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 능글 박지훈이 지금 당장 보고 싶다 D
지훈X여주 연애 좀 하자!
나는 분명 내가 마음 고생한 그 시간만큼 박지훈을 받아주지 않겠다 마음 먹었는데, 내가 제 멘트 한 방이면 무너지는 걸 알았는지 요즘들어 잔망이 너무 심하다. 시험도 끝났겠다 이제 반에 갈 필요도 없다면서 내 옆 자리에 앉아 나를 빤히 쳐다본다거나, 내 손을 잡고 장난을 친다거나, 내 어깨에 제 머리를 기대기도 하고, 나를 제 품으로 끌어당겨 한 시간 내내 안고 놓아주지를 않는다. 물론 지금도 제 품에 나를 가두고 뭔 생각을 그렇게 하냐며 그 예쁜 얼굴로 날 내려다보는데, 매번 드는 생각이 얘랑 만약에 싸우게 되면 얼굴만 봐도 풀릴 것 같은 느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날 앞에 두고."
"반에 가라고 할 때는 안 가더니."
"우리 여주가 보고 싶은데 내가 어떻게 가."
"얼씨구."
"그래서, 나 가? 진짜?"
"... 구라야. 근데 이제 수업도 시작할텐데 나 좀 놔주고 앉으면 안 될까?"
"응 안 돼."
단호한 놈. 단호박인 줄. 자기는 절대 날 놓을 수 없다며 저 혼자 드라마 한 편을 찍고 있다. 날 안겠다고 저번 수업 시간에도 강제로 서있는 책상으로 데리고 나가서 백허그를 하고, 그냥 껴안고 내 목 부근에 제 얼굴을 묻고 몇 분을 가만히 있다가 내 허리를 제 팔로 감고 날 보며 활짝 웃어보이기도 하고... 분명 이거 다 별로였는데, 언제부터 그런 건지는 몰라도 박지훈이 그렇게 예뻐보일 수가 없다. 요즘들어 해사하게 웃는 모습도 예쁘고, 목소리는 또 남자 같고, 제 몸 하나는 거뜬히 지킬 것 같은 체격에, 몸매도... 꽤 좋아보이고. 공부도 꽤 하고... 내가 언제부터 박지훈에 대해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한 거지.
"여주야. 오늘 데이트 가자."
"너 오늘 공부하러 간다며."
"난 우리 여주 보는 게 더 좋다."
"얼씨구, 그런 사람이,"
"쉿. 나의 아기 고양이."
"아 진짜 미쳤나."
분명 개같은 멘트인데 아 왜 또 귀여워 보이지. 난 절대 박지훈을 좋아해서 귀여워 보이는 게 아니다. 난 박지훈을 좋아하지 않는, 게 맞나?
"우리 여주 오늘따라 더 예쁘네."
"... 왜 그래 갑자기."
"갑자기는 무슨, 누가 예쁘랬냐."
"이제 얼굴 갖고 시비야?"
나한테 잘못한 게 있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내 심장에 어퍼컷을 훅 치고 들어온다. 아 혹시, 박지훈은 슬쩍 친 건데 나 혼자 어퍼컷으로 맞고 있는 건 아닌가. 나중에 너 왜 그랬어. 하면 난 그냥 얘기한 건데 네가 심각하게 받아들인 거야. 라고 얘기해버리면 난 어떡하지? 진짜로 요즘 박지훈 덕에 별의 별 생각을 다 한다. 최근 들어 매일 아침마다 남들이 '안녕'하고 하는 인사처럼 '좋아해'를 남발하고 있어서 이게 장난인지 진심인지 구분도 안 가고. 시험 기간이 아니라 망정이지 시험 기간이었어봐, 난 시험 개죽쒔을 거야 아마.
"좋아해."
"... 뭐?"
좋아한다고.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었나 싶었고, 두 번째는 '안녕'하는 인사처럼 내 얼굴을 보고 반가워서 갑자기 좋아한다 말하는 건가 싶었는데, 분명 아침에 나에게 외친 좋아해라는 말과는 차원이 다를 정도로 더 신중한 목소리였고 그 말을 뱉고 날 바라보는 눈빛조차 장난치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아 왜 이렇게 덥지. 분명 아침에는 추워서 가디건까지 꼭 여미고 왔었는데, 박지훈의 말 한 마디로 순식간에 내 주변 공기를 여름으로 만들어버렸다.
"여주야."
"......"
"이제 받아줄 때도 됐잖아."
"......."
"연애 좀 하자. 우리."
"......"
"꽤 많이 돌아왔잖아."
"......"
"... 싫어?"
"... 아니. 좋아."
급작스레 들이닥쳐온 고백인만큼 놀라기도 놀랐고, 어떻게 답을 해야할지 감도 안 잡히고, 이래봬도 연애 경력은 제로라 어떤 행동을 취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에 빠져있었다. 연애 좀 하자는 박지훈의 말은 왜 그렇게 달콤하게 들리는지 모르겠고, 드라마에서 보면 '우리 둘 빼고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들 하는데 이게 바로 그 느낌인가 싶기도 했다. 내 대답을 듣고는 박지훈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 미소를 지어보이는데, 이제 현실이 슬슬 자각되고 현타가 오기 시작했다.
내용은 물론,
진짜 박지훈이 내 남자친구인가.
그것도 첫.
"여주야."
"아, 잠깐만. 부르지 마봐."
"여친."
"아 환장하겠네. 잠깐만."
"자기야."
"아 박지훈 진짜!"
"애인."
"아 오바야."
아직 현타 극복도 안 됐는데 자꾸 옆에서 온갖 애칭을 다 사용해가며 부르니까 이건 지금 당장 심장 발작으로 죽으라는 것도 아니고 심장 진정 좀 시킨 다음에 다시 말 걸겠다는데 진짜...! 근데 이 심장이 진정... 되기야... 하겠지?
"아 썅 미친. 드디어 사귀냐 외쳐라 할렐루야. 최고다 배진영. 장하다 배진영!"
"뭐야 이 새끼는."
"야 박우진, 애들 불러와 케이크나 불자."
"개콜. 케이크 사올 새끼?"
"왜 내가 연애하는데 니들이 더 지랄이야."
"우리 지훈이가 간만에 정착하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지."
"... 잠깐만. 간만에?"
"아, 미친 아니 여주야. 오빠 원래 정착 타입이야."
그래서. 몇 명한테 정착해봤는데?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질문을 던졌는데 박지훈 얼굴을 보니 그림자가 슬슬 드리워지는 게 딱 봐도 나한테 해명은 해야하고, 그 전에 배진영은 죽이고 싶고, 두 가지 생각이 공존하는 듯 보이길래 일단 뒤돌아줬다. 난 안 보이니 배진영 때리는 건 알아서 해라.
"야 여주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닥쳐. 네 조상 뵈러 가고 싶지 않으면."
"와 존나 살벌해 죽고 싶다."
"그럼 네가 직접 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게."
"아니야. 잘못했어."
물론 애를 개패듯이 패는 건 아니었지만 둘이 투닥거리는- 사실 일방적으로 배진영이 구타 당하는- 걸 보고 있었는데, 뒷문 쪽 창문으로 어떤 여자아이가 빼꼼 고개를 내밀더니 우리를 보고 지훈이랑 여주랑 오래 가! 를 외치고 수줍은 소녀처럼 뛰어갔다. 그 아이의 목소리를 듣고 박지훈은 움직임을 멈췄고 나는 다시 얼굴이 빨개지는 느낌이었다. 젠장 어떻게 식힌 건데 다시 덥네......
"이번만 봐준다."
"개새끼."
"뭐?"
"박지훈 최고라고요."
-
"야 미친 놈들아. 페북에다 뭐 했냐."
지훈이가 왜 그러나 싶어서 한 달에 한 번 들어갈까 말까 한 페이스북을 열어보니, 이게 뭐야 미친. '#지훈X여주_포에버'라는 문구가 해시태그로 달려 퍼지고 있었다. 아 미친 배진영. 관심 그거 박지훈에게 받는 걸로 족한데 지금 박지훈의 친구들한테도 관심을 받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까 부담스러워 죽을 지경. 아 근데 생각해보면, 박지훈 페북에 있는 '여자'인 사람들도 그걸 볼 테고. 어차피 박지훈의 여자친구가 이렇게 생겼네 저렇게 생겼네 추측성 댓글 난무할 거면 차라리 내 사진을 올리는 게 낫겠다. 근데 이거 어떻게 하는 거지......?
"아 됐다."
"뭐가."
"와 미친. 박여주 외모 실화냐? 사진 누가 찍어줬냐."
"친구가."
"뭐야, 뭔데 이거."
"뭐긴. 네 여자친구지."
"... 아니 그건 맞는데, 이거 누구 보라고."
"내 남자친구 보라고."
"아니 그러면 좋은데, 이게 아니라 미친. 네 얼굴은 내 배경화면으로 쓸테니까 이거 내려."
"싫어."
싫다고 극구 거부했는데 결국 박지훈이 내 핸드폰을 빼앗아갔다. 내 건데... 뭘 몇 번 만지더니 나한테 다시 돌려주는데 왜 내가 프로필 바꿨다는 게시물 위에 '나만 보기'라고 뜨지. 이럴 생각 아니었는데.
"아 박지훈 뭐 했는데."
"내 여친은 나만 보겠다는. 프로필 사진 내릴까 하다가 참은 거니까 봐줘."
"네 여친 예쁘다고 자랑 좀 해."
"그건 알아. 내가 뭘 보고 반했는데."
"아 미친 이거 어떻게 한 거야."
"모르면 말아."
"아 짜증나."
짜증이 확 올라와서 핸드폰을 던졌는데 그걸 어떻게 한 손으로 잡아 쟤는. 또 내 핸드폰을 가지고 이것저것 두들긴다. 이번에는 또 뭔가 싶어서 슬쩍 들여다봤는데,
'박지훈'이라고 저장되어있는 이름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하나뿐인 남자친구 ♡'로 바꾸고 있다.
귀여워서 봐줘야겠네 나 원 참.
"왜 너만 바꿔. 나도 바꿀래."
"이미 바뀌어있어."
"뭘로."
아무 말 없이 제 핸드폰을 건네는데 내 폰으로 전화를 걸었는지 내 번호로 전화가 왔는데 뜨는 이름이,
'내 여주 ♡♡♡♡♡♡♡♡♡♡'
아 존나 귀엽네 뭐지 얘?
+ 해시태그가 뜬 뒤 여주 친구들의 반응
[야 미친 박여주 연애 실화냐?]
[ㅇㅇ]
[니 남친 외모도 실화냐?]
[ㅇㅇ]
[개사기 미친 년아 존나 너무해]
[ㅇㅋ]
[인성 실화냐?]
[ㅇㅇ]
[ㄱㅅㄲ]
[ㄱㅅ]
++ 해시태그가 뜬 뒤 박지훈 친구들의 반응
[결국 하냐]
[ㅇㅇ]
[ㅊㅋ]
[ㅇㅇ]
[ㅇㅋ ㅂ]
[ㅂ]
세상 단순 그 자체.
결론: 박여주와 박지훈은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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