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월경_花月庚]
꽃이 피는 날, 달과 별은 그렇게 만났다.
W.꼬잉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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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나이 열셋.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새로 산 뻣뻣한 교복이 어색하여 괜히 교복 끝자락만 매만지던 때였다.
앞으로 아흐레가 더 지나면 이 뻣뻣한 교복을 입고 교문을 들어서겠지,
그 첫등교만큼은, 부디 지금 잡고있는 이 손을 잡고 교문에 들어서고 싶었다.
"어마마마, 소자 민현입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한층 더 강녕하셔보입니다."
내 한마디에 대답처럼 들려오는 소리는 심박수 기계음뿐,
산소호흡기를 착용하신 채 아무런 미동도 보이지 않으시는 어머니에 기계처럼 항상 위로 치켜져있던 입꼬리는
한 덩이 큰 바윗돌이 호수에 가라앉듯 힘없이 내려왔고, 이내 내 입술은 굳게 다물려졌다.
그렇게 가지않을 것만 같던,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뻣뻣한 교복을 입고 어색하다는 듯 연신 뒷목만 쓸어내리던 그 열세살 소년은
진실을 바로 잡겠노라고, 굳은 다짐을 제 마음속에 각인시키고 또 각인시킨 스물세살 청년이 되었다.
깔끔하게 떨어지는 정장의 상의를 마지막으로 걸친 뒤,
세자인 민현은 습관처럼 제 침대 옆에 놓인 작은 협탁 위 오래된 액자를 느리게 쓸었다.
무표정으로 올곧이 상대방을 대하던 눈빛은 어디가고 서글서글하게 웃어보이며 민현은 액자를 향해 한마디를 한 뒤, 집무실로 발걸음을 향했다.
"어마마마, 소자 오늘도 잘 다녀오겠습니다."
**
오늘 2017년 3월 18일, 궁궐에도 봄손님이 찾아왔습니다.
대한민국 왕실 서열 2위인 이 현 세자저하의 혼례를 위한 세자빈 간택식이 성황리에 마무리 되었고,
왕실의 봄손님인 김ㅇㅇ 세자빈마마께서 오늘 18일 입궐하실 예정입니다.
까다로웠던 세자빈 간택식부터 김ㅇㅇ 세자빈마마의 입궐 그 순간까지 보도의 김철수 기자입니다.
현 대한민국 왕실측에서는 오늘 18일, 세자빈마마의 입궐을 간소하게 치르며
국민들과 함께 이 뜻깊은 날을 나누고 싶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입궐절차에 따라 김ㅇㅇ 세자빈마마께서는 예정대로 오늘부터 세자빈교육을 이수하게 될 것이며.
이르면 내 달인 4월 중순쯤, 이 현 세자저하와 김ㅇㅇ 세자빈마마의 혼례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됩니다.
집무실 한 쪽, 벽에 걸린 tv 브라운관 속 민현, 자신의 모습이 나올때마다 민현이는 급하게 채널을 돌린다던가,
아님 잘보고있던 tv전원을 급하게 누르며 종료시켰다.
특히나, 김ㅇㅇ 세자빈 얘기가 나오는 요즘에는 더욱 행동이 날쌔졌다.
"벌써부터 그렇게 내외하면, 너 나중에 합궁때는 어쩔려고."
역시 황미년 조선선비인건 인정인정- 집무실 한 가운데 놓인 둥근 탁자에서 서류를 뒤적이던 성우는
고개를 설설 저어대며 민현이를 놀려대었고,
" 미년이.....혹시, 합궁날 밤에 내 바짓가랑이 잡는거 아냐? "
성우에 한술 더 떠 민현이를 놀려먹는 지성이는 민현이와 성우가 헤집어 놓은 서류들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실실 웃어보였다.
"ㅇ,아니. ㄴ.누가 합궁날에도 형이랑 너 찾는데????"
자신을 놀려먹는 두 사람에 민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두 사람의 눈에느 그저 덜 자란 아이가 씩씩- 대는 모습으로 밖에 안 보였다.
윤지성 왕실 비서실장과
옹성우 왕실 전담변호사
서열 2위인 세자저하 민현에게 정해진 격식을 따르고 존대와 하대를 구분지어 써야하는 것이 마땅하나,
이미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많은 추억과 기억을 공유한 그들에게는 격식과 존대/하대 자체가 의미없었다.
**
"마마, 소자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방금 전, 집무실에서 성우와 지성이에게 보였던 부드러운 표정은 감춘 채,
곧고 낮은 목소리로 경어체와 고어를 쓰며 입궐을 알리는 민현이다.
칼바람이 부는 春(춘)3월.
꽃들을 질투하는 건지, 추위는 쉽게 가실 줄 몰랐고.
이 곳. 소리없는 칼바람만이 나부끼는 듯한 궁에서는 세자인 민현이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부인이 자리잡고있었다.
"들어오세요, 세자."
한 발 한 발, 영운궁으로(정실부인이 거처하던 궐) 발걸음을 내딛는 민현이는 밖의 추위에 질려 잘게 떨었지만,
이윽고 당당하면서도 격식있는 태도로 부인 앞에 섰다.
"앉으세요, 세자. 제가 직접내린 국화차입니다."
"감사합니다. 허나, 소자를 이리 부른 연유는."
"저도 모르는 새, 세자께서 제주도 왕실행차를 전면 취소하셨다죠?"
"...예, 마마. 다른 국정운영과 관련한 업무보고가 겹쳤을 뿐만 아니ㄹ."
"세자, 무슨 생각으로 취소한 겝니까. 제주도 행차는 국민들께 보이는 가장 큰 왕실행사인데."
불과 몇초전만 해도, 붉은 립스틱으로 덧칠해진 입꼬리를 한껏 끌어올리며 가식적인 미소를 띄던 부인은
자신이 원하던 본론으로 대화가 이어지자 본색을 드러내며 민현이를 무섭게 다그쳤고,
"...........가장 규모가 큰 만큼, 가장 사치스럽겠지요."
민현이는 차분하게 부인의 다그침 한 마디에 뒤이어 말을 이어나갔다.
"가장 규모가 크니, 가장 많은 세금이 투입될 것이고,많은 국민들이 고생을 하겠지요."
"나라 안팎에서 국민들이 어려운 상황에 놓여 고난을 겪고 있는데,"
"나라의 왕실은 그 고난을 덜어주지 못할 망정 더 얹혀준다니요."
옳은 말만 조곤조곤 차분히 이어나간 세자에게 쉽사리 모진 말을 하지 못하고 잘게 입술만 짓이기던 부인은
세자인 민현이에게 통보하듯이 말을 내뱉고는 세자를 영운궁에서 내쫓았다.
"세자도 이미 알다싶이, 공식적으로 오늘부터 김ㅇㅇ 세자빈께서 입궐하실겝니다."
"예정대로 두 분은 오늘 한 차례 만남을 갖으신 뒤, 4월 중순 두 분의 혼례를 진행할 것으로 알고계시지요. "
민현이의 의견은 애초에 궁금하지도 않았다는 듯, 혼사는 이미 진행중인 상태였고.
'혼례'라는 또 다른 고민이 머릿속에 들어차게된 민현이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아, 내일. 공식적으로 이 영 대군의 귀국예정도 있으니. 알아두세요"
"그럼 용무가 끝났으니, 이만 물러나주시지요 세자."
영운궁을 빠져나오면서 민현이는 머릿속을 정리하느랴 발걸음이 빨라지는 줄도 몰랐다.
영이.....진영이.
민현이가 13살, 진영이가 8살때를 마지막으로. 둘은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맞게 되었다.
아마, 지금 민현이의 생각으로는 그 당시 중전마마였던 민현이의 생모의 의문의 죽음에 대한 사건 때문에
흉흉해진 궁궐 분위기에 진영이 강제적으로 영국으로 향한 유학길에 오른 것 같았다.
그렇게 진영이는 10년이 흐른 지금에서야 고국으로의 발을 내딛게 되었다.
같은 혈육이 아님에도 민현이는 5살 어린 동생을 냉냉한 표정 뒤에 감춰둔 애정어린 시선으로 항상 바라보았고,
민현, 저를 미워하는 부인이 진영의 생모일지라도 민현이는 어린 동생만큼은 항상 챙겨주었고 예뻐라했다.
**
"세자저하께서 곧 응접실에 당도하신다 합니다, 준비해주시지요."
반짝이는 대리석 바닥과 깨끗한 아이보리색 벽지, 엔틱한 가구로 채워진 응접실 안.
소파에 단아한 원색 한복을 갖춰입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ㅇㅇ가 있다.
세자저하, 라는 말 한마디에 긴장을 한 모양인지.
하얗던 얼굴은 더욱 하얗게 질려만 갔고, 저고리 소매를 꼬깃하게 잡은 자그마한 손에는 힘이 바짝 들어갔다.
"긴장하지말고, 긴장하지말고. 이미 많이 연습해봤잖아."
혼잣말을 종알종알 되내이던 ㅇㅇ가 고개를 숙인 채 응접실 바닥만을 응시했고.
" 저희는 이만 물러나 있겠습니다- "
세자인 민현이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음에도, ㅇㅇ는 부끄러워서인지 좀 처럼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작은 티 테이블을 사이에 둔 채, 두 사람 사이에는 적막감만이 흐르자.
이대로는 안되겠는지 ㅇㅇ는 베시시- 웃어보이며 앞에 앉은 민현이의 시선을 마주쳤다.
ㅇㅇ가, 자신을 바라보는 민현이의 냉냉하면서도 조금은 무례한 태도에 상처받을 법도 한데.
개의치 않는 다는 듯, ㅇㅇ는 베실베실 웃어보이며 민현이의 이목구비를 새기느랴 바빠보였다.
앞에서 헤헤- 하고는 해맑게 웃어보이는 ㅇㅇ가에 왠지 심술이 난 민현이는 마음에도 없던 차갑고 모진 말을 내뱉어
ㅇㅇ를 금새 시무룩하게 만들었다.
"서로를 알아가라고 이 자리를 내어주신듯 한데, 알아갈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세자빈께서는 왕실공식행사때 직책에 걸맞는 행동만 하시면 됩니다."
민현이는 제가 내뱉은 말인데도, 초면인 사람.....아니, 제 신부에게 내뱉은 말이 너무나도 경솔하여
내뱉은 후에도 조금 후회스럽다는 듯이 큰 눈을 도록도록 굴릴 뿐, 말을 잇지 못하였다.
차가운 민현이의 한 마디에 또, 둘 사이에는 적막감만이 채워졌고.
예정된 업무회의로 더 이상 응접실에 머물 수 없는 민현이는 일어나서 집무실로 향할 채비를 하였다.
민현이 자리에서 일어나기가 무섭게, ㅇㅇ가 또한 일어나서 멀거니 민현이를 바라보았다.
민현이의 선을 긋느 한 마디에 시무룩한 표정을 풀지 못했던 ㅇㅇ는 응접실을 나가면서
ㅇㅇ가 본인에게 향한 민현이의 한마디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무룩한 표정을 금새 지워버렸다.
"서로의 거리가 좁혀질수록, 위험해지는 건 세자빈뿐이니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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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잉온북]
하핫
이게 무슨 망글이죠.............................
망해써여ㅠㅠㅠㅠㅠ망해따고!!!!!!!!!!!!!!!!!!!!!!!!
아아아아아아아ㅏ아아아아아ㅏㅏㅏㅏㅏ
하
어쨌든! 독짜님덜!! 제 선물은 받아보셨나요?
하핫 정말 짧고 재미도...감동도...눈물도...없는 글 선물이였죠....
죄송해여......작까니 손이 똥이라서..................
암호닉이나 불러드리고 저는 사라질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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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닉 신청해듀셔서 감쟈해여!!!!!!
독짜님들 제가 많이 사랑합니다!!!!!(쪽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