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좋은 사람, 너도.
참고: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구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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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강은 곧 아르바이트를 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엄마는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월세를 절반씩 대주었지만 어디 학교 다니면서 돈 쓸 일이 월세뿐이겠나.
학식에 커피 한 잔을 먹어도 당장 꼬박꼬박 육칠천 원씩 꼬박꼬박 깨지는데, 사람이 밥만 먹고 사는 것도 아니고.
방학 때 빡세게 알바한 걸 등록금에 쏟아붓고 나면 남은 게 없었다. 그 등록금조차도 일정 부분은 엄마아빠 주머니에서 나오는 것임에도 그랬다.
옹성우와 마주보고 학식을 먹고 있는데, 문득 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져 물었다.
"너는 알바 안 해?"
"하지. 방학 때."
"어디서?"
"방송국."
방송국? 거기서 뭐 하는데? 물었더니 잠시 말을 고르는듯 했다. 그러더니 나 아나운서 하고 싶어서. 사람들한테 눈도장도 좀 찍고.. 그런 김에 이런저런 일 도와. 하고 말했다.
아나운서라... 그러고 보니 지금 방송국에서 하고 있는 일도 그걸 위해서인가 싶었다. 실제로 방송국 활동하다가 현역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도 있다고 들었는데.
옹성우도 그럴 생각인 건가.
"거기서 일하면 나중에 도움 돼?"
"딱히... 막 도움 되는 건 없는데. 아주 상관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거기 일하는 사람들도 알아놓으면 좋고."
"근데 거기는 다 알음알음해서 들어가는 거지? 소개 받거나."
"응. 나도 처음에 방송국 선배가 꽂아줬어. 그러다 좀 잘 보셨는지 방학 때마다 불러주시더라고."
옹성우는 방학 때 일주일에 7일을 꼬박 출근하고, 중간중간에는 밤도 샌다고 그랬다. 그럼에도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열정에 또 열정을 쏟아부은 페이지만, 별 수 없다고 했다.
내게 말은 안 했지만, 그만큼 하고 싶은 일이니까 하는 거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쟤처럼 뭔가를 엄청 하고 싶어하는 게 있던가. 없는 것 같은데.
같은 나이인 데다 나는 특히 이번 학기가 끝나면 당장 졸업인데, 왠지 조금 서글퍼지면서 나 자신이 한심해졌다.
"왜? 너 알바 구하게?"
옹성우가 내게 물었다. 응. 답했더니 너 카페에서 일해본 적 있어? 하고 묻는다. 카페야 많지. 대부분 카페였는데. 했더니 성운이형한테 한 번 물어봐봐. 한다.
"거기가 개강하면 손님이 엄청 많아져. 학기 중에만 사람이 더 필요한데 고작 세 달 일할 사람 찾는 게 좀 어렵다나봐.
너 한다고 하면 바로 시킬 걸? 그제부터 손님 많아서 버거워하던데."
세 달이라. 나야말로 딱 세 달만 일하면 되었다. 어차피 학기가 끝나면 다시 진주로 내려가면 되니, 돈이 필요한 건 일단 학기 중이었다.
잘 이야기 되면 제일 좋은 건 여기겠다 싶어 내심 기대가 생겼다. 수업이 끝나면 성운이오빠에게 바로 가서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성운이오빠한테 한 번 물어봐야겠다. 했더니 응. 성운이형이야 땡큐겠지. 하는 옹성우다. 다 먹었어? 이어지는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렇게 나는 호텔관광대학으로, 옹성우는 신문방송국으로 향했다. 수요일이다. 성우의 저녁방송이 있는 날.
들어주겠다는 약속은 못했다. 떨어져가는 돈에 대한 불안감이 커서, 오늘은 성운오빠를 빨리 만나봐야겠다는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뭐 줄까? 아이스 아메리카노?"
수업이 끝나고, 부지런히 걸어가 조금 밭은 숨으로 도착한 곳은 클라우디 에스프레소였다. 나는 성운오빠! 성운오빠!! 하면서 문을 열고 들어왔고,
오빠는 특유의 평온한 미소로 나를 향해 말했다. 수업 일찍 끝났네. 뭐 줄까? 아이스 아메리카노? 나는 채 고개를 끄덕이지도 않고 잠깐 할 말이 있다며 오빠를 불렀다.
"뭔데 그래? 숨 좀 돌려.
지성이형- 아아 하나만!"
알았어- 하는 답이 들리고, 나는 어깨에 걸린 가방을 내려놓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오빠는 천천히 말해보라며 나를 다독였다.
이야기할 게 많은 건 아니구요. 여쭤볼 게 있어서... 오빠 혹시 아르바이트 구해요? 묻는 말에 응. 구하는데. 잘 안 구해져서. 하는 말이 돌아왔다.
"그... 오빠, 제가...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하는데..."
"응."
"혹시 저를 쓰시는 건...."
"흠.. 카페에서 일해본 적 있어?"
"네. 대학 와서 알바 쉬어본 적 없는데, 대부분 카페에서 했어요."
오빠는 잠시 고민하는듯 하더니, 샷 한 번 뽑아볼래? 하고 물었다. 나는 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 만진 지 두세 달 되어서 예전 각이 잘 안 나올 수 있지만, 지금 내 상황에서 여기 만큼 일하기 좋은 곳이 없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성운오빠 뒤를 따라갔다.
오빠의 뒤를 따라가니 눈웃음이 매력적인 지성씨(나는 그렇게 부르게 됐다.)와 눈이 엄청 크고 땡그란 알바생 한 명이 있었다.
이쪽은 지성이형이고, 여기는 진영이. 배진영. 성운오빠는 한 명씩 가리키며 내게 소개해주었다. 나는 안녕하세요, ○○○입니다. 했고.
건네는 인사에 매력적인 눈웃음과 쿨한 고개까딱이 차례로 돌아왔다.
머신은 눈대중으로만 살짝 봐도 비싸 보였다. 가격대가 워낙 천차만별이라 브랜드에 따라서는 웬만한 승용차 한 대 값을 하는 게 커피머신인데, 내가 봐도 알 정도의 비싼 브랜드니 말은 다했다.
머신 비싼 거 쓰시네요... 하는 말에 성운오빠는 그저 웃기만 했다.
오빠는 내게 포터필터를 쥐어주었다. 이게 뭐라고 이렇게 긴장이 되는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손이 떨리고 있다는 걸 느꼈다.
포터필터를 그라인더에 올려 원두를 받았다. 원두는 그날그날 상태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보통 소복이 쌓였다 싶을 만큼 받는 게 적당하다.
이어지는 탬핑. 탬퍼로 꾸욱 눌렀을 때 수평이 중요하다. 내 팔의 감을 믿고 꾸욱 눌렀다. 탬퍼를 떼자마자 수평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확인하는 성운오빠의 눈빛을 읽었다.
그리고 샷 추출. 샷이 떨어지는 시간 역시 원두마다, 가게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22초에서 25초 사이가 적당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초수를 읽었다.
숫자는 24에서 멈췄다. 후우.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아?"
성운오빠는 다 떨어진 샷에서 내 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물었다.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솔직한 내 말에 성운오빠는 응. 나쁘지 않았어. 하고 웃었다.
아, 다행이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긴장이 확 풀어졌다. 성운오빠는 시간표 어떻게 된다고 했지? 언제 일하고 싶어? 하고 물었다.
"학교 가는 건 화수목이구.. 월금 공강에, 주말은 다 돼요."
"우리야 평일이랑 토요일까지는 손님이 많으니까.. 주3일? 4일?"
"4일도 괜찮아요."
"지금 필요한 게 토요일은 마감이고, 평일은 쭉 미들, 마감 다 있으면 좋아."
"그러면.. 토요일 마감이랑, 월금은 미들, 마감 다 하고 목요일은 마감 괜찮아요. 오후수업 끝나고요."
"음.... 오케이. 그렇게 하자."
"넵!!"
클라우디 에스프레소의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총 15시간이니까 오픈, 미들, 마감이 각각 다섯 시간씩이었다.
성운오빠는 오케이를 외쳤다. 내 입장에서는 조금 빡셀 수 있었지만 사실 이 정도도 안 하면 생활이 불가능했다.
호경론 재수강 때문에 막학기에 15학점 크리티컬을 맞게 되었지만, 주3일 출석에 힘든 수업은 별로 없어서 좀 나았다.
막학기라고 해도, 언제나 그래왔듯 학교-매장, 학교-매장 왔다갔다 하면 남는 것 하나 없이 시간 잘 가겠구나 싶었다.
어쨌든 그렇게 땅땅땅. 이번주부터 일하는 거야- 하는 성운오빠의 맹세 아닌 맹세를 듣고나서야 마음이 조금 편해질 수 있었다.
시간 되면 오늘 일 좀 배워볼래? 하는 성운오빠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일하는 시간이 많으니 빨리 배울수록 내게는 이득이었다.
- 오세요 구름이네 쉐어하우스 -
"형! 나 왔어요-"
그렇게 수요일에 일을 익힌답시고 자리를 지키다가 목, 금, 토요일까지 쭉 연이어 근무를 했다. 매장도 매장 나름이라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는데, 연이어 근무하니 적응은 빨리 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토요일 마감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옹성우는 영락없이 집에 있다가 나온 모습으로 매장에 왔다. 나는 고개를 빼꼼 내밀어 하이. 하고 인사를 건넸다.
"어쩐 일이야? 심심했어?"
"아니. 너 성운이형 고생시키는지 아닌지 확인하러 왔다."
"야. 나 잘하거든? 그쵸, 오빠?"
성운이오빠를 향해 물었더니 속을 알 수 없는 미소만 띄울뿐 말이 없다. 봐봐.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형이 너 데리고 일하느라 고생 많다고- 옹성우가 말했다.
나는 성운오빠의 팔을 툭 치며 아, 오빠 왜 답이 없어요- 저 오빠 고생 안 시키잖아요- 했는데, 성운오빠는 와. 얘 나 때렸어- 하면서 옹성우를 쳐다봤다.
이렇게 둘이서 놀리겠다 이거지.... 나는 뾰루퉁해져 자리를 떠버렸다. 깔깔대며 웃는 성운오빠와 옹성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성운오빠는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 하겠다며 나갈 채비를 했고, 나는 배진영과 둘이 남아 마감을 시작했다. 영업종료까지는 1시간 남짓 남아 있었다.
"야. 끝나고 뭐하냐."
하릴없이 매장 한 구석에 앉아있던 옹성우가 내게 와 물었다. 뭐 하긴. 집 가서 자야지. 무덤덤한 내 답에 옹성우는 혀를 내어 입을 달싹였다.
왜? 하고 물었더니, 너 내일은 일 안 하지? 하고 묻는다. 응. 하니까 영화 보러 갈래? 한다.
"영화? 지금?"
"응. 심야."
"........."
피곤하긴 했지만, 내일이 쉬는 날이기도 한데다 영화를 안 본 지도 오래 되어서 그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좋은 건 영화관도 꽤 가까워서, 걸어서 오고 갈만 했다. 옹성우야 남자니까 밤 늦게 같이 오는 것도 크게 걱정되지 않았다.
콜. 내 말에 옹성우의 얼굴에 웃음이 번졌다. 나도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러 갈 생각에 기분이 좀 들떴다.
좋겠다, 영화. 쿨남(3일 동안 말을 좀 텄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쿨한 애는 처음 봤다. 클라스가 다른 쿨함이다.) 진영이가 내 옆에서 나직히 말했다.
너도 갈래? 하고 물었더니 아니요. 하는 대답이 단칼에 돌아온다. 단호한 애구나, 너. 하하. 내 멋쩍은 웃음이 이어졌다.
며칠 되지는 않았지만 진영이와의 합은 제법 잘 맞았다.
휴학하고 여행 가려고 돈 모으고 있다는 진영이는 정직원으로 고용되어 있는 상황인 지성오빠(이 또한 3일만에 지성씨에서 지성오빠가 되었다.)와 근무시간이 얼추 비슷했다.
매장에서 머무는 시간이 엄청 많은데도 불구하고 불평하거나 힘들어하는 법이 없었다. 아직 속사정까지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나와 비슷한 구석이 있는 것 같기도 해서 마음이 더 갔다.
"쓰레기 버리고 올게요, 누나."
같이 마감을 하게 되면 궂은 일은 늘 스스로 했다. 이 건물이 안전한 편이긴 한데, 그래도 밤늦게 쓰레기 버리러 가는 건 본인이 하는 게 맞다고 그랬다.
고마운 마음이야 많았는데 미안한 마음이 없었던 건 아니라, 매장 안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내가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창고에 있는 진공청소기를 꺼내와서 콘센트에 연결시켰다.
이이잉- 소리와 함께 작동되기 시작한 청소기다. 스윽, 스윽, 하면서 구석구석을 밀고 다녔다.
밀다 보니 옹성우가 눈에 밟혔다. 흘끗 쳐다봤더니 턱을 괸 채로 청소기를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
쟤는, 저렇게 순간순간 멍하게 있을 때 보이는 무표정이 잘생겼다. 잘생겼지만, 잘생겼다고 말해주지는 말아야지. 이미 본인이 잘생긴 걸 너무 잘 아는 녀석이니까.
조금 더 힘을 내서 웬만해서는 청소기가 닿지 않는 곳까지 꼼꼼히 청소했다. 이마에는 뜨거운 땀이 조금씩 배어나오고 있었다.
"고생했어-"
"네. 누나도요."
"응. 월요일에 보자."
"네. 들어가세요. 형도 안녕히 가세요."
마감을 다 하고, 매장의 불을 끈 뒤 매장 문을 열쇠로 잠그고 세콤까지 걸고 나서야 일이 다 끝났다. 진영이는 덜컹덜컹, 닫힌 문을 한 번 더 확인했다.
진영이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성우는 진영이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진영이는 세상 쿨한 발걸음으로 성큼성큼 제 자취를 감추었다.
쿨해, 진영이. 내 말에 옹성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쿨남이지, 진영이.
나와 옹성우는 영화관을 향해 걸어갔다. 지금 시간은 11시 15분. 몸은 피곤하고, 기껏 한 화장은 다 날아가 있을 거란 걸 알지만 기분은 좋았다.
주말에 이렇게 노는 것도 오래간만이고, 영화를 보는 것도, 밤에 놀러 가는 것도 다 오래간만이니까 그랬다.
왠지 조금 설레기도 하며 좋아지는 기분에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옆에서 옹성우가 웃었다.
"뭔데. 왜 웃는데."
"...비밀인데."
"뭐가 비밀이야?"
"내가 웃는 이유."
"...뭐야. 싱겁게."
옹성우는 말을 잇지 않았다. 나도 굳이 더 캐물으려 하지 않았다. 내가 신나 보이는 게 웃겨서 그랬겠지, 뭐. 그렇게 생각하고 말았다.
영화는 40분에 시작한다고 했다. 이미 예매는 해두었다고 그랬고... 팝콘 먹을래? 하고 묻는 말에 염치 불구하고 그러겠다고 했다.
밤늦게 먹으면 죄다 살로 가지만... 방금 막 일을 끝냈으므로 입에 무언가를 넣지 않으면 예민해지고 말 것이었다.
15분쯤 걸었을까. 우리는 영화관에 도착했고, 토요일 밤이라 그런지 사람은 꽤 많았다. 내가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에 옹성우는 팝콘과 콜라를 사두었다.
야, 예매도 네가 했는데 왜 팝콘까지 네가 샀어. 내가 사도 되는데. 했더니 다음에 풀세트로 쏘란다. 알겠다고 주억거리며 내 몫의 콜라를 건네받았다.
영화는 그럭저럭 재밌었다. 재밌었는데 사실 난 좀 졸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하자. 일 끝나고 피곤해서 그랬던 거니까...
중간에 좀 졸았을 때 헤드뱅잉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옹성우한테 민폐 끼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그래도 내 얼굴이 너무 제 쪽으로 갔으면 적당히 밀어냈겠거니 했다.
그래도 엔딩은 봐서 다행이었다. 최소한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옹성우와 이야기를 나눌 수는 있었으니까.
옹성우는 내가 잠들었던 부분을 설명해줬다. 머릿속에서 조금씩 끊겨 있던 부분이 옹성우의 설명으로 잘 이어지고 있었다.
"아. 고맙다. 옹성우."
"왜 갑자기?"
집으로 향하는 길. 두시 반 정도 된 길에는 우리 말곤 사람이 별로 없었다. 나는 문득 고맙다는 말이 생각나서 옹성우를 향해 고맙다고 했다.
옹성우는 나를 쳐다보며 왜 갑자기? 하고 물었다. 나는 너가 말해준 덕분에 클라우디에서 일하게 됐으니까. 하고 말했다.
"내가 얘기했어도 네가 안 가면 그만인 건데, 뭐."
"그래도. 말 안 해줬으면 가보지도 못했을 텐데."
"고마우면 앞으로 잘해."
"잘하잖아- 못하는 건 뭐 있다고 그러냐."
웃음 섞인 내 말을 따라 옹성우도 웃었다. 같이 웃다가 문득 궁금한 게 생겨서 옹성우를 향해 물었다. 근데.. 성운오빠는 얼마나 부자야?
하하하. 내 말에 옹성우는 동네가 떠나가도록 큰 웃음을 터뜨렸다. 뭐지, 왜 웃지... 내 질문이 웃겼나. 왜 웃냐는 표정으로 옹성우를 쳐다보는데도 한참을 그러고 웃는다.
"왜 웃냐. 난 진지한데."
"네가 나한테 물어보기까지 혼자 고민했을 게 눈에 보여서. 그래서 웃겼어."
웃은 이유를 들어도 그게 굳이 왜 웃은 이유인지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나는 궁금했다. 옹성우는 웃음을 좀 멈추고 내 질문에 대한 답을 해줬다.
사실은 성운이형이 부자인 것 보다는, 성운이형네 어머니가 돈이 많대.
그 건물이 원래 어머니 꺼였는데, 성운이형이 곧죽어도 전공 살려서 회사 들어가지는 않겠다고 해서 성운이형한테 건물 하나 넘기는 대신에 니 알아서 다 먹고 살아라- 한 거지.
형이 뭐 꾸미고 이런 거 좋아하는 데다가, 대학교 때부터 꾸준히 카페 일 해왔어서 1층은 카페로 리모델링하고, 2층은 쉐어하우스로 리모델링한 거야. 3층부터 5층까지는 사무실에 세 주고 있는 거고.
결국에는 카페 수입, 쉐하에서 받는 우리 월세, 3층에서 5층까지 있는 사무실에서 받는 월세까지 다 받고 있는 거니까 벌이야 꽤 좋은 편인 거지.
어머니야 말아먹지만 않으면 다행이란 생각으로 주셨겠지만, 운이 좋았든 성운이형 머리가 좋았든 결과적으로는 잘 된 거니까. 안정적이기도 하고.
옹성우의 말은 흥미로웠다. 나는 사이사이에 끄덕끄덕, 적당한 리액션을 해가며 그의 말을 들었다. 결과적으로 금수저인데다 본인이 사업적인 머리까지 있는 사람인 거였다.
대단한 사람이네... 내가 나직히 중얼거렸더니 그치. 근데 뭐, 으스대는 것도 없고. 좋은 사람같아. 옹성우가 말했다.
"우리 쉐하 사람들 다 좋은 것 같아."
진심이었다. 물론 사람은 오래 보아야 아는 거고, 쉐하 들어온 지 기껏해야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그래도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판단은 섰다.
옹성우는 나도? 하고 장난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이번 만큼은 장난스럽지 않게, 진지하게 답했다. 응, 너도. 오오- 하는 옹성우의 반응이 웃겼다.
"다 왔다-"
걷다 보니 집에 도착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간, 여전히 습하긴 하지만 슬슬 시원한 공기를 담은 바람이 불어주니 기분은 좋았다.
사람들 다 자겠다. 조심히 들어가야 돼. 하면서 옹성우가 제 입 위에 검지손가락을 올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먼저 씻을까? 너 먼저 씻을래? 묻는 옹성우에 나 먼저 씻어도 되냐? 나 좀 진짜 피곤해서 머리만 대면 잘 것 같아서. 했더니 알았어. 한다.
발소리를 줄이며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라와, 도어락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섰다.
공용공간에는 무드등 하나만 겨우 켜진 채, 다른 조명이랄 것은 다 꺼져 있었다. 은은한 조명이 편안하고 따뜻한 기분을 만들어냈다.
나와 옹성우는 소리나지 않게 살금살금 걸으며 서로의 방을 향해 갈라지려 하는데, 저를 등지는 나를 갑자기 돌려세운 옹성우가 말했다.
"야."
"....?"
"...수고했어. 오늘도."
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빤히 쳐다보고 있자, 내 볼을 가볍게 톡 치며 잘 자라. 천천히 씻어. 나 넉넉히 한 시간 있다가 나올 테니까. 하고서는 돌아서서 휘적휘적 걸어간다.
그렇게 멀어져가는 옹성우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아무 생각 없이 서있었던 것 같다.
아. 내가 빨리 씻어야 옹성우가 씻지... 하는 생각이 든 건 옹성우의 방문이 닫힌 지 한참 뒤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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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Y사원입니다. 오늘의 여주는 클라우디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네요! 그곳에서는 지성씨와 진영이가 일하고 있고요~ 글 속의 성우에게 갖고싶어라는 노래가 참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성우와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니 갖고싶어로 BGM 깔아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응원하는 남자주인공은 누구인가요? 아마 구름이네는 계속 남주가 누구지? 하는 애매하고 알쏭달쏭한 호기심과 함께 전개될 것 같습니다. 강과장 암호닉 그대로 사용해주시는 독자님들도 정말 반갑지만, 새로운 독자님들도 많이많이 환영해요! 비록 아직 암호닉을 달고 댓글을 달아주실 수는 없더라도 곧! 암호닉 별도 공지를 올릴 예정이니 꾸준히 댓글 달아주시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힌트를 드려봅니당.. 오늘도 찾아와주셔서 정말 감사하고요, 새로운 한 주도 힘내서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사랑합니당.♡
+) 아 그리고!! 구름이네 최초로 초록글 1페이지 1번에 자리했습니당!!!! 짝짝짝 많은 사랑 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게용!! 하뚜하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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