데려다줘도 괜찮다고 말려도 자기 마음이 편치 않다며 무조건 데려다주는 임영민 덕에 낮이든 밤이든 귀가길이 덜 무서워진 건 사실이다.
집 앞에 어떤 미친 놈이 숨어있을 수도 있다며 항상 엘리베이터까지 데려다주고 싶어하는 임영민이지만 그건 저의 강력한 제지로 항상 무산이 되고 만다.
또 물 달라고 들어와서 안 나갈 거 뻔하니까.
“ 조심해서 가세요, 선배. ”
“ 그래. 아, 여주야. ”
“ 네? ”
뭔가 깜빡한 게 있는 듯 저를 부르는 목소리에 임영민을 빤히 쳐다보자 임영민이 씩 웃으며 제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곤 약간 머뭇거리더니 이내 두 팔로 저를 꽉 끌어안았다.
놀란 마음에 가만히 멀뚱멀뚱 서있자 임영민이 제 머리를 쓰다듬고선 본인도 민망한 지 볼을 긁적거렸다.
“ 그냥 좀 안아주고 싶어서. ”
“ …… ”
“ 다른 날도 예뻤는데 오늘따라 엄청 예뻐보인다. ”
“ …… ”
“ …… ”
“ …… ”
“ …혹시 기분 나쁜 거 아니지? ”
말없이 가만히 있는 제가 걱정이 된 건지 눈치를 살피곤 황급히 이리저리 말을 돌리는 임영민을 보다 고개를 숙였다.
임영민 좀 골려주려고 이제까지 계속 튕겼었는데 이젠 튕기는 것도 못 해먹겠다.
입술을 꾹 깨물고 그대로 임영민 허리에 팔을 두르고 품에 안겼다.
그러자 임영민이 당황한 건지 어버버 거리다 이내 제 등을 따뜻한 손으로 쓸어주었다.
그리곤 다른 손으로 제 어깨를 힘을 주어 감싸 안아 저를 꽉 끌어당겨 안았다.
“ 선배. ”
“ 응. ”
“ 미워요. ”
“ 난 좋아. ”
“ 진짜 밉고 나쁜데. ”
“ 난 니가 진짜 좋다. ”
“ …… ”
“ 고마워. ”
“ 짜증나. ”
제 말에 한 마디도 지지 않겠다는 듯 다 받아치는 임영민이 괜히 얄미워 툴툴거리자 임영민이 웃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 안겨본 것도 얼마만인지.
이젠 정말 제 마음을 인정할 때가 온 것 같다.
“ 선배. ”
“ 응? ”
“ 만나요, 우리. ”
“ …… ”
“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요. ”
“ …여주야. ”
“ 진짜 미워죽겠는데. ”
“ …… ”
“ 그만큼 좋아요. ”
임영민의 품에 안겨 웅얼거리며 말하자 임영민이 저를 더 세게 끌어안는 게 느껴졌다.
한동안 말도 없이 가만히 안고만 있다가 천천히 저를 떼어내곤 임영민이 다정하게 눈을 맞춰왔다.
서로를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니 마치 이 곳에 저와 임영민만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정말 많이 밉지만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임영민은 그런 남자다.
임영민을 쳐다보다 제가 먼저 눈을 감았다.
몇 초 지나지 않아 곧 제 입술 위로 느껴지는 포근한 감촉에 팔을 들어 임영민의 목을 끌어안았다.
우린 그냥 평범한 사랑을 하고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고, 사랑이 불타오르는 때가 있으면 식을 때도 있다.
그 모든 걸 감수하며 만나는 게 연인이 아닐까.
임영민.
오늘 이 간결한 세 글자 앞에 수식어가 하나 붙었다.
나의 임영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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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씨씨입니다 ^.^
너무너무넌무너무너무너문머누머누머누먼무너무 오랜만에 와서 죄송합니다 ㅠ.ㅠ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흐른 줄 몰랐어요...
그리고 완결을 내긴 냈는데 급하게 끝난 느낌적인 느낌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여러분 특별편이 남아있으니까 기다려주세요...
ㅠ.ㅠ
다들 좋은 저녁 보내세요 !
사랑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