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이는 내가 과에서 유일하게 마음을 주고 얘기를 할 수 있는 아이였다. 나보다 어리고 내 동기들과는 달리 후배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신입생이었을 때 겪었던 안 좋은 일조차 알고 있다. 물론 지훈이와 동기들이 들어오기 전에 마무리 된 일이라 딱히 거론되며 이슈된 적이 없어서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지만, 얼떨결에 지훈이는 나로부터 그 이야기를 들은 것 같았다. 나는 취해서 기억을 잘 못하지만.. 지훈이는 꽤나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 같았다. 신이 나서 그 날 있었던 일들을 말하는 모습이 병아리 같기도 하고, 마냥 어린 동생 같아서 귀여워 했었지. 아마 재환이와 황민현도 있었던 자리였던 것 같은데.
그 날은 아마 내가 지훈이를 처음 만난 날이기도 했을거다. 지훈이의 특출난 외모 덕분인지 첫 인상이 가볍지만은 않았으니까. 지훈이가 입학하고 꽤 시간이 흐른 뒤였던 것 같다. 그 때 내가 즐겨입던 반팔티가 생각나는 걸 보니 맞는 것 같았다. 신입생들이랑 거나하게 한 잔 할거라는 동기들의 말에 알아서 하라는 말만 남기고 나는 따로 술자리를 가졌다. 나는 가봤자 불편하기만 하니까. 따로 만든 자리에는 어김없이 김재환, 황민현, 강다니엘.. 그리고 나. 옹성우가 오기 전에는 넷이서 술을 참 많이도 마셨다. 강다니엘이 닭에 환장하는 탓에 안주는 하루가 멀다하고 치킨이었는데, 내가 그날따라 포차가 가고싶다고 졸라서 가게 된 곳이,
/야, 우리과 여신이다!
/뭐야, OOO. 술 안 마신다더니!!
/어, 어.. 얘네랑 술 약속이 먼저 있었지...
하필 우리 과 술자리였을 줄이야. 자리를 안내 받아 들어가는 길에 동기와 눈이 마주쳤을 때 든 생각은, 아 귀찮아지겠다, 였다. 역시나 친하지도 않으면서 술에 취해 괜히 들뜬 목소리로 난리법석을 부리는 통에 정신이 없었다. 왜 자기들이랑은 술 안 마시냐며 나를 붙잡은 동기들은 황민현과 김재환, 강다니엘까지 억지로 술자리에 같이 참석 시켰다. 같은 과도 아닌데 왜 붙잡냐며 내가 한소리 했지만 술에 좀 들어갔는지 듣기 싫은 말은 알아서 거르는 것 같았다. 옹성우가 군대 간 뒤로 제일 짜증나는 날이었던 것 같다. 우리 과는 유난히 내 기수에만 남자들이 몰려 있어서 동기들이 거의 다 남자였다. 시커먼 놈들이 우글우글한 자리에 정말 끼고 싶지 않았지만, 그걸 알아차린 건지 아니면 옹성우 때문인건지 황민현은 눈치를 보며 나를 제일 끝자리에 앉혔다. 괜히 옹성우 두알친구 아니랄까봐..
나는 그 덕에 그나마 편하게 술을 마셨던 것 같다. 나이가 어려서 그런건지 김재환과 강다니엘은 이미 붙잡혀서 열심히 술을 들이키고 있었다. 그래봤자 다음 날 기억 못하거나, 기억을 한다고 해도 낯가리면서 슬슬 피해 다닐 모습이 선했다. 나와 황민현은 그 시끌벅적한 자리에서도 조용히 둘이서 술을 기울였다. 옆에는 덩치 큰 강다니엘과 술만 들어가면 말이 빨라지고 시끄러운 김재환이 있으니, 우린 다행히도 그들의 안중에 속하지 않는 것 같았다.
남 얘기 들어주기를 제일 잘하는 황민현은 내가 하루동안 이랬고저랬다 하면서 주절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내가 이러는 건 어떠냐는 물음에 그건 그게 낫다며 맞장구 쳐주며 소주잔을 부딪혔다. 황민현은 이럴 때 정말 좋은 친구라는 걸 실감하게 해줬다. 내 얘기에 귀를 잘 기울여주니까. 근데 옹성우만 있으면 또라이 같아지는 건 이유가 뭐지.. 다시 한번 짠, 하며 소주를 넘기는데, 황민현 옆자리에 누군가 털썩 앉았다. 나도 놀라고 황민현도 놀라서 눈만 꿈뻑거리고 뜨고 있는데 하얀 모자를 쓴 애는 자기가 신입생이라며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나는 어색함에 빈 소주잔만 부여잡고 어, 어.. 하며 인사를 받아줬다. 모자가 얼굴을 가려 잘 보이지가 않았다. 너무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황민현도 어지간히 놀랐는지 눈치만 힐끔 보다가 신입생에게 자기는 같은 과가 아니라며 손사레를 쳤다.
그 후로 우리 셋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황민현도 은근히 낯을 가리는 건지, 아니면 옹성우 때문인건지, 신입생과 인사 이후로는 단 한마디도 나누질 않았다. 나는 나름대로 안절부절하며 앉아있는 게 안쓰러워 뭐라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도통 어떻게 말을 터야할지를 모르겠어서 우물쭈물거리기만 했다. 시끌벅적한 소음 속 어울리지 않는 정적에 나는 술만 내리 들이켰던 것 같다. 그만 마셔야 하나 하고 생각이 들 때 쯤에, 전화 받으러 나간 황민현이 아니었어도 그 쯤에서 멈출 수 있었을텐데. 이 어색함 속에 신입생과 나를 남기고 사라진 황민현 때문에 나는 비워진 술잔을 채우느라 급급했다.
/저.... 선배님.
선배님? 나...? 앞에서 들리는 미성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신입생의 우물쭈물거리는 입술이 조금 보였다. 얘는 남자애가 입술이 참 예쁘네. 어색함과 놀람에 눈만 데굴거리다가 든 생각이었다. 신입생은 내 옆에 있던 소주병을 들어 엉거주춤 일어섰다. 나에게 술을 따라주려는 것 같아, 괜찮다며 손사레를 쳐도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잔뜩 어깨를 움츠리며 두 손으로 잔을 받았다. 정말 불편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가지는 술자리는 너무 싫었다. 쪼로록, 떨어지는 소주를 보면서 나는 고맙다고 애써 웃었다. 신입생은 여전히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야, 지훈아! 걔가 우리 과 여신으로 유명해~ 이 기회에 좀 친해져봐.
정말 듣기 싫은 목소리였다. 나는 제대로 웃지도 못하고 입꼬리만 바들바들 떨었다. 진짜 술 다 깨는 것 같네. 화도 났고 불편함만 들어서 짜증이 들었는데, 그런 나를 눈치챘는지 김재환이 시선을 가로채고는 술잔을 들었다. 나중에 밥이라도 잔뜩 사 먹어야지.. 김재환에게 고마워지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때 신입생이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황민현은 언제오나 하면서 안주를 집어 들었다.
/선배님.. 제 이름은 박지훈이에요.
/어..? 어, 어... 나는 OOO..
/다른 선배분들이 얘기해주시더라구요. 근데... 저.. 혹시, 기억하세요?
뭐를 기억하냐는 건지 잘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신입생은 그제서야 모자를 벗고 머리를 털었다. 나는 그 때 정말 깜짝 놀랐다. 얼굴이 눈처럼 새하얀 것도 놀라웠지만, 눈이 어찌나 예쁘던지 정말 만화 속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것 같은 얼굴이었다. 여자한테만 쓸 거라고 생각했던 예쁘다라는 말을 남자한테 쓰는 일도 있다는 걸 그 때 알았던 것 같다. 나는 놀라 제대로 말을 못하고 어버버, 거리며 지훈이를 바라보았다. 지훈이는 부끄러운 듯 웃었다.
/기억.. 하실지는 모르겠는데.. 전에 공모전 때문에 도와주신다고 저희 학교 멘토로 오셨었거든요..
S 고등학교.. 기억 하세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말에, 나는 고등학교 이름을 듣고 나서야 생각이 났다. 학기 초, 옹성우와 연락을 잘 안 했을 때, 자퇴 한 그 사람과 다른 동기들이랑 같이 고등학교 멘토링을 나갔던 적이 있었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그저 호기심 반, 신남 반으로 따라 나갔던 거였는데. 그 때 얼핏 봤던 기억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워낙 예쁜 얼굴이라 기억에 남을만도 한데 흐리멍텅한 머릿속 때문에 내가 미안하게 웃었다.
/미안.. 내가 원래 사람 얼굴을 잘 기억 못해서..
/아.. 괜찮아요!
그 때 저 많이 도와주셔서, 선배님 학교 따라오려고 그림 열심히 했거든요. 근데 들어오고 선배님 얼굴을 한 번도 못 봐서, 제가 잘못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
두 뺨을 발갛게 붉히고 조용 조용 얘기하는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었던 것 같다. 근데 이렇게 봬서 너무 다행이에요.. 지훈이는 그 때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와 나눴다. 황민현이 나가서 들어오지 않고 있다는 걸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로, 재밌게 이야기를 나눴던 것 같다. 무슨 내용이었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 다음부터는 내 필름이 끊겨서 잘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다음 날 지훈이가 환하게 웃으며 나를 OO누나, 하고 불렀던 걸 보면.. 실수는 크게 안 했던 것 같은데.
황민현은 그 다음 날 술에 찌들어 겨우 동방으로 기어 나온 내게 너는 정말 문제다..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를 모르는 나는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싶어 몸을 움츠리고 황민현의 눈치를 보는데 동방으로 다니엘이 실실 웃으며 들어왔다.
/누나, 그 박지훈이라는 애는 누구에요?
아침부터 들린 구수한 사투리가 반가워서 손을 흔들었다. 황민현은 여전히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대체 뭐가 문제지? 지훈이가 무슨 잘못이라도 했나..? 소파에 배를 부여잡고 뒹굴던 재환이가 잔뜩 인상을 썼다.
/..어제 계속 누나랑 붙어 있으려고 하더라고요... 취해서 그런건지 뭔지.. 민현이형이랑 떼어놓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쇳소리 섞인 재환이의 말을 난 그저 웃으며 취해서 그랬겠지~ 고마워, 김재환. 하며, 그냥 단순하게 넘겼던 것 같다. 착잡한 황민현의 표정은 뒤로한 채.
ㅡ
에필로그
옹성우가 전부터 걱정하던 건, OOO가 스스로에 대해서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다는 거였다. 사람을 많이 피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피하는 것도 아니다. 바로 지금처럼, 생판 모르는 얼굴한테 기대어 있는 모습 같은 거 말이다. 이 모습을 옹성우가 봤더라면.. 나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입생이라 하던 남자애는 내가 왔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OOO에게로 다가갔다. 한 잔, 두 잔 마시던 게 꽤 들어갔는지 기절한 것 같았다. 신입생은 OOO를 잡은 내 손길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예쁘게도 생겼네.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을 하고 OOO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켰다. 무의식적으로도 걸어가야 한다는 걸 알았는지, 자연스럽게 내 팔에 기댄다. 얘 버릇 들면 큰일 나겠네. 혀를 짧게 찼다.
내가 OOO를 부축하고 있는 걸 봤는지, 다니엘과 재환이도 쪼르르 내 뒤를 따라왔다. 어차피 억지로 붙잡혀 있던 술자리니까 알아서 잘 빠져나온 것 같았다. 근데 낯선 인기척이 김재환과 다니엘이 아닌 걸음이 느껴졌다. 뒤쳐져서 담배 꽁초를 바닥에 버리고 있는 다니엘보다 가까이, 아까 신입생이라던 남자애가 서 있었다. ...너 뭐야? 말이 곱지 않았던 건 딱히 의도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냥 OOO를 보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서, 조금 불편했을 뿐이었다.
OO누나 잘 들어가는지 보려고요.
네가 뭔데?
박지훈이요.
그거 물어본 거 아닌 거 알잖아?
어떤 해코지를 할 줄 알고 그냥 보내요. 하, 기가 막힌 웃음을 내뱉으니 작은 얼굴이 인상을 찌푸린다. 뒤를 따라 강다니엘과 김재환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슬금슬금 다가왔다. 어린 애랑 싸워봤자 나만 창피해진다. 속에서 일어나는 짜증을 눌렀다. 예의 없는 사람은 딱 싫은데. 술집에서부터 기척 없이 옆자리에 털썩 앉을 때부터 예의가 없더라니. 넌 그것부터가 글러 먹었어. 예의가 제대로 차려지지 않은 사람은, 좋은 대접 해줄 필요가 없지.
형, 누구에요?
다니엘이 눈치를 보며 물었다. 모르는 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박지훈은 고집이 가득한 얼굴로 OOO를 보고 있었다. 신께서는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걸까..
나는 OOO하고 5년 째 됐고.
...
얘 남자친구가 내 친구고, 얘네들 선배고.
....
그러니까 이제 그만 따라와. 불편하니까.
내 딴에서 최대한 차분하게 말한 뒤 망설임 없이 뒤를 돌았다. 쟤 누군데 OO누나한테 저래요? 재환이가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성우 형이 이 꼴을 봤다간... 난리 날텐데. 다니엘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OOO의 팔을 붙잡았다. 나는 한숨만 내쉬었다. 자각을 시키려고 해도 눈치가 어느정도 없어야지, 원. 취해서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는 OOO를 보며 한숨만 내쉬었다.
박지훈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 그 때부터인 것 같다. 예의 없고 내 친구의 여자를 좋아하는 녀석이라. 옹성우가 나오는 날엔, 피바람이 불지도 모르겠다.
* * * *
옹성우가 바라보는 시선, 움직이는 몸짓, 작은 바람결에 스치는 머릿결 하나까지. 무엇보다 옹성우가 활짝 웃어주는 순간이, 가장 기분이 좋다.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같이 나란히 누워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조용함 속에서도 느껴지지 않는 어색함이, 옹성우와 내 사이가 그만큼 애정 깊은 사이라는 걸 말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옹성우의 집은 복층 원룸이었다. 옹성우가 처음 자취를 하게 됐다고 했을 때, 왜 학교 근처로 하지 않았냐는 물음에 말없이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옹성우의 집은 좁으면서도 높았다. 2층 계단을 조심스럽게 올라가면, 그곳이 옹성우의 침실이었는데, 놀랍게도 천장에 작은 창문이 하나 나 있었다. 학교 근처에는 이런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씨익, 웃는 얼굴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지. 넌 전부터 하늘을 좋아했으니까.
옹성우와 정적 속에서 누워있는 지금도 그곳이었다. 요즘 맑게 개인 날씨 때문인지, 날이 선명하게 잘 보였다. 인공위성인지 진짜 별인지는 몰라도 서울 하늘에서 한 두개씩 빛나는 게 보이니, 그걸로 만족스러웠다. 계단 쪽에는 다 마시고 찌그러트린 캔맥주가 굴러다녔다. 꽤 마신 탓에 몇 개는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 옹성우는 그걸 보면서 바보처럼 웃었던 것 같은데. 옹청이. 나는 옹성우의 코를 몇 번 두들겼다.
옹성우는 한동안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옆에 누워서 이불을 끌어올려 옹성우 배 위로 올려주었다. 옹성우가 힐끔, 나를 바라봤는데, 왠지 부끄러워서 나 또한 창밖만 바라봤다. 아늑한 밤이었다. 침실에는 따뜻한 온기가 있었고, 술이 들어가서 몸에도 살짝 열이 올랐다. 아마 옹성우가 옆에 있어서, 술이 들어갔을 때보다 더 뜨거울 수도. 무엇보다 이 공기의 흐름이 좋았다. 부시럭거리는 소리조차 크게 들리는데, 야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심장은 점점 쿵쾅거린다. 문제는 없었다. 그냥.. 옹성우가 좋을 뿐이었다.
옹성우는 나와 붙어있던 팔을 꼼지락거리더니, 내 손에 깍지를 꼈다. 너 참 깍지 좋아해. 내가 웃으며 말하자 옹성우도 웃었다. 너라서 좋은거야. 베개에 얼굴을 묻지 않을 수가 없다. 큭큭 거리는 옹성우의 웃음 소리가 들렸다. 너무, 진짜 너무 창피하지만, 네 웃음소리가 그 끝이라서 좋다. 내가 이런 말 할 때마다 부끄러워? 속삭이듯이, 잠긴 듯 낮은 목소리에 홀린 듯 고개를 들었다. 새카만 눈동자가 어둠 속 달처럼 반짝인다. 부끄러워? 옹성우가 다시 묻는다. 다정하고 따뜻한 목소리다. 귀에 열이 올랐다.
..조금.
옹성우의 입술이 호선을 그린다. 왜 부끄러운데? 눈썹을 움직이며 신이 난 얼굴을 하더니, 몸을 움직여 옆으로 눕는다. 옹성우의 얼굴이 온전히 나를 향한다. 하얀 얼굴에 여전히 달빛이 내렸다. 옹성우의 나른한 얼굴이, 느릿한 손짓이 내 얼굴에 닿는다. 조금 헝클어진 머리를 쓰다듬고, 귓가로 넘겨준다. 조금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했다. 이 분위기가 나를 녹이는 건지, 뜨거운 듯 뜨겁지 않은 옹성우가 열기가 나를 녹이는 건지, 알 수가 없다.
말해주면 안 돼?
네 목소리가 이렇게나 미성이었나. 나는 홀린 듯 옹성우의 입술을, 눈을 바라보았다. 진짜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다. 이 눈물은 너를 향한 내 마음이자, 터져버리는 설렘과도 같았다. 옹성우는 붉어지는 눈을 봤는지 몸을 더 가까이했다. 이불 속에서 서로 체온이 닿는다.
왜 울고 그래..
네가 좋아서. 너를 사랑해서.
나는 말없이 옹성우를 끌어안았다. 옹성우는 내가 끌어안아 사이가 가까워졌어도, 조용히 눈가에 키스해줬다. 결국 세어나오는 눈물을 입술로 닦아주듯이, 천천히 뜨겁게.
우리 이 애매한 사이, 계속 유지할까.
너를 곁에 계속 두고 싶어서, 이 사이가 싫기만 했는데, 막상 너와 함께 나누는 이 온도가 사라질 걸 생각하니 가슴이 꽉 막혀온다. 너를 잃기가 싫었다. 성우야, 옹성우. 너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져가는 나를, 매번 깊숙이 다가오는 너를, 이 밤과 어둠과 달이, 모든 걸 알아줄까.
시간이 멈춰버린 밤 같았다.
ㅡ
안녕하세요.. 메타메타몽몽 입니다 (쭈뼛쭈뼛..)
일찍 찾아오기로 한 약속을 죄다 어겨버린 몽몽입니다.. 저를 쥬겨주세요.. ㅠㅠ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그래도 열심히 썼습니다..
이번화가 조금 마음에 들지 않으실 것 같아 걱정이 또 태산입니다 흑흑..
게다가 쪽지가 엄청 와 있길래 다 확인해봤습니다.. 댓글들도 너무 많이 달아주시고,
신알신도 110이 넘었고, 10화가 초록글에 올라갔네요..
이렇게 많이 사랑해주셔서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ㅠㅠ 댓글 최대한 일일이 확인해보고 있습니다..
암호닉도 만약 빠지셨다면 부디 꼭 말씀해주셔야합니다!!
과분한 사랑 너무 감사합니다.. 다음 화는 더 좋은 글로 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암호닉>
1 / 고사미 / 설렘옹청 / 파요 / 사용불가 / 민주눅 / 예그리나 / 요정 / 댄싱쥬스 / 댕구리 / 월광 / 옹옹 / 말랑 / 1217
김떡순 / 초초 / 다민 / 10 / 짱짱맨뿡뿡 / 에인젤 / 백제쌀국수 / 라온하제 / 피크닉 / 에투 / 빵빰 / 햄아 / 디디미
후또란 / 1116 / 곰탱이 / 스무날 / 째니재환 / 자몽 / 옹스더 / 옹옹 / 회장복숭아 / 지오 / 쑤쑤 / 기린 / 수달둥 / 햇살구름
호니 / 댕댕훈 / 뿜뿜이 / 녤뭉치 / 민향 / 등판39 / 영민이의토마토 / 윙깅이 / 호두찌 / 오서우 / 햇님
제가 제일 최근화인 10화에 달린 암호닉을 먼저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ㅠㅠ
만약 이 곳에 암호닉이 안 써져 있다! 하시는 분은 꼭!! 이 글에 댓글에만 써주세요ㅠ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