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한 걸음 더 05월 교복 치마가 아닌 내 치마를 입은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화장도 좀 했다. 이유는 별 거 없었다. 중간고사가 끝난 기념으로 친구들과 오랜만에 놀기로 했는데 글쎄, 다들 꾸미고 나올 거라고. 그래서 그냥 나도 좀 꾸며봤다. 약속시간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 거실에서 티비를 보고 있다, 그제서야 일어났는지 잠옷바람으로 하품을 하며 방을 나온 최민기가 털썩 내 옆에 앉아서는 날 뚫어져라 바라봤다. "왜, 뭐." "누구세요?" "뭐라고?" "님 성형하신 줄." 한 대 때릴까. "맞고 싶어?" "너 예쁘다고." 정색하고 묻자 시선을 돌리며 말도 같이 돌린다. 오늘은 내가 기분이 좋으니까(이것도 사실 그냥. 이유 없다) 특별히 봐주지. "야 근데 이렇게 보니까 새삼 느껴지는데 너 오늘 진짜 예쁘다." "왜 안 하던 칭찬이야 갑자기. 잠 덜 깼어?" 얘가 왜 이러나 싶어 눈 앞에다 대고 손을 흔들자 '다 깼거든? 손 치워' 라며 내 손을 밀어내더라. 그래, 이게 내가 아는 최민기지. "예뻐서 예쁘다 해 줘도 뭐래..." 투덜거리더니 어느 새 또 티비에 집중하고 있었다. 뭐, 예쁘다고 해 주니까 기분은 좋네. 친구들과 잔뜩 논 후 저녁까지 같이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애석하게도 친구들이 타야 하는 버스는 나와 달라, 나는 친구들을 먼저 보내고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 내가 타야 하는 버스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주 누나?" 그 순간 들리는 내 이름에 고개를 돌리자, "헐, 진짜다." 내 시야에 들어오는 건 다름아닌 너였다. 굳이 최민기와 관련이 없는 상황이어도, 너와는 꽤 자주 마주치는 것 같다. 더 신기한 건, 그 마주침 중 90%는 우연이라는 거다. 오늘도 역시 우연이었다. 내가 너를 오늘 '필히' 만나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너는 학원을 마치고 친구와 이 주변에서 저녁을 먹었다가 집에 가기 위해 여기 정류장으로 온 거라 했다. "너는 집이 어딘데?" "뉴블컴퍼니 앞이요." "그럼 나랑 같은 버스 타야겠다." 마침 뉴블 컴퍼니도, 우리 집도 가는 버스가 잠시 후에 도착할 예정이거든. "근데 누나는 여기 무슨 일로...?" "데이트하러 나왔다가 집 가는 중." "예에?????????????" 있잖아, 나는 그때 정말로 네 두 눈을 걱정했었어. 튀어나올 것 같았거든. "뭘 그렇게 놀라. 나는 남자친구랑 데이트하면 안 돼?" "네? 아, 어... 누나 남친 있는 줄 몰랐어요. 없다고, 그러니까, 그랬는데, 최민기가." 반응하는 게 꽤나 귀엽다. 최민기 일당이 왜 너에게 장난을 치는지 알 것 같았다. "장난이야. 버스 왔다, 타자." "......? (상황 파악 중)" 버스 안에는 1인용 의자들이 많이 비어 있었지만 나는 굳이 2인용 의자 안쪽에 앉았다. 내 옆에 네가 앉았으면 해서. 왜냐고? 그냥. 혼자 가면 심심하잖아. 단지 그것 뿐이야. "근데 최민기가 막 내 남친 유무도 말하고 다녀?" "남친 유무는 아니고 디스를 하죠. 우리 엄마 딸은 대체 누가 데려갈까, 만나는 남자 생기면 내가 그 남자한테 절을 한다 진짜. ㅡ하면서." "...최민기 죽었어." "근데 누나 진짜 남친 없어요?" 넌 그 해맑은 얼굴로 굳이 확인사살을 해야겠니. "조용히 해." "넹." "......" "......" 뭐지, 조용히 하란다고 또 진짜로 아무 말도 안 하는 애는 처음이다. '이번 정류장은 플디도서관입니다. 다음은...' 이제 내려야겠다 싶어 벨을 누르자 내 옆에 앉은 네가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일어나기 편하게 해주길래 일어나 네게 손인사를 했지만, "저도 여기서 내릴 거에요." 너는 정말로 나와 같은 정류장에 내렸다. 왜지, 뉴블컴퍼니는 여기서 세 정거장을 더 가야 하는데. 영문을 모르겠어서 네게 '왜?' 하고 물으니 너는 네 머리를 만지며 말했다. "그냥, 걷고 싶어서?" "그래, 그럼. 잘 가, 동호야." 우리집은 버스정류장 바로 옆 골목길로 들어가야 나오기에 이번에는 제대로 인사를 하고 몸을 틀자, "저기, 누나." 네 목소리가 날 붙잡더라. 다시 뒤를 돌아 너를 바라보면,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내는 너였다. "저번에 저 맛있는 거 사 주신다 하셨잖아요." 그래, 그랬었지. 죽이랑 약 사준 거 고마워서. "그거 이번 주 일요일은 안돼요?" "이번 주 일요일이면, 내일인데?" "네, 그러니까, 내일." "그래, 뭐. 그럼 내일 만나자." "네, 그리고 누나." "어?" "아까부터 말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또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그냥 가만히 기다리고 있자, "원래도 예뻤지만 오늘은 더 예쁜 것 같아요." 쑥쓰러운 듯 볼을 연한 분홍빛으로 물들이곤 너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런 네가 귀엽다고 생각한 나는 웃으며 말했다. "고마워." 기분이 좋았다. 최민기의 예쁘다는 말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뭐가 다른지도 모르면서 그냥 그렇게 느꼈다.
너의 일기 마지막 줄 |
안녕하세요 지우주입니다 예상보다 조금 빨리 오게 되었네요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걸 할게요 PS. 답글 통일 안 하렵니다 통일하려니 제가 도짜님들께 표현하고픈 고마움이 다 표현되질 않아서요 PS 2. 날아간 내 갤러리 속 동호 폴더에게 깊은 사죄를 표하며 (엉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