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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의 10년 02
W.망개둥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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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처음 보는 건가?"
*
이게 무슨 상황일까 생각 정리를 해보았지만
답은 안 나왔다.
이렇게 된 이상 내 앞에서 여유 있게 입꼬리를 올리고 있는
박지민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 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막상 물어보려니
입이 떨어지지 않아 우물쭈물거리는 나에게
박지민이 처음으로 꺼낸 말은
"남자친구는 있나?"
'있냐'도 아니고 '있나'라니
완전 본부장스러운 말투 같다.
존댓말을 해야 하나 반말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다,
"아니요, 없어"
라는 의도치 않은 이상한 반존대가 나와버렸고,
그런 나의 말이 웃겼는지 살포시 웃는
너를 몰래 쳐다보다 고개를 숙여버렸다.
-10년전-
여느 때와 같이 평범한 학교생활을 하고있었다.
물론 박지민과 함께
박지민은 여자애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박지민이 워낙에 정을 잘 안주는 성격이라
여자애들한테 쌀쌀맞게 대하는거 같던데
여자애들은 그게 끌린다나 뭐라나,
그래서인지 나를 시기하는 여자아이들도 많았다만
흔한 클리셰처럼 여자친구 하나 없는,
친구라곤 오직 박지민만 있는 일은 없었다.
나는 인간관계에 있어 많지 않아도 깊은 사이를
선호하는 성격이라 친구를 신중히 사귀었다,
그런 사이의 친구는 2명있는데,
유일한 여자친구 수정이와 박지민이었다.
"야 음지은, 매점 가자"
"너는 왜 맨날 매점에 김여주를 끌고 다녀"
옳지, 수정이 잘한다
"니도 맨날 전정국 데리고 다니던데?"
"ㅇ.. 야! 아니 그건...!"
그래 수정아, 너는 그냥 정국이한테 가는 게 좋을 거야
너는 박지민 못 이겨...
수정이는 전정국을 좋아해서인지
어딜 가든 전정국을 데리고 다녔다.
그런 수정이가 박지민에게 할 말은 아니었기에
수정이는 찡찡거리며 전정국에게 가버렸고,
"얼른 가, 네가 좋아하는 복숭아 주스 사러가게"
아, 절대 복숭아 주스 때문에 따라가는 건 아니다.
바람이 좀 쐬고 싶었을 뿐
"야, 야자끝나고 도서관 갈 거냐"
"당연하지, 너도 가게?"
"어, 나도 가보게. 니가 뭐 얼마나 열심히 하나 좀 볼겸"
지금 생각해보면 박지민은
나를 챙기는 듯 안 챙기는 척은 혼자 다 한 것 같다.
-도서관
도서관에 오자마자 박지민과 나는
제일 구석에 자리를 잡고는 시험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공부 성향에서 박지민과 나는 정반대였다.
박지민은 타고난 천재파라면 나는 죽도록 노력파,
그래서 박지민이 나에게 개인과외를 해주는데 시간을 다 쓰곤 했다.
그러다 우리가 각자 공부를 하기 시작했을 무렵,
나도 모르게 버릇이 튀어나왔다.
집중할 때 손을 물어뜯는 버릇이었는데
박지민은 나의 이런 버릇을 싫어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고치게 할 거라나,
그런데 박지민도 집중을 했는지
나를 보지 못했고 나도 못 느낀 탓에 손을 물어뜯는데
손에서 피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갑자기 비린 맛이 나 인상을 쓰며
나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버렸다.
박지민은 그 소리에 나를 쳐다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 시선을 두었고,
화장실이나 가야겠다 싶어 일어나려 했는데
순식간에 박지민이 내 손을 가져가 나의 피가 난 손가락을 물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 소리도 못 내고
박지민을 뚫어져라 쳐다만 보았고,
그런 박지민은 묘한 표정으로 내 손가락을 자신의 혀로 핥았다.
"ㅇ.. 야, 이제 괜찮아"
그제야 내 손을 놓아주고는
"뜯지 말라니까 말 더럽게 안 들어"
"대일밴드 사 올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그러면서 나가는 박지민을 한참 멍하니 쳐다보다
화장실로 향했다.
손을 씻는데 자꾸 내 손가락을 물던 박지민의 표정이
떠올라 기분이 이상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화장실에서 별생각을 하다
자리로 향하는데 뛰어갔다 온 것인지 박지민은 벌써 와있었다.
괜히 기분이 이상해 쭈뼛거리며 자리에 앉았다.
"뭐 하다가 이제 오냐"
그러면서 내 손을 가져가 대일밴드를 붙여주는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얘가 원래 이렇게 다정했나 싶고
여자애들이 왜 이렇게 박지민에 환장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다.
아, 나 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거야,
결국 공부는 하나도 못하고 박지민 생각만 하다 집에 돌아왔다.
*
"나도 없어"
얘는 뭐 뜬금없이 없대
"여자친구, 그런 거 없다고"
아,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걸까
"그리고 지금 너랑 나, 28살이고"
박지민은 종종 그랬다.
뜬금없이 이상한 말들을 내뱉는 것
그런 말에 반응을 어떻게 할지 몰라 고개만 숙이는데,
"십 년이나 지났는데 너도 나도 혼자네"
"잘 지낸것 같아 보이고"
"....."
그런가
너에게는 그렇게 보이나 보다
뭐, 다행일 수도 있고
"십 년 전에 한 약속 잊은 건 아니겠고"
너랑 나랑 십 년 전에 한 약속이 있었나?
기억이 날까 말까 하는 것 같다
.
.
그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잊었어도 뭐, 상기시켜줄 시간은 많은 것 같고"
"'....."
.
.
.
"여긴 너네 집이고, 우리 둘밖에 없네"
"완벽하다"
*
독자님들 ! 2화가 올라왔네요 -
오늘은 지민이와 여주의 과거도 나오고,
드디어 프롤로그에 실린 장면들도 나왔네요!
항상 부족한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써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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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에 대한 댓글이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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