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야, 일어났으면 연락이라도 해주지."
고등학교 3학년의 여름은 별 볼 것 없는 하루의 나날이었다. 해가 일찍 뜨는 계절인만큼 아침부터 더워지는 날씨에도 교복을 챙겨입고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미약하게 나오는 에어컨 앞에서 땀을 말리다가 책상에서 날이 저물 때까지 공부하는 그런, 되게 재미없고 따분한 날. 일주일도 채 주어지지 않은 여름방학 같지도 않은 방학이 끝나고 나면 출근하는 사람들도 휴가를 냈는지 한적한 버스가 부러울만큼 내 수험생이란 신분은 하루라도 쉴 틈 없이 공부를 해야 하는 명목을 가지고 있었다. 남들은 다 방학인데 왜 나는 이 날, 공부를 또 해야하는 거야. 버스 내부에 있는 에어컨의 역한 냄새가 싫어 창문을 열자 벌써부터 후덥지근한 바람들이 얼굴을 강타해 왔다.
"그래서 이렇게 너 기다려 줬잖아."
낮게 웃던 다니엘은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처녀귀신 마냥 흐트러진 내 머리카락들을 정리해주면서 정작 답도 나오지 않는 나의 투정들을 받아주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더 짜증나는 거잖아. 차라리 연락이라도 했으면 괜히 너 땡볕에서 기다리게 만들진 않았을 거 아냐. 이왕 지각한 거 아침 밥이라도 제대로 챙겨먹고 가자는 심산으로 엄마가 차려주는 밥을 느긋하게 먹고 텀블러에 커피까지 타가는 여유란 여유는 다 부리며 버스 정류장에 나오자 언제부터 기다린 건지 이마 위로 땀방울이 맺혀있던 강다니엘이 보였다. 무슨 순정 만화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을 따라할 셈인건지, 아니면 늦잠까지 자서 지각한 주제에 여유를 부린 나를 혼내기 위함이었는지 다니엘은 그런 나를 보며 한 말은 고작해봐야 아침은 먹었어? 와 같은 쓸데없는 말들이었다.
"괜찮아. 그냥 앉아서 기다리는 건데 뭘."
"괜히 나 때문에 너까지 지각했잖아."
"나도 오늘 늦잠자서 늦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ㅇㅇㅇ씨."
정작 고맙다는 말은 하지도 못한 내가 밉지도 않은지 오히려 짜증을 받아줄 사람은 나인데 반대로 날 받아주는 건 언제나 다니엘의 몫이었다. 나는 적반하장이란 말이 그렇게나 잘 어울릴 정도로 버스가 학교 앞에 도착할 때까지 미련하기만한 놈을 탓했고 강다니엘은 제 학교보다 한 정거장 전인 내 학교 앞에서 친히 내리는 아주 이상적인 오빠의 흉내를 곧잘 내고는 했다. 위나 아래로 형제가 없는 내가 기댈 수 있는 오빠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그 순간부터 날 향한 그의 챙김은 어느새 몸에 인이 베길 정도였으니까.
"저녁에 추울 수도 있으니까 이거 가져가."
제 학교의 가디건까지 내게 쥐어주면서 떠난 그가 싫으면서도 좋았고 좋으면서도 싫었다. 애초에 나쁜 놈이거나 되게 싫어하는 버릇 하나라도 그가 갖고 있었더라면 이렇게 좋아하지는 않았을 텐데. 내가 강다니엘에게 느끼는 감정은 친구 이상인데 그와 내 앞에 놓인 선은 좀처럼 사라지질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를 배려해주는 그의 성격도, 가끔씩 손을 잡을 때면 한 뼘은 널찍하게 큰 손도, 뒤돌아서 가는 그의 머리가 한쪽으로 뻗쳐있는 모양새도 빠짐없이 다 좋아서 괴로웠다. 정말이지 나는 강다니엘이 좋은만큼 싫었다.
그리고 한참 뒤에야 안 사실이었지만 강다니엘은 나를 기다리던 그 날, 늦잠은 커녕 오히려 일찍 일어났었다. 아직 일어나지 못했다는 엄마의 말에 두어시간을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그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힘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다니엘이 나를 좋아한다는 소문이 났을 때 굳이 따지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니었거늘 나는 화장실에서 청승맞게도 콧물까지 흐르며 울었다. 왜 울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어쩌면 그 소문이 정말 소문일 뿐이여서, 헛된 희망일 뿐이여서, 그러지는 않았을까.
나는 정말이지 강다니엘이 좋은만큼 싫었다.
그리고, 싫은만큼 그가 좋았다.
* * *
"응, 엄마 이제 다 끝났어."
코가 아릴 정도로 추웠다. 수능날 한파주의라니, 이 뻔한 레파토리가 아직도 들어맞는 날이 있을 줄이야. 늦은 시간도 아니었는데 이미 구름이 가득 끼인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굳이 오늘 뿐만이 아니라 매일을 일에 치여사는 부모님에게 안부 겸 전화를 하고 가방에 넣어둔 목도리에 얼굴을 파묻고 버스를 타자 라디오에서는 수능에 관한 이야기가 한가득이었다. 거진 3년을 속앓이를 하며 보낸 날이 오늘로써 끝이었다. 집에 가면 쌓아둔 문제집부터 버려야지, 하며 버스 창문을 바라보고 있는 나는 모든 학생들이 다 쉬는 오늘 입고 있는 교복과 같이 수험생이었다. 그리고 오늘부로 그 수험생 생활은 청산이 된 셈이었다. 끝나고 나면 편안할 줄 알았거늘 그다지 시원하지도, 편안하지도 않았다. 그저 곧 있을 선생님과의 면담과 앞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의 선에 맞춰서 수능 원서를 접수하고 남은 수시에 집중을 해야하는 삶이 남아있을 뿐.
"날씨 한 번 더럽게 춥네."
살짝 열어둔 창문 사이로 들어온 바람은 벌써 겨울이 시작되는지 잠깐 내놓은 얼굴을 시릴 정도로 불어왔다. 차마 내색도 할 수 없이 수능 하나만 잘 보자, 했던 마음이 학교를 나오자마자 눈 녹 듯 사라졌다. 이것만 끝나면 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해서 그런지 지금 내 기분을 설명하라고 하면 아주 우울하고 울적했다. 집에 가자마자 해야하는 가채점과 대학 컷트라인, 뜻하는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 부모님께 뭐라 설명을 해야하는 거지, 싶은 여러가지 생각은 간신히 할 일을 끝낸 머리를 쉬게 하지 않았다. 차라리 학교 앞에서 가족이라도 만났으면 이런 잡생각은 들지 않았을 텐데. 다시 엄마한테 전화라도 할까. 외투 주머니에서 괜히 연락할 곳도 없는 연락처만 뒤지고 있었던 찰나였다. 언제나, 똑같은 발신 번호로 전화가 왔을 때는.
"여보세요."
-어디야? 다 끝났어?
"끝났으니까 전화를 받지, 나 지금 버스 타서 집 가고 있어."
끝났으면 바로 전화하지 같이 가려고 했는데. 핸드폰 너머로 아쉬움 가득한 다니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굳이 고사장도 다른 마당에 같이 가자는 놈의 말이 퍽이나 웃기기도 했으면서 내색하지 않기 위해 꾹 눌러 담은 목소리는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대로 형상도 되지 않는 존재를 원했던 내게 전화를 해준 사람이 강다니엘이여서 그저 좋아서 죽을 것만 같았다. 내가 너네집으로 갈테니까 같이 놀아주라. 답지 않게 칭얼거리던 투정부터 느슨한 웃음까지 단순히 통화 하나만으로도 가뿐히 심장을 뛰게 만들어댔다. 수능 끝난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놀아. 굳이 내색을 할 수가 없어 툴툴내는 말로 대답을 꺼냈지만 정말이지, 이게 뭐라고. 강다니엘이 대체 뭐길래 이렇게 표현하기도 힘든 감정을 내게 던져주는 걸까.
"....뭐야."
"어떻게 시험 잘 봤어?"
버스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나를 보며 웃고 있는 다니엘의 모습에 아까 전까지만 해도 수도 없이 했던 고민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듯했다. 그런 건 물어보지 않는 게 매너거든. 괜스레 나오는 웃음을 더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보기만 해도 좋았고 흘러가듯 목소리만 들어도 좋았으니까. 굳이 거울을 보지 않아도 얼굴 가득 웃고 있는 내가 보일 정도로 나는 매번 나보다 한 발자국 앞서서 기다리고 있는 다니엘이 좋았다. 친구 사이에 누구 한 명이라도 이성으로서 느껴지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 사이는 그만둬야 한다고 했다. 그러니 내가 강다니엘에게 갖고 있는 마음의 크기가 점차 커지면 커질수록 나와 그의 사이가 멀어질까 두려워지는 건 동시다발적인 하나의 일이었다. 바쁜 부모님의 탓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다만 부모라는 존재에 대한 부재가 느껴질 때마다 가족처럼, 정말 가끔은 사귀는 다른 연인들처럼 옆에 있어주는 강다니엘이었으니까 그 때의 나에겐 다니엘보다 중요한 것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에게 고백하기까지 수없이 지새운 날들과 물어뜯는 버릇으로 인해 정돈치 못한 손톱과 입술이 괜스레 슬퍼지는 날이 다가오는 건 금방이었다.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내가 성급했다고 해도 할 말이 없었다. 성급한 나의 고백으로 인해 너가 꽤나 고민스러운 표정을 해왔을 때는 내가 예전에 키우던 강아지를 잃어버렸을 때보다 좀 더 많이 울었을 뿐이었고 조금 더 많이 아팠을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젠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 너가 나로 인해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어.
"비도 오는데 왜 이렇게 입고 와, 감기 걸리게."
우리가 떨어진 시간이 그렇게 쉽게 지나갈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너는 여전히 날 걱정하고 있었고 나는 그런 너의 말에 예전처럼 괜찮아, 라는 말만 반복할테니까.
한동안 연락 한 번 하지 않다가 먼저 연락을 한 내 문자에 놀랐는지 다니엘은 갑자기 전화를 해왔다. 나 지금 알바 끝났는데 너 있는 곳으로 내가 갈게. 결국 카페를 갔다 나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다시금 발길을 향한 곳은 얼마 못 가 있는 카페였다. 밥 먹기에는 애매한 시각이었고 둘이서 밥을 먹는다고 한들 그게 제대로 넘어나 갈까, 싶었다. 무슨 얘기를 꺼내야 할지 괜히 있지도 않은 분위기란 분위기는 다 끌어 모아서 나름의 상념에 빠지고 있었을까 분명 우산을 쓰고 왔음에도 조금씩 젖어있는 머리를 하고선 다니엘이 나타났다. 뭐 좋은 일이 있다고 얘는 이렇게 뛰어올까.
"비도 오는데 왜 이렇게 입고 와, 감기 걸리게."
오히려 감기에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건 자신이었으면서 오자마자 남방 하나 입고 있는 날 보며 말을 꺼내는 다니엘을 보자니 꼭 우리가 함께 보냈던 6년의 시간으로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아무것도 시키지 않고 앉아있는 내 몫까지 커피를 두 개를 들고오는 다니엘을 가만히 바라보자 내가 보지 못한 것들이 서서히 눈에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항상 내가 애타고 힘들어하는 쪽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내 연락 한 통에 우산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달려오는 모습과 덕분에 커피를 건네받으면서 맞닿았던 손 끝이 차가웠다는 것. 차라리 카페 안이 시끄러웠으면 그나마 나았을 것을,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인지 나와 다니엘을 빼놓고 서너명 밖에 없는 카페는 조용했다. 조용해서 내가 하는 말들이나 그가 하는 말들이 결코 쉬이 넘어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을 만큼.
"방학하고 나서는 통 보질 못했네."
"뭐 이것, 저것 하다보면 금방 시간 가잖아."
다니엘과 있는 시간이 이렇게나 어색했나. 셋이 같이 있었을 때보다 더욱 침체되어 있는 분위기로 인해 다니엘은 제 눈동자를 어디에 두어야 할 지 잘 모르는 아이처럼 나를 보고 있는데도 날 보고 있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는 모든 인연들은 맺고 끊음이 확실해야 했다. 어중간하게 이끌다가 생기는 참사를 모르는 것도 아니거니와 더욱이 나와 강다니엘, 그리고 성우 선배 사이에선 무엇이 되었든 그게 좀 더 확실해야 한다고 느꼈다. 차라리 강다니엘이 날 좋아한다는 소문을 모르는 편이 더 나았을 걸 그랬다. 그 사실이 명백하게 다가오자 만나자고 한 사람은 나였는데 결국 입 한 번 떼기가 참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이 아는 만큼 보인다고 내 딴에 자꾸만 눈에 들어오는 그에게 꼭 하지 못할 짓을 저지르는 것만 같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느낀 건, 내 고백에 거절을 하던 그 때의 너가 이런 마음이진 않았을까, 하며 뜻하지 않게 그의 입장을 알아차려야 했다.
"나 오늘 오다가 김재환 만났다."
"김재환? 걔랑 나랑 같은 학과인데, 알고 있었어?"
"당연하지. 내가 너에 대해서 모르는 게 뭐가 있겠어."
강다니엘을 보며 작게 웃는 내가 낯설어 미칠 지경이었다. 그를 만나고 난 이래로 이렇게 편안하게 대화를 이루어 본 적이 없었다. 그를 보면 피해 다니느라 바빴고 가끔씩 마주칠 때면 붉어지는 볼을 숨기랴 또 바빴다. 그러다가 날 좋아한다는 소문이 들려왔을 때면 울고 불고 난리를 치던 게 엊그제 같았는데 온전하게 웃으면서 그를 볼 수 있는 날도 오는구나. 정말 우리가 다시 친구였을 때로 돌아가는 것만 같은 생각에 자꾸만 하려던 말이 나오지 않았다. 나와야 할 건 말인데 오히려 주책맞게 눈이 제 본분을 망각한 듯 울려고만 했다. 여기서 내가 울 처지는 아니지 않냐, ㅇㅇㅇ야. 속으로 혼자 화를 내다가 울컥하는 마음을 추스르다가 별 난리를 다 치루고 나서야 나는 강다니엘을 보았다. 아니, 차마 그를 볼 수는 없어서 컵을 움켜 잡고 있는 가지런한 그의 손가락만 보았다고 해야 맞는 말이겠지만.
"근데, 이제는 널 알 수가 없을 것 같아."
"....어?"
"그동안 모르는 게 없다고 생각하면서 너와 보낸 세월이, 이젠 떨어져서 지낸 세월에 많이 밀렸더라."
너한테 고백을 하고 차였던 날부터 우리는 친구가 되기에도 애매한 사이였잖아. 다시 널 만나서 좋았지만 또 부담스러웠거든. 정말 하기 어려울 줄 알았던 말이었다. 이제껏 다 안다고 서로 자부했지만 모르는 부분이 조금씩 생겨났고 생겨난 그 골이 점차 커졌을 때는 메우기엔 너무 늦어버린 시간이었다고. 딱히 나쁜 말을 꺼낸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좋은 말도 아니었기에 미처 보지 못한 강다니엘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파악이 되지를 않았다. 언제가 되었든 간에, 나와 너 사이에서 정확하게 선을 긋는 날이 온다고 하면 그건 항상 다니엘, 네 몫이 될 줄 알았는데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고, 이걸 내가 하고 있다니. 웃을 상황도, 울 상황도 아니여서 나는 때에 맞지 않게 웃었다.
"나, 성우 선배가 좋아."
"......"
"그리고 선배랑 사귀는 매 순간이 되게 행복하고 좋다."
"ㅇㅇ야."
"그러니까, 좀 유치하지만 내 말은 사랑에도 때가 있다고."
너가 나 좋아한다는 거 모르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너무 잘 알아서 문제야. 근데 때가 맞지 않는 애정은 맞지 않는 옷처럼 과분하기만 하고 불편한 거 너도 잘 알잖아. 아, 내가 이렇게 모진 사람이 될 수도 있구나. 내 고백을 거절했던 다니엘이 미웠지만 또 완전하게 미워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닌지라 그에게 이런 말을 하는 내가 편안한 입장은 아니었다. 참 뱉기도 힘든 말을 서스럼 없이 내뱉고 있는 나를 자각했을 때, 내 앞에 앉아있던 다니엘은 반쯤 식어가는 커피가 무색하게도 컵만 꽉 쥐고 있었다.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점차 숙여지는 그의 고개는 지금 다니엘이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게 만들었지만 차마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들은 존재했다. 이 말을 듣고 있었던 입장이 몇 개월 전만 해도 나였으니 지금 그가 느끼고 있을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어쩌면 우리가 서로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 듯싶었다.
"너가 되게 밉기도 엄청 미웠는데."
"......"
"너 아니면 내가 그런 감정을 어떻게 느껴보겠어."
길지 않은 대화였고 길지 않은 만남이었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자 비가 멎을려는 모양인지 서서히 약해지는 빗줄기와 함께 해가 뜨고 있었다. 지금 우리의 대화는 밝지만은 않았는데 햇빛이 새어들어오는 카페 안은 점점 밝아왔다. 그래도 오랜만에 다니엘을 만나는 날이 너무 궂은 날씨는 아니여서 다행이었다. 우리의 긴 시간이 이 짧은 대화만으로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는 건 처음 수능을 끝났던 날보다 더 시원섭섭한 마음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나야 내가 강다니엘과 다시금 마주보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는, 친구였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서로에게 미지수였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으니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다니엘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순간 내 손을 잡아오는 강다니엘은 제 덩치만도 못한 아이였다. 부모님을 대신해서 오빠처럼 곁에 있어주었던 듬직하고 기댈 수 있었던, 꼭 어른 같았던 강다니엘이 아니라 아직도 한참이나 미숙해서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마는 스물 언저리의 다니엘이었다. ㅇㅇ야.
"내가 좋아할 수 있게 해줘서, 널 미워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웠어."
하필이면 왜 지금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어. 떠나는 것도 맘편히 갈 수도 없게. 끝까지 웃기 위해 끌어올렸던 입꼬리는 카페를 한참이나 벗어난 뒤에서야 내려갈 수 있었다. 울지 않으려고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자꾸만 흐느끼는 소리가 나는 것도, 슬픈 일은 아니라고 다짐했던 내내 날 보며 웃었던 다니엘의 얼굴이 생각나는 것도, 모두 하나의 순리였다. 6년을 넘게 같이 있었던 기억이 그렇게 쉽게 잊혀질 수는 없을테니까. 신발의 앞 코 위로 조금씩 내리는 빗물만 바라보고 걸었다. 일종의 내 버릇이자 습관이였다. 마치 내가 첫 고백을 하고 첫 헤어짐을 마주했던 그 날에 했던 버릇처럼. 차마 고개를 들기엔 스스로가 우는 걸 깨달아야 되는 것만 같아서 최대한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던 내 버릇이자 습관.
비가 멎어서 쾌청한 하늘이 다시금 제 모습을 들어내려고 애쓸 때까지 나는 원없이 울었고 또다시 세상 속에 나보다 슬픈 사람은 없을 것처럼 우울감에 젖어있었다. 내가 먼저 일을 저질러놓고 되려 상처를 줬다고 하면 내가 가해자였음에도 구태여 설명도 할 수 없을만큼 슬펐다.
"ㅇㅇㅇ."
아마, 옹성우가 지금처럼 내 앞에 서있기라도 바랬던 것마냥.
"이제 비 다 그쳤어. 우산 접어도 돼."
그리고 비는 더이상 내리지 않았다.
Episode 12, FIN
+)TALK (오늘 작가의 말은 꼭, 꼭 읽어주세요!) |
<오늘은 모든 독자님들이 읽어주셨으면 하는 글이라서 라이터 사진 없애도록 하께요>
월요일 잘 보내셨어요? LIGHTER 입니다.
벌써 12화까지 왔어요, 되게 시원하고 섭섭해 죽을 것 같아요.....흐허유ㅠㅠㅠㅠㅠ
저번화에 여주가 어디냐고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로 다니엘이었습니다! 나름의 반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미 알고 계시는 독자님들이 있다면 조용히 하고 있을게요...
오늘은 다니엘의 분량이 거진 다 차치해 버렸네여 찌통을 선사해주고 싶지는 않았는데! 정말 다니엘의 캐릭터가 생각이 많아서 행동을 하기까지 고민을 되게 많이 하는 캐릭터이지만 또 속내는 참 깊고 예쁜 아이라서 아끼고 아꼈는데! 이렇게 슬프게 만들어서 미안해ㅠㅠㅠㅠㅠㅠㅠㅠ오늘은 그냥 주절주절 하는 내내 울 것만 같아요ㅠㅠㅠㅠ 원래 삼각관계는 처음 시작할 때는 참 달달하니 설레고 뿜뿜하는 기분인데 마지막은 결국 왜 둘이여야 하는건지 괜히 후회도 됩니다 정말이지 삼각관계의 단점 중에 이 점이 제일 큰 것 같아요(다시 한 번 더 사랑하고 미안하다 다녤)
그리고 오늘 올린 12화까지만 암호닉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이후는 받지 않아요! 미리 언급을 했듯이 이제 한두화? 정도면 완결이 날 것 같아서 슬슬 암호닉 주신 걸 정리해서 번외편이나 소장으로 텍본 겸 해서 드리려고 준비 중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걱정이 되어서 미리 말씀을 드리면 저는 이전에 한 번 말했던 것처럼 제 글을 애정해주시고 항상 봐주시는 분들을 위해서 작게나마 텍본을 나누고 싶었던 거라서 암호닉을 신청해주셨다고 해도 이후 글에 댓글을 달아주시지 않는 분은 최종 암호닉에서 제외하고 나눔을 해드리지 않습니다!
(ex [러브서클짱뿜뿜예아]로 신청할게요! X) (ex [러브서클짱뿜뿜예아]에요! 오늘도 꾸르잼입니다! O)
후에 최종적으로 나누어드릴 암호닉 정리하고 메일로 나누어 드리기 위한 공지를 내겠지만 암호닉을 아직 신청하지 못하신 분들은 13화가 올라오기 전까지 12화에 꼭 꼭 암호닉 신청을 해주시구 신청을 하신 분들 중에서 현생 때문에 바빠 댓글을 남기지 못했다 하시는 분들은 부디 오늘 이 공지를 보고 완결편이 올라올 때까지 암호닉 신청 댓글을 제외한 댓글을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항상 읽어주시는 모든 독자님들 너무너무 애정하고 사랑해요ㅠㅠㅠㅠㅠ |
*암호닉 신청은 이번 화까지만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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