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이름은 - 황혼의 시간 (피아노 ver.)
어서오세요, 정신과 의사 3년차 김 너탄입니다.
w.psychiatrist
하루는 아는 선배가 드디어 병원을 옮겼다길래 너탄이는 바로 찾아갔어, 약속시간에 좀 늦은 너는 뛰어다니다 마스크를 쓴 한 남자와 부딛쳐. 너탄이는 '죄송합니다!'라고 말하며 뛰어가고 그 남자는 꾸벅. 인사만 한채 대기실 의자로 돌아가 앉아. 너탄이는 병원 안 카페테리아에 익숙한 얼굴이 보이자 '선배!'라며 얼른 뛰어가 그의 앞에 앉지. 선배는 말해, '김너탄 덤벙대는건 여전해. 어떻게 의사가 됐을까, 이거?' 그럼 너탄이는 살짝 웃으며 '일 빼곤 다 그렇죠 뭐.' 라며 서로의 근황들을 늘어놓다가 선배가 불평을 하기 시작하지. '너는 개업해서 진짜 좋겠다, 난 선배들이 얼마나 막 굴리는지. 짬도 안되니까 힘들다, 야.' 너탄이는 공감 할 수 없는 이야기에 아메리카노 한모금을 들이마시곤 '제 병원 오실래요? 막 안굴리고 진짜 편하게 잘 대해주는데.' 선배는 웃으며 '그럴까?' 그럼 너탄이는 천연덕스레 이렇게 말하는거지. '대신 월급이 없어요!'
"여기에 진짜 유명한 벙어리 환자가 있는데, 걔가 다녀간 날엔 나한테 스트레스를 다 푼다니까."
"벙어리? 벙어리가 정신과를 왜 다녀요?"
"원래 말할 수 있대. 근데 정신적 충격으로 5년전부터 말을 안하기 시작했대."
"특이한 케이스네요 …."
"이 병원은 이제 2년째인데, 그 전에도 계속 병원을 옮겨 보냈지만 별 효과가 없었나봐."
'보냈지만?' 너탄이는 의아함이 들어, 마치 누군가 강제로 보낸다는 느낌이 막 들거든.
"내가 봤을땐 본인이 이 충격에서 헤어나올 준비를 안해. 근데 집안이 강제로 보내나봐, 굉장히 부잣집이거든."
"그렇담 가족들이 데려왔을때 아무말도 안하던가요?"
"그게 신기해, 사고가 났든 뭐든 가족들은 조금이라도 아는게 있어야하잖아. 근데 하나도 없이 그저 '애가 장애인이 됐소, 고쳐주시오.' 한대."
"너무하네요."
"좀 불쌍해, 나도 오며가며 몇번 만나봤는데 항상 병원에 끌려오고 끌려가."
"…, 마음부터 여는게 답일 것 같은데."
너탄이는 작게 읊조리면 선배는 못들었지만 굳이 궁금하지 않다는듯 다시 제 얘기를 시작하지.
"이번 한달이 지나면 6년째래. 안고쳐지면 어디 요양원에 보내버린다는 소문이 돌아."
"요양원이요?"
"말만 요양원이지, 거의 감옥같은 곳이겠지."
'새로운 후계자를 찾아서 이젠 고치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나봐. 내가 아는건 이게 끝이야, 대타를 찾아서 장애인 같은건 필요 없다 이거겠지. 불쌍해, 내가 한번 진료 해보고 싶어도 원장님은 허락도 안하셔. 벌써 4시구나, 이쯤이면 진료 끝나서 다시 병원 밖으로 도망치려하고 있겠지.' 너탄이는 말 없이 생각하는듯 보여. '물론 다시 잡혀가겠지만. 맨날 마스크 쓰고 다녀. 한번은 벗은걸 봤는데, 아후. 충격이야. 야야, 다른 얘기하자. 네 병원 환자들은 어때?' 너탄이는 꽤 오랫동안 아무말이 없었어. 그러다 무언가 생각이 난 듯 가방을 급히 집어들곤 선배에게 소리쳐. '선배, 나 급한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요. 곧 스트레스 받이 안되게 내가 해결해줄게요!' 선배는 뛰어가는 너탄을 보면서 소리쳐. '야! 김너탄! 너 작정한 표정이야, 너 대학 처음 입학했을때 같다고!' 너탄이는 손을 흔들며 병원 입구로 마구 뛰어가기 시작해.
"저기, 되게 짜증나지 않아요, 여기?"
너탄이는 대기실 의자에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마스크를 쓴 한남자 앞에 서서 말해.
"우리집은 언제든지 열려있거든요. 완전 도망가기 딱 좋은 장손데, 거기 잘생긴 오빠가 가고싶어하면 내가 몰래 납치해줄 수 있거든요?"
'나랑 갈래요?' 너탄을 올려다본 마스크를 쓴 남자는 한참동안이나 고민하더니 뒤에서 '민윤기 씨!'하고 소리치는 사람이 걸어오자 벌떡 일어나. 그리곤 너탄이의 손목을 잡고 아무 방향이나 뛰기 시작해. 너탄이는 끌려가는듯 싶더니 남자의 손목을 고쳐잡고는 지하주차장의 제 차로 남자를 데려가. 남자는 얼떨떨한채로 너탄이에게 끌려가며 살짝 미소를 지어. 하지만 아무도 못봤을거야. 너탄조차.
"나는 김너탄, 27살이구요, 정신과 의사 3년차입니다!"
조수석에서 말을 듣던 남자는 잘 듣는가 싶더니 '정신과 의사'라는 말에 차문을 부수고라도 나가려 해, 그러자 너탄이는 아무렇지 않게 말해. '거기 그거 열면 그쪽 죽을텐데, 그리고 지금 내가 납치한건데.' 남자는 불안한듯 떨리는 동공을 숨기지 못하며 주먹을 세게 쥐어. 슬쩍 바라본 너탄이는 말해.
"난 의사로써 말고 친구로써 납치한건데. 나 친구 없어서 납치 안하면 내 얘기 들어줄 친구가 아무도 없어요. 그러다 속 답답하면 가끔 내가 들어주고, 또 그쪽은 내가 납치했으니까 내 얘기는 강제로라도 들어줘야 하는거고."
남자는 여전히 조용해. 무언가 생각을 하는듯 해 보여.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여전히 손을 세게 쥐고있어. 얼마나 세게 쥐었는지 부들부들 떨릴 정도로. 너탄이는 급 정지를 해 앞으로 한번 쾅, 쏠려. 너탄이는 놀란 남자의 눈을 맞추고 웃으며 말해.
"나 친구로써 되게 좋은 친군데. 생각하면 답나와요? 머리만 아파. 그냥 하고 싶은대로 살아요."
너탄을 이해할 수 없다는듯 남자가 이내 고개를 돌리자 너탄이는 담담히 운전하며 말해.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더니 나는 행복해요. 자꾸만 얽매이지말고 어디든 가고싶을때 떠나버려요, 나는 계속 여기 있는다고 장담. 우리 아까 병원에서부터 친구됐거든요."
남자의 부들거리던 손도, 떨리던 동공도 점점 잦아들어. 비는 한두방울씩 투욱,툭 내리기 시작했고 너탄이는 이내 아무말 없이 운전하겠지. 남자는 도착할때까지 무언가 생각하는 듯 보이면서 너탄을 힐끔힐끔 쳐다봐. 그래도 너탄이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은채 운전을 하고, 비포장도로를 조금 달리다 보니 어느새 병원에 도착해. 남자는 아무리봐도 병원 같지 않아서 담담하게 내리는 너탄을 따라 걸어 들어가. '집으로 돌아가야 해, 아버지가 기다리실거야. 하지만 그럼 왜 도망쳤어, 맨날? 나는 병원과 지옥만 오다녔지 집은 간 적 없어. 우리집이 어딘데.'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과 답을 되풀이하며 복잡해진 머릿속을 비워주는건 너탄이의 한마디였어. '생각하면 답 나와요? 하고 싶은 대로 살아요.' 맞아. 나는 말하고 싶지 않아. 이 결정을 후회한대도 나는 처음으로 내 선택을 한거야. 맞아, 말하고 싶지 않아.
"여기가 그쪽 방, 내 소갠 했는데 우리 친구 소개는 못들었다. 해줄래요?"
자연스레 종이와 펜을 건네는 너탄을 물끄러미 쳐다보던 남자는 종이에 슥슥 적어내려가. 그 사이 너탄이는 남자의 뒤쪽에 위치한 쇼파에 앉아 '으아, 운전 피곤해. 짱 싫어.'라는 시시콜콜한 말이나 던져대. 남자는 무언가 결심한듯 뒤돌아 종이를 너탄이에게 보여줘.
'민윤기, 24, 보시다시피 벙어리.'
너탄이는 그 종이밑에 무언가 슥슥 적어내려가더니 똑같이 남자에게, 아니 윤기에게 보여줘. '나는 민윤기 친구 김너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의사.' 민윤기가 빤히 너탄을 쳐다보면 너탄이는 다시 종이를 쇼파에 대고 무언가 추가하곤 다시 보여줘. '눈 안피하는건 내 자랑.' 윤기는 웃음이 터져서 네 앞에 쪼그려 앉고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결심한듯 너에게 입모양으로 말을 전해.
'나랑 친구하면, 재미 없어.'
그럼 너탄이는 똑같이 입모양으로 이렇게 말해.
'괜찮아, 선 긋지 않아도.'
살짝 미소를 띄우곤 쪼그려 앉은 윤기 앞에 다시 종이에 무언가 적어내리곤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고 나가. 닫은 방문 앞에서 들리는 소리는 평범하지 않아 윤기의 신경이 쓰여져. '누구야. 남친이냐?' '나 말걸어두 대?' '안돼.' '왜, 잘생겼는데. 내 타입인데.' '어, 이거 뭐야. 몬이 너 또 태형이 긁었어?' '저새끼 고양이야? 왜 이렇게 긁어대, 의사. 나 아파.' '나 정신과 의사라 그런거 치료할 줄 몰라, 말 예쁘게 안하냐.' '에이씨.' 들리는 대화가 점점 옅어질때 즈음 윤기는 쇼파에 털썩 앉더니 쪽지를 보고 미소가 입에 머금어져, 그리고는 너탄이 쓰다듬은 제 머리에 손을 갖다대어 보겠지.
[필요한거 있으면 쪽지하삼.]
psychiatrist
안녕하세요. psychaitrist 입니다. 우리 세번째 환자 윤기는 어떠셨나요?
윤기는 속사정도 많고 마음도 많이 닫힌 아이에요. 그래서 나는 신경이 쓰여요, 열린것 같다가도 닫혀있는 이느낌. 다들 아시죠?
정식으로 에피소드가 진행된다기 보단 이건 프롤로그에 가까워요.
우리 환자들을 모두 만나신다면 그때에 우리는 비로소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되겠지요.
윤기와의 만남은 더 세세하고, 개연성있게 풀어나가게 되었네요. 다음 환자는 누구일지 기대해주시겠어요?
어, 윤기한테 쪽지왔어요. 제가 또 윤기 베프니까 챙겨주러 가야죠, 그렇담 다음에 만나요. 기다려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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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흩어지게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