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연인거겠죠?"
비밀번호를 누르며 아무렇지 않게 인연이라는 단어를 뱉는 남자를 쳐다봤다.
낯간지러운 말도 쉽게 잘 하는 남자인가보다.
"전 들어가볼게요 아 근데 이름이?"
"..네?"
"이제 옆집인 것도 알았는데 그쪽 저쪽이라고 부를 순 없잖아요"
남자는 살짝 열린 현관문을 붙잡고 내이름을 물어왔다.
이젠 나를 그 쪽이라 호칭 할 수 없다며,
"김여주에요"
"아~ 여주~ 이름이랑 잘 어울린다. 아! 이상하단 소린 아니고 예쁘다는 소리에요"
"..아 감사합니다"
또 기억에 오랜 남은 사근한 웃음을 보여주며 예쁘다고 하는 남자에
눈도 못 마주치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하다고 했다.
진짜 내가 왜이러는지 나도 도통 모르겠다.
내가 이렇게나 부끄러움이 많았나.
아니, 그냥 칭찬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걸거야.
"아! 저는 김진환이에요."
"..."
"여주 이름도 알려줬는데 내 이름도 알려줘야죠."
또 나는 고개만 두어번 끄덕인다.
그러면 남자는 또 예쁜 웃음을 짓고있겠지.
"전 들어가볼게요"
"..저!"
들어가본다며 손을 두어번 흔들고 문을 여는 남자를 다급하게 불렀다.
이 말을 꼭 하고싶어서.
"말 편하게 하셔도 되요. 저보다 어른이니까!"
"아~ 그런거야? 그래 알겠어 고마워"
그리고
또.
예쁘게 웃는 남자다.
-
"또 밥 안먹고 사먹었어 이러면 오빠 섭섭하잖아"
"지금 이유를 몰라서 묻는거야?"
큼 큼 기침을 하더니 자신의 요리를 다시 맛 보는 오빠다.
아침에는 안 이랬는데 조금 쉬었나..? 라며 고개를 으쓱여보인다.
오빠, 아마 그게 정답은 아닐거야.
"아 근데 오빠 옆집말이야"
"옆집?"
조심스럽게 옆집이야기를 꺼냈다.
그래도 내가 이 집 들어오기 전부터 살았을테니까.
오빠는 조금 더 많이 알고있지 않을까하고.
"누구살아?"
"옆집? 그냥 형제 두명이서 살어"
"형제?"
"거기도 형 남동생 이렇게 살던데"
"어른들은 안계신가?"
"그걸 니가 왜 궁금해하지?"
게슴츠레 뜬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무슨 목적으로 나에게 그걸 묻냐는 듯이.
목적따위 있을리가..!
그냥 나도 이제 여기서 살게됐는데
그런 것 쯤 궁금 할 수 있는거 아닌가?!
큼큼.
"됐고 신경끄세요. 너 내일부터 할 야자나 생각하라고"
"아! 그거 안한다니까?"
"벌써 니이름 올라갔다니까?"
"그러니까 왜 오빠 마음대로하냐고!"
내맘이다 기지배야!
안하겠다고 소리를 고래고래를 질렀지만
오빠는 벌써 자신의 방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맨날 지마음대로야! 내 생각은 없나? 내 맘은없냐고! 나도 이제 19살인데! 오빠 마음대로 하지말라고! 나도 내 생활이있어!
라고 오빠 문앞에서 1인 시위하듯 소리를 질렀다.
야자는 죽기보다 하기싫거든 정말로.
그래서 죽기살기로 소리 질렀다.
이정도로 질렀으면
아 김여주 얘가 진짜 야자가 하기싫구나.
라는걸 알아줄까봐.
"김여주 들어와봐"
오! 드디어 내 울부짖음이 통한건지
내 진심이 통한건지 오빠가 방안에서 들어오라고 한다.
최대한 화가난 척 최대한 기분나쁜 척 오만 척을 다하고
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뭐"
"불이나 꺼"
시발..
저새낀 그냥 앞뒤가 꽉꽉 막힌 사람이였어.
-
"오늘은 학교같이 못 가"
"왜?"
"교육청갔다 가야해"
"헐 왜? 뭔일있어?"
"뭔 일아니고 그냥 선생님들 몇 분 교육들으러가는거야"
"그러니까 학생들한테 잘 좀하라니까"
"그런거 아니라고"
빨리 학교 안가? 아주 지각 하고싶어서 그러지?
잔소리란 잔소리가 또 시작됐다.
아니 집에서 까지 꼭 이렇게 잔소리를 해야되나 싶다.
학교에서 듣고 집에서 듣고
진짜 지겨워죽겠어.
"아 간다고!"
잔소리를 피해 도망치듯 집에서 나왔다.
일분에 한마디라도 안하면 진짜 입에 가시가 돋나봐.
나는 구겨신은 신발을 질질끌고 엘레베이터 앞에 딱 스자.
"?"
"어?"
"뭐냐?"
"??"
"거긴 담임 집인데?"우리 반 김지원이 앞에 있다.
넌 또 왜 여기있냐.
"아니 너 뭐냐니까? 거긴 담임 집인데 니가 왜 거기서 나와?"
"넌 뭔데?"
얜 또 무슨 상상을 하는건지 표정이 매우 당황하고 어이없어한다.
그러는 넌 뭐냐니까?
우리 둘은 서로가 서로를 보며 뭐냐고 어이없어하고 있을 도중.
띠리링하고 문이열리는 소리가 났고
우리는 동시에 뒤를 돌아봤다.
뒤를 돌아 본 그곳엔
그 사람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김지원이 남자보고 형이라고 호칭하고.
그 남자는 아무렇지 않은듯
"그러고보니 둘이 같은 고등학교네"
라고 대답한다.
혹시. 이거 어제 오빠와의 대화에서 등장한
"옆집? 그냥 형제 두명이서 살어"
"형제?"
"거기도 형 남동생 이렇게 살던데"
그 형 동생의 주인공이 이 두명이란 소리야?
김지원이 이 남자의 남동생이란 말이야?
"아니 형 어떻게 아냐니까?"
"그야 당연히 알지"
"우리집 옆집 사는데 설마 모를까"
아니 이렇게
세상이 좁아도 되는거냐고.
댓글은 정말로 큰 힘이 됩니다.
오랜만에 반가워요 여러분 보고싶었어요.
요즘 또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아서.
너무 행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