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운대학교 대나무숲>
#31427번째 나뭇잎
안녕하세요. 동운대학교 정치외교학과 4학년 황민현입니다. 글 특성상 대숲 지기님한테 허락 받고 실명으로 올려요.
제가 사는 쉐어하우스에 빈 방 하나가 채워지지 않아 주인 형을 대신해서 공지 올립니다.
귀찮은데 본인이 하면 될 것을 꼭 저를 시키네요. 본인은 재학생이 아니라나 뭐라나...
대숲 맨날 들여다 보면서도 글 올리는 건 부끄럽다네요.
제가 사는 쉐어하우스에는 남자 넷이 살고 있습니다. 주인 형 포함해서요.
처음 주인 형이 쉐어하우스를 리모델링할 때는 최소한 여자 두 명은 오겠지 하는 생각으로 방 네 개 중에 두 개를 분홍색 벽지로 꾸며놨는데요.
공교롭게도 그 분홍색 방 하나를 제가 쓰고 있어요. 큰 불만은 없지만 남은 핑크룸 하나는 여성 분이 사용하신다면 주인 형의 뿌듯함이 +100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남자 분이어도 물론 괜찮습니다. 상남자의 상징은 핑크 아니겠습니까?
각설하고, 어차피 공용공간이랑 개인공간 구분이 명확해서 여자 분이든 남자 분이든 크게 상관은 없어요.
근데 저희 집이 방도 괜찮고 사람들도 좋은데 유독 하나가 놀고 있는 게 좀 아까워서요.
홍보가 덜 되어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재학생 중에 방이 진짜 정말 리얼 헐 대박 필요하신 분이 겟하셨으면 좋겠어서 대숲에 올려 봅니다.
저희 주인 형에게 인스타 디엠 주세요. 계정은 @ha_cloud_입니다. 클라우드 양 옆으로 언더바 하나씩 있어요.
장난으로 디엠 주시면 찾아가서 말로 때립니다. 말로 맞아도 아파요. 그럼 저는 20000. 당당정외 만세.
"됐겠지?"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저, 저기...."
"우왁!!! 뭐꼬!!!!!"
원룸 살림을 다 때려넣은 이민가방 두 개를 들고 돌아다니다 잔뜩 지쳐버린 몸으로 마주한 건, 웃옷을 입지도 않은 채 머리카락에서 뚝뚝 떨어지는 물을 수건으로 탈탈 털어대고 있는 허여멀건한 남자애였다.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란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고, 나는 손을 들어 내 눈 앞을 가렸다. 아, 아니... 저기... 채 잇지 못한 말은 그의 말에 막혀 들리지도 않았다.
남자는 놀란 채 사투리가 잔뜩 섞인 말들을 내뱉었는데, 듣고 있는 나는 어쩐지 우리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의 말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 짧은 겨를에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게 우습긴 하지만.
"여 어떻게 왔어요?!!"
"문이 열려 있었.... 아, 저... 하성운씨가..."
"성운이형 여 없다! 1층에 있어요, 1층!!"
잔뜩 올라간 톤으로 1층에 가라며 소리소리를 질러대길래 일단 이민가방은 세워두고 1층으로 내려갔다. 와씨... 본인이 놀란 것 만큼 내가 놀랐을 거라고는 생각 안 하나...
내가 뭘 본 건가 싶기도 하고, 계속 눈 앞에 허여멀건한 잔상이 떠오르는 게 영 정신건강에는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고개를 휘휘 저으며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거 사람 찾기 되게 어렵네... 쉐어하우스는 2층이라 하고, 2층에 갔더니 1층으로 내려가 보라 하고... 짐도 몸도 무거워 죽겠고... 이러다 오늘 안에는 만날 수 있을까, 그 사람.
이게 내가 기억하는 강다니엘과의 첫만남이었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왜, 누가 괴롭혔어? 왜 잔뜩 울상을 짓고 들어와?"
"...말도 마요. 어찌나 사람 피를 말리는지..."
"누가. 조장이?"
"네. 아니 왜 일을 내가 다 해야 돼? 짜증나. 지는 하는 일도 없으면서 말만 조장이야."
"...기다려 봐."
기다려 보라는 말과 함께 커피머신 앞으로 향하는 오빠다. 달달달달, 소리를 내며 그라인더에서 원두가 갈리고, 탕탕, 소리와 함께 포터필터에 갈린 원두가 떨어진다.
꾸욱, 크지 않은 손으로 탬퍼를 잡아 원두를 누르곤 포터필터를 머신에 끼운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는 시간에 컵에 초코 소스를 넣어온 오빠가 샷과 초코 소스를 섞는다.
그 위에 맑게 떨어지는 우유, 그리고 얼음. 빨대 하나를 넣어 내게 내민다. 스트레스에는 모카가 최고지. 싱긋, 예쁘게 웃어 보이는 오빠.
"천천히 마셔. 추울 때 찬 거 먹으면 배탈 나. 감기 걸리구."
"크으- 이 맛이지, 역시."
"커피를 무슨 술처럼 마시냐."
"아아... 진짜 스트레스 폭탄이었다구. 배도 고프구...."
"조금만 기다려. 성우 저녁 방송 끝내고 빨리 온댔으니까."
"저녁 메뉴는 무엇이죠, 오라버니."
"옹성우가 한다 해서 나는 몰라. 일단 좀 기다려 보자."
고개를 끄덕이며 구석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장사 잘 되네, 오늘... 이 시간에도 사람이 바글바글한 걸 보면 오늘은 장사가 제법 되는 날임이 틀림 없다.
나는 휴대폰 잠금을 풀고 옹성우에게 카톡을 보낸다. 언제 오냐. 아직 저녁 방송 중인지 답이 없다. 교정에 쭉 늘어선 스피커에서는 옹성우의 낭랑한 목소리와 신청곡이 울려 퍼지고 있을 거다.
스트레스가 잔뜩 폭발해서 더 이상 학교에 있기가 싫어 일찍 나오긴 했지만, 이럴 줄 알았다면 좀 기다리면서 방송 들어주고 같이 나올 걸 그랬다.
옹성우 목소리 좋은데... 내가 너무 정이 없었나 싶었지만 결국 오늘은 정말 어쩔 수 없었던 걸로 결론이 났다.
배고프다. 옹성우 빨리 와라. 그렇게 카톡을 하나 더 보내두는 나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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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드렸던 차기작 맛보기입니다.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밤이라 얼마나 많은 분들이 보실지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구상해둔 몇 장면만 새벽에 삘 받아서 올려놓고 갑니다. 대충 이야기의 얼개를 파악하시기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일단 메인은 이렇게 네 명인데 제목에 다 표시하기가 너무 길어가지고 이번 글의 서두는 [워너원]으로만 가려고.. 생각 중입니다. 잘 준비해서 들고 올게요.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