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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월경_花月庚」

꽃이 피는 날, 달과 별은 그렇게 만났다.







W.꼬잉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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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흠. ㅎ.흠! 아, 저는 왕실 전담 변호사 옹성우입니다.”


복숭아꽃의 정원이라는 도화원(세자빈의 임시처소)에는 옷매무새를 다듬다가

 짐짓 근엄하다고 자부하는 쩌렁한 목소리로 허공을 바라보며 자기소개를 하는 그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도화원의 비서들, 그 누구도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들의 업무를 처리하며 바쁘게 도화원 이곳저곳을 누비는 데,

 소박한 다과상을 앞에 두고 다리를 슬며시 떨어대는 그는 ‘뭐지...곧 오신다고 하셨는데......’ 라며 불안함에 입술을 조금씩 뜯다가,

낯설은 얼굴이지만 어딘가 본 적이 있는 듯, 익숙한 분위기의 ㅇㅇ가에 당황 한 듯
매끄럽게 자기소개를 했던 조금 전과 다르게 말을 더듬으며 겨우 말을 마쳤다.


제 머릿속 기억의 조각들을 헤집어 가며 ㅇㅇ를 어디서 보았는지 낑낑거리던 성우는

 또 입술을 조금씩 뜯다가 슬그머니 ㅇㅇ의 눈을 맞추며 제 3자가 듣는다면 오해를 백번이고 샀을 질문을 ㅇㅇ를 향해 던졌다.


[워너원/황민현] 화월경_花月庚 3 | 인스티즈

“혹시, 우리....어디서 본적 있지...않아요?”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까지 갸우뚱하는 성우에 ㅇㅇ는 푸흐, 하고는 잔웃음이 터졌고.


“옹성우 변호사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설마, 안 본지 8년밖에 안 지났는데 나 까먹은 거야?”


ㅇㅇ의 한마디에 성우는 멍하게 ㅇㅇ를 바라보며 어버버, 아무 말도 못한 채 제 머릿속 8년 전의 기억들을 헤집는다.
왕실 전담 변호사 아들래미와 국무총리 딸래미.
서로의 아버지의 일터는 고요함 속에 하루가 조용히 흘러가는 궁궐이었고,

 아버지를 따라 궁궐에 들어서면 늘 지루함의 연속이었던 그들에게 서로는 곧, 궁궐 내 단짝이었다.


8년 전, 열 다섯인 성우의 눈에는 그저 자그마한 초딩 ㅇㅇ가였는데,
8년이 흐른 지금, 스물 셋인 성우 앞에는 웃음만은 8년 전 그 시절과 다를 바 없이 해맑게 저를 보고 웃어 보이는 ㅇㅇ가 제 앞에 앉아있다.
딸 부잣집의 집안막내, 그것도 고명아들인 성우에게 ㅇㅇ는 핏줄만 다른 내 새끼, 내 막내 여동생이었고 중전마마의 의문사로 잠시 연락이 끊겨졌지만,
혼인을 한답시고 제 앞에 앉아 인사를 하는 ㅇㅇ를 보자마자 피가 거꾸로 쏟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심지어 결혼할 상대는 자신이 모시고 있는(?) 피만 안 섞인 제 쌍둥이 같은 존재의 절친 민현이라는 것을 깨닫자마자

 “난, 이 결혼. 반대일세!!!” 라며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민현이 자신의 손에 쥐어준 마카롱 박스를 ㅇㅇ의 손에 쥐어주자마자 와아, 일말의 감탄사와 함께 ㅇㅇ는 마카롱을 덥석 베어 물며 오물거렸다.

달달한 마카롱의 한 입에 헤죽헤죽, 절 바라보며 잘도 웃어 보이는 ㅇㅇ가에 성우는 깊은 한숨 아닌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물가에 애기를 내놓은 심정이랄까....?
본격적으로 궁궐육아를 간접체험을 하게 될 것만 같은 예감에 성우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전국의 워킹맘들에게 경의를 잠시나마 표했다.


**


[워너원/황민현] 화월경_花月庚 3 | 인스티즈


“왕의 혈육을 갖고 태어난 아이는 평생 동안 두 개의 이름을 갖고 살아.”


하나는 왕실의 이름인 이 현, 그리고 또 다른 이름인 황민현.
만약에 서열의 자리에서 폐위가 되어서, 자연인 신분으로 살아갈 때는 제 왕실 이름을 잃고
또 다른 이름인 어머니의 성을 따른 이름을 갖고 살아가.


“그 ‘만약에....’ 로 시작되는 가설을, 이 현 세자가 경험할 뻔 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펼쳐졌던 8년간의 근황토크 뒤에 이어진 무거운 이야기들에 성우의 표정뿐만 아니라 ㅇㅇ의 표정도 덩달아 진지해졌다.

 현 국무총리의 직위에 머물고 계시는 ㅇㅇ의 아버지께 어물쩡(?)하고 어깨 너머로 들었던 이야기들을 직접 듣게 되니,
ㅇㅇ의 머리는 부지런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말의 꼬리를 제대로 마무리 짓지 않는 성우에 ㅇㅇ는 가까이 몸을 기울이며
“....그....왜? 왜 세자마마께서 경험할 뻔 하셨던 거야..?” 라고는 조심스레 물어보지만,  성우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불쑥 들고는


“알려고 하지마.”


단호하게 ㅇㅇ를 향해 한마디를 했다.
아마, ㅇㅇ가 제게 듣고자하는 이야기는 십년 전 중전마마의 의문사에 대한 이야기겠지만,
성우는 제 입으로 그 사건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에게는 평생토록 잊지 못할 그 시린 기억을 남의 일이라며 쉽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고.

 혹시라도, ㅇㅇ가 이 사건 해결에 말리게 될까봐 노파심에 말을 아꼈다.
“알려고 하지 말고, 알아도 그저 모른 척 해.” 알듯 말 듯, 성우의 말에
ㅇㅇ는 진지한 표정으로 성우를 바라보며 골똘히 생각을 정리하며 머리를 빠르게 굴려댔다.


이런 ㅇㅇ의 명민한 모습을,
성우는 재빨리 눈치를 챘어야했다.


언제 진지했냐는 듯, 다시 개구진 미소를 지어보이며 고른 치아를 내보이는 성우에 ㅇㅇ가도 맞대응을 하듯이 헤실헤실 웃어보였다.


[워너원/황민현] 화월경_花月庚 3 | 인스티즈


 “황미년이 못살게 굴면, 오빠한테 말해. 오빠가 혼내줄게.”


**



8주간의 혹독(?)했던 세자빈 이수교육을 성실히 마친 ㅇㅇ는 그동안 몸담고 있던 도화원에서 세자의 처소로 공식적인 처소이동을 해야만 했고,

 세자빈이 세자의 처소에서 또 다른 왕실생활을 시작할 때쯤, 으레 그래왔듯이 왕실에서는 세자의 처갓집 방문을 준비했다.
우리의 옹빼미 덕에 민현이와 ㅇㅇ는 한결 가까워진 듯 했다.

 마카롱, 초코쿠키, 말차 맛 초콜릿...... 달달한 간식거리를 입에 달고 산다는 ㅇㅇ가에 관한 성우의 말에

민현이는 한참을 진지한 모습으로 집중하던 일도 마다하고 직접 간식을 채워 넣은 간식가방을 들고서는

 모두가 마다했지만, 몰래 도화원 응접실 탁자에 두고는 뿌듯해했다.

성공률 100%에 뿌듯해했던 것도 잠시,

그 날도 어김없이 도화원에 홀몸으로 잠입한 민현이는 자연스럽게 제 어깨에 메고 있던 간식가방을 응접실 탁자에 올려두었고,

가뿐한 발걸음으로 응접실 문을 향하자마자,


“.............세자마마.”


민현이의 완벽범죄 시나리오에는 없었던 ㅇㅇ가 응접실 문 바로 앞에 서있었다.

[워너원/황민현] 화월경_花月庚 3 | 인스티즈

처음 만났던 그날과는 다르게 캐주얼한 차림의 ㅇㅇ가에 민현이는 눈을 빠르게 깜박거리며 이 당황스러운 상황을 넘겨보려 애썼지만,

원망스런 두 입술은 굳게 다물린 채,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제 앞에서 동그란 두 눈을 반짝이며 자신만을 오롯이 바라보는 ㅇㅇ가에
 민현이는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심장은 왜 이리 바쁘게만 뛰는 건지 알 수 없었다.


 ㅇㅇ를 보자마자 빳빳하게 굳어오는 민현이에 ㅇㅇ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도,

그의 등 뒤로 어렴풋이 보이는 응접실 탁자 위 간식가방에 키득키득 웃어 보이기 시작했다.


“혹시, 저 여우그림도 세자마마께서 그리셨습니까?”


지난 가을, 한달동안 주최되었던 광화문야간행사 때,

저를 닮았다며 지성이 그려준 쫑긋- 하고 서있는 두 귀가 인상적인 사막여우그림이 온라인상으로 인기를 타자,
얼마 지나지 않아 왕실굿즈로 제작이 되었고,
 반드시 기념해야 될 일이라면서 지성은 여우그림이 새겨진 에코백을 민현에게 선물했다.


무의식적으로 집어 들었던 가방이.
저 여우그림 에코백이라니.


민현이는 수치심 반, 자괴감 반으로 더욱 입을 앙 다문채로 빳빳해지기만 했고,
ㅇㅇ는 민현이가 부끄러워한다는 것을 아는 모양인지 응접실 밖으로 나가려는 그를 나가지 못하게 문 앞을 가로막은 채, 진을 치고 있었다.


“누가 주셨는지도 모르면서 매일 받아먹기만 해서 죄송스러웠는데.
오늘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네요.”


또박또박, 진심을 담은 듯 한 ㅇㅇ의 한마디 한마디에

민현이는 빳빳하게 숙였던 고개를 들어 가슴팍 즈음에 오는 ㅇㅇ의 시선에 자신의 시선을 맞물렸고,


“감사합니다. 처음 뵈었을 때부터 항상 챙겨주셔서.”


[워너원/황민현] 화월경_花月庚 3 | 인스티즈

말을 마무리 지으며 해사하게 웃어 보이는 ㅇㅇ가에 마음 속 어디에서 묘한 감정이 피어올랐다.
저도 모르게 어느새 민현이는 눈꼬리를 휘어지게 접어가며 ㅇㅇ를 따라 웃어보였고

 그의 웃음이 만족스러웠는지 ㅇㅇ는 그제야 진을 치고 있었던 응접실 문 앞을 비켜주었다.


느릿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마음은 조금씩 생기는 모습이 이제야 보이는 그들에게 주어진 청천 벽력같은 처갓집 방문임무는

 둘 사이를 어색했던 그 사이로 되돌려 놓을 것만 같았다.


민현이의 장인어른이 되실 ㅇㅇ의 아버지는 사실 대한민국의 국무총리 겸 민현이의 정신적 아버지이었다.

 민현이의 생모의 의문사와 독기어린 두 번째 중전의 질투로 현 국왕은 어린 민현이의 그늘막이 되어줄 수 없었다.

 항상 제 편에는 아무도 없어 외로워하던 어린 민현이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총리님께서는 손수 민현이의 편에 섰고,

 지금은 가끔씩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민현이와 총리님 사이에는 벽이라는 게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ㅈ...장인어른, 따님을 제게 ㅈ.주십시오.”


버퍼링이 걸린 듯 버벅거리며 자신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따라하는 민현이에 성우는 허리를 젖혀가며 웃어대었고,

지성은 “아니, 뭘 그런 걸 가르쳐- 쟤 진짜 따라 하잖아.” 라며 어이가 없다는 듯 성우의 등짝을 내리찍으며 타박했다.

 지성이 팔꿈치로 등짝을 내리찍는 탓에 악- 소리를 내면서 성우는 집무실 대리석바닥에 데굴데굴 굴렀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민현이는 제 이십 삼년 인생 중, 최대위기를 맞은 듯 집무실을 정신없이 왔다갔다 거렸다.


“형, 진짜 어쩌지. 아니, 막 요즘 경제위기 뭐 그런 거 물어 보실려나? 공부하고 가야하나?”


말도 안 되는 긴급 과외요청에 지성이는 딱 잘라 거절하면서 “편하게 해, 아니 장인어른이 총리님이면 편하다 못해, 본가에 가는 마음이여야 되는 거 아냐?” 라며

민현이의 부산스러운 움직임으로 조금 구깃해진 수트의 셔츠맵시를 다듬어 주었다.

분명, 방금 전에 마무리된 국영 어린이집 시범운영 사업보고에서는 똑 부러지게, 조곤조곤 말하던 세자 이 현은 어디가고
지성이 본인 앞에는 넋이 나가서 칭얼대는 모태솔로 황민현이 서있었다.


“세자저하, 부디 편하게 다녀오세요. 누가 보면 처가에서 널 잡아먹는 줄 알겠다.”


**



궁궐을 부드럽게 빠져나가는 검은색 벤 안에는 긴장감 반과 설렘 반이 섞인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마 긴장감 반은 민현이의 것일 테고, 설렘 반은 ㅇㅇ의 것일 것이다.

 본가를 떠나온지가 정확히 8주, 어림잡아 어언 두 달이 되었다.

집이 많이 그리웠을 ㅇㅇ에게 본가방문이란 더없는 나들이였고,

넘치는 흥을 주체를 못한 ㅇㅇ는 부드럽게 지나가는 도심 속 풍경들을 바라보다 나지막히 콧노래를 흥얼대었다.

 반대편에서 ㅇㅇ의 노래를 들은 민현이는 들뜬 ㅇㅇ가 귀여웠던 모양인지 미소를 지어보이며

 뭐가 그리 재밌는지 창밖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도심을 구경하는 ㅇㅇ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향해 닿아오는 오롯한 시선이 느껴진 것인지 ㅇㅇ는 눈을 도록도록 굴리다 몸을 민현이를 향해 틀고서는


“저희 부모님, 세자마마를 그리 몰아붙이시진 않을 테니, 너무 염려마세요.”


두 시선은 좌석의 가죽시트에 향한 채, 입술을 오물거리며 민현이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민현이, 자신을 향해 정수리를 내보이는 ㅇㅇ의 모습을 보자,

 [워너원/황민현] 화월경_花月庚 3 | 인스티즈

ㅇㅇ의 머릿속에는 아마 방금 전, 분위기 파악도 못하고 눈치 없이 콧노래나 부르고 있던 것이 부끄러워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 민현이는

푸흐- 하고는 웃음을 터뜨리며 ㅇㅇ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말 높여서 쓰지 마. 그냥 하대해.”


순식간에 말까지 터 버린(?) 사이가 되었다.
영영 도착하지 않을 것만 같았던 ㅇㅇ의 본가에 다다랐고,


이층짜리 단독주택인 ㅇㅇ의 본가 앞.
 큰 현관문 앞에서 민현이는 한 손에는 과일 선물세트를 다른 한 손은 주먹을 쥔 채 다시 빳빳해져갔다.

 점점 하얗게 질려가는 것만 같은 민현이에 ㅇㅇ는 현관문 인터폰을 누르려던 것도 잠시,


 “우리 부모님...... 안 잡아먹는다니깐?”


대담하게 민현이의 주먹으로 말아 쥔 손을 덥석 붙잡고는 인터폰을 누르는 ㅇㅇ가에 민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선 무엇에 먼저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

자신의 손을 덥석 잡은 ㅇㅇ의 손에 반응해야할지,

아님, 덜컹- 하고 현관문이 열리자마자 버선발로 자신과 ㅇㅇ를 반기는 총리님, 아니 장인어른과 장모님에 반응해야할지.

.....오늘 하루가 민현이에게는 십년의 세월만큼 긴 시간이 될 것만 같다.


**

 
“마마, 세자빈마마의 이수과정이 끝나옵고, 세자빈마마의 처소가 도화원에서 세자마마의 처소로 이동될 시기는, 머잖아 둘의 혼례가 있다는 것을 알려오는....”


“.....그리고 혼례 후에는. 곧, 국왕이 세자에게 왕위를 넘겨 줄 기회를 엿보겠지요.”


까드득- 잇새에서 나는 꺼림칙한 소리가 운영전(중전의 처소)을 가득 매웠다.

붉은색 비단 위의 금색 휘장이 탐욕스런 중전의 심보를 보여주는 듯 했다.

갖고 싶은 것은 무조건 가져야만 성이 풀리는 중전은 지금까지 이루지 못한 것, 갖지 못한 것이 없었다.


이루지 못한다면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이뤄야만했고,
갖지 못한다면 뺏어서라도 가져야만 성에 찼다.
그렇게 평생을 살아온 중전에게, 지금.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생겼다.


“다행히도, 하늘이 우리를 도우려는지 검찰총장의 차녀가 기혼에 찼다고 들었습니다,

국무총리의 외동딸을 세자빈으로 빼앗겼으니, 이번 기회는 절대 놓쳐서는 아니 됩니다.”


“검찰총장의 차녀와 진영이의 혼사만 해결된다면, 국무총리의 권력에 대항할 막강한 검찰 측 권력이 생기니.

 그것만큼 또 좋은 것이 없습니다.”


 잘 손질된 자신의 손톱을 바라보며 자신의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는 비서를 향해 쏘아 붙이던 중전은

이만 나가보라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비서를 자신의 궐에서 내쫓았다.


눈엣가시 같은 세자 이 현.
지금 당장에라도 제 어미처럼 소리 없이 죽이고서는 세자라는 자리에 제 아들인 진영을 앉히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지금 이 현 세자, 즉 민현이에게 과거 중전이었던 제 어미보다 훨씬 견고한 제 사람들이 있어, 그리하진 못했다.
중전은 특히나 민현이의 그 또렷한 눈매와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를 치를 떨 만큼 싫어했다.
과거 중전, 즉 민현이의 생모께서 쇠약해진 몸으로 잠시 출궁하여 요양을 하고 있을 당시,

차기 중전후보로 거론이 된 본인은 요양을 하던 민현이의 생모를 찾아갔던 기억이 있다.


“결국 내 숨통을 끊어내겠지만, 넌 차마 내 아들까지 그리하진 못할 것이다.”


몸져누웠지만, 또렷한 두 눈만큼은 형형하게 살아있는 민현이의 생모에, 본인은 못 볼 것을 보았다는 듯 급하게 자리를 떴고.

 십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때의 기억은 생생히 되살아나서 밤마다 악몽이 되어 괴롭혀왔다. [워너원/황민현] 화월경_花月庚 3 | 인스티즈

악몽 같은 기억 속 민현이의 생모가 마치 민현이로 환생하여 제 앞에서 살아 움직이니 중전은 미칠 노릇이었다.


“진영이를 앉혀야 해. 진영이를 세자에 앉혀야 해.”


허공에 대고 독백을 윽박지르던 중전은 어느새 미친 여자처럼 소리를 내어 웃어보였다.


**



“배꽁치, 앉아.”

꽁치를 향해 “앉아.”를 수십 번 외치던 진영이는 끝까지 말을 안 듣고 냥냥- 거리는 꽁치에 졌다는 듯 포기하는 자세를 보이며 아이보리색 소파에 길게 늘어졌다.

진영이 소파에 길게 늘어지자마자 대리석 바닥에 깔린 러그를 갖고 장난치던 꽁치는 사뿐하게 소파 위, 정확히는 진영이의 배 위로 올라와 자리를 잡고 앉았다.

진영이 늘어져있는 아이보리색 소파 옆 둥근 회의용 기다란 탁자에는 여러 종류의 편지와 엽서가 어지러이 놓여져 있고,

몇몇의 엽서에는 알아 볼 수 없는 글씨의 중국어(정확히는 대만어)가 적혀져있었다.


베베, 한국 가서도 연락해.
늘 그리울 거야.
한국에 놀러 가면 나 궁궐구경도 시켜줘야 해.
 


짤막한 엽서 한 장이 전부였지만, 진영은 그 엽서를 읽고 또 읽어보며 유학생활을 잠시나마 그리워했다.

물론, 유학생활은 처음부터 그리 달갑지만 않았다.

여덟 살이면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고 마냥 엄마 품이 좋은 나이였음에도

 진영이는 비서 한 명과 함께 캐리어 하나를 끌고선 언제 다시 조국에 올지도 모를, 기약 없는 유학길에 올랐다.

무작정 떠난 유학생활은 진영이에게 외로움을 제일 많이 안겨주었다.

외로움은 한시도 곁에서 떠날 줄 몰랐고, 덕분에 음침함이라는 친구도 얻게 되었다.


겨우 사귄 대만친구는 진영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올 때까지 곁에 머물러준, 외로움을 잊게 해준 고마운 친구였다.
소파에 늘어져있던 진영이는 꽁치를 다시 러그 위에 올려놓은 뒤,

 아직 뜯지 않은 새 것의 엽서를 뜯어 대만친구에게 보낼 편지를 적어 내려갔다.

[워너원/황민현] 화월경_花月庚 3 | 인스티즈


물망초가 그려진 심플한 엽서가 맘에 들었던 모양인지

진영이는 한참을 엽서위에 프린팅 된 물망초 사진을 바라보다 ‘장마에게’ 라고 엽서의 마무리를 지었다.

오늘따라 안 보이는 ㅇㅇ의 모습에 진영이는 또 다시 외로움이란 친구가 찾아 올 것만 같아

 꽁치만을 바라보며 “ㅇㅇ는 어디 갔을까.” 하고 대답 없는 혼잣말을 되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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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잉온북]



시험치고온 꼬잉온북입니다.

잘 지내셨죠? 우리 독자님들.

날씨가 점점 늦가을에서 초겨울로 넘어가고 있어요, 부디 감기 조심하길 바라요.


이맘때쯤 되면 항상 제 수험생 생활이 기억이 나요, (참 힘들었는데ㅠ)

몇일 안남은 수험생활 보람차게 보내길 바라요ㅎ.ㅎ

지금까지 해온 것들, 전부 우리 수험생 독자 여러분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테니, 너무 걱정말고 부디 마지막 마무리도 잘 짓길 바랄께요.


다른 독자님들도 휴일만큼은 스트레스 받지말고 편안하게 보내길 바라요.


그럼 작가는 여기서 암호닉 불러드리고 사라질께요.


아, 이거 안 알려드렸네(ㅎㅎ)

 화월경의 복선 한가지를 알려드리자면,


[물망초의 꽃말: 나를 잊지 마세요.]


ㅎㅎ 궁예하자면...ㅎㅎ 저 꽃말이 누군가와 엮이게 되겠네요.

암호닉 불러드리고 사라질께요.


암호닉 감쟈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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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요 비자 세레나 방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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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회원220.138
좋은글 감사합니당!! 작가님 사룽해염ㅎㅁㅎ
7년 전
비회원163.185
룰루입니다? 볼때마다 너무 행복해욤 ㅜㅜ 민현이랑 여주가 이제서야 가까워지기 시작해서 보는내내 미소가...ㅎ 모쏠 민현이 넘나 귀엽구 ㅠㅍ 성우랑 여주랑 저렇게 아는사이라니 성우도 귀엽고 ㅠㅠ 중전은 역시 오늘도 별로네요 어떻게 저런사람이 진영이를 낳았지...? 오늘 진영이 좀 아련해서 좋았습니다..❤ 오늘도 잘보고가요!!
7년 전
비회원15.128
작가님 듐입니당! ㅋㅋㅋㅋ 옹성옹성 케미에 오늘도 치이고 가요♥ㅋㅋㅋㅋ 옹 ㅋㅋ 완전 꿀잼이쟈나요 ㅠㅠ대화도 하고 손도 잡고 두근두근하네요!♥
7년 전
비회원35.113
부기부기에요! 오늘도 넘재밋었습니다ㅠㅠㅠㅠ♥ 안절부절하는민현이가 귀엽네요..ㅎ?
7년 전
독자1
@불가사리입니다 와아 지금 중전이 무서워지네요 아 그리고 믈망초의 꽃말ㅜㅜㅜ 누군가는 슬퍼지겠네요 부디 그래도 다들 행복할거라고 빌어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2
오랜만이에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7년 전
비회원234.3
작가님!! 육열삼 입니다!!!! 시험은 잘 끝나셨나요ㅠㅠ 저두 막 시험 끝나고 이제 프리해져서 작가님 작품 다시 정주행하고 있던 참에ㅠㅠ 이렇게 글을 또 올려주시다니 정말 사랑합니다ㅠㅠ 여주랑 민현이가 많이 친해져서 다행이네요~ 오늘도 좋은글 감사합니다❤️
7년 전
독자3
칭칭입니닷!!!진영이와 미년이가 참 사이가 좋아보였는제 멀어지진 않을까 걱정되네요ㅠㅠ
7년 전
독자4
파요입니다 작가님! 민현이 처가 간다고 긴장하는거 귀엽네욬ㅋㅋㅋㅋ요즘 궁 다시보고 있는데 화월경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ㅠㅠㅠ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해요ㅎㅎ 오늘도 잘 읽고 갑니다♡
7년 전
독자5
핫초코
당사자들은 사이 좋은데 왜 저 중전은 ㅂㄷㅂㄷ 욕심이 너무 많아!!!!
미년이랑 꽤 친해진거 같구만 껄껄

7년 전
독자6
월이입니다 작가님 오랜만이에요♡
혹시 우리 이영대군의 대만 친구는 우리꽌리이 인가요???ㅎㅎㅎㅎ 그리고 민현이 왜 이렇게 귀여운거죠??? 납치하고 싶게

7년 전
독자7
코어입니다!
민현이랑 여주 사이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좋네요ㅎㅎ 마지막에 갑자기 진영이 아련한 분위기도 너무 좋아요ㅠㅠㅠ

7년 전
독자8
곰탱이입니다!! 민현이랑 여주랑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보니까 막 제가더 좋고그래요ㅜㅜ
7년 전
독자9
아 둘이 분위기 넘나 좋은것...!!!!!미년이 너무 기여운거 아닌가요ㅠㅠㅠㅠ엉엉ㅠㅠㅠㅠㅠㅠ
7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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