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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쇼 전체글ll조회 425l
어두운 돌바닥이었다. 그 남자는 볼에 닿아 있는 돌의 습한 냄세를 맡았다. 지금 이 말도 안되는 상황을 인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도저히 자신의 머리로 납득이 되지 않았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있어서도 안되는 일이 자신의 나라에서 벌어졌다. 이 일은 두고두고 욕을 먹을 것이다. 아니, 어쩌면 너무 치욕스러워서 후세에 역사가 기록조차 거부할 수도 있는 일이다. 어떻게... 

 

 

철컹.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고, 갑자기 그를 향해 엄청난 빛이 쏟아져 왔다. 감옥은 어두웠지만, 밖은 아침이었다. 그 남자는 갑자기 쏟아진 빛에 눈을 가렸다. 불과 몇일 전만 해도, 이런 위치를 상상할 수 없었다. 아니, 적어도 그 녀석에게 이런 일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  

 

 

"잘 지내셨나요 선왕폐하?" 

 

 

문을 열고, 그 남자를 맞이한 젊은이는 밝기만 했다. 자신의 아버지를 몰아낸 아들이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그 모습은 마치 평온한 문안인사를 올리는 정갈한 청년 그자체 였다. 그렇기에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그가 이런 일을 벌인 것인가. 이미 황세자 였고, 자신의 대를 이어 황제에 오를 사람이었다. 불과 몇일뒤에 양위도 결정되었다. 그런데 어째서... 

 

 

"이유가 무엇이냐..." 

 

 

젊은이는 아무말 없이 그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 남자는 자신의 아들, 연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너에게 줄려고 했다! 왕위는 너의 것이었다! 그런데 어째서! 반역을 일으킨 것이냐!" 

 

 

아니, 백번 양보하여 반역도 있을 수 있다 하자. 선대왕을 몰아내고 왕위에 앉은 것이 아예 없는 역사는 아니니, 근데 왜 반역을 일으켜서  

 

 

"너의 누이를 왕으로 추대한거냔 말이다! 우리 왕가에 그렇게 먹칠을 하고 싶었던 것이냐! 어째서냐? 무슨 이유에서 냐고!" 

"..." 

"내가 그렇게 미웠더냐?! 도데체 뭐가 그리 싫었던 것이냐? 그럼 차라리 말을 하지 그랬느냐? 지금도 늦지 않았다. 되돌릴 수 있어. 네가 나한테 어떤 아들인데!" 

 

 

연은 황제가 생각하기에 완벽한 세자였다. 무예며, 학문 어느 하나 딸리지 않았고, 심지어 친화력이 좋아 따르는 이가 많았고 용모도 출중하여 인기도 많았다. 그래서 황제는 최선을 다해 연을 키웠다. 

 

 

"한평생 내 기쁨은 너였다. 너라면 이 나라를 지킬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래서 너에게 방해가 되는 것들은 싹수부터 잘라 버렸고 널 해하려고 하는 자들이 있으면 끝까지 쫓아가서 내가 다 밟아줬다. 넌 내가 생각하는 유일한 자식이었다고! 근데 네가 어째서 날 배신한 것이냐!!"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연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압니다. 방법은 잘못됬지만, 폐하가 절 사랑했다는 건 압니다.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알아서, 이렇게 하는 겁니다." 

 

 

연은 조금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아버지는 결코 변하지 않는 다는 것을 결국 이렇게 알아버리는 구나.  

 

 

"폐하는 제 아우들에게 글을 금하고, 다리를 분지르고, 상처를 내고, 어미를 죽이고 귀향을 보내면서 까지 저를 지키려 했습니다. " 

"그래! 내가 그랬다. 내가 너를 왕위에 앉히려고 얼마나 노력을 했는데!" 

"그런 식으로 왕위에 앉으면, 제 곁에는 과연 누가 남을 까요?" 

 

 

연은 그의 손을 놓고 천천히 일어섰다. 이것이 아마 자신의 아버지를 보는 마지막이 되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슬프지 않은지 본인 스스로도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왜 제가 당신의 그런 헌신에도 불구하고, 당신을 배반했는지 한번만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네요. 난 당신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 당신의 방식대로 왕에 자리에 앉지 않는 겁니다." 

 

 

연은 뒤돌아 섰다. 선대 황제는 당황하며 서둘러 그를 잡았다. 하지만 그는 아버지의 손길을 뿌리쳤다.  

 

 

"방해가 되는 것들은 싹수부터 잘랐다고요? 아니요. 진짜 방해가 될 것들은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폐하가 딸이라고 무시했던 우리 누님이 이렇게 버젓히 살아 있으니까요." 

"이게 말이 된다 생각하느냐?!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여왕이라니!" 

 

 

연은 고개를 돌려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향해 싱긋 웃어 주었다. 

 

 

"걱정은 이제 당신일이 아닙니다. 그래도 안심하세요. 나라는 지킬 겁니다. 한별 누님과 제가, 더욱 강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 

"여... 연아! 연아!" 

 

 

그말을 끝으로 연은 감옥에서 나왔다. 그리고 다시는 감옥을 찾지 않았다. 하루 뒤, 선대 황제는 어느 외딴 섬으로 유배를 가게 되었다고 전해지나, 정확히 알려진 것은 없다. 그리고 한별이 궁을 장악한뒤, 궁밖에 숨어 살던 다른 황자들 모두 궁안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 

 

화 려한, 밤임에도 밤이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밝기만 했던 그날은 궁 한채가 통째로 불에 타 잿더미가 되었던 날이었다. 수없이 이어졌던 왕권 다툼으로 황세자의 어미가 둘째 부인에 의해 죽은 그날은 가장 잔인했던 황실의 비극으로 기록되고 있다. 

 

 

"아바마마! 운이는 잘못이 없는 습니다. 운이를 살려주십시오!" 

 

 

약 4살쯤 되었을까. 어린 연은 버선발로 뛰어나와 왕에게 울며 간청했다. 황세자의 어머니, 태후가 죽고 그것이 둘째 부인의 짓이라고 확정이 난 그날, 황제는 자신의 둘째 부인과 둘째부인이 낳은 황자를 궁안에 가두고 불태워 버리라고 명했다. 

 

 

"...다 너를 위해서 그런 것이니 물러가거라." 

"아닙니다. 운이는 위험하지 않습니다! 운이가 저를 해칠리 없습" 

 

 

쫘악. 

 

순간 연의 얼굴이 돌아갔다. 그의 한쪽 뺨이 화끈 거렸고 절로 눈물이 왈칵 올라왔다.  

 

 

"그 사단을 보고도 아직 모르겠느냐?!" 

 

 

황제는 연이와 눈을 맞추고, 그 작은 아이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너희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하지만 아니다. 한순간일 뿐이야. 곧 엄청난 싸움이 시작될거다. 너희를 가지고 분파를 나눌려 하고 권력을 세울려 하겠지. 너희는 좋던 싫던 서로에게 칼을 겨누게 될거야! 난 그씨를 미리 제거하려는 것이다!" 

 

 

그 것은 흠사 저주에 가까웠다. 오랜 세월부터 전해 내려온 왕권싸움에서 살아남은 자가 전해주는 끔찍한 저주. 자신의 가족에게 칼을 겨누게 되고 가족의 손에 죽게 되는 비극적인 결말. 그 말에 연은 더욱 울음을 멈출 수 없었다. 운이 사라질까 두려움에 흘렸던 눈물이, 이제는 왕의 광기에 두려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왕은 연에게 말했다. 

 

 

"아무것도 잃지 않고, 살고 싶으면 강해져라. 강해져서 지켜. 그전까지 네것은 아무것도 없다." 

"전하~ 전하!" 

 

 

연은 눈을 떴다. 온 몸이 축축한게 식은 땀을 제법 흘린 듯 하였다. 아마 걱정이 되서 깨운듯 싶은 자신의 신하에게 연은 따듯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괜찮으십니까?" 

"별거 아니다. 잠깐 좋지 않은 꿈을 꾼거 뿐이야." 

"전하! 도작했사옵니다." 

 

 

그때, 밖에서 가마를 들던 사병이 소리쳤다. 그에 연은 악몽따위 잊고 밝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불타는 궁에서 겨우 살아남은 운이 거의 유배 오다 싶이 왔던 운의 친척집. 정씨 집안의 본가였다. 공식적으로 만나는 것은 근 20년 만이었다. 뭐, 그 사이 몰래 몰래 나와서 훔쳐보기는 했지만 그때마다 퇴짜를 맞았었지? 

 

 

"우리 운이는 아직도 나를 싫어하려나..." 

 

 

뭐, 이제는 아무 상관없지만. 

 

 

"싫다해도 데리고 갈거야." 

 

 

이제 다시 시작이야

[VIXX/형제물] 도원경(桃源境)의 황자들 01 | 인스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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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157.231
정주행하다가 리메이크하는거 봤어요!!
기대되요!

7년 전
비회원도 댓글을 달 수 있어요 (You can write a comment)
작품을 읽은 후 댓글을 꼭 남겨주세요, 작가에게 큰 힘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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