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 능글 박지훈이 지금 당장 보고 싶다
생애 '처음' 남자친구 집에 발을 들였다.
"어, 박지훈 예상 외로 깨끗하네."
"여친, 대체 날 어떻게 보는 거야."
"에이, 그래도 남자 집인데 좀 더러울 줄 알았지. 게다가 너 혼자 살잖아."
"뭔데 그 남자친구 집 많이 가본 것 같은 멘트는."
"아쉽지만 지금이 처음입니다 박지훈씨."
"아 박지훈씨 하지 말라니까?"
"박지훈씨."
"아 자기야 남친 여보 이렇게 부를 게 많은데 왜 굳이 박지훈씨야? 지훈아도 아니고? 왜 그렇게 정이 없어 사람이?"
"어 자기야, 화장실이 어디라고?"
"... 박여주 약았어."
약았다면서 입꼬리는 하늘로 승천하실 것 같은 박지훈'씨'를 향해 자본주의 미소를 한 번 짓고는 화장실로 들어왔다. 박지훈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는데 사실 속으로는 난리 부르스를 치고 있다. 박지훈이 좋아해줘서 망정이지, 만약에 이런 거 싫어했으면 평생 기억하며 내 인생의 흑역사라며 밤마다 이불을 발로 뻥뻥 까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기분. 그러니까 한 마디로 오지게 부끄럽다 이거다. 인생에 이런 멘트를 뱉어본 적이 있어야 능숙하게라도 하지. 갑자기 드는 생각인데 박지훈은 여자친구 많이 사귀어봤겠지...... 예쁜 애들로...... 급 우울해진다.
화장실에서 손을 닦고 밖으로 나왔는데 급격히 우울해진 내 표정 변화를 알아챘나보다. 갑자기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 앞에 다가와 무슨 일 있었어 화장실 안에서? 왜, 물이 괴롭혀? 끊어줄까? 라며 농담을 해오는데, 그게 또 귀엽기는 오지게 귀여운 거다. 이 귀여운 모습을 많은 여자애들이 보았겠지......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 우리 여주가."
"... 지훈아, 그냥. 아니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건데."
"응, 말만 해. 오빠가 다 들어줄게."
"... 여자친구 몇 명 사귀어봤어?"
"...... 어?"
"... 아니, 그냥... 어, 그냥 네가 좀... 예, 예뻐서... 이런 저런 생각 하다가..."
"......"
"... 다른 여자애들도 봤겠구나 싶어서......"
"여주야."
"... 응."
"전이 무슨 소용이야."
"......"
"내가 지금 좋아하는 사람은 너고, 내가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도 너고, 내 모든 걸 전해주고 싶을만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너인데."
"......"
"전은 전인거야 여주야. 난 지금 널 정말 좋아하고 있고, 그 전이 아무리 다가와도 내 머릿 속에 가득 찬 사람이 넌데, 네가 눈 앞에 보이지 않을 때는 뭐하고 있을까 생각도 들고, 보고 싶다 몇백 번을 생각하게 만드는 사람인데 네가."
"......"
"내 인생 이미 박여주한테 베팅이야. 내 현재는 너야 내 여자친구."
"......"
"응?"
"... 박지훈 말 존나 잘해. 기분 나빠."
아 왜 기분 나빠! 진짜라니까? 내가 제 말을 안 믿는 거라 생각했는지 날 제 품에 꼭 껴안고 믿어달라는 듯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근데 그게 또 귀엽다... 난 맛이 간 게 분명해 진짜로. 내가 푸스스 웃으니까 그 예쁜 얼굴로 환한 미소를 짓는데 와 나 이러다가 남자친구 덕질하게 생겼다. 누가 이렇게 예쁘랬냐고 박지훈.
"배고프지는 않아?"
"배고파."
"최고의 남편감으로 인정받기 위해 요리를 한다."
"... 너 요리도 해?"
"왜 여친. 놀라워?"
"어 좀 굉장히 많이."
"... 그렇게까지 놀라야돼?"
"... 아니, 지훈아."
"응."
"장가 올래? 일은 누나가 할게."
"그거 청혼이야?"
장가오라는 말을 했더니 한쪽 눈썹을 찡긋하며 날 바라본다. 그런 반응은 예상도 못해서 그냥 거실로 뛰어나왔더니 어느새 내 뒤로 다가와 나를 돌려 제 품에 나를 가둔다. 아무런 움직임 없이 안겨만 있자 툴툴대며 스스로 내 팔을 잡아다 제 허리에 감았다. 그러고는 내 눈을 지긋이 바라보는데 아 그 눈빛을 견딜 수가 없는 거다. 얼굴을 슬쩍 돌렸더니 날 안고있던 팔을 풀어 두 손으로 내 얼굴을 잡고 제 쪽으로 돌리는데 아마 오늘 난 심쿵사로 죽을 것 같다.
"뽀뽀."
"... 아 뭐래."
"빨리."
"지훈아 나 배고파."
"여주야 나 힘 없어."
"왜, 아, 아니 설마."
"응 설마. 뽀뽀."
"혹시 해줄 때까지 안 갈 생각이야?"
"이야 우리 여주 이제 날 잘 알아."
몇 번이고 피해봤지만 끝까지 날 쫓는 박지훈으로 인해 결국 포기하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날 따라 주저앉은 박지훈이 계속 나를 바라보는데 진짜 안 해주면 아무 일도 안 하고 날 쫓아다닐 기세이길래, 한숨을 한 번 푹 쉬고 박지훈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아 입술에 내 입술을 한 번 쪽 붙였다 뗐다. 그런데 슬슬 더운 게 목부터 빨개지고 있는 기분.
결론은 회피다.
"......"
"...... 나, 나 화장실."
"... 어디 가."
박지훈은 일어나려는 날 붙잡고 제 쪽으로 당기더니 제 품에 날 꼭 껴안고 드러누웠다. 아 부끄러운데 자꾸 얼굴 바라보려니까 그냥 차라리 눈을 감고 있는 게 심적으로 좋겠다 싶어서 눈을 질끈 감았는데, 한동안 아무 움직임이 없어 눈을 살짝 뜨자마자, 그 타이밍만 기다렸는지 한 번 씨익 웃더니 다시 내 입술에 제 입술을 붙여온다. 내 아랫입술을 몇 번 제 앞니로 물더니 아릿하게 느껴지는 아픔에 입이 살짝 열리자마자 그 틈으로 깊게 침범해온다. 처음 느껴보는 감각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걸 알았는지, 입술은 떼지 않은 채 제 고개를 살짝 들어 내 팔을 제 목에 감고는 더 밀착해온다.
몇 번이고 내 입술을 놓아주지 않더니 입술을 맞댄채로 살풋 미소를 지어보이고는 나에게서 떨어졌다. 아 지금 엄청 더운데 아마 내 얼굴은 엄청 빨개졌을 거다. 부끄러운데 다리는 힘이 풀린지 오래라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겠고, 결국 박지훈의 품 속에 머리를 박고 심장을 진정시키는데 온 감각을 집중시켰다.
"... 부끄러워?"
"... 그러면 안 부끄러워? 조용히 해 심정지 올 것 같으니까."
"... 예뻐."
"... 감성 터지지 마."
"예쁜데 내가 어떡해."
"억울한 눈빛으로 보지 말라고..."
"왜."
"쳐다보지 마."
"싫어."
"입술 아파."
"부었어."
"... 어쩔 거야."
"장가 갈게."
"... 그러던가. 아, 나 배고파."
"밥 먹자, 다 되면 부를게 심정지 막고 있어."
"... 박지훈 개싫어."
"뭐?"
"... 개좋아..."
"그렇지, 그래야지."
박지훈은 못돼먹었다. 정말 완전 엄청. 근데 요리하는 뒷모습이 좀 귀엽다. 저 덩치로 조그만 앞치마 하고 요리를 하고 있는데, 드라마 보면 항상 요리하는 아내 뒤에서 남편들이 백허그 하던데, 그 이유를 직접 경험하고 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박지훈의 뒤에 서서 딱 안았는데, 내가 오는 소리를 들었다보다. 바로 몸을 돌려 날 바라보더니 입술에 또 한 번 뽀뽀를 하고는 저기 가서 놀고 있어, 위험해 여기는. 이라며 나를 굳이, 거실로 보낸다. 근데 아무래도 내가 남편이 맞는 것 같다. 내가 돈 벌어오면 지훈이가 살림 해주겠지...?
"박지훈 개사기."
"왜."
"... 요리도 잘해."
"기본이지."
"장가 와. 진짜 누나가 일 다 할게."
"오빠는 만능 엔터테이너라 일도 하고 살림도 할 거야."
"아 뭐래, 우리 지훈이는 살림만 해. 누나만 믿어."
"그러니까 그거 결혼하자는 소리냐고."
"... 몰라, 밥이나 먹자."
아무래도 얻어먹었는데 성의는 보여야겠다 싶어서 설거지는 내가 하겠다고 박지훈을 거실로 내보냈다. 이정도 살림은 할 수 있는 여자라고 딱 광고해야지. 절대 오지말고 쉬고 있으라고 했던 얘기는 귓등으로 들었는지 내 뒤로 다가와 내 허리에 팔을 감고는 내 어깨에 제 얼굴을 묻는다. 내 어깨에 닫는 숨결의 기분이 나쁘지 않아 아무 말 않고 설거지를 계속 했더니 한 마디를 툭 뱉어온다.
"... 네가 계속 여기 있었으면 좋겠어."
"... 응?"
"... 아침에 눈 떴을 때 네 얼굴 보이면 소원이 없겠다."
"......"
"... 오늘이 너무 행복해서 너 가면 되게 허전할 것 같아."
"... 나도."
"... 하루만, 딱 하루만 자고 가 여주야."
"... 연락, 해야돼."
"... 해."
"... 알았어, 오늘만."
목덜미에 행복한 듯 웃음짓는 박지훈의 입술의 느낌이 생생하게 다가오는데 그게 또 어지간히 부끄럽다. 결국 설거지 끝날 때까지 박지훈에게 안겨있었다. 설거지가 끝나자마자 내 팔목을 잡고 거실로 끌고 가는데, 뭔 짓 하나 했더니 내 핸드폰을 들어 비장한 얼굴로 나에게 건넨다.
"뭔데."
"연락하라고."
"누구한테."
"어머님한테, 자고 간다고."
"아, 알았어 재촉하지 마."
"빨리."
몇 번 신호음이 갔을까, 딸 언제 와? 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차마 날 기다리고 있는데 못 가겠다는 이야기가 선뜻 나오지 않아 얼버무리고 있자 죽을상을 하고 날 쳐다보는 박지훈이다. 에라이, 그냥 질러보자는 생각으로 엄마 나 오늘 친구네 집에서 자고 가도 돼? 라고 묻자 한동안 답이 없던 엄마는 그래라. 하면서 밥 잘 챙겨먹고, 시켜먹지 말고, 올 때 연락하라는 말을 남기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는지 얼굴이 환해져서 전화가 끊기자마자 날 껴안고 소파 위로 몸을 던진다.
하루 더 있게 생겼다.
썰을 풀어보자 |
하루 늦게 찾아와서 미안해요 ㅠㅠ 시험 끝나고 신나는 마음에 피씨방 갔다가 고급시계만 열라 하고 옴. 그래서 나름 분량 늘리고 늘려봤는데도 적은 것 같은 기분...... 시간 나면 다음 화까지 들고와볼게요 여러분 사랑함다! |
♡ 지훈이의 그녀들 ♡ |
제팅/うみ/ 0226 / 0308 /빵인복/바니/늘부/저황/강낭/재잰짼/옹스더/블리/향기(13분) 꾸쮸뿌쮸 / 후니야 / 본디스빵 / 뜌러 / 오예 / 슘슘 / 미시적관점 / 영민이의 토마토 / 새벽달빛 (9분) 윙윙 / 게으른개미 / 숙자 / 심연 / 나로 / 일오 / 경화수월 / 윤낭나 / 댕댕훈 / 욜링 / 꺄르륵 (11분) 민꾸꾸 / 찌야러 / 만월애 / 김볼살 (4분) 저장 / 지재 / 애정 / 찬아찬거먹지마 / 빵빰 / 붐바스틱 (6분) 암호닉은 최신 글에서 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