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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아침에 일어나서 다 했어요?"
민현은 식탁위에 차려진 해장국을 보고 깜짝놀라 여주를 보며 말했다.
사실 아침일찍 밖에 나가 포장해온 음식이었지만 얼떨결에 조용히 웃어넘기고 숟가락을 민현앞으로 놓는 여주였다.
식탁에 앉아 국물을 한번 떠먹은 민현은 목으로 느껴지는 칼칼함에 미소를 지었다.
"진짜 최고다. 맛있는데요?"
"많이 드세요"
민현의 웃음에 차마 앞에서 사온것이라 말은 하지 못하고 많이 먹으란 말만 하곤 자신도 식사를 시작했다.
"오늘은 언제 퇴근해요?"
"아, 오늘 약속있어서 나가요"
"아, 늦게 와요?"
"아마 그럴거같은데요?"
여주는 오늘 저녁에 있는 클럽약속에 갑자기 또다시 맘이 복잡해졌다.
설마,설마 들키겠나 싶으면서도 가는 행동자체가 민현에게 죄를 짓는 기분이 들어 민현의 얼굴을 쳐다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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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반장님, 어제 조사해봤는데 이쪽에 있을 가능성이 높은것 같습니다"
강경위가 내민 자료에는 강남 유명 클럽이 찍혀있었다.
민현또한 조직폭력배와 클럽이 연동되어있을 가능성이 농후할것이라는 예상은 했던터라 강경위의 자료를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제 회식 전 조사했던 내용과 어느정도 근거가 일치해보였다.
민현은 그나마 출구를 찾은 느낌에 눈꼬리를 접으며 강경위의 어깨를 두드렸다.
"그럼 그쪽에서 여기 출입했을때쯤에 현장 덮치는 쪽으로 하죠"
"분명 저쪽에서 총이나 칼 소지하고 있을테니까 조심하는거 잊지말고"
"네, 그럼 이쪽에 연줄이 있는지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민현은 그래도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윤경위가 있는 문헌자료실로 가기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수사팀 문을 열자마자 민현은 낯익은 얼굴에 어색하게 멈칫했다.
채연이었다.
채연을 뒤로 하고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려는 민현의 뒤로 채연이 말했다.
"그 여자 누구야?"
뒤에서 들려오는 채연의 말에 민현은 깜짝 놀라 그대로 멈춰섰다.
그 여자가 분명 여주를 의미한다는 것을 민현은 아주 잘 알고있었다.
"주치의라던데"
민현은 주치의라는 말에 살짝 웃었다. 주치의, 그럴듯하게 둘러댔네.
민현의 머릿속으로 애써 말을 지어내고 있는 여주가 떠올라 민현은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맞아, 내 주치의"
민현은 짧막하게 말을 남기고선 자리를 옮겼다.
채연은 민현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때까지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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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에 저장~"
"눼 뭬음쒀궤 줘좡~"
지훈은 하루종일 성우와 서연을 피해다녔다.
마주칠때마다 어제 한 애교로 지훈을 놀리느라 신이 난 두사람은 말끝마다 내 마음속에 저장을 외쳐댔다.
진지하게 있다가도 틈만나면 그렇게 비집고 들어오는 탓에 지훈의 얼굴은 계속해서 달아올랐다.
"하,나 진짜 미치겠네"
"왜그래 지훈쌤?"
"어, 여주쌤!"
순찰을 돌고 들어오는 여주는 처음 마주치는 지훈의 모습에 밝게 웃었고 지훈 역시 웃으며 여주를 보았다.
어젯밤 애교를 부리던 지훈의 모습이 떠올라 여주 역시 입꼬리가 씰룩거렸고 그런 여주에 지훈은 또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세병까지는 기억이 났는데 도무지 그 뒤로는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답답할 따름이었다.
"우리 세미나 준비 언제부터 하죠?"
"내일이나 모레부터 할까?"
"네, 좋아요"
"그럼 내 휴대폰에 날짜를 저~장~"
"아, 쌤!!!!"
지나가던 인턴과 레지던트를 포함해 간호사들까지 지훈이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며 의아하단 표정을 지으며 지나갔다.
수술실에서는 한없이 까칠하기만 하던 지훈의 모습은 떠올리기 힘들정도로 순해보이는 모습이었다.
여주의 옆에서 활짝 웃으며 지훈은 오늘 아침 출근길에 있었던 일을 재잘대고 있었고 그런 지훈을 귀엽다는 표정으로 듣는 여주였다.
"오늘 서연쌤이랑 저녁약속있다고 했죠"
"응"
"어제봤던 그거 입을거에요?"
"응? 아니, 아냐 ~ 그런걸 어떻게 입어~"
"왜 난 예쁘던데"
지훈의 말에 아니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여주의 머릿속은 다시 민현으로 가득찼다.
그래 뭐, 여자친구도 있는거 같은데 나라고 클럽을 못갈 이유가 있나 싶다가도 아닌것 같기도 하고
어제본 그여자가 정말 민현의 여자친구가 맞을까 의심되다가도 아닐꺼라고 스스로를 되뇌이는 여주였다.
어젯밤 민현의 입에서 나온 그 두글자가 여주의 귀에 들린 순간부터 마음이 괴로워졌다.
*
"뇌암입니다"
며칠전 MRI촬영을 하고간 환자에게 내려진 진단이었다.
여주의 입에서 나온 단어가 믿기지않는다는듯 허탈하게 웃는 환자를 보며 애써 평정을 유지하려 마음먹는 여주였다.
"뇌종양이랑은 다른가요?"
"뇌에서 발생하는 악성종양이 뇌암입니다".일반적으로 뇌암이 아니라 양성 뇌종양환자는 완치가 되는데 지금 환자분께서 앓고 계신 교모세포종이나 수모세포종은 생존율도 낮고 완치의 경우수도 높지 않아요"
여주의 입에서 태연하게 나온 말에 환자의 얼굴이 절망으로 가득찼다.
병원에서 금손이라 불리울정도로 촉망받는 여주에게도 뇌종양이 아닌 뇌암은 심적 부담이 큰 수술이었다.
"이미 많이 진행되었나요?"
"아쉽지만 초기는 아닌것 같습니다."
"하...."
"수술하시게 되면 굉장히 힘드실겁니다. 몸에도 무리 가고 세부 통증이 많을거에요"
"......."
"그래도 수술하시겠다면 저도 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환자는 며칠후 다시 오겠다고 진료실 문을 나섰다.
50대의 중년의, 한사람의 아버지이자 한사람의 아내인 남성이었다.
자신의 상태보다 비용이 더 걱정되어보이는 남자의 모습에 여주는 안타까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의사로써 많은 생명을 살려낸 여주가지만 힘든 수술 끝에도 죽어가는 생명을 마주해야했던 여주는 일일히 감정이입을 하지않으려 매번 훈련했지만 그래도 자신이 수술한 환자가 죽음에 다다를때는 항상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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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 너무 짧은거 같애"
"여기 다 그런거 입어 걱정말고 빨리 와"
"하, 왜케 죄짓는 기분이냐"
"설마 들키겠어? 오늘 옹쌤 당직이라서 어차피 모를거야"
"하...."
울적한 마음에 다음에 가자고 권유해보는 여주의 말을 깔끔히 무시하고 여주가 퇴근하자마자 서연은 손목을 끌고 클럽 앞으로 나섰다.
예상보다 훨씬 짧은 치마길이에 자꾸만 신경이 쓰여 한껏 옷을 끌어내려보는 여주였다.
처음으로 드러내보는 어깨또한 너무나 신경쓰여 도무지 표정이 펴지지가 않았다.
잔뜩 굳은 여주를 보곤 호탕하게 웃어보이곤 어깨동무를 하며 서연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입장과 동시에 시끄러운 음악소리와 동시에 요란한 조명이 쏟아졌다.
"엄마..야! 이서연!!"
북적이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간 두 사람은 인파에 쏠려 정신이 없던 사이 서로 멀어졌다.
여주의 외치는 소리가 들리지않을만큼 음악소리는 웅장했다.
여주는 계속해서 사람들을 비집고 서연을 찾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얼마있지않아 저 멀리서 신나게 웃으며 춤을 추는 서연이 여주의 시야에 들어왔다.
저걸 누가 의사라고 보나 싶을정도로 마치 클럽에서 사는 사람처럼 서연은 신나보였다.
기지배,진짜 잘 노는건 알아줘야한다니까
반면 한번도 경험이 없는 터라 당연히 어떻게 춤을 춰야할지 모르던 여주는 적당히 사람들을 보며 리듬을 타려 노력했지만 여기저기서 여주의 몸으로 뻗어 오는 손길에 인상을 찌뿌렸다.
얼마 있지 않아 누군지 모를 남자들이 여주의 몸에 딱 달라붙기 시작했고 어디서 왔는지 몇살인지 질문을 공세하기 시작했다.
아,클럽이 원래 이런곳이라고 들었던것 같다 하는 생각이 들며 여주는 표정이 굳었다.
그제서야 왜 수많은 커플들이 클럽문제로 다투는지 이해가되는 여주였다.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더이상 음악소리로 들리지않고 소음으로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있다는 마음으론 도저히 마음놓고 놀수가 없는 성격이 문제였다.
도저히 이건 아니라고 생각이 되었을때 여주는 인파를 뚫고 한적한 곳을 찾아 헤맸다.
그리고 화장실 쪽으로 향했을때 그제서야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9시 47분. 아무래도 서연이 나올때까지 밖에서 기다려야겠다고 생각했을때였다.
[띠링_]
'미쳤어, 야 나 시어머니 우리집 오셨대. 진짜 미안 먼저 나갈게'
서연으로부터의 문자였다.
어유 기집애. 그나마 다행이네
여주는 서연에게 괜찮다고 빨리 가란 문자메세지를 남기곤 휴대폰을 가방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곤 자신도 나가야겠다고 다짐하고 고개를 들었을때였다.
여주의 사고가 정지되고 몸이 굳었다.
고개를 든 여주의 앞에는 표정이 굳은 민현이 서있었던 것이었다.
"민현씨......"
순간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변명을 해야하는것일까 아니면 어차피 서로 좋아하는 사이도 아닌데 쿨한척을 해야하는 걸까
많은 생각들이 교차할떄였다.
탕_타당_
갑자기 울려진 굉음에 여주는 귀를 막고 눈을 감았다.
동시에 여주의 머리와 어깨를 감싸오는 손길이 느껴졌다.
굉음이 사라지고 여주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민현의 가슴께에 얼굴이 닿아있었다.
깜짝 놀라 민현의 품에서 벗어난 뒤 여주는 말을 이어나가려했다.
"저, 그게....."
여주의 말이 끝나기 전에 민현은 고개를 돌렸다.
"일 끝나고 올테니까 여기 그대로 있어요. 밖은 지금 위험해"
그리고 민현은 몸을 돌려 클럽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마음이 답답했다. 어떤 사이라고 정의내리긴 어렵지만 이런 상황은 정말 싫었다.
마음이 답답했다. 처음 와본 클럽에서 남편,그것도 결혼한지 얼마안된 남편과 마주친다니.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렇게 복잡한 마음을 앉고 서있다 높은 신발에 서있기가 힘들어질때쯤이었다.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이더니 이내 민현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가요"
민현은 여전히 표정이 굳은 모습이었다.
여주의 훤히 들어난 어깨를 뚫어져라 보더니 자신의 자켓을 벗어 여주에게 걸쳐주곤 민현은 돌아서 걸었다.
화장실부근에서 나오자 또다시 북적이는 인파에 몸을 지탱하기 힘들어 여기저기 쏠리는 여주였다.
"저기 잠시..아..잠시만요"
그때 손목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쇠의 느낌이 느껴졌다.
그리고 민현의 손이 여주의 손 사이로 들어왔다.
그렇게 손을 잡고 클럽 밖으로 나왔을때 여주는 자신의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채 민현과 손을 잡고 나온것을 깨달았다.
클럽 밖으로 나오자 민현은 잡고있던 손을 놓았고 열쇠를 꺼내 수갑을 풀기 시작했다.
수갑을 풀고 민현이 열어주는 차안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는 여주였다.
한참을 말없이 가던 여주는 괜시리 짧은 치마가 거슬려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지금 이 상황이 어제의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윽고 집에 도착한 둘은 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했다.
여주는 천천히 도어락을 열고 문을 열었다. 현관을 지나쳐올때쯤 여주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놀라 돌아섰다.
"클럽, 자주가나봐요"
"아니 그게아니라..."
민현이 여주에게 천천히 걸어왔고 여주는 서늘한 민현의 표정에 뒷걸음질 쳤고 얼마있지않아 딱딱한 벽에 등이 닿았다.
민현의 얼굴이 서서히 가까워졌다. 자신을 내려다보는 민현의 눈길이 차갑다 못해 무서웠다.
한뼘도 되지않는 거리의 민현이,항상 다정하기만 하던 민현이 낯설게 느껴졌다.
"여자하나 어떻게 해보려는 새끼들 득실거리는데 꼭 거길 가야했습니까"
갑자기 벽으로 몰아세워진 여주는 갑자기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어젯밤 취한채 채연의 이름을 부른 민현에게 마치 여자친구나 실제 아내인양 이렇게 몰아세워지는것이 억울했다.
한참 눈 밑까지 차오르는 눈물을 억지로 참아내고 여주는 입을 열었다.
"우리 무슨사이에요?"
여주의 원망스러운 눈길에 민현의 얼굴에 당황스러움이 스쳐지나갔다.
"당신이 술먹고 부른 경찰청 그 여자 있잖아요"
"당신 여자친구 있으면 그여자한테나 이렇게 해"
날이 설대로 선 말을 쏟았다.
미안함에서 억울함이, 억울함에서 분노로 바뀌어진 여주의 감정선이었다.
참았던 눈물 한방울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
여러분 안녕하세요 제닝뀨입니당
제 신알신이 320분이 넘는걸보고 날아갈뻔했어요
여러분 사랑 덕분에 글쓸맛이 나네요 헤헿
댓글 써주시는 분들 진짜 너무너무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다 잘 읽고 마음에 새기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이 써주세요 ㅎㅅㅎ
아 그리고 암호닉분들 넘 많아서 외우기가 힘들어요 ㅠㅇㅠ
그래서 이번화까지만 받고 8화나 10화쯤에 다시 받을게요!
제가 독자분들을 좀 외워야해서 헿
누락되신분은 말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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