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정-꽃길
브금이 안들릴경우 모바일 권장..흑흑
"이거 첫눈이지 시발... 왜 난 남친이 없을까? 이렇게 완벽한데.."
"야 어디서 개가 짖지않니?"
낯선환경에, 수업 분위기에, 또 한층 자란 우리에게 적응하기까지 너무도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그렇게 나는 안정적으로 고등학교 2학년 생활을 끝.
그리고 그렇게 애타게 기다린 겨울방학.
같이 놀던 친구들이 단체사진찍으러 가자고 핸드폰이 터질기세로 단톡을 보내서 귀찮다고 투덜거렸지만 억지로 끌려나오듯 사진관에 도착했고
"김여주, 셀카찍자!"
"잠시만. 전화 좀 하다 옴."
"아, 그분이요? 예에ㅡ 그러세요."
그리고 몇 분이 지났을까. 작게 울리던 핸드폰의 화면을 보고선 피식, 작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어디냐고 물어오는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다급함과, 걱정스러움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 몇신데.
"7시?"
언제 들어갈거야?
"11시!"
미쳤지 진짜.
"어, 눈온다."
배시시 웃는 너의 목소리에 그런 어색함마저 눈녹듯 사라진다.
10
머릿속이 새 하얘졌음. 아, 이젠 진짜 끝났구나.
나의 말을 끝으로, 전정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지금 이 순간이 계속됐으면, 차라리 전정국이 아무 말도 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바람만 가득.
당장 눈물이 멈추더라도 고개를 들어 전정국 얼굴을 바라볼 용기가 없었음.
"... 그니까 이제 그만해."
나의 어깨를 붙잡고 있던 전정국의 손에 힘이 빠지는 걸 느낌.
이걸로 정말 끝인 걸까? 전정국과 친구로도 남을 수 없는 걸까?
마음속에선 두려움이 밀려왔고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지 예상되는 전정국에 또다시 눈물이 왈칵 밀려왔음.
"... 그래서 운 거야?"
"... ..."
...응.
진짜ㅡ 끝이다, 끝. 나의 대답을 끝으로 전정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그리고 이번엔 한편으론 느껴지는 후련감.
"근데ㅡ 나 지금 되게 혼란스러운데."
"... ..."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전정국이 내게 하는 답 하나하나가 그날 매점 뒤에서의 일을 연상시켰음.
1년 전, 매점 뒤에서 내가 몰래 봐버렸던 그 광경을, 그 상황이 지금의 나한테 다가와 버릴 줄은ㅡ 어느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허무할 줄은 몰랐음.
겨우시 진정한 마음으로 고개를 들어 전정국 얼굴을 바라 봄. 지금쯤이면 완전 못 볼 정도로 눈이 팅팅 부어있겠지만, 그래도 이게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전정국 얼굴을 확인해야만 했음.
고개를 들어 전정국을 바라보니, 전정국은 나를 보고있지 않았음. 되게 복잡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숙여 미간을 좁힌 체 무언갈 생각하는 듯 보였음.
"그럼 니가 나 피했던 것도 설마 그 이유 때문에?"
아... 어. 나는 말 끝을 흐리며 대답함.
그때 상황은 매우 쪽팔리지만, 내가 널 좋아하는 게 들켜버리면 니가 날 싫어할까 봐 그래서 피한거라는 말을 어떻게 하겠냐. 어차피 지금은 다 들켜버렸지만.
"지금 뭐 오해하는 거 같은데."
"... ..."
"...내가 이수정이랑 사귄다고?"
"...어?"
나 이수정이랑 안 사겨. 누가 그래.
한참이나 침묵이 맴돌더니, 전정국이 한 말로 인해 나는 멘붕상태가 되어버렸음.
뭐? 나의 황당한 대답에 자신도 지금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며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대답함.
...시발 그럼 내가 들었던건 뭐야.아니, 그거보다 내가 보기에도 너네 둘은 완전한 썸이었단 말이야.
"그럼 너네, 사귀는 거 아니야?"
"당연한거 아냐?"
"... 그럼 뭔데...?"
나의 물음이 끝나기도 무섭게 단호히 답을 하는 전정국이었음.
또 둘 사이를 깊게 파고드는 나의 물음에 주춤거리다 한숨을 쉬더니 "하여튼, 니가 생각하는 그런 거 진짜 아니야."하며.
그럼 이수정 걔는 나한테 왜 그런걸 물어봤던 거지하며 의문이 들기도 잠시 어딘가 모르게 안심이 들었고, 또 한편으론 아차.
"근데 이 말이 끝이 아닐텐데."
"... ..."
"... ..."
... 맞다 나 고백했었지.
급 진지해지는 전정국의 말에 얼굴이 화끈거렸음.
니가 무슨 말을 할지 알 거 같으니까 나 먼저 갈게... 라고 결국 우물쭈물거리다 전정국을 한번 힐끔 바라보곤 그대로 전정국을 지나쳤음. 근데
"내가 무슨말을 할 줄 알고."
"... ..."
"난 아직 답 안했는데."
라며 나의 팔을 붙잡는 전정국. 그니까 시발 내가 그 답 못 듣겠어서 이러는 거잖아..
창피하고, 부끄럽고, 쪽팔린덕에 고개를 푹 숙이며 억지로 전정국이 내 얼굴을 못 보게끔 한 손으로 얼굴을 애써 가리는데 그것마저 치워버릴려고 함.
"빨리도 말한다, 진짜."
"... ..."
"내가 너 싫어할까 봐 이러는 거야?"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자ㅡ
"야, 나 너 안 싫어해."
"... ..."
"나는 너 좋아하는데."
"...야ㅡ 나는 그런 뜻이,"
"좋아해 김여주."
"... ..."
진심으로.
전정국의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당황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며 전정국을 올려다봤음.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전정국이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마주했을 때, 그간의 서러운 감정이 북받쳐 오르듯 다시금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입이 아주 귀에 걸리셨구만!"
"야 진짜 전정국이랑 사귀냐 미친년. 니가 사귈줄은 상상도 못함."
점심시간 매점 뒤편에서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나와 전정국만 아는 얘기.
게다가 오늘 등교를 전정국과! 심지어 손을 잡고! 진짜 심장터질뻔 했음. 지나가는 모르는애들도 다 우릴보며 사귀냐고 물어옴.
역시 전정국의 영향력은 변함없어 그런지, 우리가 사귄다는건 하루만에 전교에 다 퍼져버림. 부끄러워 뒤지는줄.
"야 근데 니는 전정국이랑 이수정이랑 사귄다는건 누구한테 들은거냐?"
"어?"
"엥, 뭔소리여. 전정국 이수정이랑 사겼어?"
반에 들어가자마자 불과 바로 이틀 전, 처음으로 없던 멘탈까지 싸그리 털린 날.
"...뭐야, 니네는 모르는 얘기였어? 이수정이랑 전정국 사귄다고 소문 안났음?"
"그런 소문이 돌았으면 니네처럼 학교 난리났지 바보야."
나도 모르고, 모든애들이 몰랐던 전정국과 이수정의 관계를 마치 진짜인 마냥 말한 친구를 애들의 말이 끝나자하자 뚫어질 세랴 노려봄.
"야이 씨 너 뭐 숨기는거 있지. 뒤지고싶냐?"
"...몰라! 난 몰라 이 자식아!"
도대체 어떤 놈이 그런 헛소리를 한건지 지난 시간동안 나의 멍하게 소비한 시간이 아까워 갑자기 짜증이 솟구치다가도
"또 친구 괴롭힌다."
"...어-"
나를 보며 미소짓는 전정국에 1초만에 화가 가라앉음.
"야 니네 사귄다며?"
"... ..."
"오래가라~"
"...야, 야 잠시만!"
내가 무슨말을 하려는걸 예상한건지, 이수정과 먼저 튀어버린 박지민.
-
응, 사랑해. 나중에 문자해.
"이제 찍습니다ㅡ 하나, 둘, 셋!"